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리문화촌을 찾아가는 길.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니 이내 가을빛 완연한 황금 들녘이 성큼 다가선다. 추수가 끝난 곳도 있고, 이제 막 추수를 시작하는 곳도 있다. 예부터 넓은 들을 끼고 있어 농산물이 풍부했던 평택의 가을은 이처럼 화려하고 넉넉하다. 웃다리? 이름이 독특하다. 이 특이한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웃다리는 농악의 한 종류이다. 농악은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조금씩 다른데, 충청·경기 지역의 농악을 웃다리 농악이라 부른다. 그 중에서도 평택농악은 지난 1985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웃다리 농악을 대표한다. 이곳 문화촌 이름을 웃다리라 지은 것도 이런 자부심 때문이다. 웃다리문화촌은 옛 금각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섰다. 1945년에 개교한 금각초등학교는 서탄초등학교 금각분교를 거쳐 지난 2000년에 폐교되었다. 미군 부대 때문에 개발이 제한되자 젊은 주민들이 하나 둘 마을을 떠났기 때문이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학교는 이내 마을의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흉물스럽게 남아 있던 폐교가 전통과 놀이가 결합된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건 2006년의 일. 평택문화원이 주축이 돼 생활도예, 공예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접목시킨 웃다리문화촌을 조성하면서부터다. 마을 주민들의 참여도 적극적이었다. 매일처럼 문화촌에 나와 부족한 일손을 보탰고, 동물을 기증하거나 농장을 조성하는 데에도 내 일처럼 나서 품을 들였다. 잡초만 무성하던 흉물스런 폐교가 다시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웃다리문화촌 입구에 들어서면 산뜻한 운동장이 가장 먼저 여행자를 반긴다. 주차장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에는 잔디가 깔려 있다. 말끔하게 정돈된 잔디 운동장은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돗자리를 깔고 잠깐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잔디 운동장 옆에는 아담한 동물원이 자리했다. 동물원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다. 그래도 베트남 돼지에서 꽃사슴, 토끼, 흑염소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물들은 다 모여 있다. 그 중에서도 베트남 돼지가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아마도 독특한 생김새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닌 게 아니라 베트남 돼지는 들려 올라간 코나 온몸에 제법 긴 털이 나 있는 것이 우리네 토종 돼지와는 많이 다르다. 아이들은 주변에서 뜯어온 풀을 토끼와 흑염소에게 먹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곳은 웃다리문화촌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 중 한 곳이다. 운동장 주위로는 토피어리로 제작한 다양한 작품과 허수아비들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야트막한 단층 건물은 전형적인 아버지 세대 초등학교의 모습을 하고 있다. 현관을 지나 복도로 들어서면 시간은 훌쩍 60~70년대로 건너뛴다. 삐걱거리는 나무 복도도 그렇고, 뻑뻑해 잘 열리지 않는 미닫이 교실문도 예스러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건물 안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우리 때는 말이지~로 시작되는 아빠들의 일장(?) 연설이 펼쳐지곤 한다. 아이들도 자신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와 너무도 다른 모습에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하다. 건물 복도에는 다듬잇돌 5개가 놓여 있다. 다듬잇돌을 대하는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텔레비전에서라도 본 적이 있는 아이들은 자신의 팔뚝만한 홍두깨를 들고 또닥또닥 다듬이질 흉내라도 내보지만, 이도 아닌 아이들은 도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마냥 신기해하는 표정이다. '다리미처럼 구겨진 옷을 펴주는 물건'이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엄마 아빠도 어릴 적 들어본 다듬이질 소리를 흉내내보지만 쉽지 않다. 다듬잇돌 뒤로 풍금도 있다. 풍금은 피아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아코디언처럼 바람을 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로 페달을 밟는 힘에 따라 소리의 크기가 달라진다. 요즘에는 웬만한 가정집에서도 피아노를 볼 수 있지만, 60~70년대에는 피아노는 고사하고 풍금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 한 학교에 풍금이 몇 대 없다 보니 음악시간 전이면 늘 옆반에서 풍금을 옮겨 오던 기억도 새롭다. 소리도 투박하고 리듬도 매끄럽지 않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풍금 반주에 맞춰 부르던 그 시절 그 노래들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슴속 깊은 곳에 큰 울림으로 남아 있다. 옛날 교실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공간도 있다. 칠판과 교탁 그리고 툭 차면 톡 부러질 듯 약해 보이는 책상과 나무 막대기를 대충 엮어놓은 것처럼 엉성해 보이는 걸상까지. 책과 공책을 함께 펼치기에도 비좁아 보이는 저 책상에 앉아 선생님의 선창에 바둑아 놀자를 목청껏 따라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책상은 사내 녀석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놀이공간이기도 했다. 엎치락뒤치락 2개의 지우개가 혈투(?)를 벌이는 지우개 싸움은 쉬는 시간 10분이 부족할 정도로 치열했던 것 같다. 웃다리문화촌에서는 생활도예와 공예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 생활도예체험이 대표 프로그램. 생활도예체험은 물레체험, 손작업, 데코 체험, 핸드페인팅 등으로 나뉜다. 물레체험과 손작업은 손수 도자기를 만들어보는 체험이고, 데코 체험과 핸드페인팅은 초벌 제작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혀 도자기를 완성하는 체험이다. 아이들은 흔히 경험해볼 수 없는 물레체험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물레체험의 경우 초보자는 작가의 도움을 받아 물레 작업을 해야 한다. 자칫 그릇의 두께가 너무 얇아지면 가마에서 굽는 도중에 깨지거나 금이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릇이 만들어지면 무늬와 이름을 새겨 완성하게 된다. 이렇게 만든 그릇은 가마에서 구워 한 달 뒤 집으로 보내준다. 웃다리문화촌에는 이러한 1일 프로그램 외에도 3개월 단위로 운영되는 정기 강좌도 있다. 유료 체험 외에도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전통 놀이기구도 마련돼 있다. 굴렁쇠와 투호 그리고 제기 등이다. 굴리고 던지고 차는, 어찌 보면 단순한 이들 놀이도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우리의 전통을 배우고 몸으로 즐기는 이 시간이 소중한 이유다. 평택 웃다리문화촌 : 031-667-1611 www.wootdali.or.kr 1.주변 음식점 강남동태찜 : 동태찜 / 포승읍 도곡리 / 031-683-1470 경복궁 : 한식 / 합정동 / 031-655-0567 2.숙소 가보호텔 : 비전동 / 031-658-7700 갤러리호텔 : 평택동 / 031-654-8911 CF모텔 : 통복동 / 031-658-3693 굿타임모텔 : 평택동 / 031-651-6331 글, 사진 : 정철훈(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6년 9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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