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와 무안군 중간에 자리한 신안군 압해도는 2008년에 개통된 압해대교를 통해 자동차나 버스로 여행하기가 쉬워진 섬이다. 서쪽 끝 송공항에서는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를 오가는 여객선을 탈 수 있다. 뻘낙지가 단연 인기 최고의 별미이다. 길이 1,420m의 압해대교 해상 교량을 건너면서부터 압해도 여행이 시작된다. 압해도는 7개 유인도와 70개 무인도 등 총 77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압해도'라는 지명이 품고 있는 뜻을 살펴보자. 누를 '압(押)' 자에 바다 '해(海)' 자다.
읍사무소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낙지 다리가 세 방향으로 뻗어나가면서 바다와 갯벌을 누르고 있는 형상이라 '압해도'라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과연 서해안 갯벌의 한가운데 떠 있는 섬에 어울리는 지명이다.
낙지 다리가 바다를 누르고 있는 섬 압해도는 그러나 낙지잡이보다는 평야가 많아서 양파·마늘·배·무화과 등을 많이 재배하고, 수산업은 해태(김) 양식이 주를 이룬다. 바다에 박혀 있는 말창들은 대부분 김 양식을 위해 설치됐다. 압해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목포시 북항과 지금의 압해도 선착장 사이를 철부선들이 시내버스처럼 자주 왕래했다. 여객선 운항이 완전히 끝나버린 압해도 선착장에서는 목포를 상징하는 유달산과 북항, 목포대교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몇몇 횟집만이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인적이 드문 항구를 지키고 있다.
선착장에서 되돌아 나와 압해읍사무소로 향하다 보면 천일염을 생산하던 염전이 갈대와 칠면초 등 염생식물 천국으로 변신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이쯤에서 섬을 여행 중임을 실감하게 된다. 압해도 선착장에서 받은 쓸쓸함은 대도시의 청사만큼이나 현대적 감각으로 지어져 생경하게 다가오는 신안군 청사 건물을 마주하게 되자 멀리 달아난다. 압해도는 1970년에 등단한 노향림 시인의 시에 자주 등장한다. 압해도를 소재로 삼은 시편이 약 60편에 달한다고 한다. 전남 해남 태생인 노 시인은 목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바다 건너 압해도를 바라보며 문학의 꿈을 키웠으니 당연한 문학적 결과이다. 노향림 시인의 시편 중 하나인 <압해도>는 이렇게 시작된다.
섬진강을 지나 영산강 / 지나서 가자 친구여 / 서해바다 그 푸른 꿈 지나 / 언제나 그리운 섬 / 압해도 압해도로 가자 가자 / 언제나 그리운 압해도로 가자
노향림 시인의 시비는 군립도서관에 세워져 있다가 얼마 전 천사섬 분재공원 앞 바닷가 주차장으로 옮겨졌다. 압해도 사람들은 신안군의 그 많은 섬 중에 압해도가 시와 가곡에 등장한다고 해서 큰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압해도에서는 고 김환기(1913∼1974) 화백의 그림도 감상할 수 있다. 새로 지어진 신안군청 로비의 한쪽 벽면에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초대형 벽화가 장식돼 있고, 동서리 버스정류장 뒤편에 세워진 창고 외벽에서도 김 화백의 작품이 보인다. 김환기 화백은 압해도와 지척인 안좌도에서 태어나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로 추앙받는 화가이다. 한적한 섬 여행길에 대가의 작품을 모작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유쾌한 추억으로 남는다. 면적이 전국에서 열 번째로 큰 섬이고 인구도 7,000명에 가까우니 유서 깊은 사찰도 들어서 있다. 가룡리 야산 중턱에 금산사가 들어앉아 답사객들의 발걸음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전하는 말로 금산사는 백제 법왕 때인 599년에 창건됐다고 한다. 이후 신라 경덕왕 때 진표율사가 중건했고, 고려 문종 때 혜덕왕사가 대가람으로 중창하면서 사세를 크게 떨쳤다. 그 뒤로 오랜 세월을 걸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마침내 근세에 와서 다시 중건되는 운명을 겪었다.
