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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이불자락인 섬진강의 모래를 등에 지고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은 그대로 램프의 꽃밭이었다. (중략) 램프의 도움 없이 책을 읽고 시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은 섬진강변에서 꼬박 하룻밤을 눈뜨고 세운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자연의 특급 비밀이다.' 작가 곽재구는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노래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 <택리지>의 이중환 선생도 ‘두 도 사이에 끼어서 물자의 교역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넓은 들이 모두 비옥하다’며 ‘동쪽에 지리산이 자리 잡고 있어 평시나 난세나 언제라도 살만한 곳’이라고 기록했다.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의 기록으로 보아 섬진강변은 예로부터 살기 좋은 곳으로 꼽혔음에 틀림없다. 한번이라도 그 구불구불 느릿느릿 흘러가는 섬진강 줄기를 본 적이 있다면 그 이유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리라. 전북 진안군과 장수군의 경계인 팔공산에서 발원해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을 가르는 550리(약 200km)의 강줄기는 남해바다에 닿으며 긴 여정을 마친다. 1년 365일 쉬지 않고 흐르는 강줄기이건만 유독 봄에는 그 흐름이 더디다. 강줄기를 사이에 두고 왼쪽 전남 광양에서는 매화가, 오른쪽 경남 하동에서는 벚꽃이 피어나기 때문일까. 아니면 봄꽃 향에 저도 모르게 취해 버린 섬진강 탓일까. 봄에 취하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봄꽃 향 가득 머금은 섬진강도 봄이면 꽃을 피어내기 때문이다. 남해와 만나는 섬진강 하구에서 나는 벚굴이 그 주인공이다. 봄에 나는 벚굴이라, 어째 벚꽃과 닮아 보인다. 맞다. 강 아래에서 먹이를 먹으려고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마치 벚꽃과 같다고 해서 벚굴이라 이름 붙었다고 한다. 더불어 벚꽃 필 무렵이 최고로 맛이 좋다고 벚굴이라 부른단다. 본명은 강에서 나는 굴이라 해서 강굴이다. 섬진강이며 벚굴이며 설명이 길었다. 이쯤이면 벚굴이 귀한 대접 받는다는 걸 눈치 챘는가. 과연 그가 특별 대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봄에만 맛볼 수 있어서? 섬진강 하구에서만 맛볼 수 있어서? 모두 맞다. 거기에 그 크기와 맛이 더해진다. 일반 굴의 10배는 넘게 큰 크기로 일단 마음을 빼앗고 거기에 민물과 바닷물이 고루 뒤섞인 짭짤하면서 달큰한 풍미로 입맛을 빼앗는다. 이 귀한 벚굴은 어디서 맛볼 수 있을까? 앞서 설명했듯이 이들은 섬진강이 남해와 닿는 전남 광양의 망덕포구, 이웃한 경남 하동 강자락 등 남해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에서 난다. 간만의 차이가 커서 바닷물이 강 쪽으로 깊숙이 밀고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섬진강 하구가 벚굴이 생존할 최적의 환경이다. 저 아래 망덕포구에서부터 섬진강 줄기가 이어지는 전남 광양 돈탁마을 부근을 벚굴이 사는 한계선으로 본다. 행정구역상 섬진강은 분명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르는 물줄기지만 실질적으로 두 개 도는 섬진강교나 섬진대교 등 다리 하나만 건너면 닿는 지척에 자리한 이웃이다. 먼저 광양의 매화가 피어나고 그 매화가 꽃비를 날릴 즈음 강줄기를 건너 하동 벚꽃이 기지개를 켠다. 그리고 그 즈음, 강 아래에서는 벚굴이 통통하게 살을 찌운다. 요놈 양식만 할 수 있다면 돈 좀 벌 것 같은데, 양식이 안 되네요. 벚굴은 자연 그대로만 맛볼 수 있어요. 게다가 물이 조금만 오염되어도 못 살아요. 물도 깨끗해야하고 민물하고 바닷물하고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만 벚굴이 나지요. 40년 가까이 망덕포구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광양횟집> 주인의 설명이다. 3~4m 깊이의 물속에 사는 벚굴은 사람이 직접 잠수해서 잡는다. 일반 굴에 비해 10배 이상은 큰 벚굴은 보통 통째로 불판에 구워먹는다. 껍데기에 뭉글뭉글 물기가 올라오면 왼손엔 목장갑을 끼고 오른손엔 개인용 칼을 들고 갈라야 맛볼 수 있다. 맛보는 과정이 처음에는 수월치가 않다. 불에 바로 달궈진 껍데기는 뜨거우니 반드시 장갑 낀 손으로 만져야 한다. 껍데기를 열 때 튀는 파편도 조심해야 한다. 벚꽃 필 무렵이 최고로 맛이 좋고 5월 중순까지 맛볼 수 있어요. 짠물이 덜할수록 씨알이 굵어지는데 요즘 물이 짜져서 벚굴이 자꾸 위로 올라가요. 저들도 살려고 그러는 거지. 바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돈탁마을 인근에서 많이 잡아요. 