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살아보기 여행’은 <대한민국구석구석×스테이폴리오> 이벤트를 통해 특별한 휴가를 선물 받은 여행자 6팀의 이야기입니다. 아빠와 아들의 투박한 여행기부터 깨 볶는 신혼부부의 감성여행기까지, 매주 소소하지만 특별한 여행기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일주일 동안 내가 만난 풍경들 Epilogue 보기 ▶ “여보, 우리 군산 가자!” 내 들뜬 목소리에 남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국관광공사의 ‘일주일 살아보기 여행’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의 볼을 꼬집어보며 꿈이 아님을 확인했다. 마음을 가라앉힌 후 어떤 여행을 할지 생각했다. 정해진 것은 숙소뿐이다. 나는 여행 계획을 엑셀에 상세히 입력해놓는 습관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이번에는 다른 여행을 하고 싶었다. 느리게, 발길 닿는 대로 다니겠노라 마음먹었다. 정해진 것이 없을 때 우리가 어떤 여행을 하게 될지 궁금했다. 1일차, 선물 같은 하루 9월 3일 월요일 아침, 뻥 뚫린 도로를 2시간 30분 정도 달려 군산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데 왜 자주 오지 못했을까? 여행 시작도 전에 후회가 밀려왔다. 지린성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고추 짜장으로 유명한 중국집이다. 우리는 고추 짜장과 일반 짬뽕을 시켜 나누어 먹었다. 짜장 소스에 들어간 고추 때문에 입술이 얼얼했지만 감당할 정도는 되었다. 매운 것을 못 먹는 사람들은 짜장 소스를 반쯤 덜어내고 먹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여행 내내 속이 쓰릴 테니. 다호 사장님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여행 직전에 군산의 관광 코스와 맛집 목록을 문자로 전송해 주셨던 분이다. 사장님은 우리에게 컵, 잡지, 책, 직접 제작한 화투를 선물해주셨다. 앞으로의 일주일이 더욱 기대되었다. 2일차, 개항장에 잠든 아픈 역사 밤새 쏟아지던 폭우가 그치고 아침엔 맑은 햇살이 비쳤다. 한시라도 빨리 나가고 싶어졌다. 조식으로 제공되는 우유식빵을 먹고 숙소를 나섰다. 군산근대건축관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외관이 독특하다 싶었는데 일본이 식민 지배를 위해 운영한 금융시설인 조선은행이었다. 지금은 일제 강점기의 화폐, 유물과 근대건물 평면도, 모형 등을 전시하고 있다. ‘건물 덕후’ 남편은 물 만났다. 조감도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가며 꼼꼼하게 관찰했다. 5분이나 서 있길래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나 다리아파.” 군산근대건축관을 나와 300m 앞에 있는 진포해양테마공원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월남전에 투입되었던 위봉함을 비롯해 퇴역한 육․해․공군 장비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위봉함 내부는 과거 해군함으로 쓰일 당시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 함선이 현역으로 광활한 바다를 누비는 모습을 상상했다. 이번에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 들어갔다. 해상물류유통의 중심지였던 군산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곳이다. 군산 시민들이 기증한 유서 깊은 물건들이 많이 보였다. 수탈의 아픈 역사를 후대에 전달하려는 박물관의 노력이 돋보였다. 모든 전시물들이 우리의 역사를 잊지 말자고 말하는 듯 했다. 한우 떡갈비와 곰국으로 점심을 먹은 후 20분 정도 걸어 히로쓰 가옥으로 갔다. 히로쓰 가옥이 위치한 신흥동 일대는 일제강점기 시절 군산의 부유층이 밀집해 살던 지역이다. 히로쓰 가옥은 포목점을 운영하던 일본인이 지은 2층 목조 주택이다. 일본식 정원은 깨끗하지만 텅 빈 느낌이었다. 휴무일이라 바깥에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후 오후 7시, 흑백사진관 예약 시간에 맞춰 나왔다. 군산에서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사장님은 카메라 앞에서 어색해진 우리 부부를 위해 친숙하게 말을 건네며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촬영한 사진 중 두 장을 골랐다. 결혼 1년 7개월 만에 사진관에서 처음 찍는 부부 사진이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웃음이 나왔다. 3일차, 먼저 떠난 여행 짝꿍 남편 회사 일이 여행 직전 갑자기 바빠져 전체 일정을 함께 할 수 없게 되었다. 오늘 돌아가야 하는 남편을 대신해 엄마가 오시기로 했다. 