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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얘! 너 말이여. 그랴, 너! 저짝서부터 나를 보고 있었제? 내가 전주 사람이 아닌디 아부지를 찾으러 시골서 올라왔어야. 아니 시방 길을 잃었는데 말여. 사람들 인심도 참 박하다, 너 말고는 나랑 눈도 안 맞춘당게? 그래서 말인디...울 아부지 찾는 것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전주 한옥마을을 거닐던 중 낯선 소녀를 만났다. 낡은 한복을 입은 채 난감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편안할 온(穩). 소녀의 이름은 온이라고 했다. 전주에서 서찰을 보낸 것을 마지막으로 아버지 소식이 뚝 끊겨 여기까지 찾아왔단다. 손에는 아버지를 위한 꽃 한 다발이 들려있었다. 이어진 탐문, 점점 밝혀지는 아버지의 비밀. 과연 온이는 무사히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다. ‘체험형 미션 게임 플랫폼’ 리얼월드의 신상 게임, <나에게 온 꽃> 이야기다. 리얼월드와 한국관광공사가 함께 진행한 관광특화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 과정에서 무려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관광지와 방탈출을 결합한 아웃도어 미션 게임은 익숙한 장소를 새롭게 보려는 최근의 여행 트렌드 중 하나다. 서울 정동, 수원 화성, 포항 구룡포 등 유명 관광지는 물론 부산의 아쿠아팰리스도 호텔 전체를 이용하는 야외 방탈출 게임을 출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나에게 온 꽃>은 전주 한옥마을을 배경으로 아버지를 찾아 나선 조선 소녀 온이의 여정을 그렸다. 무료로 제공되는 키트를 참고해 방탈출을 하듯 문제를 풀다 보면 주변 관광지 곳곳에 숨어있는 역사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게임을 시작한 곳은 전주 한옥마을이다. 700채 이상의 아름다운 한옥을 통해 한국의 고전미를 엿볼 수 있는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다. 골목마다 예쁜 기념품과 길거리 간식이 가득하고, 알록달록 한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그 인파 속에 아버지를 찾는 온이가 있었다. 온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간절한 눈빛으로 아버지를 찾아줄 것을 청했다. 나는 흔쾌히 온이를 돕기로 결심했다. 버튼을 눌러 미션을 시작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온이가 가지고 있던 서찰 앞 글자에서 힌트를 얻어 다음 행선지를 알아냈다. 현실 공간과 온라인 공간을 넘나들며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이었다. 문득 대학로에서 처음으로 도전했던 방탈출 게임이 떠올랐다. 초반에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무언가를 툭 건드리니 '삑땅쾅' 효과음과 함께 다음 단서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그때의 쾌감이 되살아났다. 한동안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방탈출 카페가 전주라는 현실 공간에 재현된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후로도 네 군데의 장소를 더 옮겨 다니며 미션을 수행했다. 전주 한옥마을만 다섯 번 이상 방문했지만 주변을 이렇게 자세하게 둘러보긴 처음이었다. 들뜬 분위기의 한옥마을과 달리 원도심은 대체로 평온했다. 작은 공방과 표구사로 가득한 풍남문 골목부터 주민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산책을 즐기는 전주천, 알록달록 벽화가 그려진 완산칠봉의 어느 할머니 댁까지. 거대한 관광지에 가려진 전주의 소소한 일상을 눈에 담았다. 게임이 막바지에 이르자 아버지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가려는 찰나 여비를 도둑맞았다거나, 사정이 생겨 주변에 신세를 지고 있을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뜻밖의 장소에서 잊고 지냈던 아픈 역사를 마주하니 한없이 숙연해질 수밖에. 마지막 장소에서 입수한 아버지의 일기장에는 “우리가 가려는 길은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길이다. 나는 네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라고 적혀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뉘엿뉘엿 해가 넘어갈 무렵 게임을 마쳤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자세한 내용은 언급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만족도가 꽤 높았다는 것이다. 