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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한민국 구석구석은 2019년 8월 일주일 살아보기 여행 시즌2 <내가 처음 만난 일주일> 이벤트를 진행, 총 열 팀에 특별한 여름휴가를 선물했습니다. 체험 선정자들이 영월, 충주, 경주, 보성, 남해에서 보내온 생생한 여행기를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나는 뼛속까지 서울 촌놈이다. 서울 출신 부모님과 함께 서울에서 살아왔고 서울 여자를 만나 결혼했다. 당연히 시골 외갓집에 대한 기억도 없다. 막연히 그곳은 포근하고 아늑할 거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런 내게 시골 외갓집 감성을 실제로 느껴볼 기회가 생겼다. 강원도 영월의 농가민박, 내 마음의 외갓집에서 가족들과 일주일간 여름휴가를 보내게 된 것이다. 우리 가족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집을 떠났다. 월요일임에도 고속도로 정체가 심했고,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대관령 양떼목장에 들렀다 가느라 영월에는 해가 지고 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산길을 올라가느라 두려웠던 것도 잠시, 점점 진해지는 라벤더 향기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서울에서 미리 봐두었던 내 마음의 외갓집 사진 속에 라벤더가 활짝 피어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목적지가 눈앞에 있다는 뜻이다. 내 마음의 외갓집에 도착하자 강아지들이 가장 먼저 뛰어나왔다. 사장님 내외도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며 다과를 준비해주셨다. 시간이 늦어 짧게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이불 위에 누우니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실려 온 풀냄새가 낯설고도 정겨웠다. 한밤중에도 가로등과 네온사인 때문에 대낮처럼 환하던, 창문 너머로 야식을 나르는 배달 오토바이 소리가 끊이지 않던 서울 집과 완전히 달랐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아침엔 새들의 노랫소리에 눈을 떴다. 어서 일어나 출근하라고 재촉하던 시끄러운 알람은 더 이상 이곳에 없었다. 아침이 되어서야 숙소 구경에 나섰다. 멀리 시원하게 펼쳐진 산자락이 모두 이 집의 마당인 것처럼 느껴졌다. 주인 내외의 손길로 단정하게 꾸며진 정원에는 라벤더, 허브 등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그 사이를 어제 만난 강아지 두 마리가 쌩하고 지나갔다. 이름이 호두, 구월이라고 했다. 아이들도 이윽고 강아지와 함께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밭에서 채소를 따고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서울이었다면 피아노를 치는 순간 이웃집 눈치를 봤을 텐데, 스마트폰을 뒤로하고 시골 환경을 온전히 누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나 역시 “안 돼!”, “하지 마!”, “위험해!”라고 외치지 않게 되었다. 내가 가질 수 없었던 시골 외갓집의 추억을 일부나마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어 다행으로 여길 뿐이었다. 특히 우리 부부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큰아들이 또래 아이들과 다른 점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활달해진 점에 주목했다. 앞으로 이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 좋은 기회였다. 사장님 내외는 직접 기른 농산물로 매일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주셨다. 소박한 백반부터 바비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이 식탁에 올랐다. 서울에서 자동차에 기름 넣듯 일하기 위해 먹었던 밥이 비로소 몸과 마음을 채우는 솔푸드(Soul food)로 다가왔다. 육아와 살림으로 지친 아내에게도 집 밥은 최고의 서비스였다. 우리 가족은 일주일 동안 영월의 숨은 매력을 찾아다녔다. 내가 그리던 영월의 이미지는 시멘트 공장이나 탄광촌으로 대표되곤 했는데 시간을 두고 차분히 둘러보니 볼수록 예쁜 구석이 많았다. 선돌, 요선암, 한반도 지형은 자연이 만든 걸작이었다. 해외 유수의 명승지와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요선암은 마치 외계 행성에 온 듯한 절경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단종의 혼이 어린 청령포와 장릉은 슬픈 이야기와 대비되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색다른 감동을 안겨 주었다. 숙부인 수양대군에 의해 유배를 당하고 목숨이 다하기까지, 단종은 낯선 땅에서 얼마나 괴로웠을까. 헤아릴수록 마음이 짠해졌다. 박물관도 빠질 수 없는 영월의 명물이다. 요즘 인생샷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젊은달와이파크에서는 설치미술의 정수를 느꼈고, 별마로 천문대에서는 머리 위로는 우주를, 발아래로는 영월을 한눈에 담았다. 라디오의 탄생과 발전과정을 전시한 라디오스타박물관에서 옛 노래를 들으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박물관 마당이 시끌벅적하다 싶더니 느림보 장터가 들어섰다. 둘러보니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독특한 먹거리부터 공예품까지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 영월지역 영농사업가와 예술인이 운영하는 마켓이었다. 5월에서 10월까지 매달 둘째 넷째 주 토요일에 열린다는데 운이 좋았다. 강 건너에선 영월 5일장이 한창이었다. 상인들의 자부심 넘치는 모습에서 물건의 품질을 직감했다.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판매하니 양손이 무거워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서부 시장에서 맛본 수수부꾸미와 올챙이국수는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맛이었다. 다래 농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과 따기 체험도 했다.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나무를 실제로 보는 것도 처음이지만 사과를 따는 것도 처음이었다. 마트에서 실한 사과를 골라 장바구니에 옮겨 담기만 하던 우리에겐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이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 힘이 들 때 마음껏 쉬고 위로받을 수 있는 나만의 장소를 얻은 것 같아 행복하다. 영월 내 마음의 외갓집, 그곳은 내 마음 깊은 곳에 닿을 수 없는 환상으로 남겨졌던 시골 외갓집 그 자체였다. 후기 제공: 일주일 살아보기 여행 시즌 2 ‘내가 처음 만난 일주일’ 이벤트 체험 선정자 박슬기 님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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