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지난 2019년 4월, 강원도 고성에서 대형 산불이 났다. 산불은 강풍을 타고 속초까지 빠르게 번지며 서울 여의도에 맞먹는 지역이 피해를 봤다. 산불 직후 행여 이재민들에게 누가 되랴, 피해 복구가 될 때까지 강원도 여행을 주저하는 이들이 많았으나 산불이 지나간 후 찾아간 고성은 놀랍도록 건재했다. 2018년 말에 문을 연 고성통일전망타워가 우뚝 섰고, 화진포 주변 나무는 연둣빛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여전한 고성에서 1박 2일을 머물렀다. 고성하면 역시 DMZ투어다. 대표 코스는 민통선 안에 위치한 고성통일전망타워와 DMZ박물관을 돌아보는 것. DMZ의 ‘D’자를 형상화한 고성통일전망타워는 지난 2018년 12월 개관한 신상 중 신상 여행지다. 해발 70m 고지에 34m 높이로 우뚝 선 자태가 자못 당당하다. 35년 동안 고성 DMZ여행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켰던 통일전망대가 초라해 보일 정도. 통일전망대는 현재 기념물 판매 공간으로 운영된다. 고성통일전망타워는 1층 특산품 홍보장, 2층 전망교육실, 3층 전망대로 구성됐다. 관람은 2층 전망교육실에서 진행하는 문화해설사의 안내로 시작한다. 1만 2000 봉우리를 품은 금강산과 바다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해금강, 그리고 고성 일대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시작된 호수 ‘감호’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다. 금강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 아래 있는 감호는 2층 전망교육실에서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망교육실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전망대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전망교육실보다 부쩍 올라간 높이만큼 시야도 한결 시원하다. 좌측으로 금강산 육로와 철로가 나란히 길을 잇고 푸른 동해가 그 길을 보듬듯 감싼다. 육로와 철로는 사이좋게 군사분계선을 지나 금강산을 향해 달린다. 이곳에서 북한의 온정리역까지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전망대를 돌아본 뒤에는 예쁜 벽화가 그려진 계단을 이용해 천천히 내려오는 것도 괜찮다. 승호리철교 차단 작전 등 한국전쟁 당시 큰 공을 세운 우리 공군 최초의 전투기 F-51D(등록문화재 제666호)는 고성통일전망타워 앞 야외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DMZ박물관은 1953년 유엔군과 북한군의 정전협정으로 태어난 DMZ를 테마로 꾸몄다. 2층 전시실은 ‘DMZ의 탄생’ ‘냉전의 유산’ ‘DMZ의 생태계’라는 주제로 한반도 분단의 역사를 꼼꼼히 보여준다. 정전협정 장면을 재현한 디오라마와 협상 과정에서 오고간 각종 문서들이 휴전 당시 분위기를 보여주는 전시물이라면, 녹슨 총탄과 대검 같은 전사자 유품들은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전시물이다. 총알에 뚫린 녹슨 철모는 전쟁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전시물.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당시 북한군이 사용한 122미리 방사포 포탄 추진체 일부도 이곳에 전시돼 있다. ‘그러나 DMZ는 살아있다’ 코너는 산양과 두루미처럼 DMZ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 박제를 통해 DMZ의 생태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축복 받지 못한 땅에서 축복된 삶을 영위하는 동물들은 상처로 얼룩진 DMZ를 치료하는 작은 희망이기도 하다. 3층으로 올라가면, 휴전 이후 우여곡절이 많았던 남북관계를 보여주는 전시물들이 기다린다. 흥미로운 건 ‘벌거벗은 심리전의 첨병’이라 불렸던 심리전단, 삐라들. 남한과 북한의 삐라는 그 형식이 조금 다르다. 북한 삐라가 직설적이고 적대적인 표현으로 남한을 비판한다면, 남한 삐라는 우회적 표현을 활용해 남한 체제의 우수성을 설명한다. 수영복 입은 여배우들의 사진을 삐라에 많이 사용한 것도 같은 이유. 남북의 삐라를 비교하는 것만큼 80~90년대를 풍미했던 그 시절 대표 여배우들의 앳된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철책걷기 체험과 대북 심리전에 사용된 장비를 볼 수 있는 야외 전시장도 DMZ박물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주소 :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금강산로 481(통일안보공원 출입신고소) 문의 : 통일전망대 033-682-0088, DMZ박물관 033-681-0625 출입절차 : 출입신고서 작성→통일안보공원교육관→자가차량 이동 출입시간 : (통일전망대)관람시간(통일안보공원 출발시간 기준) 하절기(7월15일~8월20일) 09:00~17:30, 동절기(11월~2월) 09:00~15:50 그외(3월~7월14일, 8월21일~10월) 09:00~16:50 (DMZ박물관) 하절기(3월~10월) : 09:00~18:00 동절기(11월~2월) : 09:00~17:00 (입장마감 관람시간 1시간 전까지), 휴관일 1월1일, 매주 월요일. 관람요금 : 어른 3000원, 청소년·어린이 1500원 화진포는 고성을 대표하는 관광 1번지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사랑받은 화진포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화진포 역사안보전시관(화진포의 성(김일성별장), 이기붕별장, 이승만별장)과 화진포생태박물관 그리고 화진포해양박물관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화진포 해변은 고운 모래와 맑은 물로 유명하다. 바다와 호수 사이에 펼쳐진 2km의 모래밭은 밟으면 뽀득뽀득 예쁜 소리가 날것처럼 곱다. 수 만년 동안 파도에 깎이고 바람에 깨어진 조개껍질과 바위가 만들어낸 해변.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은 자신의 저서 택리지에 이곳 화진포 해변의 고운 모래를 명사(鳴沙)라 기록했다. 화진포 해변에서 보이는 언덕 위 2층짜리 건물이 화진포의 성이다. 1938년 독일 건축가 베버가 의료 선교사 셔우드 홀의 의뢰를 받아 지었다. 