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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하고 고즈넉한 정자 아래 하얀 모시 저고리를 입고 나풀나풀 부채질하는 여인네를 상상한다. 우아하게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에 멋들어진 산수화라도 있다면 상상 속의 그림은 완벽해진다. 담양에서 만난 김대석 명인의 접선(接扇)과 조운창 명인의 낙죽(烙竹)을 보면 상상이 아니라 일상 속 공예품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죽공예의 매력에 반하게 된다. 2015세계대나무박람회를 앞둔 담양에서 명인의 예술혼과 작품 세계를 만나보자. 담양 하면 초록빛 대숲이 떠오를 만큼 대나무의 이미지가 강렬하다. 담양의 대숲은 우리나라 대나무 면적의 34% 이상을 차지함으로 담양은 죽공예로 명성이 높고, 예부터 대나무를 이용한 공예품이 헤아릴 수 없은 곳으로 유명하다. 전국에서 문화재 명인이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문화 예술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곳이다. 보는 사람마다 첫눈에 반하는 전통 부채를 만드는 선자장 김대석 명인을 만났다. 국내 유일한 접선(쥘부채)장으로, 전통을 이어가는 김대석 명인이 만드는 부채에서는 기분 좋은 향기가 난다. 대나무의 시원한 바람 내음 같기도 하고, 수묵화에서 나는 그윽한 묵향 같기도 하다. 자연 친화적으로 만든 부채이니 그 바람도 대나무처럼 건강하고 향기롭다. 손으로 부쳐서 바람을 일으킨다는 ‘부’, 가는 대나무 ‘채’가 합쳐진 부채는 예부터 필수 생활용품이었다. 선인들이 즐긴 전통 부채의 용도를 들여다보면 해학과 재치가 넘친다.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고, 햇살을 가려주며, 흥이 날 땐 장단을 치기도 하고, 해충을 쫓기도 하며, 못 볼 것을 보았을 땐 시야를 가릴 수 있고, 비 올 땐 우산 대용으로 쓰며, 펼쳤다 접었다 하는 것이 손 운동이 되어 혈액순환에도 좋다.” 지당한 말씀인데도 요즘 부채의 쓰임새가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 대나무를 고르는 일부터 변죽을 마무리할 때까지 온전히 수작업으로 하는 김대석 명인의 부채는 자연을 담은 예술품이다. 김대석 명인의 아름다운 전통 부채를 직접 보고 싶다면 만성리에 있는 자택으로 가야 한다. 집 옆에 부채전시관과 작업실을 마련해두었다. 만성리는 예부터 부채 마을로 불리던 곳이다. 1년에 부채 5만 개를 만들었는데, 중국 부채가 들어오면서 모두 사라지고 명인의 부채만 남았다. 3대째 전통을 이어 부채를 만드는 김대석 명인은 향토무형문화재 2호,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48호 담양 선자장과 48-1호 접선장으로 지정되었다. 김대석 명인은 어머니 태중에서 부채를 품고 나왔다고 할 만큼 평생 부채와 함께했다. 1년에 365개 이상 만든다는 그의 전통 부채는 특별하다. 부채춤에 쓰는 무용선, 무속인이 쓰는 무당선, 장식용으로 쓰는 대접선 등 특수 부채를 주로 만든다. 김대석 명인이 일반인에게 우리 전통 부채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곳은 따로 있다. 죽녹원 내 광풍각에서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여행객을 대상으로 기능성 부채 작업을 시연한다. 4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부채 만들기 체험은 재료비 포함 5000원, 기념품 부채는 1만 원이다. 담양 죽녹원에서 자란 3년생 대나무 살에 천연 쌀풀로 한지를 붙여 자연 친화적인 부채를 만든다. 죽녹원 체험이 없는 5개월은 대나무를 베어 부챗살을 준비한다. 가을 서리가 내리는 11월부터 3월까지 대나무를 쪼개고 손질하는 작업을 한다. 1년 내내 부채 재료를 준비하고 부채를 만들고 부채를 전수하는 일 외에도 김대석 명인은 외국에서 열리는 세계박람회에서 우리 전통 부채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 담양 관광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죽공예의 한 분야인 낙죽은 화로에 달군 인두로 대나무 표면을 지져가며 글씨를 쓰고, 문양과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낙죽은 전통적인 공예 기술로 인두의 열이 식기 전에 마무리해야 하는 작업이라, 숙련된 솜씨와 순발력이 필요하다.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44호 낙죽장 조운창 명인은 40년 넘게 낙죽과 죽각(竹刻)에 매진해왔다. 요즘은 화로에 달군 인두 대신 전기인두를 사용해서 더욱 정교한 작업으로 디자인이나 장식적으로 뛰어난 제품을 완성하며 창작 활동에 매진한다. 대나무 표면을 조각하는 죽각은 대나무의 마디 부분과 자체 색감을 이용해 입체적인 모양을 살린다. 조운창 명인의 사물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풍부한 감성은 섬세하면서 힘차고 회화적인 작품 세계로 탄생한다. 대나무를 반 잘라서 이어 붙여 캔버스처럼 바탕을 만들고 매화, 난, 국화, 대나무를 죽각으로 작업한 사군자 병풍은 그 정교함에 감탄이 쏟아진다. 횃대, 낙죽 붓통, 죽비, 대자, 죽책, 침봉, 죽장, 문진 등 그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죽공예품이 50여 가지다. 조운창 명인의 낙죽 작업을 보면 그 섬세한 움직임에 가슴이 콩콩 뛴다. 밑그림이 없어도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선 하나만 잘못 그어도 다 된 작품을 망치니 집중력은 필수다. 매끈한 대나무 통 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선 하나로 소나무와 구름이 그려지고, 학과 거북이 살아나고, 용이 꿈틀꿈틀 비상한다. 조운창 낙죽장의 뛰어난 예술적 감각은 각고의 노력과 인내의 시간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조운창 명인은 무엇보다 죽공예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늘어 전통문화 계승·발전이 더욱 활발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도 작품에 매진한다. 2015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는 9월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45일간 죽녹원과 전남도립대 일원에서 열린다. ‘대숲에서 찾은 녹색 미래’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박람회는 죽녹원을 지붕 없는 주제관으로 정하고, 종전 시설을 전시관으로 활용하는 등 친환경 박람회를 진행한다. 세계대나무박람회는 주제전시관(생태문화관, 미래성장관)과 주제체험관(오감체험관, 미디어아트관, 담양대나무관), 체험교육관(주제영상관, 체험놀이관, 친환경농업관)을 통해 대나무 오감 테라피 체험과 대나무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선자장 김대석 주소 :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완동길 33-7 문의 : 061-382-8933 낙죽장 조운찬 주소 : 전라남도 담양군 추월산로 25 문의 : 061-382-4577 2015담양대나무세계박람회 일시 : 2015년 9월 17일~10월 31일 장소 : 죽녹원·전남도립대 일원 문의 : 061-380-2536 http://www.damyangbamboo2015.kr/ 1.주변 음식점 덕인관 : 떡갈비 /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담주1길 6 / 061-381-2194 승일식당 : 숯불돼지갈비 /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중앙로 98-1 / 061-382-9011 전통식당 : 한정식 /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고읍현길 38-4 / 061-382-3111 2.숙소 골든리버텔 :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무정로 26 / 061-383-8960 메타호텔앤리조트 :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깊은실길 22-8 / 061-381-2002 소나무언덕 :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경동길 12-1 / 061-382-8171 글, 사진 :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5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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