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오랜만에 강릉으로 여행 갈 생각에 벌써 흐뭇한 철수씨. 풍경 좋은 곳, 삼림욕 산책로, 동해 백사장 등 육·해·공 코스 준비는 완벽하다. 하지만, 부모님 입맛에 맞으면서 향토적인 음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짜거나 맵지 않은’ 음식이어야 하고 그렇다고 ‘심심한’ 맛은 재미가 없다.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올 무렵 “이거야”라고 외치니, ‘감자옹심이’를 찾은 순간이었다. 동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강릉은 여행지 보배 중 보배다. 산과 바다, 논과 밭이 있고 바닷내음의 맑은 공기가 가득하다. 게다가 땅과 바다에서 나는 풍부한 먹거리, 손맛 담긴 음식이 다양하다.
가는 방법도 예전의 그 험한 길이 아니다. 강원도 가는 고속도로가 직선화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졌다. 서울에서 대전 가는 수준의 수고와 시간만 들인다면 강릉 도착이다. 대중교통까지 날로 편리해져, 강릉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태백산맥 영동 기슭이 바다에 이르는 짧은 거리, 고밀도로 볼거리가 촘촘하다. 감성이 풍부해질 수밖에 없는 경치, 험준한 산세 속에서 삶을 지탱시킨 선조의 지혜 등이 출중한 문화재로 남았다. 여러 번 찾은 강릉이지만 매번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풍경이면 풍경, 역사면 역사 어느 방면의 탐방도 강릉이라면 가능하겠다. 자주 가는 여행 목적지가 있다면, 그곳의 맛있는 음식을 알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감자옹심이가 강릉을 자주 찾는 이들의 그런 음식이다. 강릉 여정의 마침표, 입속 행복 ‘감자옹심이’를 소개한다. 쌀이 귀하던 시절, 강원도에서는 감자를 주식으로 했다. 감자수확량이 다른 지방에 비해 많은 덕분이다. 그럴 것이, 강원도 내륙의 고랭지는 토질, 기후 등이 감자 재배에 적격한 환경인 것. 따라서 감자를 사용한 음식문화가 발달,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감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감자 재배를 시작한 이래로 강원도와 감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셈이다. 최근 웰빙식단에 감자가 자주 등장하면서 강원도의 감자음식이 각종 매체로 자주 등장한다. 그 중 강릉시의 전통음식으로 선정된 ‘감자옹심이’가 웰빙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감자옹심이가 강원도의 별미인 것은 미식가 사이에서 꽤 유명한 정보다. 하지만, 감자옹심이가 낯선 사람이라면 진미 찾기가 걸림돌이다. 현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빠른 방법의 하나. 시내를 돌아다니며 수소문해봤다.
동네 슈퍼가 적당하다. 간단한 먹거리를 사면서 물어봤다. 실속 있는 정보까지 사는 것이니 싼 가격인 셈이다. 수소문한 내용을 대략 정리하면, 시내의 감자옹심이 집은 옛날 맛이 아니라고 한다. 감자도 햇감자가 아니고, 옛날의 그 쫀득하고 구수한 맛이 반도 안 난다는 것. 감자옹심이가 웰빙음식으로 각광받으면서 생겨난 음식점 중에는 옛 그 맛을 재현하는 곳이 드물다는 지적이다. 요즘 사람들의 입맛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배인 간의 ‘적당함’이 감자옹심이의 간과 다르니 말이다.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임에도 진미로 사랑받는 감자옹심이집이 있으니 놓칠 수 없다. 이렇게 강릉 시민의 도움으로 한 곳을 정해, 감자옹심이를 집중적으로 알아봤다. 일단 감자를 갈아야 한다. 이때 골고루 갈지 않으면 통덩어리가 생기게 된다. 이것이 옹심이에 섞이면 익지 않은 생감자 맛이 난다. 그래서 일정크기 이하로 모두 갈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갈아내면 건더기와 물기를 적당히 분리해야 한다. 너무 강하게 짜내도, 약하게 짜내도 음식 본연의 맛을 낼 수 없다고 한다.
