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의 도시 전주를 대표하는 전주비빔밥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한국의 맛이자 세계인이 극찬하는 명품 음식이다. 전주에 비빔밥을 내는 식당이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고궁’은 여행자들뿐 아니라 전주 시민들도 즐겨 찾는 맛집이다. 전주비빔밥의 참맛을 만나보자.
글과 사진 박성원 비빔밥은 집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커다란 그릇에 밥을 담고 몇 가지 나물에 달걀프라이를 올린 후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쓱쓱 비비면 한 끼 식사가 쉽게 해결된다.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비벼 먹는 음식문화는 우리 고유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다.임진왜란 당시 군관들에게 먹이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는 진주비빔밥, 선비들이 헛제사를 지낸 후 먹었다는 안동헛제사밥, 해조류를 넣어 비비는 통영해초밥과 멍게를 넣은 거제멍게비빔밥, 이북 지방에서 즐겼다는 해주교반까지, 비빔밥의 종류도 전국적으로 다양하다. 그중 전주비빔밥은 비빔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다. 조선 왕조를 세운 전주 이씨의 본관이자 전라도의 산과 들, 바다로부터 식재료가 모이는 전주는 예부터 음식이 빼어났다. 전주한정식, 콩나물국밥과 함께 전주의 3대 진미로 꼽히는 전주비빔밥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우주의 근본 원리인 음양오행을 나타내는 다섯 가지 색(청, 적, 황, 백, 흑)이 한 그릇에 담겨 있으니, 전주비빔밥을 먹을 때는 수저를 들기 전 먼저 그 색감부터 즐길 일이다. 달걀노른자를 중심으로 나물과 무채, 볶은 소고기, 붉은 고추장과 흰 쌀밥이 가지런히 얹힌 모양새가 화려하기까지 하다. 비벼 먹는다고 해서 대충 만드는 음식이 아니다. 맹물이 아니라 콩나물육수로 밥을 짓고, 밥 위에 올리는 재료는 각각 따로 무치고 볶기 때문에 여간 손이 가는 게 아니다. 밥 위에 얹을 때도 정해진 순서를 따르니 세심한 손길까지 더해진다. 점심이나 저녁 식사시간에 고궁을 찾을 때는 기다림을 각오해야 한다. 그만큼 찾는 손님이 많다. 깔끔한 분위기와 두고두고 생각나는 맛으로 지난 2011년 ‘한국관광의 별’ 체험형 음식 부문에 선정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비빔밥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고궁의 비빔밥에 후한 점수를 준다. 서울 인사동과 명동에도 분점을 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전주비빔밥의 명소다. 훌륭한 맛의 전주비빔밥이 만들어지는 주방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각종 재료의 손질부터 볶고 무치는 작업, 비빔밥을 담는 유기그릇 정리까지 직원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식사시간이 가까워지면 수십 그릇의 비빔밥을 미리 만들어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불 위에서 10여 초간 데운 후 손님상에 낸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밥 위에 재료를 얹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모양새를 봐가면서 얹어야 하니까요. 기다리는 손님이 많아 여기까지는 미리 준비해둡니다. 유기그릇을 데울 때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그릇에 밥이 눌어붙거든요.” 주방에서의 조리 과정을 설명하는 이형희 점장의 얘기다. 예전에는 비빔밥이 나오기 전 허기를 달래기 위한 밑반찬으로 보리빵을 제공했었는데 인기가 많아 이제는 보리빵을 판매한다. 지하에 별도로 마련한 주방에서 보리빵을 찌고 비빔고추장을 만든다. 실내에 기름 냄새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파전도 지하 주방에서 굽는다. 조금이라도 쾌적한 식사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리는 동안, 혹은 식사를 마친 후 2층으로 올라가면 비빔밥의 역사와 종류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작은 전시 공간을 만난다. 비빔밥을 만들고 있는 궁중 수라간과 비빔밥을 먹는 임금님의 모습을 재현한 디오라마도 아기자기하다. 비빔밥의 명가라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알찬 공간이다.비빔밥의 기원을 살펴보면 농번기에 여러 사람이 빨리 먹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도 하고, 제사를 지낸 후 음복으로 먹었다, 궁중에서 먹던 음식이 일반에게 전해진 것이라고도 한다. 전주비빔밥은 그중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비빔밥을 그 기원으로 한다. 고궁은 비빔밥 한 그릇에 담을 수 있는 최고의 품격을 보여준다.무형문화재 장인이 만든 유기그릇에 30여 가지 고명을 올린 전주비빔밥의 자태는 임금님 수라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박볶음, 버섯볶음, 무생채, 콩나물무침 등 나물 위에 잣, 호두, 대추 등 견과류를 올리고, 볶은 소고기와 노란 황포묵을 곁들인다. 달걀노른자만 따로 분리해 가운데에 앉히고 특별한 비빔고추장을 올렸다. 전주 음식 명인으로 선정된 주방장이 직접 담근 고추장이다. 볶은 소고기를 올리는 전주비빔밥과 달리 육회를 얹어내는 육회비빔밥은 부드러운 우둔살을 참기름에 무쳐 고명으로 올린다. 두 가지 비빔밥을 주문해 맛을 비교해가며 먹는 손님도 많다. 두툼한 파전과 황포묵무침, 불고기전골도 인기 메뉴다. 이들을 비빔밥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세트 메뉴도 있다. 전주비빔밥은 숟가락을 쓰지 않고 젓가락으로 살살 돌려가며 비빈다. 각각의 재료가 밥알과 엉기지 않아 생생한 식감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법 고추장이 감싼 탱글탱글한 밥알도 살아 있다. 콩나물육수로 지은 밥이라 더 특별하다. 비빔밥에 곁들여 먹는 국물은 반드시 콩나물국이라야 한다. 잘 비빈 밥을 한 숟갈 입안에 넣어 음미하고 시원한 콩나물국으로 입가심을 해가며 먹는 맛이 일품이다. 비빔밥이라고 다 같은 비빔밥이 아니다. 품격 있는 전주비빔밥 한 그릇이 전주 여행길을 즐겁게 한다. ✔ 주소 -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중앙로 33 ✔ 문의 - 063-251-3211 / https://jeonjugogung.modoo.at/ ✔ 숙소 - 전주호텔 : 전주시 덕진구 산정2길 31 / 063-247-3333 - 청명헌 : 전주시 완산구 은행로 39 / 063-286-2828 / http://jeonjuhanok.co.kr/ ✔ 주변여행지 - 전주한옥마을 : 전주시 완산구 교동, 풍남동 일원 / 063-282-1330 / http://tour.jeonju.go.kr - 덕진공원 : 전주시 덕진구 권삼득로 390 / 063-239-2607 - 전주동물원 : 전주시 덕진구 소리로 68 / 063-281-6759 / http://zoo.jeonju.go.kr ✔ 여행 팁 고궁에서 도보 5분 거리에 덕진공원이 있어 식사 후 산책을 즐기기 좋다. 덕진공원은 수변에 연꽃이 만발하는 도심 속 호수공원으로, 호수를 가로지르는 현수교와 연꽃은 ‘전주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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