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오이~ 휘오이~' 바다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묻어온다. 바다를 콘서트홀 무대 삼아 울려 퍼지는 해녀들의 합창 소리. 오묘한 그 '숨비소리'에 수십 년을 바다와 동고동락해온 그녀들의 삶의 이야기가 배어나온다. 숨비소리. 해녀들이 물질을 할 때 내는 독특한 숨소리를 숨비소리라고 한다. 아무런 장비 없이 오랫동안 잠수를 해야 하는 해녀들에게 숨비소리는 생명의 소리나 마찬가지다. 물 밖에서 몸속 가득 쌓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위해 가쁘게 내뿜는 숨결마다 '휘오이~ 휘오이~' 휘파람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해녀들은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2~3분가량을 수심 10~20m 속까지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해온다. 제주도 해안 어디에서나 해녀들을 볼 수 있지만, 먼 거리에서 숨비소리를 구분해 듣기란 쉽지 않다.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성산일출봉을 찾아가보자. 성산일출봉 절벽 아래 해안에서 매일 두 차례 '해녀 물질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이라고는 하지만 특별히 무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용이 풍성한 것도 아니다. 해녀들이 전통 고깃배인 테우를 타고 나가면서 부르던 구전 민요를 잠깐 들려준 후 일출봉 앞바다로 물질을 나서는 게 전부지만, 제주 해녀들과의 만남 자체가 왠지 모를 설렘을 갖게 한다. “해녀 물질 공연이 곧 시작됩니다.” 공연 5분 전,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자 사람들이 해안으로 통하는 계단을 따라 하나 둘씩 내려가기 시작한다. 곧이어 등장하는 해녀들. 사회자가 한 사람씩 소개할 때마다 관람객 사이에서 탄성과 박수가 흘러나온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60여 년 동안 물질을 해오고 있다는 해녀들이 그저 대단할 따름이다. 소개가 끝나자 노와 테왁을 앞뒤로 흔들며 “이어도 사나, 어이어이~” 하며 노래를 부르는 해녀들. 노래 속에는 어렵고 힘든 물질을 계속해온 해녀들의 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있다. 이어도 사나, 어이어이~ 이어도 사나, 어이어이~ 약 5분간의 짧은 공연을 마치고 바다로 들어갈 채비를 하자, 해녀들이 입수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저마다 분주해진다. 제주도 해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데 이 순간도 언젠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지 모를 일이다. 머리부터 입수해 두 발을 허공으로 휘젓다 어느덧 물속으로 사라져버리는 그들. 해녀들을 삼킨 바다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금세 잠잠해진다. 이제나 나올까, 저제나 나올까. 갑자기 저 멀리 한 해녀가 뭔가를 번쩍 들어 올리며 소리친다. 저건, 문어? 갑자기 박수와 탄성이 해안에 가득 울려 퍼진다. 그 소리는 제주 해녀 모두에게 바치는 찬사이다. 성산일출봉 해녀 물질 공연은 매일 오후 1시 반, 3시 두 차례씩 열린다. 제주 해녀에 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면 해녀박물관을 찾으면 된다. 성산일출봉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해녀박물관은 제주만의 독특한 해녀와 어촌, 해양문화를 전시해놓은 공간이다. 박물관이 있는 자리는 일제강점기 제주 해녀들의 항일운동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박물관 관람 전에 먼저 영상실을 둘러보면 좋다. ‘해녀, 제주를 지켜온 정신’이라는 주제로 짧은 영상물을 상영하는데, 제주 해녀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1층 전시관은 ‘해녀의 삶’을 테마로 꾸몄다. 전시관 가운데 해녀의 집이 실물 그대로 재현되어 있으며, 그 둘레를 따라 영등할망신화, 제주 세시풍속, 의식주 생활 코너가 전시되어 있다. 제주 구좌읍 세화리에 있던 실제 해녀의 집을 원형 그대로 복원한 ‘해녀의 집’은 돌, 흙, 나무, 띠를 이용해 지은 전통 초가로 제법 볼 만하다. 가지런히 정돈된 모습이 지금도 해녀가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벽에 걸린 테왁이며 장독에 놓인 물허벅 등 갖가지 생활 소품마다 자세하게 설명을 붙여놓아 관람하기도 편하다. 2층 전시관은 ‘해녀의 일터’라는 주제로 여러 가지 어구나 물질에 쓰이는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물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녀들이 물질을 할 때 입는 해녀복이다. 