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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지하철로 역 6곳 정도를 지나고, 버스를 타면 정류장 14곳 정도를 지나는 거리. 택시를 이용하면 8,000원 정도에 해당한다. 걷는 여행에서는 어떨까. 삼남길 경기권 제1구간 '서호천길' 7.1㎞를 소개한다. 조선시대 대로 중에서 최고 긴 길은 '경기도·충청도·전라도' 삼남지방을 관통하는 이른바 삼남길이다. 그 길이 천 리에 달한다고 하는데 해남부터 강진, 나주, 광주, 완주, 익산, 논산, 공주, 천안, 평택, 수원을 지나 서울에 이른다. 기차, 자동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이 변하면서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삼남길이 최근 재조명 받으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수원시, 화성시, 오산시가 공동으로 옛 문헌과 지도를 활용해 경기권의 삼남길을 고증하며 지난 10월 개통식을 가지며 국내 최장 도보 코스의 첫 문을 열었다. 길이란 사람이 오가며 생긴 것이라 사람이 줄어드는 길은 서서히 자연으로, 걷는 사람이 늘어나는 길은 폭이 넓어지며 편의시설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삼남길이 다시 열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광교산에서 남서방향으로 뻗은 주맥의 끄트머리 골짜기에 골사그내란 마을이 있다. 고개를 넘는 왕복 8차선 차도를 제외하고는 한산한 분위기다. 골사그내 버스정류장 가까이 삼남길 관련 안내판이 있으며 마을 안쪽으로 삼남길 방향 표식과 리본이 길을 안내한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풍경으로 하여금 이곳 주민 외에는 발길도 드물었던 곳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산을 정면으로 걸어 숲길로 자연스레 넘어간다. 부담스럽지 않은 경사로를 타니 몸이 슬슬 풀려가고 달아오른 기운이 찬바람과 어울려 걷는 맛이 좋아진다. 무엇보다 산길 주위에는 노송이 많아 시원한 기운이 깊다. 예로부터 이곳은 '노송지대'라고도 불렸다. 능선에 오르면서 주위 풍경이 하나둘 펼쳐진다. 북동쪽으로 백운산과 광교산이 보이고 골진 산줄기가 서 있는 자리로 뻗어 내려오는 형세다. '안양에서 수원으로 가려면 이 고갯길을 넘어야만 했겠구나' 고개가 끄덕여진다. 힘든 오르막, 편한 내리막이 거듭되면서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숨소리가 거칠어질수록 내면은 더욱 고요해지고 예상치 못했던 마음의 소리가 들릴 때면 잠시 걸음을 멈춰 사색에 잠겨본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이어가는 과정 속에서 지나온 길 위로 훗날 다시 찾아왔을 때 추억이 될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다. 자동차 다니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면 고갯길 정상에 가깝다는 신호다. 삼남길에서 잠시 샛길로 빠져 이 고갯길의 이야기가 담긴 '지지대비'로 향했다. 정조는 사도세자가 묻힌 융릉으로 참배하기 위해 이 고갯길을 넘었다. 가는 길, 고개만 넘으면 능이 보이니 왜 이렇게 더디냐며 재촉했고, 되돌아가는 길에는 고갯길을 넘으면 능을 볼 수 없으니 더디게 가도록 명했다고 한다. 보고 싶은 마음에 느림을 탓했고, 더 볼 수 없음에 느림을 원하던 정조… 느리다는 뜻의 지(遲)자가 두 개 붙은 지지대란 고갯길 이름에서 그의 지극한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정조의 효성을 추모하며 화성어사 신형이 순조 7년에 지지대비를 세웠다. 이 비문에선 우리 전하께서 능원을 살피시고 해마다 이 대를 지나며 슬퍼하시는 느낌이 있어 마치 선왕을 뵙는 듯하시어 효심을 나타내시어 여기에 새기게 하시니, 선왕께서 조상의 근본에 보답하고 너그러운 교훈을 내리시는 정성과 우리 전하께서 선대의 뜻과 일을 이어받으시는 아름다움을 여기에 그 만의 하나로 상고했도다라 적혀있다. 지지대비를 지나면 '지지대 쉼터'가 나온다. 