셔우드 홀은 한국 최초로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한 인물이다. 결핵치료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크리스마스-실에는 숭례문 그림이 들어갔다. 거북선 그림을 사용하려 했으나 일제가 문제 삼아 변경됐다고. 화진포의 성은 1948년부터 1950년까지 김일성이 별장으로 사용하면서 ‘김일성별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기붕별장은 화진포의 성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송림 가운데 다소곳이 자리한 단층 건물에는 집무실과 거실이 당시 모습 그대로 재현돼 있다. 이기붕 별장에서 화진포교를 넘으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 별장이 나온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이곳에 머물며 화진포에서 낚시를 즐겼다고 한다. 별장 뒤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한 다양한 문서와 물품을 전시한 이승만대통령화진포기념관이 있다. 이기붕별장에서 이승만별장으로 이동 전 화진포의 생태를 다양한 박제로 만날 수 있는 화진포생태박물관도 놓치지 말자. 화진포생태박물관이 화진포의 생태 전반을 다룬 포괄적 공간이라면 화진포해양박물관은 바다에 방점을 둔 특화 공간이다. 패류관과 어류관으로 구성된 이곳에서는 거인조개, 앵무조개 등 희귀한 조개껍질에서부터 빨판상어, 태평양 문어, 파쿠, 레드테일켓피쉬 등 진귀한 바닷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다. 패류관과 어류관은 옥상 전망대를 통해 연결된다. 주소 :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화진포길 280 (화진포의 성) 문의 : 화진포관광안내소 033-680-3677, 화진포생태박물관 033-681-8311, 화진포해양박물관 033-680-3674 관람시간 :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00~17:30 (연중무휴) 관람요금 : 화진포역사안보전시관 및 화진포생태박물관 통합권 어른 3000원, 청소년·어린이 2300원 / 화진포해양박물관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왕곡마을(중요민속문화재 235호)은 조선 개국에 반대해 간성에 은거한 함부열의 손자 함영근이 터 잡은 뒤 지금껏 대를 이어 살아오고 있다. 왕곡마을로 들어서면 독특한 모습의 집들이 시선을 끈다. 양통집이라 부르는 왕곡마을 가옥들은 기와집이든 초가집이든 본채는 모두 ‘ㄱ’자 형이다. 부엌과 연결된 외양간에 경사진 겹지붕을 얹어 그런 형태가 되었는데, 눈 많고 추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가옥의 특징이다. 마당 앞에 담을 쌓지 않은 것도, 단을 높게 올리고 툇마루를 없앤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빠져나가는 열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굴뚝마다 항아리를 얹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왕곡마을이 유명세를 얻은 건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동주>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다.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난 윤동주 시인 삶을 재현하기에 왕곡마을이 맞춤이었던 것. 영화 <동주>는 윤동주, 송몽규, 문익환 세 친구의 성장기를 흑백 화면에 담은 이준익 감독의 작품으로 왕곡마을에서는 윤동주가 연희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모습을 촬영했다. 윤동주의 집으로 나왔던 큰상나말집이 대표 촬영지. 큰상나말집 행랑채 앞에는 세 친구가 등목을 하던 우물터가 있다. 큰상나말집에서 길을 거슬러 마을회관을 지나면 또 다른 촬영지, 왕곡정미소가 나온다. 함석지붕 이고 앉은 모습이 예스러운 이곳은 영화에서 동주와 몽규가 즐겨찾던 아지트로 그려졌다. 왕곡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조금 더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하룻밤 묵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왕곡마을에서는 영화 <동주>의 주촬영지였던 큰상나말집을 포함해 작은백촌집, 성천집 등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왕곡마을 저잣거리의 한과 만들기 체험도 흥미롭다. 주소 :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왕곡마을길 35 문의 : 033-631-2120(왕곡마을보존회) 관람시간 : 09:00~18:00(연중무휴) 관람요금 : 무료 왕곡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송지호관망타워가 있다. 송지호를 찾는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송지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석호로 어족자원이 풍부해 여름이면 물총새, 꼬마물떼새, 백로가, 겨울이면 큰고니, 기러기, 청둥오리 등이 찾아온다. 송지호관망타워는 동해와 송지호를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89종 240여 점의 조류박제를 전시한 송지호 자연연출관으로 구성됐다. 송지호철새관망타워 앞에는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주는 자전거 대여소도 있다. 대여소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월요일은 휴무다. 주소 :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동해대로 6021 문의 : 033-680-3556 관람시간 :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00~17:30 관람요금 : 무료 글, 사진 : 정철훈(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4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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