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의 봄날은 자전거 여행이 제격이다. 봄빛 어린 동천을 따라 순천만생태공원까지 자전거도로가 내달린다. 4월 초에는 벚꽃이 둑길을 수놓고, 4월 말에는 새단장한 순천만정원이 그 길목에 문을 연다. 그럼에도 서둘러 지나는 봄날이 아쉽다면, 우선은 3월의 금둔사와 선암사의 매화를 위안 삼아도 좋겠다. 봄날의 설렘이 사방에 충만하다. 못 이긴 척 그 풍경 속에 몸을 맡기고픈 계절이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4월 이야기>가 떠오른다. 봄날의 설렘이 가득한 이 작품은 첫사랑, 서점 등 아련한 추억을 불러내는 요소가 많다. 그 가운데 주인공 우즈키가 벚꽃 날리는 길 위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봄날을 기다렸던 연인들에게 자전거 여행을 권하는 이유다. 꼭 연인들만일까. 셜록 홈즈를 창조한 영국의 추리작가 아서 코난 도일은 희망조차 보이지 않을 때는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나가라.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저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 떠올려라.라고 말했다. 그러니 영국 드라마 <셜록>은 잠깐 접어두고 원작자가 권하는 자전거의 봄을 누려볼 일이다. 순천은 봄날 자전거 여행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봄기운이 완연한 데다 다채롭기까지 하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동천을 따라서는 벚꽃이 만개한다. 또 오는 4월 20일에는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렸던 순천만 일대가 순천만정원으로 개장한다. 앞서 3월 초에는 자전거문화센터도 문을 열었다. 그리고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 가운데 이름을 올린 순천만과 낙안읍성, 선암사를 간직한 도시가 순천이다. 이들이 전하는 봄 냄새인들 또 어찌 외면할까. 무엇보다 이들을 아우르는 자전거도로와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순천의 자전거도로는 모두 8개 코스로 나뉜다. 순천 시내를 벗어난 북쪽 청소년수련소에서 구례구역까지 17.46km(1코스), 청소년수련소에서 동천까지 12.64km(2코스), 동천에서 순천만생태공원까지 8km(4코스), 순천만생태공원에서 화포해변까지 8km(6코스)다. 동천 인근 순천역에서는 순천드라마촬영장을 거쳐 순천만정원(구 정원박람회장장)까지 14km(3코스), 순천만정원에서 와온해변까지 11.67km(5코스)다. 조금 긴 거리는 동천에서 매실홍보관을 오가는 22.67km와 39.37km의 두 가지 구간(7코스)과 선평삼거리에서 선암사에 이르는 20.68km(8코스)가 있다. 8개 코스가 서로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 순천시의 시민공영자전거 무인대여 시스템 온누리를 이용하면 현지에서 손쉽게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당일 코스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예정이라면 순천역이나 순천공용터미널을 출발지로 삼는 게 좋다. 물품보관함에 짐을 보관한 후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공영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온누리(자전거) 터미널은 기차역이나 시외버스터미널을 나와 금세다. 가벼운 결제 절차를 거쳐 즉석에서 대여가 가능하다. 순천 시내에는 총 22개 터미널과 138대의 온누리 자전거가 있다. 처음 위치로 돌아올 필요 없이 22개 터미널 어디에나 반납이 가능하다. 다만, 연속 3시간 이상 사용은 불가능하니 터미널에 반납 후 재사용해야 한다. 순천역이나 터미널 사이 풍덕교(동천)는 순천 자전거 여행의 중심이다. 2코스, 3코스, 4코스, 7코스가 만나는 곳이다. 그 가운데 동천과 순천만생태공원을 오가는 4코스가 무난하다. 거리도 왕복 16km로 크게 무리가 없고, 차도를 벗어나 안전하다. 동천에서 순천만생태공원까지 봄날의 풍경도 좋고, 길목에 있는 순천만정원도 둘러볼 수 있다. 시내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순천만까지 흐른다. 풍덕교에서 동천으로 내려서는 줄곧 하천을 끼고 달린다. 