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경산의 도심과 들녘에는 서로 다른 시간이 나란히 흐릅니다. 고대 지배층의 무덤이 늘어선 구릉에서 시작해 은은한 연꽃 물결이 일렁이는 저수지를 따라 걷고 한장군의 전설과 단오의 전통을 품은 깊은 숲에 다다릅니다. 땅에 묻힌 역사와 오늘의 일상, 세대를 이어 온 공동체의 기억이 한데 어우러진 경산의 숨은 매력을 만나는 여행입니다. 🏺 땅과 물, 숲에 새겨진 경산의 시간 🏺 -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 압독국과 신라 지방 세력의 흔적이 남은 구릉지 고분군 - 남매지: 빼어난 연꽃 단지와 음악분수가 일렁이는 도심 속 수변 산책길 - 자인계정숲(경산 자인의 계정숲): 한장군 설화의 전통과 평지 활엽수림이 어우러진 오래된 숲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은 영남대학교 북쪽의 나지막한 구릉을 따라 펼쳐진 삼한~삼국 시대의 무덤군입니다. 탐방로를 따라 오르면 푸른 잔디 언덕이 고즈넉하게 반깁니다. 둥글게 솟아오른 봉분 너머로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가 겹쳐 보이는데 고대 유적과 현대 도시가 어우러진 경산만의 독특한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일대는 옛 경산 땅에 터를 잡았던 소국 '압독국’의 중심지였습니다. 문헌에 따르면 압독국은 2세기 무렵 신라에 편입되었으나 지역 지배층은 이후에도 상당한 권위와 세력을 이어갔습니다. 4세기에서 6세기 사이에 조성된 임당동과 조영동의 대형 고분들은 바로 압독국의 전통을 계승한 지배층의 무덤입니다. 능선을 따라 대형 고분이 웅장하게 들어서 있고 경사면에는 비교적 작은 무덤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암반을 파내어 나무 덧널을 설치한 구조를 중심으로 돌무지덧널무덤, 굴식돌방무덤, 독무덤 등 다채로운 무덤 양식이 확인되었습니다. 규모가 큰 무덤은 시신을 모신 으뜸덧널과 부장품을 보관하는 딸린덧널을 함께 갖춘 점이 눈에 띕니다. 세대를 거쳐 기존 봉분에 새 무덤을 잇대어 조성해 두 봉분이 표주박처럼 연결되거나 여러 봉우리가 하나의 작은 산맥처럼 이어지는 독특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이 일대 고분군에서는 금동관과 관모 장식, 화려한 금귀걸이와 은제 허리띠, 금동 신발, 장식 큰칼부터 다양한 토기와 철기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신라 경주의 유물과 닮은 장신구와 무덤 양식은 당시 경산 지배층이 신라 조정과 깊이 교류했음을 증언합니다. 아울러 무덤 내부에서 사람의 인골과 동식물 유체가 잘 보존된 채 발견되어 고대 압독 사람들의 순장 풍습과 식생활, 장례 의식을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습니다. 능선 따라 깔끔하게 정비된 탐방로를 걸으며 언덕 정상에 오르면 둥근 봉분과 노거수, 경산 시가지와 아득한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부드럽게 일렁이는 잔디 언덕은 굳이 거창한 역사를 공부하려 하지 않아도 그저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유유히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는 기분 좋은 휴식을 선물합니다. 현대의 주택가와 대학가가 1,500년 세월의 고분군을 포근히 둘러싼 모습은 유구한 역사 위에 오늘을 일궈낸 경산의 아늑한 시간을 보여줍니다. 인근 '임당유적전시관'으로 발길을 옮기면 출토 유물과 자연 유체를 통해 압독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해 볼 수 있습니다. 야외 언덕에서 봉분의 스케일과 구릉의 운치를 감상한 뒤 전시관을 함께 둘러본다면 푸른 잔디 아래 아늑히 잠들어 있던 고대사의 숨결을 한층 깊이 체감할 수 있습니다.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 - 주소: 경상북도 경산시 둥지로10길 18-3 - 문의: 053-810-5367 경산 도심 한복판, 잔잔하고 널찍한 물빛을 가득 품은 남매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본래 농업용 저수지였던 곳을 아름다운 수변 공원으로 단장하면서 편안한 산책로와 음악분수, 감성적인 연꽃 단지 등을 갖춘 도심 속 휴식처로 재탄생했습니다. 은은한 수면 너머로 정겨운 산자락과 세련된 도심 아파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자연과 도시가 포근히 맞닿은 특별한 풍경을 선사합니다. '남매지'라는 이름 뒤에는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는 애달픈 전설이 숨어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 부모를 잃은 가난한 남매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남긴 빚을 갚으려 오빠가 한양으로 떠난 사이 홀로 남겨진 여동생이 빚쟁이의 핍박을 견디지 못하고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고 합니다. 뒤늦게 돌아와 이를 안 오빠마저 동생의 뒤를 따라 물로 들어갔다는 애절한 사연에서 '남매지'라는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비록 사실로 검증된 역사라기보다는 저수지 이름과 함께 내려온 애련의 설화이지만 호수의 풍경에 묘한 서정성을 더해줍니다. 