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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한개마을은 600여 년의 역사와 함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처럼 요란스럽거나 북적이지 않아 좋다. 그 중 진사댁은 마을에서 유일하게 고택 체험이 가능한 곳이고, 웰빙 시골밥상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진사댁은 한개마을에서 고즈넉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한개마을에서 가장 아름답고 정감이 넘치는 곳은 마을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진사댁이다. 너른 앞마당과 철따라 고운 꽃이 피고 지는 화단, 우물과 장독대, 어느 하나 정감가지 않는 곳이 없다. 개인적으로 고택의 아름다움을 가늠하는 요소는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느냐'이다. 자연은 사람의 손이 닿거나 인위적인 요소가 더해지면 서서히 망가지지만, 집은 사람의 손길과 온기가 닿아야 제 모습을 당당히 유지하기 때문이다. 진사댁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진사댁에는 팔순의 노부부와 함께 딸 이경민 씨가 머물고 있다. 진사댁의 역사는 조선 정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채의 상량문으로 보아 정조 혹은 철종 때 건립한 가옥으로 추정하며, 건립 당시 안주인이 안동 예안 출신의 진성 이씨여서 예안댁으로 불렸다. 진사댁으로 불린 것은 그 후의 일이다. 이국희가 집을 매입해 들어와 살면서 1894년 조선 왕조의 마지막 소과에 합격해 진사가 되자 진사댁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진사댁은 안채와 사랑채, 새사랑채로 구성되어 있다. 안채는 기와집이며, 사랑채와 새사랑채는 초가집이다. 안채 왼편으로는 'ㄱ'자 형의 새사랑채가 서 있고, 앞으로는 3칸의 사랑채가 넓은 마당을 바라보고 있다. 안채 앞에는 다양한 크기의 옹기들이 오붓하게 모여 있는 장독대와 우물, 넓은 화단이 남아 있다. 고택 가운데 눈여겨볼 것은 새사랑채다. 새사랑채는 진사댁 건물 가운데 가장 늦게 지어졌다. 여성의 공간인 안채와 남성의 공간인 사랑채 사이에 새사랑채를 배치한 것도 특이하지만 마루와 방, 창고가 각각 1칸씩 총 3칸으로 ㄱ자 형태로 지어진 점, 계자난간을 단 누마루 같은 마루를 낸 점이 이색적이다. 특히 방으로 들어가는 문 양쪽의 불발기창에 '卍' 모양을 멋지게 내었는데, 다른 민가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문양이다. 진사댁은 한개마을의 수많은 고택 가운데 유일하게 고택 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고택 체험은 사랑채와 새사랑채에서 가능하다. 새사랑채는 2명이 오붓하게 쓸 수 있는 1칸짜리 작은 방이지만, 마루가 있어서 별도의 공간을 공짜로 얻는 듯하다. 사랑채는 방 2개와 대청으로 이루어졌고, 너른 앞마당이 있어 가족 단위로 머무르기 좋다. 숙박료는 새사랑채가 하루 5만 원이며, 사랑채는 8만 원이다. 진사댁에서는 직접 담근 장과 손수 기른 채소를 재료로 한 웰빙 시골밥상을 맛볼 수 있다. 진사댁 종부 모녀가 차려주는 정성스러운 밥상을 지나친다면 아쉬움이 클 듯하다(문의 : 이경민 010-2615-2757). 진사댁에서는 해마다 겨울이면 메주를 만드느라 매우 분주하다. 올 겨울에도 직접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었는데, 경북 청도에서 들여온 콩 13가마니가 사용되었다. 메주 만드는 풍경을 보기 시작한 것은 콩이 거의 삶아질 무렵이었다. 활활 타오르던 아궁이의 열기가 서서히 사그라지고, 가마솥에서 5~6시간 동안 푹 삶은 콩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맛보라며 삶아낸 콩을 한 움큼 집어주는데, 그 고소함이 황홀할 정도다. 전통적인 조리법에는 규격화한 레시피가 따로 없는 것 같다. 그저 오랜 경험에서 나온 자연스러움이 그 집만의 전통을 이어주는 게 아닐까 싶다. 진사댁의 메주 만들기도 그렇다. 메주를 만드는 데는 콩의 품질, 콩을 삶는 시간과 불의 세기 등 여러 변수가 있다. 콩의 재배지가 어딘지에 따라 맛이 다르고, 콩을 삶는 시간과 불의 세기에 따라 메주의 성공과 실패가 좌우된다. 집집마다 메주를 만드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삶은 콩을 소쿠리에 담아내면 본격적으로 메주 만드는 작업이 시작된다. 메주 만드는 과정은 대체로 비슷하다. 콩을 절구에 빻은 다음 메주틀에 넣고 발로 다져서 모양을 만든다. 이때 콩의 형태가 어느 정도 남아 있도록 빻는 게 중요하다. 틀에서 빠져나온 메주는 볏짚으로 마지막 장식을 한다. 