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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3층에서 통유리창 너머로 개풍평야와 개성 송악산을 바라보면 동족상잔의 비극이 현재진행형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전망대 2층은 북한의 실상을 알려주는 전시관이다. 녹슨 철모 하나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올해부터 각급 학교 학생들은 토요일이면 학교를 가지 않고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덕분에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어난 곳 중 하나가 강화도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동반한 부모들은 강화도 역사유적지를 두루 관람한 후 안보관광지로 강화평화전망대를 찾는다. 강화읍내를 관통해 강화서문을 지나면 송해면사무소 입구 송해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한적한 강화 들판을 달리다 보면 검문소를 만나게 된다. 이곳을 지날 때에는 반드시 주민등록증을 제시해야 한다. 이 검문소 이후부터 민통선 마을이기에 그렇다. 길은 외줄기, 얼마 가지 않아 제적봉 정상에 우뚝 선 강화평화전망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강화평화전망대가 자리한 제적봉은 1966년 공정식 제6대 해병대사령관이 '적을 제압한다'는 의미를 담아 명명한 것이다. 작지만 철통같은 기념비가 연성대첩비 곁에 단호하게 서 있다. 제적봉 표지석에서 망배단으로 가는 길에 해병대의 상륙돌격장갑차 두 대가 보인다. 1975년부터 해병대 훈련에 활용됐던 이 장갑차는 2004년에 전역했다. 지금은 비록 기념물에 불과하지만 이빨을 무섭게 드러내며 그 옛날 충천했던 기개를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강화평화전망대 3층에 올라 북쪽으로 시선을 두면 한반도의 중부 내륙을 관통하는 임진강과 한강, 예성강이 합류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손을 쭉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바다 건너 들판이 북한 땅이라니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는다. 북한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싶은 마음에 500원짜리 동전을 망원경에 넣고 두 눈을 렌즈에 바짝 붙인다. 전망대 중앙에서 왼쪽으로 시선을 던지면 예성강이 서해와 만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 상류 쪽에는 고려 때 무역항이었던 벽란도가 있다고 한다. 이때 떠오른 말이 김용택 시인의 산문집 제목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이다. 예성강과 바다가 합류하는 하구에 제법 높게 솟은 것이 미라산이다. 시선을 정면으로 옮기면 멀리 개성 송악산의 바위가 남쪽을 향해 선명하게 얼굴을 드러낸다. 맑은 날 서울 시내 남산 정상에서, 63빌딩 꼭대기에서 볼 수 있다는 그 송악산이 이곳에서는 훨씬 더 가깝게 보인다. 송악산은 서울의 북한산처럼 바위가 많은 골산이다. 이런 산에는 지기가 많이 흐른다고 한다. 개성 관광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날이 오면 송악산부터 가봐야겠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많다. 송악산에서 시선을 옮겨 바로 앞 들판을 바라본다. 황해북도 개풍군 들판에도 봄이 찾아와 삼삼오오 모여 들일을 나서는 주민들, 질주하는 빨간색 트럭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제 조금 더 있으면 모내기하는 트랙터의 엔진 소리가 들릴 테고, 보리가 자라는 저 들판은 초록빛으로, 조금 더 지나면 황금빛으로 옷을 갈아입을 터이다. 3층 전망대 안의 지형 모형도 앞에서 친절하게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옮겨본다. 강화평화전망대 바로 정면에 자리한 개풍군의 드넓은 평야 마을에는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들이 제법 많아서 초등학교를 비롯해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있습니다. 헐벗은 민둥산 아래 마을은 한산하지만 봄부터 모내기를 하는 트랙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민둥산으로 있던 야산은 봄이면 새파랗게 변합니다. 아마도 산을 개간해 보리농사를 짓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저 북한의 산들은 왜 나무가 많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예전에는 땔감으로 베어다 썼고, 그후로 그 자리에 나무를 심지 못해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홍수가 자주 발생하나 봅니다. 북한 땅에 나무심기운동을 우리가 부지런히 벌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한강과 서해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유도라는 섬이 떠 있다. 문화관광해설사의 말로는 유도의 동쪽까지가 한강이고 유도 이후부터 서쪽으로는 바다라고 한다. '시방' 우리는 강화평화전망대에 와서 한강의 끝, 서해 바다의 시작을 보는 중이다. 그러니까 평화전망대 앞으로 흐르는 물은 강물이 아니라 서해 바닷물인 것이다. 유도는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1996년, 북한에 엄청난 홍수가 났을 때 소 한 마리가 떠내려 와 유도에 닿았다. 이 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북한으로 돌려보내야 할 텐데 남북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던 때라 묘안이 없었다. 