둑을 따라 이어진 길에는 개나리가 가득하다. 연분홍 벚꽃보다 먼저 봄날을 아는 노란 빛의 전령이다. 벚꽃은 아직 이르다. 그렇다고 겨울에만 머물까. 가지 끝에 조심스런 멍울이 봄볕의 눈치를 살핀다. 아마 4월 초순에는 꽃을 피워 하천을 꽃길로 수놓을 것이다. 그 풍경을 그리며 페달을 느리게 밟는다. 따스한 봄볕이 쫓고 시원한 바람이 따른다. 물가 버드나무 아래 나른한 몽상을 만끽하는 이들도 여럿이다. 사방의 신록이 다정하다. 그렇게 약 3km를 달리면 어느새 '꿈의 다리'다. 이 다리는 동천이 갈라놓은 순천만정원의 동쪽과 서쪽을 잇는다. 꿈의 다리는 2010년 중국 상하이엑스포 한국관을 설계한 강익중 작가가 설치한 작품이다. 재활용 컨테이너 30개를 연결해 길이 175m의 다리를 꾸몄다. 바깥에서 보면 '비행기가 흔들릴 때 그냥 자자', '비염을 치료하면 학교 성적이 쑥쑥' 등 재미나고 엉뚱한 문장들이 눈에 띈다. 밖에서 보이지 않는 안쪽은 꿈의 세계다. 세계 16개국 어린이들이 그린 14만여 점의 그림이 다리를 이룬다. 꿈의 다리라는 이름이 새삼스럽다. 순천만정원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렸던 장소다. 2013년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23개국 83개의 정원이 방문객들을 맞았다. 세계정원과 테마정원, 생태정원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2013년 봄날을 가장 화려하게 보여준 여행지였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박람회장은 행사가 끝난 후 순천만정원으로 정비되었다. 4월 19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공식 개장에 들어간다.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찰스 젱스가 순천의 지형에 영감을 얻어 조성한 순천호수정원을 비롯해 프랑스, 네덜란드,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정원을 재현한 세계정원 그리고 순천만정원과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을 잇는 교통수단 순천만 PRT(무인궤도차) 등이 봄맞이를 준비 중이다. 다행히 동천의 서편 순천만정원 서문 구역은 앞서 개방했다. 순천만국제습지센터와 순천만 WWT습지, 한국정원, 수목원 등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순천만정원은 동천에서 자전거로 접근이 가능하다. 남문과 서문, 동문 앞에는 온누리자전거터미널도 있다. 정원 안쪽으로는 자전거로 이동할 수 없으므로 보관 후 돌아보면 좋다. 순천만정원의 서문 쪽을 돌아보고는 지난 3월 10일 개장한 순천자전거문화센터로 이동해도 좋겠다. 서문 주차장의 바로 옆이다. 전시공간과 시민들을 위한 자전거 정비소, 휴게시설 등도 갖췄다. 자전거문화센터의 첫인상은 단층 건물 앞에 선 거대한 자전거 모형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코덱스 아틀란티쿠스에 그린 자전거의 설계를 닮았다. 간결한 얼개가 건물과 한 몸을 이뤄 센터의 색깔을 드러낸다. 노란색과 빨간색의 바퀴 형상도 두드러진다. 내부는 전시실과 강의실 그리고 사무공간으로 꾸며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곧장 전시실이다. 가운데는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쉼터다. 순천 여행의 자료가 놓인 책상과 의자가 놓였다. 순천자전거 지도 등의 요긴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가장자리로는 전시물이다. 자전거의 역사를 보여주는 모형과 순천시의 공영자전거 온누리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특히 시대별로 자전거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모형 전시가 흥미롭다. 1709년 프랑스 백작 콩트 메데 드 시브락이 발명한, 페달 없이 두 발로 밀어 나가는 셀레리페리도 있고, 1839년 대장장이 커크패트릭 맥밀란이 만든 최초의 페달자전거도 있다. 제임스 스탈리와 윌리엄 할먼의 앞바퀴가 큰 하이휠 자전거도 눈길을 끈다. 소소한 설명이 더해져 읽는 재미도 더한다. 센터의 바깥 둘레로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 자전거 도로를 꾸몄다. 가볍게 주행 연습이 가능하다. 자전거 센터를 나와서는 다시 동천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강변을 따라 5~6km남하하면 순천만자연생태공원에 다다른다. 