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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은 요즘, 애호가들의 상상초월 애정 공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반면 함흥냉면은 조용히 잊혀져가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측은하게 볼 것만은 아니다. 1·4후퇴 때 총알도 피해 다닌 함흥냉면이다. 흥남부두의 필사즉생(必死則生) 심정으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 시원한 평양냉면 대신 화끈한 함흥냉면을 응원한다. 함흥냉면은 맵다. '매콤, 달콤, 새콤'으로 요약되는 이름만큼이나 매워도 얄밉게 맵다. 첫 젓가락은 달콤, 두 젓가락은 새콤…, 세 젓가락 정도 입에 넣어야 매콤함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네 젓가락부터는 슬슬 얘기가 달라진다. 머릿밑이 살살 가려워진다. 이 대목에서 뜨거운(사실 주문할 때 나온 것이라 뜨겁기보단 미지근하다) 육수 잔을 들어 홀짝 마신다. 입안이 화끈거리다 못해 아리다. 눈에선 눈물까지 흐른다. 이건 틀림없는 자해 행위다. 생채기에 소금을 뿌리는 거랑 다를 게 없다. 아~~ 앓는 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눈이 확 밝아진다. 그러면서 기분이 맑아진다. 맵다, 맵다 하면서도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젓가락질. 얄미워도 정말 얄밉다. 요런 게 진짜배기 '맛있게 매운맛'이다. 함흥냉면은 평양냉면과 냉면이란 분류만 같지 내용을 따지면 다른 게 많다. 함흥냉면의 면은 메밀면이 아니다.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면이다. 춥고 험준한 함경도 지방은 메밀보다 감자 농사가 더 잘됐다고 한다. 감자라는 식재료가 일상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감자를 갈아 전분을 내서 만든 국수를 농마국수라고 한다. 그런데 농마국수는 질기기만 질기고 별 맛이 없다. 고무줄 씹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러니 온갖 양념이 더해진다. 매운 고춧가루를 붓고, 새콤한 식초를 치고, 달달한 설탕을 뿌리고, 잘 익은 김치나 식해를 얹어 먹기 시작한 게 함흥냉면이다. 요즘 감자전분을 쓰는 함흥냉면집을 찾기 어렵다. 대부분 고구마전분이다. 정확히 언제부턴지 모르지만 감자전분 값이 뛰어서 고구마전분으로 바꿨단다. 그러니 '감자타령'하며 찾아다닐 건 아니란 생각이다. 함흥냉면의 웃기는 홍어회다. 소고기 수육, 배, 오이절임, 무김치, 계란지단, 김가루 등도 있지만 핵심은 홍어회다. 그런데 말이 홍어지, 실은 간재미다. 홍어가 간재미인지, 간재미가 홍어인지 헷갈릴 정도로 뒤죽박죽으로 쓰는 이름이 됐는데도,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봐주는지 무사 통과된 게 함흥냉면의 홍어회다(다른 메뉴에서 이런 식으로 썼다간 카메라출동 고발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어지간한 치아로는 끊기 어려운 함흥냉면의 면발과 오도독 씹히는 간재미의 물렁뼈가 어울린다고 북쪽 조상님들이 판단해 함흥냉면의 웃기로 올라가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간재미회무침의 맛이 함흥냉면의 맛 평가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함흥냉면의 육수는 묘하다. 국수를 말아먹는 용도가 아니다. 면 따로 육수 따로다. 프랑스 음식의 콘소메처럼 따로 먹는다. 아니 먹는 것도 아니고 컵에 담아 마신다. 웃기는 일인데 왜 그런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취재를 해봤는데 답을 듣지 못했다. 그런데도 엄청 공들여 만든다. 각종 고기와 양념을 넣고 푹 곤 국물이다. 소금 간도 맞췄다. 온면을 말 때 기본 국물로 쓴다고는 하지만 역시 따로 마셔야 제맛이다. 자 이제부터는 함흥냉면을 더 맛있게 즐기는 법이다. 