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 푸른빛이 쪽빛에서 나왔지만, 오히려 쪽빛보다 더 푸르다.)’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대구 동대구역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 있는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에 가면 이 표현이 떠오른다. 평화시장에 기대어 시작했지만, 평화시장보다 더 유명한 곳. 나아가 닭에서 나왔지만, 닭보다 똥집이 더 유명한 곳으로 바꿔 해석하며 말이다. 힘없는 서민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대접하려 시작된 먹자골목으로 식도락 여행을 떠나본다. “이모! 여기 양념 반, 튀김 반이요!” 동대구역에서 북쪽으로 약 1km 떨어진 곳에 있는 평화시장. 그 옆에 자리 잡은 먹자골목에 가면 흔히 듣는 말이다. 식당 간판을 보니 상호 뒤에 ‘통닭’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하지만 나오는 음식은 짐작하는 치킨이 아니라 닭똥집이다. 보통 ‘닭똥집’ 하면 프라이팬에 볶아 소금에 찍어 먹는 포장마차를 떠올리지만, 이곳은 프라이드치킨처럼 기름에 튀겨 낸다. 이런 집이 이 골목에만 29곳에 이른다. 맞다! 오로지 대구에서만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닭똥집골목’이 바로 이곳이다. 닭똥집골목은 평화시장과 역사를 같이 한다. 평화시장이 생겨난 것과 같은 시기인 1972년에 이두명․나춘선 부부는 닭을 잡아 요리할 수 있도록 손질하는 도계업을 시작했다. 닭은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었지만, 닭똥집은 수요가 적었다. 다행히 당시 평화시장 부근에는 인력시장이 섰었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술로 아쉬움을 달래려 시장을 찾았다. 이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개발한 것이 닭똥집골목의 역사가 된 튀김 똥집이다. 이후 부부는 ‘삼아통닭’이라는 상호를 달며 본격적으로 식당을 운영했다. 이후 ‘평화시장에 가면 싸고 맛있는 닭똥집을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닭똥집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니 주변에 비슷한 식당이 차츰 늘어나는 것은 정해진 이치. ‘포항통닭’ ‘평화통닭’ ‘제일통닭’ ‘꼬꼬하우스’ ‘할미통닭’이 연이어 문을 열었다. 삼아통닭을 포함해 이들 여섯 식당을 가리켜 ‘1세대 통닭집’이라 부른다. 이중 할미통닭은 세월이 흘러 문을 닫았고, 나머지 식당도 포항통닭과 꼬꼬하우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인이 바뀌었다. 재래시장 대부분이 그러하듯 평화시장도 파전에 막걸리를 파는 집이 여럿 있었다. 그러나 닭똥집 인기가 날로 높아지며 먹자골목이 형성되면서 하나둘 문을 닫았다. 닭똥집을 파는 집이 차츰 늘어가며 골목도 그에 맞춰 진화하기 시작했다. 튀김 똥집뿐이던 메뉴에 양념 똥집, 간장 똥집, 누드 똥집 등 다양한 메뉴가 속속 등장했다. 닭똥집골목이 이렇듯 비약적으로 성장한 데에는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층의 힘도 컸다. 경북대학교와 영진전문대학이 가까울 뿐만 아니라 동대구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라 접근성도 좋았기 때문이다. 마침 80년대 초반부터 닭똥집골목을 자주 찾았다는 김해운(54) 씨에게서 당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제가 경북대학교 80학번인데요. 학생들이 평화시장 외에 마땅히 갈 곳이 없었어요. 비록 당시의 골목은 허름한 재래시장 선술집 분위기였지만, 인심은 정말 푸짐했죠. 시험공부 잘하라고 라면도 끓여주셨던 기억이 나거든요. 10여 년 서울생활 하다가 다시 대구로 와서 보니 골목이 번듯하게 바뀌어 있더군요. 그래도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주고 있어 감사할 뿐입니다. 여기 오면 일단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친구들과 만 원씩만 걷어도 술과 안주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거든요. 싸고 맛있기란 쉽지 않은데 여기는 그것을 하는 곳이라 보시면 됩니다.” 이 말을 듣고서야 메뉴판의 가격을 확인해 보았다. 양념 똥집, 튀김 똥집, 간장 똥집 등이 작은 게 7,000원, 큰 게 10,000원이다. 그리고 세 메뉴를 함께 맛볼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모듬 똥집이 14,000원이다. 모두가 가격 대비 양이 푸짐하여 모듬 똥집을 시키면 성인 남자 3~4명의 안주로 충분하다고 한다. 가볍게 술자리를 한다고 가정할 때 어른 네 명이 30,000원이면 오붓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과연 김해운 씨가 말한 ‘그것’을 하는 먹자골목이라는 생각에 절로 고개를 끄덕여 본다. 참! ‘똥집’에 집중하느라 ‘닭’을 간과했다. 대구는 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고장으로 유명하다. 대구의 옛 지명인 ‘달구벌’만 하더라도 닭을 토템으로 여기는 데에서 연유한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이 큰 힘이 되어 태어난 치킨 브랜드도 여럿이다. 한때 전국에 가맹점을 내었던 ‘맥시칸’과 ‘페리카나’의 본사가 대구에 있었고, 현재 치킨 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교촌치킨’과 ‘호식이치킨’의 본사 역시 대구에 있다. 그러고 보니 닭똥집골목 곳곳에 붙어있는 ‘OO통닭’이라는 간판은 닭똥집에서 더 나아가 닭까지 포함한 자부심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대구는 닭의 고장이다. 이를 입증이라고 하듯 지난해에 ‘대구 치맥 페스티벌’이 처음 개최되어 3일간 48만 명을 동원하는 등 성황을 이루었다. 이 축제는 중국에 수출해 7월 10일부터 나흘간 중국 닝보시 대극원 광장에서 ‘치맥 페스티벌 in Ningbo’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이렇듯 시작부터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 잡은 ‘대구 치맥 페스티벌’은 올해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온다. 기간은 물론 참여 업체, 장소, 프로그램 등을 더욱 확대하여 7월 16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닷새간 두류공원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닭똥집골목도 축제에 참여하는 의미에서 행사기간에 맞춰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어떤 형식으로 참여할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행사기간에 맞춰 고객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준비가 한창이라고 한다. 닭똥집골목 주소 : 대구광역시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입구 골목 일원 http://www.ddongzip.com/ 대구 치맥페스티벌 주소 : 대구광역시 달서구 두류공원 일원(주무대 : 두류야구장) 안내 : 053-631-0052 1.주변 여행지 신암선열공원 : 대구시 동구 동북로71길 33 / 053-662-2511 2.숙소 호텔타임 : 대구시 동구 신암남로 132 / 053-953-9500 헤라모텔 : 대구시 동구 신암남로 136 / 053-958-2200 글, 사진 : 김용일(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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