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인 1926년 진해역(등록문화제 제192호)이 건립됐다. 일찌감치 진해만의 지리적 중요성을 간파한 일제가 진해를 군항도시로 개발한 후, 진해항과 내륙 간 철도 연결을 위해서다. 진해역은 일본군과 군수물자를 취급하며 아픈 시절을 보냈다. 광복 후에는 여객은 물론, 국방에 필요한 물류가 오가는 주요 길목으로 사용됐다. 2015년 수요부족으로 여객 취급이 중지됐지만, 현재 일제강점기 지방 역사의 모습이 온전히 남아 근대문화유산으로 관리중이다. 진해의 근대문화유산 여행은 진해역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500여 미터 떨어진 중원로터리를 중심으로 돌아보게 된다. 중원로터리는 잔디광장을 축으로 여덟 갈래의 길이 방사형으로 뻗어 있다. 1912년 일제가 당시 '중평 한들'이라 불린 넓고 기름진 벌판에 군항도시이자 우리나라 계획도시로 만들기 위해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들은 강제로 내쫓겼고 새로이 형성된 시가지는 고스란히 일본인 차지가 되었다. 중원로터리 근방에 일본식 근대건축물이 몰려 있는 이유다. 여행동선은 중원로터리 북서쪽에 보이는 '문화공간 흑백'을 기점삼아 반시계방향으로 잡는다. 흑백은 이름처럼 하얀색 벽과 검은색 창틀·현관문틀이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1952년 '칼멘'이라는 상호로 문을 연 고전음악다방이었는데, 화가 유택렬이 1955년에 인수해 '흑백다방'으로 개명해 운영했다. 흑백다방은 음악 감상회, 미술 전시회 등을 개최해 당시 마땅한 문화공간이 없던 진해에서 문화중심지로 사랑받았다. 현재는 정기 연주회를 열며 시민문화공간으로 활용중이다. 흑백 뒤편에 진해군항마을역사관이 자리한다. 2층짜리 적산가옥을 개조해 진해의 근대사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실내에는 벽면을 가득 채운 1920년대 진해의 전경 사진이 걸려 있다. 일제의 이익에 따라 조성된 도시지만, 당시로써는 깔끔하게 정리된 근대시가지의 모습이다. 이외에 남포등(램프등)과 손재봉틀을 비롯한 근대 생활용품, 근대건축물 사진, 지붕골조에 매달린 전투기 모형 등이 전시됐다. 전투기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던 미군폭격기다. 진해군항마을역사관 앞은 마크사 거리다. 진해가 군항의 도시인만큼, 군인들의 군복에 마크와 이름표를 달아주는 마크사들이 한데 모인 장소다. 중원로터리 남서쪽에 빨간 지붕을 얹은 3층 건물은 수양회관이다. 지붕이 뾰족해 '뾰족집', 또는 '팔각정'으로 불린다. 실제로는 육각 누각이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초소와 요정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수양회관 길 건너 맞은편에 원해루(옛 영해루)가 자리한다. 6·25전쟁 당시 UN군 포로였던 중공군 출신 장철현이 1956년에 개업한 중국 음식점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제스 전 대만 총통이 회담을 마치고 식사를 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1980년대 현 주인이 영해루를 인수한 뒤, 원해루로 상호를 바꿔 운영중이다. 건물 전면에 걸린 2개의 간판 중 위쪽이 영해루, 아래쪽이 원해루 것이다. 영해루 간판도 첫 글자가 으뜸 원(元)자인데, 원해루로 운영하면서 바꾼 것이다. 자세히 보면 옆 글자들과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중원로터리에서 유독 눈에 띄는 러시아풍 건물은 진해우체국(사적 제291호)이다. 진해와 가까운 마산의 러시아영사관에서 영향을 받아 지었다고 한다. 정면 입구 양측에 엔타시스(배흘림)가 있는 기둥을 세워 당당한 인상을 자아낸다. 건물 양쪽 반원형의 지붕과 채광창은 전체적인 조형미를 상승시킨다. 일제는 태평양 전쟁 말기 진해우체국의 지붕과 난간에 사용한 동판과 동재를 뜯어내 무기를 생산할 자원으로 충당하기도 했다. 