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눈 내린 겨울이 배경이었던가. 계절이 바뀌어 늦은 봄, 제이드가든은 오영의 집보다 5월의 수목원이 더 매혹적이다. 오영과 오수,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이 어린 길목에서 연인들이 걸음을 멈춘다. 활짝 핀 꽃밭 사이로는 아이들이 뛰어다닌다. 푸르른 숲은 솜사탕처럼 달콤해서 좋다. 노희경 작가의 전작은 <그들이 사는 세상>이었다. 작가는 준영(송혜교)의 대사, 그것도 그녀의 연인인 지오의 말을 빌려 은근히 자신의 속내를 비친다. “희망이 아니면 그 어떤 것도 말할 가치가 없다. 드라마를 하는 사람이라면 세상이 말하는 모든 비극이 희망을 꿈꾸는 역설인 줄을 알아야 한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방영 전부터 노희경 작가의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배우보다 작가가 관심을 받기는 쉽지 않은데(하물며 조인성, 송혜교다) 그녀의 작품은 늘 작가 이름이 앞선다. 그만큼 그녀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이 있다. 원작은 일본 드라마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이다. 우리나라에서 김주혁, 문근영 주연의 영화로 앞서 리메이크한 바 있다. 재벌가의 시각장애인 상속녀와 돈이 필요해 그녀의 친오빠를 사칭하는 남자의 사랑 이야기다. 노희경 작가의 선택이 의외라는 의견이 적잖았다. 아무튼! 4회쯤에 “모든 비극이 희망을 꿈꾸는 역설”의 장면이 등장한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내 두고두고 화제가 됐던 ‘솜사탕 키스’다.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는, 하지만 남매라 넘어설 수 없는 감정의 경계다. 제이드가든(수목원) 내 코티지가든 근처에서 촬영했다. 이밖에도 오영의 집을 비롯한 많은 장면이 제이드가든을 배경으로 했다. 다만 겨울 풍경이라는 것이 다를 뿐. 제이드가든은 춘천시에 자리한 수목원이다. 약 16만 3,500㎡의 면적에 2,662종의 식물이 자란다. 지난 2011년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가 세 번째 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춘천시에 속하지만 가평군에서도 가깝다. 제이드가든으로 가기 위해 북한강변을 따라 이동한다. 중간에 경강역을 지난다. 자그마한 시골역이다. 영화 <편지>와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촬영한 장소다. 지금은 폐역으로 기차 대신 레일바이크가 다닌다. 가평역까지 왕복 7.2km 코스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강경역을 지나 햇골교차로에서 좌회전하면 명태산 자락이다. 비로소 제이드가든을 향해 오른다. 가파른 길의 모퉁이를 돌자 유럽풍의 건물이 반긴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전원 풍경을 연상시키는 담갈색 벽돌집이다. 이곳은 제이드가든의 방문자센터. 1층에 기념품점과 레스토랑이 자리했고 2층은 멀티 룸이다. 가장 들썩거리는 장소는 입구다. 여느 수목원의 입구가 그렇지 않을까만 제이드가든은 조금 다르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촬영 장소다. 여주인공 오영은 PL그룹의 상속녀. 방문자센터는 그녀가 사는 집으로 나온다. 방영 내내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누구도 곧장 걸음을 옮기지 않는다. 줄을 서서 기념촬영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카메라를 든 사람이 앞마당에서 기다리고 일행이 2층 창가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드라마를 즐겨본 이들에게는 익숙한 프레임이다. 오영의 방과 오수의 뒷모습이다. 레스토랑을 지나 방문자센터 2층으로 올라간다. 창가에 드라마 속 크리스털 풍경이 그대로 매달려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깃털이 흔들리며 실로폰 소리를 낸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소품이자 은유다. 시각장애인인 오영은 소리를 통해 세상과 만난다. 풍경 소리가 들려야 잠이 들어 늘 창문을 열어놓고 잠들었다. 오수는 오영을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리고 오영을 떠나기 전, 자신이 리폼한 창가의 풍경과 그녀의 손을 두 번에 걸쳐 끈으로 이어준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의 흔적이다. “사는데 꼭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되는 거냐?”던 오수의 자조적 고백이 따른다. 창밖으로 수목원의 전경이 펼쳐진다. 5월의 수목원은 가장 화려하다. 신록은 만조에 가깝고 5월의 꽃들은 봄날보다 화려하게 피어난다. 건너편 기념품점 앞에 솜사탕을 파는 노점이 있다. 가족 나들이에 나선 아이들이 그 달콤한 맛에 빠져 줄을 선다. 연인들은 드라마를 떠올려 솜사탕을 베어 문다. 방문자센터를 벗어나자 영국식 보더 가든이 펼쳐진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수목원 산책이 시작된다. 가장자리 화단에는 다년초 화류가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운다. 이맘때는 튤립이 가득하다. 드라마를 보고 찾는 이들에게는 꽃말부터 새삼스럽다. 