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걷기 좋은 날들이 이어집니다. 오래된 마을과 독립서점, 수제 빙수집을 잇는 부산 서구 도보 여행 코스를 소개합니다. ★ 부산 서구 감성 로컬 여행지 ★ - 닥밭골 벽화마을: 소망계단 모노레일과 골목 곳곳의 벽화를 만날 수 있는 곳 - 동주 책방: 국내 1호로 알려진 자연과학 전문 독립서점 - 수제빙수전문점 팥: 직접 쑨 팥을 올린 빙수 카페 부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쯤 달리면 산비탈에 자리한 마을에 도착합니다. '닥밭골'이라는 이름은 옛날 이 일대에 닥나무가 많이 자라던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1953년 부산역전 대화재로 삶터를 잃은 사람들이 모여 살며 생겨난 이곳은 2010년 주민들과 구본호 작가가 함께 벽화를 그리면서 골목마다 알록달록한 색이 입혀졌습니다. 마을 입구 표지판에는 '닥밭골 행복마을'이라는 정겨운 이름이 먼저 방문객을 반깁니다. 주민들이 함께 마을을 가꾸어 온 '행복마을' 재생 사업에서 출발해, 골목마다 그려진 알록달록한 벽화가 대표 명소가 되면서 지금은 '닥밭골 벽화마을'이라는 공식 명칭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마을의 명물인 192칸의 소망계단과 국내 최초의 현수식 모노레일을 만납니다. 두 명만 탈 수 있는 아담한 칸에 올라 자리를 잡자 모노레일이 느릿느릿 경사를 오르기 시작합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옹기종기 모인 지붕들이 발아래로 펼쳐집니다. 속도가 느린 덕분에 마을 전경을 오래도록 눈에 담습니다. 모노레일에서 내려와 다시 걸음을 옮기며 벽화를 둘러봅니다. 붉은 담을 타고 오르던 나뭇가지 그림은 발아래 계단까지 굵은 줄기를 뻗고 있습니다. 벽면은 크고 작은 나뭇잎으로 빼곡해 시선을 압도하고, 계단을 오를 때마다 보이는 풍경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가운데 서서 둘러보니 마치 한 그루의 큰 나무 품에 들어와 있는 듯합니다. 닥밭골 벽화마을에서는 마치 미로를 탐험하듯 골목골목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흰 벽에 그려진 커다란 나무 그림을 만납니다. 가지마다 매달린 조각을 가까이 들여다보니 행복, 사랑 같은 짧은 글이 저마다 다른 필체로 적혀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바람이 모여 한 그루를 이룬 모습 앞에서 한참을 머뭅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좁은 계단길 양쪽 벽이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하트마다 물방울무늬, 줄무늬, 소용돌이까지 무늬와 색이 달라 하나씩 살펴보게 됩니다. 벽 한쪽에 '닥밭골'이라고 새긴 둥근 표지가 마을의 문패처럼 걸려 있어 정겹습니다. 시멘트 벽 한쪽에는 토끼와 고양이를 그린 타일이 나란히 붙어 있고 그 위로 장독이 줄지어 있습니다. 반듯하지 않은 선과 투박한 색감이 정겨움을 더하며 마을 주민들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담 너머로 드리운 나뭇가지까지 더해져 소박한 골목 풍경이 완성됩니다. 골목을 다 돌아본 뒤 마을 입구의 카페에 들릅니다. 벽면에 샹들리에와 커피 도구가 그려져 있어, 그림 속 카페로 들어서는 듯한 착시가 재미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립니다. 여행 TIP 소망계단 모노레일은 무료로 탈 수 있으며, 주민 우선으로 운영되니 참고 바랍니다. 닥밭골 벽화마을 - 주소: 부산광역시 서구 동대신동2가 87-218 - 문의: 051-240-4082 닥밭골 벽화마을에서 골목을 따라 걸으면 동주 책방에 닿습니다. 동주 책방은 국내 1호로 알려진 자연과학 전문 서점으로 과학책과 문학, 그림책을 함께 다루며 독서 모임과 강연도 꾸준히 열고 있습니다. 파란 발코니가 눈에 띄는 회색 건물 1층에 자리해 있고 유리문에는 목을 길게 뺀 공룡 그림이 그려져 있어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회색 시멘트 질감의 벽과 아치형 통로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천장에는 커다란 선풍기와 함께 해파리 모양의 조명이 매달려 있어 서점이라기보다 작은 실험실 같은 인상을 줍니다. 창가에는 손님들이 남긴 메모가 빼곡히 붙어 있고 그 앞으로 책장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습니다. 