물기는 따로 모아서 일정 시간 놔두면, 아래로 녹말이 가라앉는다. 윗물을 걸러내고 아래의 녹말과 건더기를 잘 섞어 반죽한다. 감자의 섬유질과 점성이 강한 녹말을 섞는 과정이다. 이때 고루 잘 섞어야 옹심이에 탄력이 생긴다. 또한 일정 숙성과정을 거치면서 찰진 옹심이가 완성된다. 그렇게 완성된 옹심이 원형을 주인장에게 부탁해 볼 수 있었다. 회색빛이 감도며 냄새는 무취에 가까울 정도로 잡히는 특징이 없다. 질감은 도돌한 느낌의 알갱이가 느껴지고 촉촉한 분말이 부드럽다. 이것이 강원도에서 선조가 만들어낸 감자음식의 모태다. 동글하게 말면 ‘새알심’ 손으로 뜯어 육수에 넣으면 ‘수제비’ 부쳐내면 ‘전’이 된다. 주방 한편, 큰 통에 감자가 쌓였다. 저만큼이 하루마다 손질해야 하는 감자라며, 많아 보이지만 손질하고 나면 쓸 수 있는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육수는 멸치와 다시마 단 두 가지 재료로 맛을 낸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는 육수다. 다른 양념이 들어가면 옹심이 본연의 맛을 살리기 어렵다고 한다. 끓는 육수에 호박과 버섯, 칼국수면, 옹심이, 계란 흰자 순으로 넣는다. 간단해 보이지만 불조절과 재료를 넣고 건져내는 타이밍 조절 등이 몸에 익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옹심이는 수제비처럼 손으로 떼어내 넣는다. 면은 익는 속도가 빠르므로 떠오르면 바로 건져낸다. 그리고 옹심이가 속까지 익으면 그릇에 덜어낸다. 떡국처럼 김과 참깨 고명을 얹으면 ‘감자옹심이’ 완성이다. 참고로 칼국수면이 없는 옹심이만으로 조리하는 곳도 있으니 참고하시라. 찬은 배추김지, 깍두기, 보쌈 이렇게 3가지가 전부다. 허전한 것도 잠시, 딱히 더 필요한 찬이 있을까 싶다. 옹심이 하나를 얹어 한입 한다. 겉면은 야들야들하면서 부드럽다. 반 정도 베어 무니, 탱탱한 탄력이 씹힌다. 수제비처럼 떼어낸 것임에도 익은 옹심이는 속이 알차면서 탱탱하다. 맛을 보고 생각난 것이 있는데, 양갱이다. 단맛 빠진 양갱이가 옹심이와 비슷할 것 같다. 첫맛은 조금 밍밍하나 씹을수록 고소함이 퍼진다. 좀처럼 요즘에는 접하기 어려운 맛이라 딱히 표현할 방도가 없다. 그 매력이 자극적인 것이 아닌, 은은하면서 씹을수록 퍼지는 맛이다. 조금 알싸한 맛이 도는데, 이 맛이 강릉시민이 설명한 옛맛에 해당한다. 그 독특한 맛이 강릉옹심이가 나중에도 자꾸 생각나게끔 한다. 왜 육수를 멸치와 다시마로만 우렸는지 이해가 된다. 옹심이 특유의 맛을 살리려면 최소한의 베이스로 궁합을 맞춰야 했을 것이다. 여기서는 김치가 옹심이 도둑이다. 많이 먹어도 더부룩함이 없고, 부드럽게 입안을 넘어가니 김치만 있으면 한 그릇은 금세 뚝딱이다. 이와 관련해 주인장은 “익은 김치가 감자옹심이와 궁합이 잘 맞고 소화도 잘 된다”고 설명했다. 감자, 호박, 버섯, 멸치, 다시마, 계란 등 몸에 좋은 것만 들어 있어 웰빙음식 중 웰빙음식이다. 특히 감자는 섬유질이 다량 함유된 식품이다. 덕분에 변비 예방, 콜레스테롤 저하 등에 효과가 있다. 소화도 잘 되는 음식이니 속이 안 좋거나 과음한 후엔 감자옹심이 한 그릇으로 든든한 한 끼 되겠다. 민속옹심이앤막국수 -주소 : 강원도 강릉시 죽헌길44번길 27 -문의 : 033-644-5328 주변 여행지 -강릉향교 : 강원 강릉시 명륜로 29 / 033-648-3667 http://cafe.daum.net/gnhg -경포대 : 강원 강릉시 경포로 365 / 033-640-4471 http://www.gntour.go.kr/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 강원 강릉시 경포로 393 / 033-655-1130 http://www.edison.kr/ -오죽헌 : 강원 강릉시 율곡로139번길 24 / 033-660-3301~3308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관광진흥팀 안정수 취재기자 ( ahn856@gmail.com ) ※ 위 정보는 2019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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