엄마는 오후 1시 무렵 군산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엄마를 모시고 비응항의 한 횟집으로 갔다. 남편이 코스 요리와 전복죽을 주문했다. 미리 예약하고 갔더니 박대와 전어구이가 서비스로 나왔다. 재료가 신선해 모두가 만족했다. 식사를 마치고 새만금방조제를 지나 선유도로 향했다. 선유도는 20여개 섬으로 이루어진 고군산열도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민박집과 식당이 많아 고군산열도를 여행할 때 거점이 된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지만 최근 고군산 연결도로가 개통되면서 차로 편하게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바닷가에서 골든 리트리버와 산책하는 아저씨를 만났다. 그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선유도 해변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다. 어느덧 남편을 서울로 보낼 시간이다. 군산역에서는 KTX를 탈 수 없기 때문에 익산역까지 가서 SRT를 타기로 했다. 마지막 만찬으로 국수 미는 남자에서 ‘하얀 칼국수’를 먹었다. 다호 사장님이 추천한 맛집이다. 국수가 줄어들수록 남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쉬워하지 마. 다음에 또 오자.” 4일차, 나보다 젊은 엄마 어느덧 군산에 익숙해졌다. 이성당 앞에서 옥수수를 파는 할머니들의 출퇴근 시간을 알 정도다. 여행 전 남편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지역의 역사와 일상을 알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주일 이상 지내보아야 한다.” 그 의견에 나도 동의했다. 우리는 ‘군산 여행’을 검색했을 때 ‘당일치기’나 ‘1박 2일 코스’가 많이 노출되는 것을 보고 씁쓸해했다. 유명한 관광지 위주로 발자국만 찍는 여행은 얼마나 급하게 지나갈까. 취향이 비슷한 남편과 두 발로 동네 구석구석을 누빌 수 있어 감사하다. 다호 사장님의 배려로 밀린 빨래를 하고 엄마와 함께 다시 시내로 나갔다. 남편과 다녔던 곳들을 엄마와 다시 돌아보았다. 앞서 보고 들은 내용이 있어서인지 그럴듯한 가이드가 되어 줄 수 있었다. 엄마는 군산에 깃든 아픈 역사에 공감하고 아파하셨다. 저녁에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2018 드림페스티벌’을 관람하기로 했다. 판소리와 사물놀이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한산할 것이라는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군산 시민들이 전부 여기 모였나 싶을 정도로 공연은 성황이었다. 사물놀이가 시작되는 시점부터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주최 측에서 나누어 준 우비를 입고 자리를 지켰다. 엄마도 빗속에서 젊은이처럼 신나게 공연을 즐기셨다. 발이 욱신거리고 머리가 지끈거려 돌아가고 싶었지만 엄마를 생각해 힘을 냈다. 밤에 날이 제법 추워져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폭신한 잠자리에 누워 가을비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5일차, 벗어나지 못한 일상 엄마가 목욕탕에 가자며 새벽부터 나를 깨웠다. 목욕을 좋아하는 분이라 여행 중에도 꼭 목욕탕에 가신다.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항도호텔 목욕탕으로 갔다. 목욕탕은 이른 시간에도 북적였다. 동네 할머니들의 사랑방 같았다. 일어나자마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기분이 좋았다. 엄마는 세신까지 받으신 후에야 개운한 표정을 지으셨다. 이성당에서 모닝세트를 시켜 먹고 밥하지마에서 소고기 뭇국을 먹었다. 아침을 두 번 먹은 셈이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익산으로 향했다. 엄마를 서울에 보내드리기 위해서다.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익산에서 SRT를 타고 가기로 했다. 엄마가 떠나고 익산 시내를 잠시 구경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익산과 광주, 전주도 여행하고 싶다. 혼자 남고 보니 미뤄둔 일이 떠올랐다. 나는 웹툰 작가다. 직업 특성상 일정 조정이 자유로워 부담 없이 여행을 떠났지만 작업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군산에 돌아와 카페를 찾았다. 다호는 와이파이가 약하다. 실내에서 노트북을 쓸 만한 공간도 없다. 무화과 케이크와 홍차를 주문한 뒤 작업을 했다. 여행 중에 남긴 사진과 글도 블로그에 정리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6일차,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 아침에 이성당에 갔더니 줄이 길어 깜짝 놀랐다. 