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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누구나 애틋하게 그리운 밥상이 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어머니의 손맛부터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담는 요리사의 소울 푸드까지, 음식을 기억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서울과 경기도 인근에 소문난 이북식당의 향토 음식은 담백하고 애잔한 맛으로 기억된다. 이북 요리가 예술처럼 차려지는 맡김차림의 서울 리북방, 이북 전통음식을 정갈하게 맛보는 일산 동무밥상과 수원의 통일맛집은 지척에 두고도 볼 수 없는 고향의 얼굴들이 울컥 떠오르는 그리움의 밥상이다. 리북방은 이북요리와 순대 맡김차림(오마카세의 우리말)을 선보이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국내 최초의 순대 오마카세 식당을 운영하는 최지형 셰프는 인기 요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그는 할머니의 고향인 함경남도에서 영감을 받은 내림음식으로 이북식 요리를 선보인다. 전통과 현대, 그 계절의 가장 신선한 재료, 셰프의 타고난 감각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순도 높은 밥상을 차려낸다. 원목 고가구로 꾸민 바 테이블을 중심으로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이북 전통음식을 음미하는 시간도 색다르다. 첫 번째 요리는 입맛을 돋우는 돼지머리 편육과 상큼한 제철 나물 무침이다. 맑고 따뜻한 국물의 메밀 온면과 계절 음식이 차례로 나온 뒤 직접 손으로 순대 속을 채워 쪄낸 특별한 순대 코스가 시작된다. 함경도식 채소 순대를 기반으로 하는 채소 피순대부터 만두 속처럼 부드러운 백순대, 각종 허브와 향신료를 더한 소시지 맛의 게사니(오리)순대, 처음 맛보는 양 순대에 압도적인 맛과 비주얼의 아바이 순대까지 풍미 가득한 순대의 향연이 이어진다. 순대마다 찍어 먹는 양념도 모두 다르다. 채소 피순대는 퀄러티 최상의 육젓, 백순대는 말돈 소금, 게사니 순대는 수제 씨앗장, 양순대는 수제 새우젓튀김 소금, 아바이 순대는 멕시코 된장인 몰레 소스가 맛을 살려주고 모든 순대에는 개운한 명태 식해가 잘 어울린다. 일곱 번째로 나온 요리는 스토리텔링과 퍼포먼스가 드라마틱한 설야멱적(雪夜覓炙)이다. 눈 내리는 밤에 먹는 소고기구이라는 뜻이다. 눈 오는 밤 남몰래 별미를 즐겼던 평안도 양반의 음식으로 고기가 천천히 익도록 눈 속에 식혀가며 숯불에 굽는 레시피도 예술이지만, 잘 구운 한우 꼬치에 배와 갖가지 양념을 얼린 눈꽃 소스를 눈처럼 뿌리는 퍼포먼스는 시각적인 맛까지 예술이다. 마지막 코스는 솥밥 식사와 디저트다. 다섯 가지 순대로 배가 찰 만도 한데, 솥밥의 위력은 대단하다. 즉석에서 썰어주는 제주 흑돼지 수육과 가릿국, 나물과 먹는 솥밥은 포기할 수 없는 별미다. 마무리는 순두부 아이스크림에 쑥 앙금을 직접 내려준다. 리북방은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주 단위로 제철 재료에 따라 메뉴가 조금씩 달라진다. 디너 코스에는 주류 주문이 필수. 한산 소곡주, 청명주, 사화 약주 등 전통주 페어링도 수준급이다. 일산 고양시의 동무밥상에 가면 평양냉면과 찹쌀순대, 이북 만두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평양 옥류관 출신의 윤종철 셰프는 ‘한식대첩’에 북한 대표로 출전하고 ‘수요미식회’에서도 북한 음식을 알차게 소개했다. 합정역에서 작은 식당으로 시작해 지금은 고양시에서 가족 단위 손님들과 외국인 단골손님들로 북적이는 이북 음식 전문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동무밥상의 평양냉면은 다른 곳의 평양냉면보다 슴슴하고 은은한 육향이 매력적이다. 닭과 소고기, 돼지고기를 함께 사용해서 육향이 도드라지지 않고 담백하다. 면은 직접 메밀 반죽을 해서 뽑는다. 굵고 부드러운 식감의 면발이 옥류관 스타일이 아닐지 짐작하게 한다. 비주얼부터 화려한 평양식 회냉면은 황태포를 양념해서 붉은 꽃처럼 올려준다. 찐만두도 만두피가 없는 굴림 만두다. 솜씨 좋게 빚어낸 손만두를 보고 공장 만두 아니냐는 오해를 하는 게 싫어 전분을 입혀 속이 다 들여다보이게 했다. 만두 속이 훤하게 보여도 알토란처럼 단단한 만두는 부서지지 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맑은 육수에 끓여 나온 만둣국은 점심 메뉴로 사랑받는다. 어복 쟁반은 놋 쟁반에 갖가지 고기 편육과 채소를 넉넉히 담아 육수를 부어가며 여럿이 끓여 먹는 전골이다. 동무밥상의 어복 쟁반은 평양식보다 재료를 더 많이 올린다. 