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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산이 색을 갈아입는다. 여름내 초록의 빛으로 뒤덮여 있던 계절에서 빠져나와 붉거나 노란 옷의 가을로 들어가는 때다. 산이 가까운 우리나라의 지형은 걷기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큰 행운이다. 어디에 살든 언제든 산의 너른 품에 안겨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도봉산에는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까지 넉넉하게 맞아주는 순한 길이 있다. 가을 산을 보러 온 등산 초보에게도 선선히 제 모습을 내어줘 산의 매력에 푹 빠질 둘레길이다. 원래 북한산 둘레길에 속하지만 그중 도봉산을 돌아보는 구간이라 도봉산 둘레길이라고도 부른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걷다가 전망대에 올라 저 멀리 시선을 던질 수도 있고, 역사의 흔적도 함께 볼 수 있는 도봉산 둘레길을 소개한다. 도봉산은 북한산 둘레길 스물한 개 구간 중 여덟 코스를 품고 있다. 산을 타고 넘지 않아 힘들지 않고 산과 동행하듯 걸을 수 있어 인기다. 여덟 개 길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19구간 방학동 길과 20구간 왕실묘역 길을 걷기로 했다. 두 코스 모두 합쳐 5㎞가 채 되지 않는다. 19구간의 출발점은 무수골이다. 지하철 1호선 도봉역에서 도보로 20여 분이면 닿는다. 무수(無愁)골이라는 이름은 세종이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영해군의 묘를 찾았다가 근처 약수터에서 물을 마시고 ‘물 좋은 이곳은 근심이 없는 곳이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아들 잃은 아버지의 근심조차 잊게 한 명당이었다는 얘기겠다. 19구간의 이름은 방학동길이다. 곡식을 찧는 농기구인 방아를 발음이 비슷한 방학리(放鶴里)로 고쳐 부른 이름이다. 방학동 길 전체는 숲길인데 출발점 부근에 폐목으로 산길 주변을 정비한 곳이 나온다.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시설이 산행의 운치를 더해주는 풍경으로 변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방학동 길에서 유명한 쌍둥이 전망대가 나온다. 나선형으로 만든 두 계단 위로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전망대 두 곳이 서 있다. 서로 연결된 두 전망대를 오가며 멀리 수락산과 의정부시, 도봉구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탁 트인 경치 앞에서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도봉산 둘레길을 걷다 중간 지점쯤에서 신방학중학교 쪽으로 향하면 간송 옛집에 들를 수 있다.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간송 전형필이 생전에 머물렀던 집이다. 간송이 수많은 국보급 문화재를 수호하기 위해 애썼던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그의 혜안과 결단이 없었다면 <훈민정음> 해례본과 <청자상감운학문매병>,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등 별처럼 빛나는 문화재는 지금 우리 곁에 없었을 것이다. 간송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엄청난 재산을 우리 조상들의 보물을 지키는 데 아낌없이 썼다. 단지 수집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연구했다. 문화재 보관과 전시를 위해 국내 최초 근대식 사립 박물관인 보화각(지금의 간송미술관) 설립이 간송의 대표적인 성과다. 간송 옛집은 100여 년의 세월을 품은 전통한옥이다. 문화재를 사랑한 간송의 정신처럼 단정하고 고풍스러운 집이다. 본채는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안방과 건넌방, 누마루로 이뤄져 있다. 시원스럽게 곡선을 그린 팔작지붕이며 키 큰 장초석 위에 당당하게 올라앉은 누마루를 보고 있으니 맑은 가을 하늘처럼 청명한 기분마저 든다. 집 주변을 감싼 아름드리나무에 내려앉은 가을 향기도 반갑다. 간송 옛집에서 나와 다시 도봉산 둘레길을 걷는다. 정의공주 묘는 19구간의 끝이자 20구간의 시작점이다. 20구간에는 조선 왕실의 묘역이 있어 길 이름이 왕실묘역길이다. 정의공주는 세종의 둘째 딸로 훈민정음을 만들 당시 아버지에게 큰 도움을 줬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공주의 묘 바로 옆은 남편 안맹담의 묘다. 20구간은 1.6㎞로 매우 짧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정의공주묘 쯤에 왔다면 서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정갈하게 잘 정돈된 왕실의 묘역에서 잠시 가을날의 여유를 즐기다 나왔다. 이곳에서 연산군묘가 지척이다. 주택이 모인 동네를 지나다 보면 연산군묘가 나온다. 조선 임금 중 가장 폭군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중종반정으로 국왕 자리에서 쫓겨난 상태로 세상을 떴기 때문에 묘역이 다른 왕릉에 비해 초라하다. 연산군묘 가까이에 있는 원당샘공원과 방학동 은행나무도 꼭 들러보자. 원당샘공원은 600여 년 전부터 인근 주민들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던 원당샘을 복원해 만든 공원이다. 원당샘공원 옆에는 수령이 600년을 훨씬 넘긴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서울시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높이만 25m가 넘는다. 나무의 나이를 따져보니 조선시대 초기에 심은 게 분명하다. 조선과 일제강점기를 거쳐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온 은행나무가 새삼 대견스럽다. 나뭇가지에 걸린 오후의 가을 햇살을 보며 도봉산 둘레길 걷기를 마쳤다. 4 여행 팁 2021년 9월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간송 옛집 문화해설은 중단된 상황이다. 대신 간송 옛집 곳곳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VR 전시관을 참고하면 관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간송 옛집 가상현실 VR 전시관 글 : 여행작가 이시우 사진 : 도봉구청, 간송 옛집 제공 ※ 위 정보는 2021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mo{display:none;} @media screen and (max-width: 1023px){ .mo{display:block;} .pc{display: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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