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쌀이 등장한 시기는 약 4000년 전이다. 한국인은 주식인 쌀로 죽이나 떡을 해 먹었다. 솥을 비롯한 도구와 도정 기술 등의 발달로 밥을 지어다가 먹은 것으로 보인다. 볍씨 고르기에서 탈곡까지 사람 손이 88번 간다는 귀중한 곡식. 요즘은 먹거리가 넘쳐나고 종류도 다양해서 쌀 소비량이 줄었지만, 1970년대 이후 대량생산 되기 전에는 쌀밥을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대다수 서민의 소원이었다.현재 전국적인 쌀 생산량을 보면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이천시는 조금 다르다. 2010년 이후 해마다 생산량이 늘고 있다. 이천시청 농정팀 관계자는 “이천 쌀의 인기가 높아 판로가 확장되었고, 농민들도 생산량 증대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논이 많지 않던 한반도 북쪽 지방에서는 쌀밥을 임금과 이씨 왕족이나 먹을 수 있다고 ‘이밥’이라 부르기도 했다. 쌀밥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서 그랬을까? 조상들은 오뉴월 어떤 나무에 흰 꽃이 피는 모습을 보고 쌀밥이 연상된다고 해서 ‘이팝나무’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흰쌀밥에 고깃국’은 하루 세끼 먹기도 어려운 5060 세대에게 꿈같은 이야기였다. 요즘 너무나 손쉽게 접하고 있는 패스트푸드에 지친 우리는 그 쌀밥을 맛보러 이천으로 간다. 설봉공원과 가까운 기치미고개부터 광주시와 경계를 이루는 북쪽의 넋고개(혹은 넓고개)까지 3번 국도를 따라 이천 쌀밥집이 띄엄띄엄 들어섰다. 이천쌀밥집, 임금님쌀밥집, 옛날쌀밥집, 나랏님이천쌀밥, 정일품 등은 주말이나 공휴일 점심·저녁 시간이면 각지에서 몰려든 고객으로 붐빈다. 이들 식당에서는 흑미나 잡곡, 밤, 은행 등을 넣지 않고 오직 쌀로 밥을 짓는다. 주문을 받자마자 지어낸 쌀밥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고소하고 달콤한 향이 난다. 한 숟가락 떠서 입안에 넣으면 촉촉한 기운이 고루 퍼진다. 밥알을 씹으면 단맛이 돌고 침이 가득 고이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다른 지방에서는 보리밥이나 영양밥, 흑미밥 등도 좋은 평가를 받지만, 이천에 오는 여행객들은 하나같이 쌀밥을 찾는다. “다른 곡물로 지은 밥은 어느 곳에서나 먹을 수 있지만, 빛깔이 희다 못해 푸른 기가 돌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은 이천에 와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게 손님들의 주장이라고 식당 주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맛있는 밥은 잘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쌀이 좋아야 한다. 이천 쌀은 좋은 쌀의 기준을 제대로 갖추었다. 이천 쌀의 우수성은 이천 지역 전래 민요에서 드러난다. ‘방아타령’과 ‘자진방아타령’에 보면 ‘여주 이천 자채방아’ ‘금상따래기 자채방아’라는 말이 나온다. 금상따래기는 진상미(進上米)를 재배하는 논이라는 뜻이다. 이천 쌀이 진상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자채쌀이란 ‘이천 지역에서 재배된 양질의 올벼에서 거둬들인 쌀’, 자채방아는 자채벼를 쌀로 만들기 위해 찧는 방아를 말한다. 이천 쌀의 우수성은 기상 조건에서도 드러난다. 일조시간과 일조량이 많고, 벼가 익는 시기에 기온차가 커서 좋은 쌀 생산에 유리하다고 한다. 쌀의 품질을 좌우하는 결정적 시기는 이삭이 맺혀서 수확하는 날까지 두 달 정도. 이천은 이 시기에 다른 지방보다 비가 덜 내리고, 찰흙과 모래가 적당히 혼합된 토양에는 양분이 풍부하다. 질소가 많은 지표수 대신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 무기 성분이 많은 지하수를 농사에 이용하는 점도 이천 쌀의 품질을 높여준다. 그 결과 이천 쌀은 옥타코사놀이 풍부해서 스태미나를 향상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주며, 지구력과 순발력의 에너지원으로 작용하는 데 효과가 높다. 이천시는 1995년 전국 최초로 이천에서 생산되는 쌀에 ‘임금님표’라는 상표를 붙였는데, 이런 노력 역시 이천 쌀밥의 명성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임금님표 이천 쌀을 이용해서 지은 밥을 누가 언제부터 상품화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현지 식당 주인들의 추정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에 이천 쌀밥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 승용차 포니가 개발된 후 마이카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이 부쩍 늘었고,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먼 길도 마다치 않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나들이가 유행했다. 이천에 쌀밥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여행객이 많아지자, 식당도 하나둘 늘어났다. 강원도나 경상도로 떠난 사람들은 영동고속도로가 막히면 대개 문막이나 여주 IC로 빠져 이천시를 관통하는 3번 국도로 귀경했는데, 이때 이천 쌀밥을 파는 식당을 많이 이용한 것도 이천 쌀밥집의 명성을 굳혀준 요인이 됐다. 