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이 어디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이태원부터 떠올린다. 경리단길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곳은 이태원 옆에 있는 작은 동네가 아니라 ‘경리단 리퍼블릭(Republic)’이다. 낯선 언어가 들려오고 산책하듯 편한 옷차림의 외국인들이 북적이는 거리, 실내보다 테라스에서 외국인이 직접 만든 자국 음식을 맛보는 시간은 경리단길에서 누리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독일 빵과 토마토수프, 멕시코식 타코와 올리브 향기 그윽한 그릭샐러드가 있는 골목. 이국적이지만 낯설지 않고, 생소하지만 맛있는 냄새로 가득한 경리단길의 소문난 외국식당 세 곳을 찾았다. 휴가 시즌이 시작되는 8월에는 누구나 어디로든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비행기 타고 멀리 해외로 떠나는 휴가가 그림의 떡이라면, 그림의 떡이라도 한 조각 맛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지하철로 1시간이면 이국적인 음식과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외국으로 여행 온 기분을 낼 수 있는 식당들이 이태원과 경리단길에 즐비하다. 경리단길은 예전에 육군중앙경리단이 있던 곳이라 아직도 그 이름으로 불린다.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에서 경리단 사거리까지, 그리고 경리단에서 하얏트호텔로 이르는 두 갈래 길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태국 식당부터 남아공 식당까지 세계의 모든 음식이 있는 이태원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경리단길에서 인기 있는 외국인 셰프의 식당 세 곳을 찾았다. 독일식 빵과 브런치를 맛볼 수 있는 ‘더 베이커스 테이블(THE BAKER'S TABLE)’, 멕시코 요리의 정석을 맛볼 수 있는 ‘돈 차를리(Don Charly)’, 지중해식 기로스와 그릭샐러드가 맛있는 ‘엘 그레코스(EL GRECOS)’ 등 셰프의 손맛이 믿음직하다고 소문난 곳들이다. 경리단길의 아침은 독일인 미샤가 구워내는 빵 냄새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더 베이커스 테이블은 경리단길의 브런치 타임을 책임지는 곳이다. 독일에서 3대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집안 출신인 미샤는 영국과 미국, 홍콩 등 세계 여러 나라의 호텔에서 파티시에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독일식 빵집을 열었다. 호밀을 많이 넣어 빵 색깔은 거무튀튀해도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하루쯤 지나면 숙성된 맛이 더 좋지만, 방부제와 첨가물을 넣지 않아 당일 판매를 철칙으로 하고, 남은 것은 모두 푸드마켓에 기부하고 있다. 빵이 맛있으니 당연히 샌드위치도 맛있다. 수프와 샌드위치, 브렉퍼스트로 주문할 수 있는 브런치 메뉴는 홈스타일, 독일식, 파머 스타일로 나뉜다. 갓 구워낸 빵과 달걀프라이, 베이컨, 치즈 등을 푸짐하게 차려낸다. 독일식이 아니라 미샤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토마토수프는 완숙 토마토와 채소를 끓인 수프에 생크림을 넣어 부드러우면서 얼큰한 맛이 난다. 매장에서 금방 구워낸 치아바타나 포카치오를 찍어 먹으면 해장용으로 환상이다. 돈 차를리는 스페인 요리학교에서 만난 멕시코 남자와 한국 여자가 만든 식당이다. 멕시코시티 토박이답게 요리사 까를로스는 멕시코에서 먹지 않는 브리또는 만들지 않을 만큼 요리에 자존심이 강하다. 브리또 말고도 맛있는 멕시코 음식이 워낙 많은 데다 자기가 만들고 싶은 음식을 요리하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굳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지 않고 한국화하지 않은 본토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게 경리단길의 매력이라고 믿는다. 옥수수가루를 직접 반죽해서 만든 빵 위에 아보카도, 양상추, 간 소시지, 토마토소스를 얹어 내는 초리쪼 콘 우에보는 단골들이 가장 즐겨 찾는 메뉴다. 할라피뇨를 훈연해 넣어 독특한 향과 개운한 맛이 신선하다. 식사 메뉴로도 손색없지만 맥주나 데낄라, 마가리따 등 멕시코 전통 술과도 잘 어울린다. 여럿이 나눠 먹어도 좋고, 간단히 먹기에도 부담 없도록 작은 사이즈로 여러 개가 나온다. 2개 혹은 3개로 주문할 수 있다. 신선한 채소를 매일 구입해서 살사와 소스를 만들고 또띠아 칩도 바삭하게 튀겨낸다. 양파, 양상추, 토마토, 블랙빈, 아보카도 등 몸에 좋은 채소가 요리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멕시코에서 공수하는 다양한 고추 덕분에 멕시코 요리 특유의 개운함도 놓치지 않는다. 한국에 사는 유럽과 중남미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다. 홀을 가득 채우는 고소한 또띠아 칩 냄새와 리드미컬한 살사 음악 덕분에 진짜 멕시코의 어느 선술집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만큼 이국적인 분위기가 멋지다. 실내도 좁고 테이블도 몇 개 없는 작은 식당. 엘 그레코스는 예약도 안 되고 때론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도 늘 손님들로 북적인다. 경리단길을 올라가다가 대승교회 건너편 시장 입구에서 만나는 엘 그레코스는 초기엔 외국인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한국 손님이 더 많을 만큼 입소문이 났다. 호주 출신 다니엘과 중국 출신 윈, 두 남자가 만들어내는 그리스 요리는 그들의 그리스 사랑만큼이나 다양하고 맛깔스럽다. 2년 정도 경력이 쌓이면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느끼한 맛은 줄이고 담백한 맛으로 그리스 요리의 건강한 맛을 살렸다. 소박한 분위기의 테이블 숫자에 비해 메뉴가 다양하고 비주얼도 화려하다. 그리스식 케밥은 소금과 파프리카, 후추로 양념한 돼지고기를 천천히 구워내는데, 칼로 잘라내는 표면의 바삭한 맛은 유지되고 육즙이 살아있다. 도톰한 피타브레드에 돼지고기 케밥과 채소를 넣어 야무지게 싸서 한입 베어 물면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타지키, 칼리, 타하니, 호무스 등 그리스 요리를 상큼하게 해주는 특제 소스는 매일 아침 만들어 신선한 맛을 유지한다. 케밥 맛을 살려주는 올리브, 토마토, 오이, 요구르트 소스도 상큼하다. 호주산 양고기로 만드는 기로스 피타도 쫀득하고 구수해서 양고기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다. 더 베이커스 테이블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244-1 -문의 : 070-7717-3501 돈 차를리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238-1 -문의 : 070-8154-4475 엘 그레코스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54길 19 -문의 : 070-8263-8678 주변 여행지 -남산야외식물원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772-12 일원 / 02-798-3771 -용산가족공원 :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85 / 02-792-5661 -남산서울타워 : 서울특별시 용산구 남산공원길 105 / 02-3455-9277 http://www.nseoultower.co.kr/ 숙소 -호텔크라운 이태원 : 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138 / 02-797-4111 -해밀톤호텔 :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179 / 02-794-0171 http://www.hamilton.co.kr/ -캐피탈호텔 : 서울특별시 용산구 장문로 23 / 02-6399-2000 http://www.hotelcapital.co.kr/ 글, 사진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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