지금은 고무로 만든 잠수복을 입고 물질을 하지만, 예전에는 짧은 소매 웃옷에 반바지와 같은 차림인 소중기를 입었다. 뱃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모습을 재현한 디오라마와 실물 크기로 재현해놓은 불턱도 관심을 끈다. 불턱은 해녀들이 물질할 때 옷을 갈아입거나 쉬어 가던 공간이자 서로 모여 정보를 나누고 회의도 하던 그녀들만의 커뮤니티 공간이다. 지금은 마을마다 해녀 탈의실이 있어 예전만큼 불턱을 이용하는 이들이 적지만, 해안을 지나다 보면 아직도 간간이 사용되고 있는 불턱을 볼 수 있다. 2층 전시관에서 다시 1층으로 내려오면서 만나게 되는 테우는 제주의 전통 고기잡이 배이다. 해녀들은 테우를 이용해 먼 바다까지 물질을 나가기도 했다. 뗏목을 연상시키는 테우는 지금은 고기잡이에 많이 이용되지 않고 쇠소깍 등 일부 관광지에서 체험해볼 수 있다. 해녀박물관에는 1997년 제주에서 일본 나가사키까지 한·일 고대 뱃길 탐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천년 2호가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관람만으로 아쉽다면 해녀 체험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해녀박물관에서 해녀 물질 체험을 진행한다. 물질 체험에 나서기 전 해녀복을 입은 참가자들이 서로 맵시를 뽐내며 기념사진 찍기에 한창이다. 몸에 딱 달라붙은 해녀복이 어색한지 남자 참가자들은 조금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하지만 제주도에 해남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조금 더 당당해진다. 물론 해남들은 장비를 착용하고 깊은 바다까지 들어가 채취를 하는 게 다르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해녀들과 함께 물질에 나서서 수경을 통해 본 제주 앞바다는 그야말로 딴 세상이다. 살아있는 산호들과 노랑색 돌돔, 복어, 쥐치 등 바닷속 세상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녀들의 설명에 따라 소라 등을 채취하는 체험도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무엇을 채취하느냐는 그날 바다 사정에 따라 복불복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결과물이 시원찮더라도 너무 서운해하지 말도록. 대신 물질 체험 후에는 불턱에서 소라 구워먹기 체험도 참가할 수 있다. 해녀 물질 체험은 하도리 동동 체험마을에서 매주 금․토․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며 참가비는 없다. 이 기간에는 물질 체험 말고도 작은 낚싯배인 풍선 낚시 체험과 함께 매주 토․일요일 오후 3시, 4시 해녀 노래 공연도 펼쳐진다. 체험 행사에 참가하려면 사전에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체험 행사 기간을 놓쳤다고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체험 행사가 끝난 후에도 해녀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법환어촌계에서 운영하는 해녀체험센터(064-739-1232)에서는 해녀 체험을 상설 운영한다. 성산일출봉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일출로 284-12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요금 : 어른 2,000원, 청소년·어린이 1,000원 -문의 : 064-710-7923 해녀박물관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3204-1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매월 첫째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 어른 1,100원, 청소년 500원 -문의 : 064-782-9898 www.haenyeo.go.kr 주변 음식점 -시흥해녀의집 : 조개죽 / 서귀포시 성산읍 / 064-782-9230 -동남광양해장국 : 해장국 / 서귀포시 성산읍 / 064-784-5840 -제주칼국수 : 칼국수 / 서귀포시 성산읍 / 064-783-2929 -순덕이네 : 해물탕, 전복죽 / 제주시 구좌읍 / 064-784-0073 숙소 -휘닉스아일랜드 : 서귀포시 성산읍 / 064-731-7000 www.phoenixisland.co.kr -루마인펜션 : 제주시 구좌읍 / 064-782-5239 -제주아이비호텔 : 제주시 노형동 / 064-711-8500 글, 사진 : 정은주(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8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