이어지는 길은 차도에서 수직으로 산에 접어들며 다시금 고요한 분위기의 숲이 펼쳐진다. 노송은 좀 줄었지만 바닥에 깔린 낙엽이 꽤 두툼해 걷는 맛이 폭신폭신하다. 부들이 자라는 작은 연못과 나무기둥을 눕혀 만든 다리를 건너며 숲길이 끝나고 도시의 여정으로 넘어간다. 산에서 벗어난 게 아쉬운 것도 잠시, '해우재'의 유쾌한 분위기가 발길을 끈다. 해우재, 근심을 푸는 곳으로 사찰에서 볼 수 있는 해우소의 '소(所)' 대신 '집 재(齋)'를 넣은 이름부터 재미지다. 전 수원시장 고 심재덕의 사저를 고쳐 실내·외에 과거에서 현재, 여러 나라의 화장실 문화를 전시한 공간으로, 각 세대가 가지고 있는 화장실에 관한 추억이 총망라돼 있다. 대가족이 들려서 가깝고도 먼, 재미난 지난 세월을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겠다. 서호천을 따라 걷는 길, 도시를 걷는 게 일상인데 무엇이 특별할까. 일단 이 구간에서는 오리, 백로가 눈에 자주 띈다. 조경도 가지런히 꾸며놓아 걷는 동안 아기자기한 풍경이 좋다. 한마디로 자연과 조화가 돋보이는 모습이다. 일상적인 풍경 속 이 길이 조선시대에는 삼남지방의 곡창지대와 한양을 연결하는 중요한 연결로이기도 했다. 장터를 오가는 보부상, 지방으로 부임한 관리, 신분을 감춘 암행어사, 소달구지에 실린 유배죄인이 지나던 모습을 서호천 옆으로 상상하며 걷는 동안 서호공원에 도착했다. 서호천 흐른 물이 넓은 호수를 이뤘다. 호숫가에 조성된 공원 곳곳에는 산책하는 가족과 연인, 게이트볼을 즐기는 어르신 등 추운 겨울에도 시민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 호수의 원형은 농민을 위해 만든 인공저수지 '축만제'이다. 축만제는 '천년만년 만석을 간절히 원하고 빈다'는 의미로, 정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펼친 여러 정책 중 수리시설 보완을 위해 만든 수원의 인공저수지 중 하나가 여기 서호공원의 호수이다. 호숫가를 돌면서 인상적인 풍경을 만났다. 왼쪽으로는 자로 잰 듯 반듯한 논이, 오른쪽으로 호수가 배치된 둑길이다. 이 논으로 말할 것 같으면 조선시대의 국영농장으로 '둔전'이라 불렸다. 둔전과 호수 사잇길을 걷고 수문 위 작은 다리 근처에 이르면 멋들어진 기와기붕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호공원의 또 다른 풍광을 즐기기 좋은 공원 가장자리, 순조 31년 화성유수 박기수가 만든 '항미정'이다. 호수를 정면으로 마루에 앉았다. 멀리서 날아온 철새가 잔잔한 수면에서 쉬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도보여행이 뭐가 재미있느냐고 종종 묻는다. 도보여행을 자주 하는 대다수 사람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그 재미를 위해 걷지 않을 것이다. 다음번엔 멀리서 날아온 철새가 깃털에 머리를 박고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도보여행도 정자에 앉아 잠시 쉬는 꿀맛이 있긴 하다고 전해줘야겠다.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과천-의왕간고속화도로 의왕TG → 북수원IC (북수원 방면) → 골사그내길 → 골사그내 버스정류장 2.맛집 가보정갈비 : 한우양념갈비 (팔달구 인계동, 031-238-3883) 화청갈비 : 한우양념갈비, 전복갈비탕 (팔달구 인계동, 031-216-1500) 오리대가 : 유황오리진흙구이 (팔달구 인계동, 031-223-5292) 충남집 : 순대국과 소머리국밥 (팔달구 지동, 031-243-3284) 목우촌보리회관 : 한우떡갈비, 굴비정식 (팔달구 팔달로2가, 031-244-8840) 3.숙소 수원화성사랑채 : 팔달구 남창동, 031-254-5555 이비스 앰배서더 수원 : 팔달구 인계동, 031-230-5000 뉴필모텔 : 팔달구 인계동, 031-223-3765 제이비(JB)호텔 : 권선구 구운동, 031-295-0041 -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안정수 취재기자( ahn856@gmail.com ) ※ 위 정보는 2013년 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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