안쪽 공간에는 과학 콘셉트를 담은 배너가 걸려 있고 그 아래 수조에는 거북이 한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헤엄을 치기보다는 물 밖 구조물 위에 가만히 자리를 잡고 있는데 한참을 들여다봐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수조 옆으로는 과학과 자연을 다룬 책들이 책장을 채우고 있습니다. 한쪽 벽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고 그 아래 책상에는 여러 개의 유리병과 표본이 어지럽게 놓여 있습니다. 현미경 세 대가 나란히 놓인 모습이 마치 작은 연구실 책상을 옮겨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벽 한편에 붙은 영화 포스터까지 더해져 공간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서가에서 책 한 권을 집어 드니 표지에 손글씨로 적은 글이 함께 붙어 있습니다. 한 줄 한 줄 읽어보니 책방지기가 직접 읽고 고른 이유가 그대로 전해져, 책을 고르는 손이 자꾸 느려집니다. 옆 매대의 스티커와 엽서도 구경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창가로 자리를 옮기니 유리창 가득 포스트잇이 붙어 있습니다. 다녀간 사람들이 한마디씩 남긴 방명록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저도 짧은 메모를 적어 빈자리에 붙여봅니다. 왼쪽 벽으로 고개를 돌리면 손글씨로 적힌 독서 리스트가 여러 장 걸려 있습니다. 누군가 읽고 정리해 둔 책 목록을 하나씩 훑어보다 다음에 읽을 책을 마음속으로 골라봅니다. 여행 TIP 공간 곳곳을 채운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있어요. 동주 책방 - 주소: 부산광역시 서구 보수대로201번길 10 - 운영 시간: 13:00~19:00 ※ 매주 화요일, 일요일 휴무 - 문의: 0507-1369-0799 수제빙수전문점 팥은 동주 책방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큰길 모퉁이에 자리한 작은 빙수 카페로, 크림색 차양이 드리운 입구가 산뜻한 인상을 줍니다. 시원한 빙수 한 그릇을 떠올리니 걸음이 절로 빨라집니다. 문을 열자 통유리창으로 들어온 볕이 실내를 환하게 밝힙니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나무 의자와 테이블, 천장의 라탄 등갓이 아늑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자리에 앉아 걷느라 뻐근했던 다리를 쭉 펴니 그제야 여유가 생깁니다. 카운터 앞에 서면 메뉴판이 먼저 눈길을 끕니다. 동글동글한 글씨체와 빙수 그림으로 꾸며진 메뉴판에는 옛날팥빙수부터 인절미, 말차, 생망고까지 빙수 종류가 다양해 한참을 고민합니다. 팥 리필이 된다는 안내를 보고 팥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눈꽃팥빙수로 정합니다. 빙수를 기다리며 진열장을 들여다보니 크로플과 다쿠아즈가 줄지어 있습니다. 아래 칸에는 에이드에 쓰는 수제 청이 병마다 담겨 있어 다음에는 음료도 맛보고 싶어집니다. 소복하게 쌓인 우유 얼음 위로 팥이 봉긋하게 얹히고, 꼭대기에 사과잼이 올라간 빙수가 나옵니다. 혼자 먹기 알맞은 1인용 크기입니다. 둥근 나무 쟁반에 냅킨과 함께 단정하게 차려져 나와 사진부터 한 장 남깁니다. 한입 떠먹어 보니 직접 쑨 팥이 생각보다 달지 않습니다. 팥알이 부드럽게 으깨지고, 곱게 간 우유 얼음이 금세 녹아 고소함을 더합니다. 중간중간 사과잼을 곁들이면 새콤달콤해서 마지막 한 숟갈까지 질리지 않습니다. 벽화 골목과 책방을 걸어온 하루가 시원한 빙수 한 그릇으로 달콤하게 채워집니다. 마을과 책방, 카페를 잇는 여정은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하루였습니다. 부산역에서 버스 한 번이면 갈 수 있으니, 겨울이 오기 전에 천천히 걸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수제빙수전문점 팥 - 주소: 부산광역시 서구 구덕로 286 - 운영 시간 [6월~9월] 12:00~22:00 (마지막 주문 21:30) [10월~5월] 12:00~21:30 (마지막 주문 21:00) - 문의: 051-242-2504 | 글, 사진: 전혜연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6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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