도자기를 사러 오거나 골프장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쇼핑을 마치고, 운동을 끝내고 돌아갈 때면 대부분 밥맛이 좋고 상차림이 푸짐한 이천 쌀밥집을 지나치지 못했다. 초기의 상차림은 쌀밥 한 그릇에 나물 예닐곱 가지가 전부였으나, 식당들이 경쟁하면서 요리와 반찬 가짓수가 늘었다. 모 식당에서 내놓는 청자정식은 단호박죽, 장어구이, 갈치조림, 구절판, 갈비찜, 간장게장, 삼합, 홍어회무침, 도토리묵, 삼색전, 잡채 등이 김치, 나물 등 다른 밑반찬과 어울려 상에 오른다. 쌀의 고장이니 해마다 가을이면 쌀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올해는 설봉공원에서 10월 16일부터 10월 20일까지 닷새 동안 축제를 펼친다. 쌀밥 명인전, 농촌 체험, 용 줄다리기, 마당극, 대동놀이, 이천 쌀 해원상생굿, 진상 마차, 이천 거북놀이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 이천 쌀밥을 맛보기 전후 온 가족이 찾아가면 좋은 여행지는 설봉공원이다. 둘레가 약 1km 되는 설봉호수를 중심으로 주변에 설봉국제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산책하기 좋다. 호수 뒤쪽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는 한국화의 거장 월전 장우성 화백의 삶과 예술혼을 만날 수 있다. 월전 선생은 김유신, 강감찬, 이순신, 정약용, 정몽주, 문익점, 사명대사 등 위인들의 영정을 남겼다. 설봉호수 뒤편에 조성된 이천세라피아에서 2019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9월 27일~11월 24일)가 열릴 예정이다. 도자 조형예술 테마파크로 꾸며진 이곳은 구미호를 한 바퀴 돌며 각종 도자 조형물을 감상하기에 좋다. 산책로는 이천시립박물관으로 이어진다. 이천의 지명 유래와 고지도 속 이천 등의 자료로 꾸며진 역사 문화실, 청자에서 분청사기를 거쳐 백자까지 도자 변천사를 알려주는 도자 문화실을 골고루 관람하면 어느새 이천시민이 된 듯하다. <당일 여행 코스> 산수유마을(반룡송, 육괴정, 영원사)→이천시립월전미술관→이천세라피아→이천시립박물관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설봉공원 산책→이천시립월전미술관→이천세라피아→이천시립박물관 둘째 날 / 산수유마을(반룡송, 육괴정, 영원사)→온천 즐기기(호텔미란다)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이천문화관광 http://tour.icheon.go.kr - 이천시립박물관 www.icheon.go.kr/site/museum/main.do - 이천시립월전미술관 www.iwoljeon.org ○ 문의 전화 - 이천관광안내소(설봉공원 내) 031-634-6770 - 이천시청 문화관광과 031-645-3671 - 이천시립박물관 031-635-8500 - 이천시립월전미술관 031-637-0033 - 테르메덴 031-645-2000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이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20분 간격(06:00~22:30) 운행, 약 1시간 소요. 인천-이천, 인천종합버스터미널에서 50~1시간30분 간격(06:30~20:20) 운행, 약 1시간 30분 소요. 수원-이천, 수원시외버스터미널에서 30분 간격(06:30~21:00) 운행, 약 1시간 소요. *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www.exterminal.co.kr 인천종합버스터미널 1666-7114, www.intis.or.kr 수원버스터미널 1688-5455, www.buspia.co.kr/terminal/suwon/main.php ○ 자가운전 정보 - 중부고속도로 서이천 IC→서이천삼거리→사음동삼거리→신둔면사무소 혹은 설봉공원 - 영동고속도로 이천 IC→3번 국도→설봉공원 입구→다산고등학교 앞→이천도예촌→신둔면사무소 ○ 숙박 정보 - 이즈호텔 : 이천시 이섭대천로, 031-637-8611 - 호텔미란다 이천 : 이천시 중리천로115번길, 031-639-5000, www.mirandahotel.com - 로뎀펜션하우스 : 장호원읍 이풍로107번길, 031-642-4525, www.2000pension.com - 우리산장 : 마장면 지산로, 031-638-4279 - 도예공방들꽃마을 : 신둔면 석동로, 031-631-6832, www.2000ceramic.com ○ 식당 정보 - 이천쌀밥집 : 이천 쌀밥, 신둔면 원적로89번길, 031-634-4813 - 임금님쌀밥집 : 이천 쌀밥, 신둔면 경충대로, 031-632-3646 - 옛날쌀밥집 : 이천 쌀밥, 이천시 경충대로, 031-633-3010 - 나랏님이천쌀밥 : 이천 쌀밥, 이천시 경충대로, 031-636-9900 - 정일품 : 이천 쌀밥, 이천시 경충대로, 031-631-1188 - 점봉산산채마을 : 쌈밥, 이천시 경충대로, 031-638-0811 - 이천쌀초밥 : 모둠초밥, 이천시 경충대로2996번길, 031-637-7778 - 지산가든 : 소금구이, 마장면 지산로, 031-638-8626 - 마장들밥 : 청국장, 마장면 지산로22번길, 031-637-6040 ○ 축제와 행사 정보 - 이천쌀문화축제 : 2019년 10월 16일~10월 20일, 설봉공원 축제행사장, www.ricefestival.or.kr ○ 주변 볼거리 돼지박물관, 부래미마을, 자채방아마을, 도니울명품쌀마을, 단드레한과, 스파플러스, 지산포레스트리조트, 성호호수, 안흥지 애련정, 이천 설봉산성, 어재연장군생가, 이평리석불입상, 이천 신대리 백송, 이천 도립리 반룡송 -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의 모든 콘텐츠(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