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철이 끝난 농촌의 겨울은 적막했다. 하지만 겨울이기에 느낄 수 있는 농촌 여행만의 묘미가 있다. 이 시기에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도 그중 하나일 테지만, 옛 시골 정취가 물씬 나는 전통 한옥의 따끈한 아랫목에 앉아 간만의 여유를 누리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이번에 찾은 곳은 경남 밀양시 산내면에 자리한 전통한옥 체험장 ‘향우당’이다. ‘고향 집에서 만나자’라는 뜻이 담겨 있다. 밀양 얼음골 사과가 유명한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사과나무가 이렇게나 많을 줄은 몰랐다. 향우당을 찾아 들어선 마을은 온통 사과나무로 둘러싸인 듯했다. 지금이야 앙상한 가지만 남았지만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을 그려보니 명화(名畫)가 따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나무의 까치밥처럼 남겨놓은 사과를 서로 먹겠다고 모여든 새들의 짹짹거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차 한 대가 간신히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길 안쪽에 ‘향우당’이 보였다. 향우당의 현판이 걸린 정문을 지나 마당으로 들어섰다. 정면에 자리한 안채와 양옆의 사랑채, 그리고 부속건물 한 동이 더 있었다. 예약한 곳은 사랑채인데 안채로 안내를 받았다. 손님이 우리뿐이라 주인 부부가 방을 업그레이드해주셨기 때문이다. 안채와 사랑채 모두 큰방과 작은방 2개씩 두고 있는데, 한 팀이 큰방을 예약하면 작은방을 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인원이 많은 경우엔 추가 비용을 내고 작은방과 마루까지 넓게 사용하면 된다. 우리는 두 명뿐이니 방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미리 방을 데워주신 덕분에 생각보다 공기가 훈훈했다. 방은 부엌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전통 방식인 반면 온수는 전용 보일러를 설치해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짐을 풀기도 전에 아랫목에 앉아 잠시 몸을 녹이려던 것이 실수였다. 도저히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을 만큼 따스하고 좋았다. 여기에 귤만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을 것이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라더니 오늘의 여유가, 게으름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화장실 옆에 있는 또 다른 문이 눈길을 끌었다. 처음엔 그저 벽인 줄 알았는데 문고리가 걸려 있어 호기심에 열어 보니 다락방이 이어져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비밀 아지트 같은 공간이었다. 작지만 창문도 나 있고, 이불도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다락방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하고, 큰방에 투숙하며 추가로 요청할 경우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안채의 두 방 사이에는 넓은 대청마루가 휴식공간이 되어주고 있었다. 소박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돈된 마당과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면 향우당에 대한 주인장의 각별한 애정에 감탄이 나온다. 본래 밀양 출신 이성아 작가의 외갓집이던 이곳을 김병칠·박현숙 부부가 은퇴 후 매입하여 고치고 다듬었다. 반들반들해진 나무 기둥과 마루, 이끼와 와송이 잔뜩 낀 기와지붕을 보지 못했더라면 120년 세월을 간직하고 있단 사실을 믿기 어려울 만큼 관리가 잘돼 있다. 부부는 한옥스테이와 함께 여러 농장도 운영하고 있다. 얼음골 사과 따기부터 꽃차 만들기, 천연 염색 등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또 투숙객에게는 사과를 20%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늘 아낌없이 주는 자연을 닮아 푸근한 인심과 따뜻한 웃음으로 맞이해준 향우당, 덕분에 올겨울 추위가 한결 무뎌진 것처럼 느껴졌다. Info. 1. 업소명 : 향우당 2. 주소 : 경남 밀양시 산내면 산내야촌1길 7-8 3. 전화번호 : 010-4902-7216 4. 홈페이지 : https://hanok1900.modoo.at/ 5. 주차가능 여부 : 가능 6. 숙박요금 : 사랑채 큰방 5만~10만 원, 온돌방 10만 원 안채 큰방 10만~15만 원, 작은방 10만~15만 원 7. 100% 환불가능 날짜 : 투숙예정일 14일 전까지 8. 체크인 : 오후 2시 9. 체크아웃 : 오전 10시 10. 부대시설 : 바비큐장, 식음료장, 세미나실 한천테마파크(밀양한천) 경남 밀양시 산내면은 얼음골과 사과뿐 아니라 한천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향우당에서 차로 10분만 이동하면 한천테마파크에 닿는데 박물관부터 체험장, 레스토랑, 판매장, 생산공장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다. 이곳에서는 한천산업의 역사와 제조과정을 살펴보고 과일젤리, 물방울떡, 구슬젤리, 보석젤리, 한천잼, 한천청, 창의력 양갱과 화과자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천은 원료인 우뭇가사리를 끓여 우무를 만든 후, 이를 다시 얼렸다 녹이는 과정을 반복해 만든 것이다. 청정해역 제주도의 우뭇가사리만 사용하므로 푸딩, 양갱, 젤리 등은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다. 주소 : 경남 밀양시 산내면 봉의로 58-31 문의 : 1577-6526 영남 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경남 밀양시 산내면 일대 간월산, 고헌산, 문복산, 신불산, 영축산, 운문산, 재약산, 천황산 등 9개 산군(山群)은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는 의미에서 ‘영남 알프스’로 불린다. 영남 알프스가 지닌 천혜의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아주 간편한 방법으로 얼음골 케이블카를 추천한다. 국내 최장거리(1.8km)의 왕복식 케이블카로 상부역사 해발 1020m 고지를 단 10분 만에 오른다. 오후 2시 이후로는 탑승자가 많은 편이라 하행 시 대기시간이 1시간 이상 소요될 수 있으므로 여유롭게 탑승하고 싶다면 오전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주소 : 경남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로 241 문의 : 055-359-3000 글/사진 : 여행Q레이터 홍수지 ※위 정보는 2020년 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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