문제 수는 총 15개로 난이도는 중간 수준이다. 혹시라도 막힐 땐 정답 입력창에 정해진 단어를 입력해 힌트를 볼 수 있으니 스트레스 받을 걱정은 없다. 문제를 푸는 방식도 색다르다. 안내판, 벽화 등 주변 지형지물을 활용해 퀴즈를 풀거나 다음 장소에 올바르게 도착했다는 것을 인증하기 위해 AR로 현판을 인식하는 식이다. 신기한 미션이 많고 총 이동거리가 1.5km 이내로 짧아서 나중에 어린 조카와 함께 와도 좋을 것 같았다. 관광특화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 과정 수상작은 <나에게 온 꽃>뿐만이 아니다. 남원을 배경으로 한 <프로젝트 고백>과 인천 개항장을 무대로 삼은 <꼬마의 꿈>이 각각 최우수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3개의 수상작을 포함해 가장 완성도가 높은 8개 콘텐츠가 지난 8일 리얼월드를 통해 공개됐다. 도장 깨기 욕구가 불타오르는 건 '리린이'가 되었다는 증거. <나에게 온 꽃> 다음으로 플레이하기 좋은 게임 두 편을 소개한다. ① 프로젝트 고백 | 전북 남원 광한루원 일대 누구에게나 익숙한 <춘향전>을 잘 알려지지 않은 근원 설화를 통해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남원의 기근을 조사하기 위해 투입된 조선조 문신 성이성이 억울한 여인의 혼이 남원 땅을 가물게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 진상을 파헤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방탈출을 해본 적이 없어도 스토리를 진행하는 앱과 단서를 제공하는 광한루원 일대의 팸플릿, 안내판, 지형지물을 자세히 관찰하면 쉽게 문제를 풀 수 있다. 게임을 하고 나면 익숙하다는 이유로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광한루원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몰랐던 역사도 배우게 된다. ② 꼬마의 꿈 | 인천 차이나타운 및 개항장 거리 플레이어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품인 낡은 상자를 열기 위해 낯선 꼬마를 따라 1914년의 인천 차이나타운과 개항장 일대를 모험하며 비밀번호 힌트를 얻는 과정을 담았다. 게임 속 차이나타운은 개항 이후 화교들이 인천으로 이주할 당시 모습이므로, 지나치기 쉬운 이주민의 역사와 건축물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관광 안내서와 현장 설명문에 미션 해결에 필요한 단서가 있으니 두 눈 크게 뜨고 다닐 것! 리얼월드는 이처럼 참여자로 하여금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현실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주어진 미션들을 수행해가는 몰입형 경험을 제공한다. 정보 전달식 수동적 관광에서 직접 체험해보는 자기중심적 관광으로의 전환이 미션투어의 장점이다. 예쁜 인증샷을 남기면 그뿐인 요즘 여행 방식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다. 1~3명의 소규모 인원으로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비대면 시대와 일맥상통한다. 익숙한 관광지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면 거침없이 리얼월드 하자. 적어도 “내가 오늘 뭘 봤지?”하고 머리 긁적이며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Tip. 방구석에서 리얼월드 게임을 할 수 있다? 없다? 리얼월드는 코로나19로 여행을 하지 못하는 ‘리린이’를 위해 집콕 전용 모바일 게임을 유·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독립자금 관련 작전을 수행하는 <독립자금을 전달하라!>, 살인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엘레지 호텔 살인사건>, 무지개 너머 반려견을 찾아가는 <오버 더 레인보우>가 대표적이다. 특정 장소와 관련이 없으므로 주제나 풀이 방식이 오프라인 게임보다 다양하다. 리얼월드 게임 목록 바로가기 .real_btn{ background-color: #e1d7cc; text-align: center; padding: 3% 0; border-radius: 10px; font-weight: 700;} 취재 : 양자영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1년 3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mo{display:none;} @media screen and (max-width: 1023px){ .mo{display:block;} .pc{display: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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