메주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볏짚은 메주가 발효되는 데 필요한 미생물을 공급한다. 볏짚에 어떠한 미생물이 살고 있는지에 따라 상태가 크게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파란색 또는 검정색 곰팡이보다 흰색이나 노란색 곰팡이가 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볏짚으로 메주를 엮는 종부의 손끝이 팔순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섬세하다. 50년 넘게 메주를 만들어온 풍부한 경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메주는 이제 발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장을 담그기 전까지 한 달간의 건조 과정과 또 한 달간의 띄우기 과정이 이어진다. 느리게 흘러가는 겨울날의 시간처럼 메주는 아주 천천히 야무지게 발효되어갈 것이다. 진사댁에서는 2월에 장을 담그고 5월에 장을 뜬다고 한다. 진사댁의 깊은 장맛을 보려면 아직 멀었다. 메주가 천천히 야무지게 발효되어가는 것처럼 나도 야무지게 기다려봐야겠다. 한개는 큰 개울 또는 큰 나루라는 뜻을 지닌 순우리말이다. 한개마을은 풍수지리적으로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입지를 갖췄다. 지형을 보면 마을 뒤편으로는 영취산이 자리 잡았고, 좌우로 백호등, 청룡등이라 불리는 영취산 자락이 마을을 감싸듯이 내려온다. 마을 건너편으로는 이천과 합수되는 백천이 흐른다. 백천은 원래 소금배가 다닐 정도로 강폭이 넓고 깊었다고 하는데, 한개마을의 지명이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백천 제방에서 바라보면 영취산 자락에 폭 안긴 한개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개마을은 조선 세종 때 진주목사를 지냈던 이우를 입향조로 한 성산 이씨 집성촌이다.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문화재 제255호이며, 대부분의 고택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오랜 역사와 전통이 남아 있는 마을이다. 한개마을에 들어서면 고택들을 차근차근 둘러보는 것이 가장 먼저다. 마을 입구에 문화유산해설사 부스가 있는데, 미리 요청하면 마을 곳곳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고택도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다. 고택과 고택의 경계를 지어주는 돌담길을 걷는 즐거움은 덤. 진사댁을 지나면 월곡댁, 북비고택, 교리댁, 한주종택, 도동댁, 극와고택, 하회댁 등을 차례로 둘러볼 수 있다. 한개마을에서 이야깃거리가 가장 많은 곳은 북비고택이다. 북비고택의 주인은 조선 영조 때 사도세자의 호위무관이었던 돈재 이석문이다. 사도세자가 영조의 명으로 뒤주에 갇혀 죽을 고비를 맞이하자 그 부당함을 간하다가 오히려 삭탈관직을 당해 고향인 한개마을로 내려와 사랑채의 담을 헐어 북쪽에 문을 내고 사도세자를 추모하며 북쪽을 향해 절을 했다고 한다. 훗날 정조가 왕위에 오른 뒤 이석문의 후손이 장원급제를 하자 그대의 집에는 아직도 북쪽으로 난 문이 있는가?라고 하며 사도세자에게 충성을 다한 신하의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북비고택의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우측에 '북비(北扉)' 현판이 걸려 있다. 북쪽으로 난 이 문은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 북쪽을 바라고 있다.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중부내륙고속도로 성주IC → 성주 방면 가야로 → 대황삼거리에서 우회전 → 경산교차로에서 성주 방면 좌회전 → 가야로 따라 직진 → 안포교차로에서 월항 방면 우회전 → 한개마을 * 대중교통 서울→성주 : 남부터미널(02-521-8550)에서 1일 5회(10:00-16:45) 운행, 3시간 40분 소요 대전→성주 : 서부시외버스터미널(042-584-1615) 1일 4회(07:05-18:10) 운행, 2시간 40분 소요 대구→성주 : 서부터미널(1688-2824)에서 1일 15회(07:15-19:10) 운행, 1시간 20분 소요 2.주변 음식점 가보자식당 : 정식 / 성주읍 성산리 / 054-931-7252 하림정 : 버섯탕 / 성주읍 경산리 / 054-933-7700 3.숙소 에이스모텔 : 성주읍 경산리 / 054-933-5454 글, 사진 : 문일식(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3년 1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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