빨간색 튤립은 사랑의 고백, 노란색 튤립은 바라볼 수 없는 사랑, 보라색 튤립은 영원한 사랑이다. 길은 다시 보더 가든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나뉜다. 제이드가든에는 3개의 산책로가 있다. 이 길이 그 출발점이다. 곧장 직진해 꽃물결원 쪽으로는 나무내음길이다. 꽃물결원은 꽃과 잎들이 계절 따라 색을 바꿔 물결 모양을 이룬다. 정상의 스카이 가든까지는 800m, 약 40분 거리다. 왼쪽은 이탈리안 가든이다. 수로를 가운데 두고 잔디밭과 화단으로 꾸몄다. 길가에는 등나무 터널이 꽃그늘을 드리운다. 여린 잎을 피워낸 은행나무가 미로를 만드는 은행나무미로원도 지난다. 시야를 가리는 미로는 아니지만 꽃잔디가 곱게 번진다. 이 단풍나무길은 900m에 편도 50분이 소요된다. 오른쪽으로 피크닉 가든을 향한다. 한적하게 거닐기 좋은 길이다. 아이리스 가든은 붓꽃이 곱다. 숲속바람길로 불리는데 1km 거리에 60분이 걸린다. 세 길은 그 사이사이로 다채로운 테마 정원들을 공유하며 열린다. 나무내음길과 단풍나무길 사이에는 고산온실이 자리했다. 알프스와 히말라야, 백두산 등지에 사는 고산식물을 식재한 온실이다. 드라마에서 엄마의 온실 장면은 용인 한택식물원에서 촬영했지만 극중 분위기를 연출해봄 직하다. 뒤편의 나무놀이집은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 권한다. 나무내음길과 단풍나무길 사이로는 워터풀 가든까지 작은 계곡이 이어진다. 더위를 피해 잠깐 쉬어 가기에 적격이다. 누구보다 아이들이 즐거워한다. 워터풀 가든에 다다르기 전에는 수생식물원이다. 식물원에서 가장 너른 수변으로 그 뒤편이 코티지 가든이다. 그곳 동전분수 앞에 매점이 있다. 코티지 가든에서 숲속바람길 방면으로는 로도덴드론 가든이다. 바로 그 길 위에서 오영과 오수의 솜사탕 키스 장면을 촬영했다. 솜사탕은 크리스털 풍경에 이은 의미심장한 소재다. 어릴 적 오수는 오영을 데리고 문방구에 가 솜사탕을 사준 적이 있다. 그 기억을 되살려 오영에게 솜사탕을 내민다. 남매 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사랑은 키스 대신 솜사탕을 나눠 먹는 걸로 대신한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명대사 시리즈가 회자될 만큼 주옥같은 대사가 많다. 그런데 가장 사랑스런 솜사탕 장면에서는 별다른 말이 없다. 지나간 추억을 가볍게 회상할 뿐이다. 그 장면 끝에 오영이 남긴 짧은 한마디가 감정을 집약한다. “달다.” 드라마는 클로즈업 장면이 많았다. 솜사탕 장면도 마찬가지다. 주변 전경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원경이라 해도 겨울 풍경이다. 지금은 5월의 숲이 아름답다. 두 주인공은 사라지고 둘의 감정을 닮은 색감만이 남았다. 싱그러운 꽃과 숲이다. 로도덴드론 가든으로 걸음을 옮기면 숲은 조금 더 깊어진다. 수목원 내에서 제법 높은 지대다. 만병초 등 고산지대 자생종과 노루오줌류, 양치식물류가 들고난다. 폐부 깊숙이 청량감이 스민다. 공기가, 달다. 정상의 웨딩 가든에서는 코티지 가든과 비슷한 풍경이 다시 펼쳐진다. 방문자센터와 똑같은 모양의 담갈색 단층 벽돌 건물이다. 드라마 <사랑비>에서 하나(윤아) 엄마의 집으로 나왔던 곳이다. 실제로는 매점이다. 앞쪽에 백송 한 그루가 난간에 섰다. 주변으로는 경사지에 마련한 쉼터다. 웨딩 가든은 흰색 계열의 식물을 중심으로 조성했다. 길목에는 조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뒤쪽 경사지는 스카이 가든과 고층습지원이다. 제이드가든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다. 나무그늘 아래 삼삼오오 모여 5월을 누린다. 푸른 산들이 시원스럽게 뻗어나간다.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간다. 마음에 평온이 깃든다. 저만치 아래에 오영의 집이 있다. 오수와의 사랑은 그녀에게 비극이었을까, 희망이었을까? 바람에 풍경 소리가 날아들었으려나. “니가 날 속인 건 무죄야. 넌 살기 위한 방법이었고, 난 행복할 때도 있었으니까.” 오영은 오수를 용서한다. 5월의 숲은 지극히 푸르러 비극도 희망으로 바꿔놓는다. 삶이란 희망한 대로 이뤄지진 않지만 희망은 그 자체로 희망인 것이다. * 제이드가든 주소 :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산111 문의 : 033-260-8300, www.jadegarden.kr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춘천고속도로 화도IC → 가평 방면 → 햇골교차로에서 우회전 → 마을길 따라 1km → 제이드가든 * 대중교통 경춘선 상봉역 → 굴봉산역 → 제이드가든 셔틀버스 이용(10:45-16:45, 1시간 간격 운행, 12:45분은 주말과 공휴일만 운행) 2.주변 음식점 강촌막국수닭갈비 : 닭갈비 / 춘천시 남산면 강촌1리 247-11 / 033-262-4304 경강막국수 : 막국수 / 춘천시 남산면 서백길 62-4 / 033-263-1138 유림닭갈비 : 닭갈비․막국수 / 춘천시 안마산로 7 / 033-253-5489 / 033-244-5119(신관) 3.숙소 엘리시안 강촌리조트 : 춘천시 남산면 북한강변길 688 / 033-260-2000 / http://www.elysian.co.kr/golf/gangchon/overview.asp 강촌하늘사랑펜션 : 춘천시 남산면 강촌로 279 / 011-208-2631 / http://www.gcskylove.com/ 리멤버펜션 :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291-3 / 010-3006-4462 / http://www.rememberpension.com/ -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