냉면이 나오기 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뜨거운 육수부터 한 컵 마신다. 뱃속에 곧 함흥냉면 들어갑니다라는 신고식이다. 육수로 위를 감싸 매운 자극에 대한 방어망을 구축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냉면이 나오면 살짝 비빔양념장 맛을 본다. 그리곤 입맛에 맞춰 설탕, 겨자, 식초를 더해 비비면 폭풍흡입 젓가락질 준비 완료다. 함흥냉면을 먹을 때 따라다니는 2대 고민이 있다. '면, 자를까? 말까?', '삶은 달걀, 먼저? 나중?'이다. 미식가로 유명했던 백파 홍성유 선생은 냉면을 제대로 맛보려면 면발의 한쪽 끝은 뱃속에, 나머지 한쪽 끝은 젓가락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보면 면에 가위를 들이대는 건 '몹쓸 짓'이다. 그러나 치아가 고르지 않은 사람이 면을 미리 끊어 두질 않았다간 무척 난감해질 수 있다. 그러니 가위 문제에 있어선 백파 선생의 말을 굳이 따르지 말고 자신의 처지와 상황에 맞춰 사용할 것을 권한다. 웃기로 올라온 반쪽 달걀도 고민이다. '먼저'와 '나중'의 상반된 주장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매운맛으로부터 속을 보호하려면 먼저, 매운맛을 달래려면 나중이란 얘기다. 달걀을 앞서 먹든, 중간에 먹든, 맨 꽁지에 먹든, 냉면에 담긴 달걀 반쪽을 먹다가 사고 났다는 기사는 본 적이 없다. 그러니 결론은 맘대로 드시라다. 어쨌든 달걀은 냉면 한 그릇으로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 오장동 함흥냉면 오장동의 다른 두 냉면집인 흥남집과 신창면옥에 비해 면이 조금 질긴 느낌이다. 전분의 함량이 높다는 것인데 씹는 맛을 즐기는 사람에게 좋다. 웃기로 달걀 반쪽이 올라가지 않는 점이 독특하다. 양념 맛은 전반적으로 자극적이고 직선적이라 식재료가 지닌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다. 테이블 배치가 협소하고 종업원들의 응대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회냉면 11,000원. 서울 중구 마른내로 108. 02-2267-9500 오장동 흥남집 1953년 문을 연 이래 환갑의 세월을 훌쩍 넘겼다. 고구마전분에 메밀가루를 더해 면발이 가늘지 않고, 소면처럼 약간 굵은 편이다. 회냉면 웃기로 올라간 간재미회무침에 설탕이랑 식초를 추가하면 달콤새콤한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 수육 웃기가 올라간 비빔냉면을 놓고 메뉴 선택에 갈등을 겪는다면, 회와 수육이 함께 올라간 섞임 냉면이 정답. 각각 11,000원. 서울 중구 마른내로 114. 02-2266-0735 명동 함흥면옥 명동 한복판에서 함흥냉면의 맛을 지키고 있는 곳. 요즘은 실향민 고객보다는 남한식 함흥냉면의 본맛을 즐기려는 일본과 중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주 고객이다. 쫄깃한 면발, 짭조름한 육수, 오도독 씹히는 간재미회의 삼박자가 척척 맞아떨어진다. 단맛과 신맛이 강해 너무 자극적인 맛이란 지적도 있다. 10000원. 서울 중구 명동10길 35-19. 02-776-8430 곰보냉면 함흥냉면 전문점 중 개인적으로 가장 즐겨 찾는 집. 이유는 단순하다. 고향이 함경도인 부모님을 따라 어릴 적 '냉면=곰보'란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인이 박이게 다녀서 그렇다. 생강과 마늘 맛이 강한 비빔양념 속에 버무려진 맵고, 달고, 신맛의 오묘한 조화에 매번 감탄한다. 육수가 맛있다고 홀짝홀짝 마시다보면 나트륨 과다 섭취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 요망. 9000원.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109 세운스퀘어 401호. 02-2267-6922 출처 : 청사초롱 글 : 유지상(음식칼럼니스트), 사진 : 박은경 기자 ※ 위 정보는 2019년 7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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