다호 현관에 신발이 늘었다. 길에 자동차도 많이 다녔다. 군산의 토요일은 활기가 넘쳤다. 5일 동안 아무 때나 들락거리며 빵을 사다 먹은 것이 호사였구나 싶었다. 아침을 먹은 후 근처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도보여행이나 자동차 여행이 아닌, 버스 여행을 꼭 해보고 싶었다. 나는 버스 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그 동네만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창밖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기도 한다. 오늘은 버스를 타고 카페 투어를 해볼 생각이다. 첫 목적지는 지곡동 카페 스테이블이다. 전날 아침 겸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11시 30분 예약을 해 두었다. 전광판을 보니 내가 타야 할 버스는 18분 후 도착이다. 이건 양반이다. 30분, 40분, 1시간 후에 도착하는 버스도 있었다. 예상보다 운행 간격이 길어 늦을 뻔 했지만 무사히 스테이블에 도착했다. 볼로네제 파스타를 먹고 후식으로 커피와 우유크림이 올라간 치즈케이크를 주문했다. 인심 좋은 사장님은 먹음직스러운 과일과 직접 담근 복숭아청 에이드를 서비스로 주셨다. 혼자 온 손님을 홀대하지 않는 마음 씀씀이가 참 감사했다. 두 번째 카페는 수제케이크로 유명한 아카루이다. 카페라떼와 우유크림 케이크를 맛보았다. 부드러운 식감과 부담 없는 단맛이 인상적이다. 분명히 배가 불렀는데 어느새 빈 접시만 남았다. 이곳에서 오후 6시까지 웹툰 작업을 했다. 다호에 돌아가기 위해 지도앱이 알려준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30분 넘게 버스가 한 대도 오지 않았다. 지나가는 택시도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정류소에 기재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 노선안내를 부탁했지만 직원도 모르는 눈치였다. 인내심이 바닥나 발을 동동 구르던 그 순간, 멀리서 택시 한 대가 나타났다. “택시! 택시!” 기사님은 놀란 나에게 군산 버스가 서울만큼 잘 돼 있지 않다고 말씀해주셨다. 다호에서 간단히 짐 정리를 했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나기 위함이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아 고속도로가 꽉 막혔다는 소식을 엄마로부터 전해 들었다. 정리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나무 천장을 바라보았다. 자연스럽게 즐거웠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일주일 동안 참 행복했다. 다호 고객 담당 매니저는 물심양면 우리를 챙겨주었다. 새로운 정보와 여행 코스도 많이 알려주었다. 받은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별을 앞두고 매니저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그는 군산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7일차, 다시 일상 아침 7시에 눈을 번쩍 떴다. 아쉬움 때문인지 운전 걱정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일주일 간 부쩍 늘어난 짐을 차에 싣고 체크아웃을 했다. 정든 숙소와 헤어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서울로 가기 전 밥하지마의 소고기 뭇국이 생각나 다시 들렀다. 주말 아침부터 식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소고기 뭇국을 주문하려다 된장국으로 마음을 바꿨다. 사장님 시댁에서 직접 담근 된장을 쓴다고 했다. 윤기 흐르는 솥밥과 된장국 모두 일품이었다. 다음에 군산에 오게 되면 꼭 다시 올 것 같다. 군산에 오던 날처럼 2시간 30분을 달려 무사히 서울에 도착했다. 일주일 동안 서울 바람이 많이 차가워진 것을 느꼈다. 집에서 남편을 만난 순간, 일주일 여행의 막이 내렸다. 꿈같다. 좋은 이벤트에 당첨되어 한 도시에서 일주일 동안 살아볼 수 있었다. 우리만의 방식대로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재충전을 하고 마음의 여유도 얻었다. 나는 당차게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멋진 도시 군산, 언젠가 또 다시 만날 수 있길! 후기제공 : <대한민국구석구석×스테이폴리오> ‘일주일 살아보기 여행’ 이벤트 체험 선정자 한유진 님의 전북특별자치도 군산, 다호에서 2018.09.03 ~ 2018.09.09 일주일 간 머무르며 여행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위 정보는 2019년 9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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