음악분수 역시 남매지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낮 동안 햇살이 물보라를 부수면 고운 무지개가 피어나고 산들바람에 실려 온 가느다란 물방울이 수면 위로 산산이 부서집니다. 저수지를 빙 두르는 둘레길은 경사가 없어 누구나 가볍게 걷기 좋은 평탄한 길입니다.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가 정갈하게 분리되어 있으며 나무 그늘 아래로 말랑한 우레탄 산책로와 운치 있는 수변 산책로가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봄에는 흐드러진 벚꽃이 환하게 길을 밝히고, 여름에는 싱그러운 녹음 터널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며, 가을에는 물가를 물들이는 단풍이 기분 좋은 운치를 더합니다. 여름날 남매지의 하이라이트는 수면을 은은하게 물들이며 빼곡하게 피어나는 연꽃입니다. 싱그러운 초록 연잎 사이로 고개를 내민 분홍빛과 하얀 연꽃들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다가오고 호숫가의 수양버들은 긴 가지를 늘어뜨려 멋스러운 운치를 더합니다. 자연석이 차곡차곡 쌓인 수변 공간과 연꽃 단지 위 관찰 수상 산책길에 서면 다채로운 수생식물과 생태계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습니다. 남매지 - 주소: 경상북도 경산시 계양동 - 문의: 053-810-5363 '경산 자인의 계정숲'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보기 드물게 평지에 형성된 온대 낙엽 활엽수림입니다. 이팝나무, 느티나무, 굴참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사이좋게 어우러져 자라는 곳으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 경상북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숲 안쪽으로 걸음을 옮길수록 도심의 소음은 점차 멀어지고 차분한 정적만이 감돕니다. 굵직한 나무들 사이로 난 산책로에는 나뭇잎 그림자가 흔들리고 길가에는 예전 고을 수령들의 좋은 정치를 기리는 비석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자인 일대에 흩어져 있던 비석들을 한데 모아두어 푸른 자연 속에서 조선 시대 자인현의 옛 역사까지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숲 안쪽으로 걸음을 더 옮기면 자인 마을의 수호신으로 추앙받는 '한장군'의 묘와 사당 '진충묘'를 만나게 됩니다. 한장군은 실제 기록이 명확한 인물은 아니지만 신라나 고려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속 영웅입니다. 도천산에 숨어들어 주민들을 괴롭히던 왜구를 물리치기 위해 한장군이 누이와 함께 알록달록한 큰 꽃관을 쓰고 춤을 추어 적을 유인한 뒤 지혜롭게 소탕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옵니다. 숲 한쪽에 자리한 커다란 봉분 역시 한장군의 묘로 전해져 내려오는 곳입니다. 한장군 남매가 적을 속이기 위해 췄던 춤은 오늘날 '여원무'와 '한장군놀이'라는 민속놀이로 이어졌습니다. 이 전통을 바탕으로 발전한 '경산자인단오제'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75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해마다 단오 무렵이 되면 고요하던 계정숲은 한장군에게 드리는 제사와 여원무 공연, 화려한 행렬이 펼쳐지는 활기찬 축제의 장으로 변신합니다. 평소 조용하던 야외 공연장도 이때만큼은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풍물패의 신명 나는 장단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앞서 지나온 진충묘로 들어서면, 돌계단을 따라 대문을 지나 기와지붕과 정겨운 흙돌담이 울창한 나무에 싸여 단아하게 서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사라질 뻔한 사당을 광복 후 주민들이 정성껏 옮겨와 지금의 모습으로 가꾸어 놓았습니다. 사당 곁에 남은 산신제단과 제사 공간을 둘러보면 이 숲이 단순히 쉬어가는 산책로를 넘어 마을 사람들의 마음과 신앙을 모아 온 소중한 장소임을 느끼게 됩니다. 진충묘 바로 옆에는 옛 자인현의 동헌이었던 '시중당'이 자리합니다. 시중당은 고을 사또가 나라 업무를 보던 공식 집무실로 가족들이 생활하던 살림집과는 구별되는 공간이었습니다. 조선 인조 때 처음 지어진 뒤 여러 차례 자리를 옮기다 1980년에 지금의 계정숲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운치 있는 기와지붕과 고운 단청이 푸른 나뭇잎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자인계정숲(경산 자인의 계정숲) - 주소: 경상북도 경산시 자인면 계정길 68 - 문의: 053-856-5765 ※ 위 정보는 2026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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