진해우체국 왼편 거리를 거슬러 가면 일제강점기판 주상복합건물이 등장한다. 옆으로 길쭉하게 생긴 모양이어서 '장옥(長屋)'이라 불린다. 각기 다른 6채의 집이 다닥다닥 붙어 하나로 이어진 형태다. 1층은 상가, 2층은 살림집으로 사용된다. 맞은편의 현대적인 상가거리와 비교해보면 서로 다른 시간대가 공존한다는 느낌이 든다. 장옥 뒤로 진해 요항부 병원장 관사(등록문화재 제193호)가 자리한다. 'ㄱ'자 형태에 현관이 돌출된 일본식 단층 목조주택이다. 거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가치를 인정받는다. 현재는 선학곰탕이라는 음식점으로 운영중이다. 가옥 내부는 축음기, 괘종시계, 오래된 느낌의 장신구 등 볼거리가 가득하고, 밖에는 정원을 꾸며놓았다. 이 외에도 구 충의동 유곽도 들러볼 만하다. 4채의 집이 나란히 붙은 일본식 연립주택 형태다. 일제강점기 청루라는 이름의 유곽이었으며, 당시 원형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다. 진해군항마을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중원로터리 동쪽에 터를 잡은 제황산 공원이다. 진해군항마을의 면모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장소다. 제황산 정상까지는 모노레일카를 타고 편하게 오를 수 있다. 공원 정상에는 하늘을 향해 우뚝 선 9층짜리 진해탑이 서 있다. 본래 일제가 러일전쟁 승리를 기념하여 세운 승전기념탑이 있었으나, 광복 이후 헐어내고 우리 해군을 상징하는 진해탑을 세웠다. 진해탑은 군함 마스트(선체 중심선상의 갑판에 수직으로 세운 기둥)를 본 따 만들었다. 7층 전망대에 오르면 방사형 중원로터리를 중심으로 진해 시가지가 쫙 펼쳐진다. 멀리 바다가 보여 진해가 해양도시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시원한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진해시가지를 보며 여정의 감상을 정리할 수 있다. 2층 창원시립진해박물관에서는 진해사, 진해군항 건설, 근대도시 생활상 등 테마별로 전시물을 볼 수 있다. 햇살이 따사로운 봄 진해군항마을 여행을 계획한다면 벚꽃이 활짝 피는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벚꽃의 고장' 진해답게 도로며, 근대건축물이며 할 것 없이 왕벚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벚꽃놀이를 즐기며 근대문화유산까지 만나니 그야말로 1석2조 여행이다. 진해군항마을 -문의 : 창원시 관광과 055-225-3691 https://jinhaegunhang.modoo.at/ 진해역 -주소 : 경남 창원시 진해구 충장로 71 -문의 : 1544-7788 진해군항마을역사관 -주소 : 경남 창원시 진해구 편백로 25-1 -문의 : 창원시 관광과 055-225-3701 제황산공원모노레일카 -주소 : 경남 창원시 진해구 중원동로 54 모노레일카 -문의 : 055-712-0442 http://www.cwsisul.or.kr/sub_sisul_main.html?code=03_08&Radd=03_08 주변 음식점 -선학곰탕 : 곰탕 / 경남 창원시 진해구 중원로32번길 22 / 055-543-6969 -생과방 : 삼계탕 /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대로913번길 3-14 / 055-543-9944 -진상 : 대구뽈찜 / 경남 창원시 진해구 충장로468번길 8 / 055-547-1678 숙소 -호텔MGV : 경남 창원시 진해구 충장로 78-1 / 055-543-3993 -탑모텔 : 경남 창원시 진해구 벚꽃로 20 중원빌딩 / 055-542-7773 -클라우드모텔 : 경남 창원시 진해구 백구로 39 / 055-543-0326 글, 사진 : 정진훈(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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