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에서 김건모가 선보인 마라도 짜장면 먹방은 여러모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홉 군데나 되는 짜장면 집을 전부 돌아다닐 생각을 어떻게 한 걸까? 그의 기행(奇行) 이후 마라도 짜장면은 정복의 대상이 됐다. 자연히 내 안에 억눌려 있던 객기도 깨어났다. 최남단 섬을 대표하는 음식이 왜 하필 짜장면인지, 그 맛은 어떤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김건모가 보여준 기행은 고요한 사무실에 작은 파장을 가져왔다. 평소 여행과 음식에 관심이 많은 마틸다(대리/ 단발머리를 한 팩트폭격기)가 먼저 짜장 투어 이야기를 꺼내자 유행에 민감한 금자씨(과장/ 시크하고 도도한 공주)가 금세 동참을 약속했다. 재미있겠다 싶어 나도 냉큼 끼어들었다. 여자만 셋이라 위장이 튼튼한 남자 지원군이 필요했다. 주위를 돌아보니 천재님(차장/ 차장님의 초성 ㅊㅈㄴ을 천재님이라고 자율 해석한 나르시스트)이 눈에 들어왔다. 주말이면 전국을 떠도는 나그네 같은 남자렷다. 그러나 구슬리는 데는 애를 먹었다. 야외 레저스포츠는 좋아하지만 맛 투어에는 영 관심이 없던 탓이다. 전전긍긍하는 금자씨와 달리 마틸다는 차분하게 자존심을 긁었다. 마라도 짜장도 못 먹어보고 관광공사 차장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게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언제 갈 건데? 천재님을 포섭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휴가 일정 맞추기였다. 한 직장에 몸담은 터라 조율이 어려웠다. 기회는 8월에 찾아왔다. 한여름 성수기라 항공비와 숙박비 모두 만만치 않았지만 추진력 좋은 마틸다가 이성이 깨어나기 전에 홀랑 결제부터 해버렸다. 마라도로 가는 배편도 미리 예약했다. 마라도행 여객선은 '마라도 정기 여객선'(운진항)과 '마라도 가는 여객선'(산이수동) 두 곳이다. 송악산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으며 자동차로 약 10분 만에 갈 수 있는 거리라 어느 곳을 선택해도 상관없다. 단, 예약은 빨리 할수록 좋다. 대망의 D-Day. 예약한 시간보다 30분 먼저 터미널에 도착해 수속을 시작했다. 절차는 간단하다. 창구에 탑승객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 연락처를 기입한 승선신고서를 제출하고 배에 오르기 전 티켓과 함께 신분증을 직원에게 보여주면 된다. 여기서 잠깐, 꼭 알아야 할 내용이 있다. 마라도 왕복 시간을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티켓은 왕복권이며 들어가는 시간과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9시에 들어가는 배를 탔다면 그 배가 다시 제주로 출발하는 11시에 배를 타고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 간격은 약 1시간 40분~2시간으로,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산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두 시간으로 만족할 수 없는 짜장 원정대 아니던가. 마지막 배로 나올 수 있도록 여객사 측에 미리 협조를 구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당일 간조로 인해 마지막 배 출항 시간이 2시간 정도 앞당겨졌다. 약 3시간 만에 짜장 투어를 마쳐야 하는 셈. 우리는 그 안에 모든 것을 끝내고 말겠다는 사명감에 휩싸여 말없이 전투태세를 갖췄다. 절대반지를 파괴하러 떠나는 프로도의 눈빛을 하고 말이다. 마라도까지는 약 30분이 소요된다. 호기심 많은 천재님은 카메라를 챙겨 2층 갑판으로 올라가고 마틸다는 어젯밤부터 비워놓은 위장의 처절한 비명을 들으며 애써 눈을 붙였다. 금자씨가 멀미에 시달려 두 눈을 질끈 감을 때 즈음 마라도에 도착했다. 언덕배기 하나 없는 편편한 땅에는 제대로 된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크레이프 케이크 같았다. 본격적인 투어에 앞서 우리는 마라도 짜장면에 대한 사전 지식을 뽐내는 시간을 가졌다. 해박한 금자씨는 가장 먼저 화산섬과 밀가루 음식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물이 잘 빠지는 화산섬 특성상 벼농사보다 밀농사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로 밀가루 음식이 발달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마라도는 밀가루 음식 중에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짜장면을 전면에 내세운 것 같아. 정해진 체류시간동안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메뉴니까. 여기에 제주산 톳과 해산물을 고명으로 얹었으니 지역 명물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겠지. 아재감성이 충만한 천재님은 여기에 덧붙여 '짜장면 시키신 분' 광고를 떠올렸다. 1997년 온에어 된 이 광고는 마라도와 짜장면을 연관 지어 생각하게 만든 단초가 됐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 마라도와 짜장면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수준으로 깊어졌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마틸다는 잽싸게 첫 번째 집에 들어가 주문을 했다. 