순천만은'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꼽힐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최초의 연안습지로 자연생태적 가치도 각별하다. 무엇보다 22.6㎢에 달하는 너른 갯벌과 그 가운데 1/4을 채우는 갈대밭은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을 다시 찾게 하는 비경이다. 그런 까닭에 순천만은 가을날 갈대 여행지로 이름이 났다. 하지만 자전거 여행으로 누리는 봄날의 기운도 가을 못지않다. 동천에서 내려오다 이사천 교량교를 건너 무진길로 들어선다. 그 일대가 순천만 갈대밭이다. 다대포구까지 이어지는 길은 봄볕이 어울려 한층 정겹다.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용산전망대에 올라도 좋다. 이미 눈에 익은 풍경이건만 순천만에 올 때마다 다시 걸음을 하고 만다. S자로 휘어지는 갯골이 바다로 길을 잇는 풍광은 여전히 장관이다. 거기에 더해 봄날 초록빛 갈대가 해묵은 갈대와 대비를 이룬다. 여린 갈대는 뜨거운 여름날까지 점차 푸른빛을 더해갈 것이다. 그럼에도 봄꽃이 그립다면 동쪽으로 걸음을 옮겨도 좋다. 선암사까지는 자전거도로가 났지만 버스를 이용하는 게 수월하다. 선암사 매화는 따로 '선암매'라 부를 만큼 고혹적이다. 한두 해의 기품이 아니다. 300~600년 수령의 늙은 매화는 곰삭은 세월의 색과 향기로 말을 건다. 원통전 뒤편에 서서 긴 세월을 피고 지는 매화는 꽃이 아니라 또 한 사람의 선승이다. 다만 3월 말은 조금 이르다. 4월 초에나 꽃을 활짝 피울 듯하다. 대신 3월 말의 꽃맞이는 금둔사를 추천한다. 금둔사는 납월홍매(臘月紅梅)가 겨울잠을 깨운다. 불교에서는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음력 섣달(1월)을 납월이라 부른다. 그러니 납월홍매는 겨울에 꽃을 피우는 매화다. 제주를 제외하고는 가장 빠른 시기다. 납월홍매뿐일까. 청매와 백매 등 10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소박한 절집을 가득 채운다. 그 사이로 난 좁은 길을 열고 닫는 것도 매화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기대감으로 설렌다. 그 자체로 화사(花寺)다. 봄날의 순천에서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호사다. 순천시 시민공영자전거 온누리 1일 이용권 1000원, 주회원 2000원, 월회원 3000원, 연회원 2만원 문의 : 061-749-4370 http://bike.suncheon.go.kr/index.do 순천만정원 입장료 :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주소 : 전남 순천시 남승룡로 66 순천만국제습지센터 문의 : 061-749-3114 http://www.scgardens.or.kr/ 금둔사 입장료 :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초등학생 1000원 주소 : 전남 순천시 낙안면 조정래길 1000 문의 : 061-754-6942 http://www.geumdunsa.org/ 선암사 주소 : 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문의 : 061-754-6250 http://www.seonamsa.net/ 1.주변 음식점 시몽관 : 한정식 / 순천시 유동1길 10 / 061-753-5555 대원식당 : 한정식 / 순천시 장천2길 30-29 / 061-744-3582 대대선창집 : 짱뚱어탕 / 순천시 순천만길 542 / 061-741-3157 낙안속벌교꼬막식당 : 꼬막정식 / 순천시 낙안면 삼일로 52 / 061-754-4098 2.숙소 에코그라드호텔 : 순천시 백강로 234 / 061-811-0000 http://www.hotelecograd.com/ 순천만해룡성고택 : 순천시 홍두길 136 / 061-744-1760 http://www.순천만해룡성고택.kr/ 노블레스호텔 : 순천시 장선배기2길 12 / 061-722-7730 http://www.ggpage.kr/main/club_main.php?cb_id=cb_0617227705 현우각 : 순천시 대대1길 7 / 061-744-4400, 010-3600-1829 http://www.birdfriend.kr/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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