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과 내린천’이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인제. 이곳에 귀한 것이 문화적 자원이다. 박인환문학관과 산촌박물관은 이런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워준다. 두 곳은 현대적 스타일의 건축물과 조경이 아름다워 그 자체가 훌륭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 주민들에게는 문화가 살아 쉼 쉬는 휴식처로, 관광객들에게는 풍요로운 문화자원으로 자리매김한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해방전후의 격동기에 모더니즘 시인으로 활동한 박인환(1926~1956)은 가수 박인희로 기억된다. 널리 알려진 ‘세월이 가면’은 박인환의 동명 시에 곡을 붙였다. 서른 살에 심장마비로 요절한 박인환의 절절한 시와 박인희의 맑은 목소리는 인간이 지닌 운명과 숙명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박인환의 대표작 ‘목마와 숙녀’는 감성적인 음악을 곁들인 박인희의 청아한 낭송이 있었기에 더욱 울림이 컸다. 박인환문학관 앞마당에서는 잘 생긴 박인환의 동상이 눈에 들어온다. 박인환의 젊은 시절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코트를 입은 시인은 바람에 넥타이가 날리며 만년필을 꼭 쥐고 시상을 떠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감 넘친다. 이 작품의 제목은 ‘시인의 품’으로 2011년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이원경 작가가 만들었다. 제목처럼 시인의 품에 안길 수 있고, 그 품에 앉으면 시인의 대표작인 ‘목마와 숙녀’가 낭송된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시를 가만 듣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짠해진다. 동상 앞에는 귀여운 목마가 서 있다. 역시 공공미술작품으로 제목은 ‘책 읽는 목마’다. 목마 내부를 작은 도서관으로 꾸며 아이들이 좋아한다. 박인환 시인의 생가터(인제읍 상동리 415-1 번지)에 조성한 박인환문학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건축면적 640㎡로 주요공간으로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등으로 꾸몄다. 문학관 안으로 들어서면, 박인환이 활동했던 해방전후의 종로와 명동거리가 펼쳐진다. 가장 먼저 나오는 ‘마리서사’는 박인환이 스무 살 무렵 종로에 세운 서점이다. 박인환은 1926년 8월 15일 소양강 상류에 위치한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상동리 159번지의 강촌 마을에서 4남 2녀 중 맏아들로 태어났다. 11세에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이주해 경기중학교에 다녔다. 18세에 부모님의 뜻에 따라 평양의학전문학교에 입학했지만, 이듬해 자퇴한다. 그리고 19세에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 지금의 종로 낙원동에 서점을 열었다. 마리서사라는 이름은 프랑스 출신 화가이자 시인인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과 책방을 뜻하는 서사(書舍)를 합친 것이다. 마리서사는 구하기 힘든 외국 문인들의 작품과 문예지, 화첩 등이 잘 갖추어져, 김광균·김기림·정지용 등의 문인들이 찾아왔다. 마리서사는 문인들의 사랑방으로 한국 모더니즘 시운동이 일어난 발상지였다.
마리서사 옆에는 선술집 ‘유명옥’이 있다. 이곳은 김수영 시인의 모친이 충무로에 낸 빈대떡집이다. 여기서 김수영, 박인환, 김경린, 김병욱 등이 모여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출발과 후기 모더니즘의 발전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그 결과는 동인지 ‘신시론’ 제1집으로 나타난다. 유명옥 맞은편의 ‘봉선화 다방’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다방은 고전음악을 듣는 곳으로 8·15광복이 되자, 명동에서 가장 먼저 개업했다. 문인과 예술가들은 이곳에서 시낭송의 밤, 출판기념회, 전시회 등을 열었다. 그밖에 ‘모나리자 다방’, ‘동방싸롱’, ‘포엠’ 등 박인환이 꿈을 키웠던 역사적 명소들을 재현해 당대 시인을 활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다. 2층 전시실은 인제의 과거를 볼 수 있는 흑백 사진으로 꾸몄다. 박인환의 고향인 상동리의 모습도 보인다. 설악산에 눈이 쌓이고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옛 인제 사람들의 생활이 정겹게 느껴진다. 이 전시장은 ‘한계령 전국사진전 전시’ 등 인제의 문화를 알리는 공간으로 널리 활용된다. 박인환문학관 뒤편으로 산촌민속박물관을 거쳐 인제사랑병원 앞까지 300m쯤 ‘시인 박인환의 거리’가 이어진다. 시인의 시를 읽을 수 있는 공공미술작품들로 꾸며졌고, 거리 끝에는 상징적인 조형물이 서 있다. 그곳에는 시인의 대표작 ‘목마와 숙녀’와 술주전자를 앞에 둔 박인환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박인환문학관 왼쪽에 자리한 2층 건물이 인제산촌민속박물관이다. 국내 최초의 산촌민속전문 박물관으로 사라져가는 인제군의 민속 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존, 전시하기 위해 2003년 10월에 개관했다. 1960년대 산촌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모형과 실물, 영상 등을 통해 전시하며 각종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산촌문화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산촌민속박물관은 2013년 강원도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한민국 교과서 속 으뜸명소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물관의 전시는 크게 ‘산촌사람들의 삶과 믿음의 세계’와 ‘산촌사람들의 애환과 여유’로 나눌 수 있다. ‘산촌사람들의 삶과 믿음의 세계’는 계절 변화에 따른 산촌의 세시풍속과 생업관행, 마을신앙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산촌사람들의 애환과 여유’는 올챙이국수, 막국수, 옹심이 등의 음식과 민속놀이 등을 전시한다. 특히 막국수를 뽑는 모형은 실감 나서 ‘쩝~’ 입맛이 다셔진다. 아이들이 간단하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은 돌무더기에 금줄이 쳐 있는 ‘산지당’이다. 산지당은 산신을 모시는 인제 지방의 토속신앙을 엿볼 수 있다. 아이들은 소원을 적은 쪽지를 적어 금줄에 걸어놓으면 소원을 빌어보기도 한다. 또 전시실 한쪽에는 다듬이와 맷돌을 직접 만지며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박인환문학관 주소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156번길 문의 : 033-462-2086 산촌민속박물관 주소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156번길 문의 : 033-462-2086 기타정보 강원도 인제군 홈페이지 http://www.inje.go.kr/ 1.주변 음식점 남북면옥 : 막국수, 수육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178번길 24 / 033-461-2219 마루가든 : 산채정식, 불고기정식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비봉로 31-3 / 033-461-3223 2.숙소 하추자연휴양림 : 강원 인제군 인제읍 하추로 686 / 033-461-0056 http://hachu.foresttrip.go.kr/ 하늘내린호텔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비봉로 43 하늘내린호텔 / 033-463-5700 파인밸리 : 강원도 인제군 북면 백담로 124 / 033-462-8955 글, 사진 : 진우석(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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