선착장과 가장 가까운 '마라도 해녀촌 짜장'은 선착장에서 도보로 4분 거리에 있다. 여기부터 형성된 짜장면 거리는 500m 정도 더 이어져 있다. 1997년 오픈한 '원조 마라도 짜장'을 비롯해 현재 열 집이 성업 중이다. (방문 당시에는 아홉 집이었다.) 모두가 수준급의 먹성을 갖춘 덕분에 약 2시간 30분 동안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선착장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각 집마다 특징을 짧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마라도 해녀촌 짜장 대표메뉴: 톳짜장, 돌미역짬뽕 짜장을 끓이지 않고 센 불에 직접 볶는다. 짜장과 짬뽕에 국산(마라도산) 제철 해물을 두 가지 이상 넣는다. 사장님은 짜장보다 짬뽕에 자부심이 더 강하다. 남자 사장님이 매 시간마다 가게에 온 손님들에게 이곳 짜장면의 특별한 점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설명해주신다. 2. 심봉사 눈뜬 톳해물짜장짬뽕 대표메뉴: 톳해물짜장면, 톳해물짬뽕 밀가루와 마라도산 톳가루를 섞어 반죽한다. 톳은 밀가루 잡냄새를 없애고 면을 부드럽게 만든다. 톳은 고명으로도 올라간다. 다른 데코레이션 없이 톳만 산더미처럼 올린 모습이다. 투박하지만 톳 양은 마라도 짜장면 중에 가장 푸짐하다. 직접 육수를 낸 짬뽕 메뉴도 인기다. 3. 환상의 짜장 대표메뉴: 톳해물짜장, 톳해물짬뽕, 탕수육 <미운우리새끼> 촬영 당시 김종민이 가장 맛있게 먹었다는 집이다. 톳 가루로 면 반죽을 해서 새카맣다. 톳 고명은 얹을 때도 있고 안 얹을 때도 있지만 요청하면 반드시 넣어주신다. 고기비계로 감칠맛을 더했다. 비계의 잡내를 잡기 위해 비법 소스를 사용한다. 4. 원조 마라도 해물짜장면집 대표메뉴: 마라도해물짜장, 해물짬뽕 1997년 처음으로 마라도에서 처음 짜장면 집을 오픈한 원조집이다. 시간에 쫓기는 관광객들을 위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짜장면에 마라도 특산물인 톳을 넣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MBC <무한도전>을 비롯한 다수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더욱 인기를 끌었다. 문어와 오징어, 옥수수콘 등 씹는 맛이 있는 재료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5. 마라도 별장 짜장 대표메뉴: 해물톳짜장, 전복톳해물짜장, 전복죽 완두콩, 오징어, 새우, 톳, 홍합 등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간다. 하루 동안 숙성한 면을 사용해 한정 판매한다. 판매량은 그날 반죽 양에 따라 달라진다. 6. 바다와 짜장 대표메뉴: 해물톳짜장, 해물짬뽕 빨갛게 양념된 야채와 해물이 고명으로 올라간다. 간이 세 보이지만 보기보다 담백하며 끝맛이 살짝 매콤하다. 짜장이 약간 묽다. 7. 철가방을 든 해녀 대표메뉴: 해녀짜장면, 해녀짬뽕, 흑돼지탕수육 SBS <백년손님>에 출연한 박서방과 그의 아내이자 최연소 해녀(개업 당시)인 김재연 씨가 운영하는 집이다.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짜장과 짬뽕에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마라도의 자연산 톳과 미역으로 육수와 고명을 만든다. 레시피가 독특한 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조리법과 고명 종류에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이 마라도의 특산물인 톳과 해산물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톳이 달달한 짜장, 담백한 면발과 어우러져 마라도 짜장면다운 독특한 향과 식감을 만들어내는 듯 했다. 시간이 다 되어 제주도로 나가는 배에 다시 몸을 실었다. 아쉽긴 해도 이것이 섬과 밀당하는 재미가 아닐까 싶었다. 멀어져가는 마라도를 바라보며 다짐했다. 오늘 못 먹은 짜장면은 다음에 와서 꼭 먹어보겠다고. 1. 마라도행 여객선 -마라도로 가는 여객선 운행시간은 마라도정기여객선( http://wonderfulis.co.kr/ )과 마라도가는여객선( http://www.maradotour.com/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운행시간은 계절에 따라 유동적이며, 관광객이 많은 여름철에 표가 일찍 매진된다. -정원제로 인한 마라도 체류 시간은 약 2시간이다. -마라도에서 숙박하는 경우 다음날 운행하는 여객선에 잔여석이 있을 때만 탑승이 가능하다. 2. 마라도 -자전거 등 탈 것을 가지고 입도할 수 없다. -마라도를 천천히 둘러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다. -마라도에 중국집뿐만 아니라 횟집, 일반식당, 편의점도 있다. -섬 전체에 그늘이 없으므로 더위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3. 마라도 짜장면 -마라도 짜장면에 대한 지나친 환상은 금물이다. -고명은 계절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대부분 짜장면집 영업시간은 여객선 운행시간과 비슷한 9시~18시다. *해당 기사의 상황 설정과 등장인물의 대사 및 행동 묘사는 픽션입니다. 제공 : 한국관광공사 ※ 위 정보는 2018년 6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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