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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의 계절이다. 스카이다이빙부터 윈드서핑까지 선택의 폭은 넓지만 이번에는 하동 금오산 정상에서 짚와이어를 타기로 한다. 꾸준한 강습이나 대단한 담력이 필요하지 않아 1회성으로 아무 때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런데 과연 말처럼 쉬웠을까? 해발 850m 정상에 오르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이름이 짚트랙이든 짚라인이든 짚와이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식상하다는 것. 하지만 금오산 짚와이어는 어트랙션이 확실하다. 타이틀이 무려 '아시아 최장(最長)'이다. 해발 850m 금오산 정상에서 최고시속 120km/h로 3.42km 거리를 세 번에 걸쳐 내려오는 코스다. 최대 경사는 27%(약 15˚)나 된다. 여기까지만 해도 보기 드문 스펙인데, 다도해를 감상할 수 있는 프리미엄 조망권까지 갖췄단다. 기대를 가득 품고 입소문 자자한 활강의 근원지, 하동알프스레포츠로 향했다. 하동알프스레포츠 매표소는 금남면 중평리 금오산자락에 위치해 있다. 하동청소년수련원과 매우 가깝고 넓은 주차장을 갖췄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표를 구매하는 것. 현장에서도 표를 살 수 있지만 운이 좋은 날이라야 가능하다. 평일 예약률이 80%에 달하는데다 주말 예약은 한 달 전 마감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용 시간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성수기인 4월부터 9월까지는 8시 30분부터 17시 35분까지 20~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동절기(11월~2월)는 8시 30분부터 16시 10분까지, 3월과 10월은 8시 30분부터 17시까지, 운행 간격은 동일하다. 표를 사고 나서 체중계에 올라 체급을 확인한 후 동의서를 작성하고 트롤리와 안전모 등 장비를 지급받았다. 그 상태로 금오산 정상으로 향하는 스타렉스에 탑승하면 준비 끝.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약 20분간 달려 짚와이어 1구간 정류장에 도착했다. 이곳 1구간은 전체 3구간 중 길이는 가장 짧지만 난이도는 최상이다. 와이어가 급격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최고의 스피드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더 깊게 고민할 틈도 없이 안전요원은 와이어에 트롤리와 시트형 하네스를 연결해준다. 줄 하나에 의지하는 다른 짚라인에 비해 그네 타듯 앉을 수 있어 안정감이 뛰어나다. 앉은 상태에서 상체를 세우면 바람의 저항으로 속도가 느려지고 뒤로 누우면 속도가 빨라진다. 바람의 저항이 뭐 그리 대수냐고 묻겠지만, 이 저항 때문에 35kg 이하는 탑승 자체가 불가하다. 맞바람이 불면 내려가지 않을 정도라고. 1구간. 약 1분 20초 쿵쾅 쿵쾅 쿵쾅. 심장이 요동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 비단 바다 속 얘기만이 아니다. 5.4.3.2.1.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발사대에 놓인 로켓처럼 자욱한 안개를 뚫고 순식간에 하늘을 가로지른다.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호흡을 멈춘다. 빠른 속도만큼이나 세찬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지나간다. 어찌나 힘이 센지 몸이 자꾸 한쪽으로 기운다. 혹여 놓칠까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주위에 뭐가 있는지 볼 여유 따윈 없다. 2구간. 약 2분 40초 전체 중 길이가 가장 긴 구간이다. 두 산봉우리를 연결하는 와이어가 희미하게 미소 짓는 입꼬리처럼 늘어진 탓에 중간쯤 왔을 때 급격히 속도가 줄어든다. 그제야 휴대폰 녹화가 잘 되는지 확인할 여유가 생긴다.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봤을 때 비로소 관자놀이에 평행으로 난 눈물자국을 발견한다. 두려워 흘린 눈물인지, 세찬 바람이 만든 눈물인지, 약간은 무안해진다. 까마득한 발아래에는 키 큰 나무들의 정수리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피할 곳은 없다. 3구간. 약 1분 30초 비로소 '경험자의 여유'를 부릴 타이밍이다. 출발할 때 비명도 지르지 않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다도해를 감상하는 재주가 생긴다. 감탄을 연발하며 이용료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 손을 살짝 놔도 무섭지 않다. 덕분에 휴대폰 카메라 앵글이 다양해진다. 마지막 정류장에 도착할 때에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았던 척 목소리를 다듬는다. 하동 금오산은 짚와이어가 설치되면서 레포츠의 신흥 성지로 떠올랐지만 이전엔 등산꾼들 사이에서 일출 명소로 이름을 떨쳤다. 이른바 '비행기 일출'인데, 비행기에서 보는 것처럼 다도해의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차량을 이용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금오산 정상에는 커다란 송신탑과 군사시설이 있고 이들의 유지보수를 위해 별도의 임도를 설치했다. 과거에는 일반 차량이 통제되었으나 현재는 사전 승인 없이 통과 가능하다. 차량을 이용해 금오산 정상까지 오르면 20분 남짓 걸린다. 도보로 이동할 경우 하동알프스레포츠(하동청소년수련원) 입구에 난 산길을 따라 간다는 가정 하에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짚와이어를 이용하면서 차량으로 금오산을 등정했다면 다음날 새벽 도보로 정상에 올라 진정한 '레포츠 여행'을 완성하는 건 어떨까. 짚라인으로 신나는 액티비티를 즐기고 난 후에는 차 시배지로 유명한 쌍계사와 노랫말로 더 정겨운 장, 화개장터를 둘러보자. 고즈넉한 쌍계사에서 마음의 평온을 얻고, 먹거리가 풍성한 화개장터에서 배를 채우면 그야말로 완벽한 여행이 된다. 쌍계명차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 화개면에 거주하는 김동곤 명인이 섬진강 옆 한적한 시골길에 지은 박물관 겸 카페다. 티, 라떼,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수제 디저트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자사 브랜드 녹차와 다기를 판매하거나 차와 관련된 물건을 전시하는 박물관도 겸한다. 세련된 건축 디자인과 독특한 메뉴도 인기에 한 몫 했지만, 최근에는 한 여행 프로그램에서 인기그룹 워너원 멤버들이 방문해 젊은 층 인지도가 높아졌다. 대표 메뉴인 발효녹차는 찻잎 하나가 보여줄 수 있는 맛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가늠케 한다. 구수한 첫맛과 약간 떫은 뒷맛. 그것은 차 문외한이 습관적으로 느끼던 녹차에 대한 고정관념일 뿐, 발효녹차는 녹차가 가진 맛의 한계를 손쉽게 뛰어넘는다. 어떻게, 얼마나 발효시키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이곳 발효녹차는 부드럽고 묵직하며 매콤한 향이 난다. 녹차가루를 듬뿍 올린 페스츄리 피자도 독특하다. 피자는 밀도 높은 페스츄리 빵 위에 치즈와 아몬드, 녹차가루를 듬뿍 올려 구웠는데 걱정과는 달리 토마토소스 없이도 간이 잘 맞는다. 자극적이지 않으므로 향긋한 차와 함께 즐기기 좋다. 여유롭게 차를 음미하고 있노라면 보이지 않았던 하동의 또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차밭으로 둘러싸인 산과 섬진강으로 흐르는 화개천이 보인다. 이토록 푸르고 맑고 맛있는 곳, 하동으로 오길 참 잘 했다. 제공 : 한국관광공사 ※ 위 정보는 2020년 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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