조금때 가장 잘 잡히고 바닷물이 많이 들어올 때는 물살이 거칠어서 잠수하기 어려우니까 못잡지요. 불판위로 올려둔 벚굴 껍질에 자글자글 김이 서린다. 어른 손바닥보다 커다란 벚굴이 열리는 순간 뽀얀 알갱이며 맑은 우유 같은 육수가 가득이다. 고소하니 맛도 괜찮다. 열심히 굴을 구워주던 주인장이 요놈이 자연 강장제라며 일반 굴보다 영양가가 서너배나 높다고 거든다. 그냥 초장에 찍어 먹어도 좋고 김치에 쌈장과 마늘, 고추 등을 더해 맛보아도 좋다. 취향대로 맛보면 된다. 3~4인 한 가족이 5kg 정도면 충분은 아니고 약간 아쉽게(?) 맛볼 수 있다. 구이를 맛본 후 백합죽이나 벚굴죽을 더하면 든든하다. 구이 뿐 아니라 생굴, 전으로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벚굴을 맛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생태계 변화로 수확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구이는 5kg에 4만원, 벚굴죽 5000원, 백합죽 7000원에 맛볼 수 있다. 생물로 사가는 것은 10kg에 3만원이다. ◆광양 섬진강변 여행 코스 매화마을→돈탁마을→망덕포구→배알도→김시식지 벚굴을 맛보러 떠난 지금은 매화 대신 벚꽃이 반겨줄 테지만 광양은 매화의 나라다. 섬진강줄기를 따라 구름처럼 피어난 매화는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사람들은 또 그걸 보러 몰려든다. 올해는 구제역으로 취소됐지만 매년 3월이면 섬진강변 다압마을에서 광양매화축제가 열려 신나는 봄 잔치가 펼쳐진다. 매화잔치는 돌아오는 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다압마을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은 아름답다. 광양에서 첫손에 꼽는 여행지다. 매화마을에서 섬진강을 따라 남해로 내려가다 만나는 돈탁마을. 벚굴잡이로 이름난 곳이다. 남해에서 가장 떨어진 벚굴 서식지로 씨알이 굵기로 유명하다. 다시 섬진강을 따라 내려가 망덕포구로 가자. 벚굴을 맛보기 전이나 후에 윤동주 시인의 흔적도 느껴보자. 윤동주 시인이 일제의 눈을 피해 이곳에서 작성한 원고가 발견된 정병욱 가옥이 있다. 망덕산 정상에서는 섬진강과 망덕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제법 많이 몰려 있는 음식점들에서 벚굴을 맛볼 수 있다. 가을에는 전어축제도 열린다. 여유가 된다면 망덕산을 마주보고 있는 배알도에도 들러보자. 제철소가 들어오기 전에는 해수욕장이었다. 지금은 수변공원으로 변신했다. 30~40분이면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배알도에서 다시 망덕포구로 돌아가 태인대교를 건너 우리나라에서 김여익에 의해 처음 김 양식이 시작되었다는 김시식지로 향한다. 전시관과 김시식지 유래비가 있다. 섬진강과 광양만이 만나는 지리적 특성으로 예로부터 각종 수산물양식의 최적지로 꼽혔다. ◆광양 내륙 여행 코스 백운산자연휴양림→옥룡사지 동백림→중흥사 광양 내륙 여행은 백운산 자락에서 출발한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호남정맥을 완성하고 섬진강 550리 물길을 갈무리하는 백운산(1218m) 자락에 자리한 백운산자연휴양림. 백운산 산행이 가능할 뿐 아니라 황토길 등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어 웰빙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인터넷 예약 가능. 문의 : 백운산자연휴양림 061-797-2655 http://bwmt.gwangyang.go.kr/kr/ 다음은 옥룡사지 동백림. 옥룡사는 신라 말 도선국사가 35년간 머물다 입적했다는 곳이다. 당시 도선국사가 땅의 기운을 북돋기 위해 동백나무를 심었다 전해진다. 절은 1878년 화재로 사라졌으나 동백만은 100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봄의 끝자락을 전하는 동백의 붉은 꽃으로 매화를 못 본 아쉬움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 가까이 자리한 중흥사에도 들러보자. * 문의 : 광양시청 문화홍보담당관실 061-797-2721 1.주변 음식점 광양 진월면 망덕포구의 광양횟집(061-772-2005), 하나로횟집(061-772-3637), 망덕횟집(061-772-2043) 등에서 벚굴을 맛볼 수 있다. 구이 뿐 아니라 회나 찜, 전으로도 요리해 먹는다. 광양의 또 다른 별미 '광양불고기'도 빼놓을 수 없다. 광양읍사무소 인근에 자리한 금목서(061-761-3300)를 많이 찾는다. 2.숙소 여행코스에 따라 숙소를 정해야 한다. 백운산 자락에 머물 계획이라면 백운산 자연휴양림(061-763-8615) 이 괜찮다. http://bwmt.gwangyang.go.kr/bmt/ 산막, 오토캠프장 등의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섬진강변에 머물고 싶다면 다압리의 민박집을 이용하면 된다.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 msommer@naver.com ※ 위 정보는 2019년 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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