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올해는 모두 꽃길만 걷게 되기를…’ 코로나19의 집요한 공세로 꽃길은커녕 초유의 전염병 사태를 견디며 가시밭길 걷느라 힘든 요즘이다. 그래도 ‘올 여름엔 진짜 꽃길 한 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 가볼 곳이 있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이다. 화사하게 펼쳐지는 꽃길이 골목에서도 기다리고 산자락에서도 기다린다. ‘누워 있는 호텔, 18번가의 기적, 꽃으로 덮인 호텔’. 정선군 고한읍 고한18리 골목길에 붙여진 별칭이자 찬사들이다. 고한파출소에서 고한시장(고한구공탄시장)에 이르는 약 500m 구간의 거리를 말한다. 한 포털사이트 지도에는 ‘18번가 기적의 골목’이란 지명으로 올라 있다. 주민들이 내건 공식 명칭은 ‘마을호텔 18번가’다. 지난 5월 19일 문 연 호텔급 숙박업소 이름이자 거리 이름이다. 고한18리 마을 전체 또는 골목길 자체가 호텔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한파출소에서 시작되는 마을호텔에는 기존 호텔들이 갖추고 있는 편의시설들이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골목길은 객실로 들어가는 로비이면서 산책로다. 화사한 꽃으로 장식된 산책로 좌우엔 횟집, 중국집, 연탄구이집 등 ‘호텔 식당’들과 아담한 ‘호텔 카페’들이 자리한다. 세탁소도 있고 사진관도 있고 이발소도 있다. 마을회관은 회의실 겸 기념품 판매점으로 사용된다. 스타트업 지원센터 사무실인 ‘이음 플랫폼’은 호텔의 정보문화센터이자 작은 도서관, 그리고 호텔 프론트 구실을 한다. 정겨움 넘치는 고한구공탄시장과 광부들의 일상을 묘사한 다양한 벽화 그림은 덤이다. 문 연 객실은 별방, 빛방, 꽃방 3개다. 별방은 온돌 객실이고 나머지는 침대 객실이다. 특급호텔의 시설에는 못 미치지만 객실 내부 시설도 집기도 깔끔함해서 이용하는데 문제없다. 객실 옆 건물의 카페 ‘수작’에서는 숙박객들에게 커피, 토스트, 구운 달걀, 우유, 오렌지 주스, 씨리얼 등 간단한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또다른 카페 모두롱은 마카롱, 와플 등을 낸다. 마을호텔의 재미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일반 호텔은 체크인하고 객실로 들어가면 특별히 할 게 없다. 호텔 내 편의시설이 있어도 잘 이용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마을호텔 18번가는 다르다. 골목이 호텔이니 걸으며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다. 걷다보면 꽃화분이 놓인 꽃길을 만나고, 담장을 장식한 벽화도 마주친다. 지루할 새가 없다. 골목길을 개발하거나 조성하지 기존의 것들을 다듬고 엮어서 조성했으니 식당, 카페는 물론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다양한 상점들이 반긴다. 신기해서 들어가보고, 추억이 될까 싶어 기념품을 구입하는 재미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코로나19로 마을이 대체로 한산하다는 점. 그래도 주민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서로 힘을 모아 야심차게 꾸린 마을호텔이니만큼 지속적으로 발전할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올해 안에 객실 4개를 갖춘 2호점(해오름호텔)을 문 열고, 중장기적으로 ‘로비’(골목길) 주변에 모두 10호점의 호텔급 숙소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8월에는 골목길 정원박람회도 다시 열 계획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마을호텔, 골목길 재생의 모범사례 등 찬사가 따라붙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이 마을의 변화를 주민들 스스로 일궈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한18리는 2년 전까지도 빈 집이 수두룩한, 쇠락해가던 동네였다. ‘하루 종일 지켜봐도 지나가는 건 개 다섯 마리와 노인 서너 명이 전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쓰레기가 넘쳐나고 음습하던 골목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지난 2018년이다. 일부 주민과 이장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변화를 이끌었다. 변화의 시작은 2017년 마을 토박인 편집디자이너 김진용(18번가 마을협의회 사무국장) 씨가 골목의 빈 집을 수리해 ‘하늘기획’ 사무실을 차리면서다. 김씨는 입주한 뒤 앞 건물도 새롭게 단장해 깔끔한 사무공간을 만들어냈고, 골목길을 청소하고 다듬는 데 앞장섰다. 