1904년경 압해도 분매리의 강성규, 목포의 강영옥과 부인 배 씨 등이 불심을 널리 전파하려고 사찰을 중건했다. 지금은 송광사의 말사로 등록되어 있으며, 비구니 스님들이 대웅전·칠성각·관음전·자명당 등을 지키며 수도 정진하고 있다. 절집으로 가는 길 좌우로 펼쳐지는 밭들이 녹색 옷을 입고 있다. 양파 모종이 자라는 중이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양파 모종은 이웃한 무안군으로 옮겨 심어져서 '황토를 먹고 자란 무안 양파'가 된다고 작업 중이던 주민들이 들려준다. 압해도 여행의 후반부는 송공산 주변의 명소 탐방으로 이어진다. 압해읍사무소를 지난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곧장 가면 송공항으로 가는 길인데, 항구 못 미처 송공산이 불쑥 솟아 있다. 높이는 230m로 압해도 사람들이나 목포 시내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다.
3개의 등산로가 있으며, 각 코스는 1시간 20분에서 2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송공산 정상에는 백제 때 축조된 산성(높이 1.2m, 둘레 230m)이 남아 있다. 이런 유적으로 미루어 압해도는 백제시대 주변 해상활동의 중심지, 고려시대 삼별초의 대몽항쟁 거점 구실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송공산 남쪽 사면에 압해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여행지인 '천사섬 분재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분재원, 야생화원, 초화원, 미니 수목원, 생태연못, 유리온실 등으로 꾸며져 느린 걸음으로 해송, 주목, 철쭉 등 250여 점의 분재를 감상하며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공원을 안내하는 이가 분재 작품 앞에서 허리를 숙이면 분재를 볼 줄 아는 사람이고, 허리를 숙이지 않은 채 입으로만 이야기하면 분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공원에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조각 작품이 70여 점 전시되어 있다. 아프리카 석조 문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조각품들이다. 작품마다 <부부의 사랑>, <지상의 천사>, <책 읽는 사람>등 이름이 붙어 있다. 낙조를 보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떠나온 압해도 여행은 송공항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압해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등으로 가려면 목포 북항에서 배를 타야 했지만 지금은 압해도 서쪽 끝에 자리한 송공항이 입항과 출항지 구실을 하고 있다. 송공항 주변에는 횟집들이 몇 군데 영업 중이다.
어느 섬으로 들어가건 모두 교량으로 연결돼 있어 드라이브 여행이 편하다. 자은도와 암태도를 잇는 다리는 은암대교(675m), 암태도와 팔금도를 잇는 다리는 중앙대교(600m), 팔금도와 안좌도를 연결하는 다리는 신안1교(510m)이다.
자은도에는 백길해변과 분계해변, 암태도에는 수곡리∼추포리 간 노둣길(돌로 만든 바닷길), 팔금도에는 팔금삼층석탑, 안좌도에는 고 김환기 화백의 생가 등이 있어 여행객들의 방문을 기다린다. 압해도를 떠나기 전 읍내에서 낙지연포탕, 산낙지비빔밥 등으로 저녁식사를 한다. 산낙지 값이 어찌나 비싼지 낙지연포탕에 달랑 낙지 한 마리뿐. 밑반찬으로 나온 감태와 바다새우의 오통통한 식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젓갈로 아쉬움을 달랜다.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061-240-8356 압해읍사무소 061-240-8173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 → 압해대교 → 압해읍사무소 입구 → 송공항
* 대중교통
목포해양대 앞에서 송공항으로 가는 130번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하루 20회 운행
2.맛집
낙지마당 : 압해읍 학교리 / 낙지 / 061-271-1731 송공미락회센타 : 압해읍 학교리 / 활어회, 매운탕 / 061-271-2171 만나식당 : 압해읍 학교리 / 백반 / 061-271-5995 신바다횟집 : 압해읍 송공리 / 활어회 / 061-271-1270 녹색한우 : 압해읍 학교리 / 한우 / 061-271-2300
3.숙소
블루모텔 : 압해읍 복룡리 / 061-271-8966 신성 : 압해읍 학교리 / 061-271-3548 참숯가마찜질방 : 압해읍 대천리 / 061-271-0774 신데렐라궁 : 압해읍 복룡리 / 061-261-5858 / www.cinderellaps.kr
-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2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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