대파 채를 산더미처럼 쌓고 만두도 올려 푸짐한 비주얼과 맛을 더한다. 온 가족이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메뉴다. 여럿이 곁들여 먹기에 찹쌀순대도 빠지지 않는다. 간 돼지고기에 배추, 대파, 깻잎 등을 넣어 누린내를 잡고 쫀득한 찹쌀과 선지를 버무려 막창 속을 채운다. 돼지머리를 통째로 갈아서 만든다는 이북식 정통 순대보다 무난한 맛이라 안심이다. 남한의 음식에는 반찬이 다양하게 나오지만, 이북 음식은 소박한 반찬으로 차려진다. 조연 역할에 충실한 열무김치, 배추김치와 양배추김치 정도다. 함경도 고향 마을에서 해 먹던 양배추김치는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묵은 김장김치가 끝날 무렵 밥상에 올라오는 함경도식 콩나물 김치는 시원한 여름 반찬으로 인기가 많다. 수원시 팔달구의 통일맛집은 북한 사람들의 고향 음식인 농마국수, 두부밥, 언 감자떡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농마국수는 감자전분을 즉석에서 손 반죽해서 뽑아내는 감자국수다. 식사할 예정이라면 30분 전에 전화 주문을 해야 기다리지 않고 통일맛집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통일맛집의 주방은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대표 메뉴인 두부밥의 재료인 두부를 부지런히 튀겨낸다. 도톰하고 노르스름하게 튀겨낸 두부 반을 갈라 그 안에 밥을 넣어 준다. 보기에는 심심해 보이지만, 한 입 먹어보면 두부 자체의 고소한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두부밥에 곁들여 먹으라고 내어주는 빨간 양념을 발라 먹으면 먹는 속도가 저절로 빨라진다. 감칠맛과 매운맛의 양념 ‘콜라보(collaboration)’가 제대로 맛을 내기 때문이다. 콩고기 밥이라고 이름을 순화시킨 메뉴, 인조고기밥은 단골들이 좋아하는 메뉴다. 콩고기 밥이 궁금하면 반찬으로 나오는 콩고기 조림을 맛보고 주문하면 된다. 노란 달걀지단이 그득하게 올려 나오는 농마국수는 온면, 냉면, 비빔면으로 먹을 수 있다. 잔치국수와 비슷한 맛의 온면은 담백한 육수에 가늘고 쫄깃한 감자 면의 매력이 살아있다. 두부밥의 짝꿍인 빨간 양념을 국수에도 조금 풀어 넣으면 칼칼하고 개운하게 즐길 수 있다. 언 감자떡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양배추를 채 썰어 고춧가루 등 매운 양념에 볶아서 쫀득한 감자가루 반죽에 넣어 만두처럼 쩌내는데, 색다른 풍미에 자꾸만 손이 간다. 통일맛집의 주인장 허진이 대표는 고향에 남아있는 가족들 생각에 마음 아픈 세월을 보낸 지도 10여 년이 훌쩍 넘었지만, 서울 근교에서 찾아오는 새터민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고. 농마국수와 두부밥을 먹다가 고향 생각이 나서 울컥 눈물을 쏟는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북한 음식을 대접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서다. 평일 영업은 하지 않고 주말에만 문을 연다. 새터민(북한이탈주민)보다 남한 사람들의 택배 주문이 더 많은 두부밥과 농마국수, 언 감자떡을 요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만들어 보낸 두부밥은 전자레인지에 돌려 양념을 발라서 먹으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통일맛집과 비슷한 메뉴를 하는 식당이 인천에도 있다. 통일맛집 외에도 국화네 가게, 호월일가 등의 이북식당들이 남한 북한 사람 할 것 없이 이북 음식으로 맛있게 통일 중이다. <리북방> 주소 :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1길 16 2층 리북방 문의 : 0507-1421-2347 영업시간 : 화, 목 17:00~22:00, 수, 금, 토, 일, 월 12:00~21:00 <동무밥상> 주소 :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대로 1032 문의 : 031-969-9199 영업시간 : 11:00~21:00(15:00~16:30 브레이크 타임), 매주 월 정기휴무 <통일맛집> 주소 : 경기 수원시 팔달구 세지로 411 106호 문의 : 031-247-2277 영업시간 : 토, 일 11:30~19:00, 매주 월 정기휴무 글·사진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5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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