결국 그 소는 제주도로 보내져서 제2의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유도 뒤로는 아파트 단지가 희미하게 보인다. 경기도 고양시라고 한다. 이쯤에서 슬슬 궁금증이 생긴다. 이 지역에서 북한과 가장 가까운 곳은 과연 어디일까?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맞은편 북한 땅까지의 거리는 2.3km이고 개성까지는 20km 떨어져 있다. 김포시 애기봉에서 북한 땅까지는 1.8km이고 김포시 문수산 뒤편에서 북한까지는 1.4km라고 한다. 전망대 2층에 마련된 전시실은 삼국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강화의 역사 속으로 흠뻑 빠져들 수 있는 공간이다. 입구에는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의 사진들이 걸려 있어 다시금 경각심을 일깨운다. 전시관의 첫 번째 전시물은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강화도의 전쟁사를 보여준다. 삼국시대부터 강화도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각축장이었다. 몽고군이 침입하자 고려 조정은 개경에서 이곳 강도로 천도해 39년간 자주성을 지켰다. 이때 우리 민족은 팔만대장경과 금속활자를 만들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근대에는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겪었다. 외침이 있을 때마다 강화도는 온몸으로 항전하면서 나라를 지켜낸 첨병이었음을 이곳 전시관에서 배우게 된다. 전시관에서는 녹이 슬어 윗부분에 구멍이 난 철모 하나가 유독 눈길을 끈다. 구멍 사이로 풀이 삐져나왔는데 나비 한 마리가 얌전히 앉아 있다. 한국전쟁 중 어느 군인이 사용했을 철모. 비무장지대 어디에선가 눈비와 찬 이슬을 맞아가며 나뒹굴었을 철모의 주인을 생각한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이 오늘의 자유를 지켜냈다고 생각하니 못내 숙연해진다. 가곡 <비목>의 한 소절이 입 안에서 맴돈다. 영상실에서 <통일과 안보의 최전선 강화평화전망대>라는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며 평화통일의 그날을 기약해본다. 이밖에 북한의 지리, 인구밀도, 정치, 예술, 화폐, 군사력을 보여주는 전시물을 비롯해 '연대별 북한의 도발', '남북한의 통일정책'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오로지 통일'이라는 희망을 담은 소원지가 빼곡히 걸린 1층 통일염원소에 들어가 한 장의 메모지에 통일을 기원하는 글을 남기고 특산품매장으로 들어가 본다. 백두산들쭉술, 개성고려인삼술, 강계특산백로술, 백두산장뇌삼술, 도토리술, 인풍술 등을 판매하고 있다. 밖으로 나와 야외전망대에서 북쪽을 바라보니 전망대 안에서 통유리 너머로 볼 때보다 북한 땅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서쪽에서부터 동쪽으로 시선을 천천히 옮겨간다. 예성강 하구, 송악산, 개성 시내, 개성공단… 더 가면 군사분계선이 있을 것이고 도라전망대, 도라산역, 자유의 다리 등 남한 땅이 이어질 것이다. 임진강과 한강은 하나가 되어 눈앞에 흘러가는데, 남북으로 갈린 한민족은 보이지 않는 선을 사이에 두고 이렇게 서로를 그리워할 뿐이다. 실향민들을 위해 마련한 망배단 앞에 서서 잠시 묵념한 뒤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로 다가간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가곡 <그리운 금강산>. 이 곡의 작사가 한상억 선생과 작곡가 최영섭 선생이 모두 강화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을 보며 성장했기에 그런 곡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노랫말이 새겨진 노래비 앞에 조수미, 박인수, 백남옥 등 국내 유명 성악가들의 이름이 적힌 버튼이 있다. 원하는 버튼을 누르면 그들의 음성으로 곡을 감상할 수 있다. 그중에서 '플라시도 도밍고'라 적힌 버튼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주저 없이 버튼을 누르자 푸른 눈의 외국 가수가 놀랍게도 우리말 가사를 정확하게 발음하며 노래를 열창한다. 그 순간 모골이 송연해지면서 남북통일이 이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인의 소원임을 실감한다. 저 먼 동쪽에 있는 금강산의 경치를 머릿속에 그려보며 서쪽 끝 중립지대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애절하게 불러본다.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 / 그리운 만이천봉 말은 없어도 / 이제야 자유만민 옷깃 여미며 / 그 이름 다시 부를 우리 금강산 / 수수만년 아름다운 산 / 못 가본 지 몇몇 해 / 오늘에야 찾을 날 왔나 / 금강산은 부른다' ◎ 강화평화전망대 주소 : 인천광역시 강화군 양사면 전망대로 797 전화 : 032-930-7062 1.주변 음식점 우리옥 : 강화읍 신문리 / 백반 / 032-932-2427 왕자정 : 강화읍 관청리 / 묵밥 / 032-933-7807 더리미집 : 선원면 신정리 / 장어구이 / 032-932-0787 은성횟집 : 내가면 외포리 / 활어회 / 032-933-8088 미락횟집 : 화도면 내리 / 밴댕이회 / 032-937-9998 2.숙소 세인관광호텔 : 길상면 온수리 / 032-937-6826 강화유스호스텔 : 내가면 외포리 / 032-933-8891 마니산호스텔 : 화도면 상방리 / 032-937-9317 카리브 : 화도면 사기리 / 032-937-3042 글, 사진 : 유연태(여행 칼럼니스트) ※ 위 정보는 2015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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