지저분했던 골목길이 조금씩 밝아지자 주민들 인식도 달라졌다. 자진해서 청소에 나섰고, 직접 가꾼 꽃화분으로 집 앞을 단장하기 시작했다. “삼척탄좌가 문을 닫은 뒤 지금까지 계속 쇠락해가는 마을이죠. 주민들은 강원랜드 가 들어설 때만 해도 이제 발전을 하겠구나 하고 기대를 했었어요. 그러나 그 반대였죠.” 김진용 씨의 말처럼 주민들이 떠나고 빈 집이 하나 둘 늘어가더니 골목길은 쓰레기 천지에다 밤엔 돌아다니기 꺼려질 정도로 음습해졌다. 생활도 나아진 게 없었다. 동네는 어둡고 지저분한 거리 그대로였다. 주민들 스스로 이 동네에 사는 걸 부끄러워할 정도였다고 한다. 폐허가 되다시피 한 골목길이 불과 1~2년 사이에 달라졌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청소하고 단장하며 바꿔나가면서 활기 넘치는 골목으로 탈바꿈하게 된 거였다. 마을의 발전을 주변에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걸 주민들이 절실히 깨달은 거다. 처음엔 강원랜드가 잘 되면 마을도 잘 되리라 믿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기대가 무너지고 마을이 황폐화되자 마을 사람들은 누가 뭘 해줘서 되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투자니 개발이니 하는 것에 대한 기대를 접으니 자신들의 손으로 마을을 가꾸자고 의기투합하게 됐다. 김씨와 이장인 유영자(마을호텔 18번가 지배인) 씨는 마을만들기 협의회를 꾸리고 반장들, 젊은 지역활동가들, 예술인들과 함께 골목길 새단장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주민들은 한 마음으로 변화의 대열에 참여했다. 마을 전체를 특별한 호텔 형식으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큰 그림이 그려졌다. 비용 문제로 처음엔 어려움을 겪었으나, 고한읍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2달 만에 빈 집, 낡은 집 9채를 새단장했다. 지금까지 내외부 새단장을 마친 골목 안 집들은 21채나 된다. 자연스럽게 ‘마을호텔 18번가’의 구성 요소로 자리 잡았음은 물론이다. 지난해엔 골목길에서 주민들이 야생화와 다육이, 엘이디 꽃 등으로 장식하고 체험행사를 곁들인 정원박람회를 열어 큰 인기를 끌었다. 마을호텔 18번가 숙박객들은 하이원 곤돌라 이용료, 삼탄아트마인 입장료를 50% 할인받을 수 있다. 연탄구이집, 중국집, 초밥집, 곤드레밥집 등 골목 주변 식당에서도 10% 할인 혜택을 준다. 조만간 숙박객에게 고한읍에서 운영하는 방탈출카페 2곳의 무료 이용 혜택도 줄 예정이다. 고한읍에는 여행의 즐거움을 한층 풍성하게 해주는 볼거리들이 많다. 옛 탄광시설을 보전해 대규모 문화예술 체험공간으로 꾸민 삼탄아트마인, 최근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 수마노탑이 있는 적멸보궁사찰 정암사 , 그리고 ‘환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함백산 만항재 정상 주변의 야생화 꽃밭이 그곳들이다. 만항재 야생화 꽃밭길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다채로운 야생화들이 차례로 피고지며 매혹적인 자태를 선보인다. 햇살 화창한 날에도 비 오고 안개 낀 날에도 만항재 야생화 숲길은 눈부시게 빛을 발한다. ‘기어코 꽃길만 걷겠다’고 작정했다면 고한 마을호텔 18번가 꽃장식 골목길을 걸은 뒤 만항재 야생화밭 숲길로 발을 들여놓으면 된다. ※ 마을호텔 18번가 : 정선군 고한읍 고한2길 36 / 010-4954-7773 찾아가는 길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제천IC → 영월 방면 북부로 → 제천휴게소 → 영월 → 신동읍 → 문곡교차로 사북·고한 방면 → 사북 → 고한읍 → 강원랜드 사원아파트 방면 → 고한파출소(마을호텔 18번가) 주변 음식점 -메밀촌막국수 : 막국수, 곤드레정식 /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로 79 / 033-591-3939 -구공탄구이 : 쇠고기, 돼지고기 연탄구이 /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2길 71 / 033-592-9092 -대숲마을 : 생선구이, 영양돌솥밥 /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673 / 033-591-9797 숙소 - 하이원리조트 : 정선군 고한읍 하이원길 265-1 / 1588-7789 -하이캐슬리조트 : 정선군 고한읍 하이원길 202 / 033-560-7777 - 메이힐스리조트 : 정선군 고한읍 물한리길 8 / 033-590-1000 글, 사진 : 이병학 작가 ※ 위 정보는 2020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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