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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과 서울시립과학관장, 국립 과천 과학관장을 역임한 이정모 관장과 함께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유의 재치와 입담으로 과학을 쉽고 재밌게 풀어주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송과 유튜브에 출연하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여름이면 우리는 바다를 찾는다. 시원한 파도와 푸른 수평선을 바라보며 잠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정모 관장에게 바다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그에게 바다는 수많은 생명이 먹고 먹히며 살아가는 거대한 생태계이자, 수억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자연사 박물관이다. 이정모 관장은 바다를 말할 때 먼저 남해안을 떠올린다. 경남 고성에서 여수, 순천만, 보성 여자만으로 이어지는 바다는 한반도 생명의 역사와 치열한 생존의 시간을 가장 잘 담고 있다. 생명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찬란한 투쟁의 바다, 이정모 관장에게 남해안은 의미가 남다르다. Q. 이정모 관장님의 바다 PICK, 관장님이 사랑하는 우리의 바다는 어디일까요? 제가 하나를 고르라면 남해안을 고르겠습니다. 조금 더 좁히면 경남 고성에서 여수, 순천만, 보성 여자만으로 이어지는 바다입니다. 왜 남해안이냐 하면, 이곳은 그냥 풍경이 예쁜 바다가 아니라 시간이 겹겹이 쌓인 바다입니다. 오늘 우리가 보는 파도와 섬과 갯벌 아래에, 아주 오래전 공룡이 걸어 다니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경남 고성, 전남 여수, 화순, 보성, 해남의 남해안 일대는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입니다. 동시에 이곳에는 갯벌도 있습니다. 순천만, 보성·순천갯벌 같은 곳은 지금도 살아 있는 생명들이 하루하루 먹고 숨 쉬고 번식하는 현장입니다. 그러니까 남해안은 과거 생명의 흔적과 현재 생명의 움직임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바다입니다. 바다를 보러 갔는데 바다만 보이는 게 아니라, 그 뒤로 1억 년 전의 시간, 갯벌 속 게와 조개의 움직임, 철새의 이동, 인간의 삶까지 함께 보이는 곳. 남해안은 그런 의미에서 제가 사랑하는 바다입니다. Q. 과학자로서 바다를 볼 때 다른 사람들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직업병이 있습니다. 저는 바다를 보면 “와, 시원하다”에서 잘 멈추지 못합니다. 물론 저도 바다를 보면 좋습니다. 파도 소리도 좋고, 수평선도 좋고, 회도 좋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머릿속에서 질문이 시작됩니다. 저 물은 어디서 왔을까? 저 갯벌은 왜 저렇게 고울까? 저 바위의 줄무늬는 언제 생긴 걸까? 저 바다에는 지금 누가 누구를 먹고 있을까? 과학자는 풍경을 볼 때 그 풍경을 정지화면으로 보지 않습니다. 영화처럼 봅니다. 바다는 멈춰 있는 배경이 아니라 계속 움직이는 시스템입니다. 조수가 들어오고 나가고, 모래가 옮겨지고, 플랑크톤이 번식하고, 작은 물고기가 큰 물고기에게 먹히고, 철새가 갯벌에 내려앉습니다. 사람들은 바다를 흔히 낭만의 장소로 봅니다. 맞습니다. 바다는 낭만적입니다. 그런데 과학자의 눈에는 동시에 엄청나게 분주한 생태계의 작업장입니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여도 그 안에서는 먹고 먹히고, 도망가고, 짝을 찾고, 알을 낳고, 살아남으려는 일이 매 순간 벌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바다를 볼 때 늘 두 가지를 같이 봅니다. 하나는 아름다움이고, 다른 하나는 그 아름다움을 가능하게 만든 치열한 생명 활동입니다. 그는 “자연은 낭만적인 곳이 아니라 살벌한 생존 투쟁의 장”이라고 말한다. 이정모 관장이 들려주는 바다는 바로 그 말의 뜻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아름다운 풍경 너머에는 오랜 시간 쌓인 흔적이 있고, 그 안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생명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바다는 그 아름다움과 생존의 시간을 함께 질문할 때 더 깊어지는 세계다. Q. ‘자연은 낭만적인 곳이 아닌 살벌한 생존 투쟁의 장’이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바다는 아름답지만, 바다 생태계의 기본 문장은 사실 ‘누가 누구를 먹는가’입니다. 조금 살벌하죠. 하지만 이것이 자연의 진짜 모습입니다. 갯벌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겉으로 보면 조용합니다. 그런데 물이 빠지면 갯벌 위에 엄청난 식당이 열립니다. 게가 유기물을 먹고, 갯지렁이가 퇴적물 속을 뒤지고, 조개가 물을 걸러 먹습니다. 그러면 새들이 옵니다. 도요새, 물떼새 같은 새들이 긴 부리로 갯벌을 찔러 먹이를 찾습니다. 한쪽에서는 먹고, 다른 한쪽에서는 도망갑니다. 구멍 속으로 숨고, 모래색으로 몸을 감추고, 단단한 껍데기로 버팁니다. 갯벌의 평화는 사실 수많은 생존 전략이 일시적으로 균형을 이룬 상태입니다. 제가 자연을 낭만적으로만 보지 말자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연은 선하고 착한 곳이 아닙니다. 그러나 잔인하기만 한 곳도 아닙니다. 자연은 정교합니다. 생물들은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몸의 구조와 행동을 바꾸어 왔고, 그 결과 우리가 보기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만들어진 겁니다. 저는 그래서 바다를 볼 때 “아름답다”에서 한 걸음만 더 들어가 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 아름다운가?’, ‘무엇이 이 풍경을 유지하고 있는가?’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 바다는 훨씬 더 재미있어집니다. 이정모 관장은 바다를 보며 ‘예쁘다’에서 끝내지 말고,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묻자고 말한다. 그 질문이야 말로 바다를 더 깊게 읽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바다는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과학 교과서이고, 어른들에게는 지금 달라지는 세계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Q. 아이들과 해안가 지질 탐사나 화석을 보기 좋은 명소가 있을까요? 가족 여행지로는 경남 고성 상족암 군립공원 일대를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습니다. 공룡 발자국을 볼 수 있고, 해안 절벽과 퇴적층도 함께 관찰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공룡이 여기 지나갔다”는 말만큼 강력한 과학적 상상력의 출발점이 없습니다. 또 하나는 해남 우항리 공룡화석지입니다. 해남 우항리 일대는 공룡, 익룡, 새 발자국 등 다양한 흔적으로 유명합니다. 남해안 일대 공룡화석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 가운데 하입니다. 지질 관찰만 놓고 보면 제주 수월봉도 좋습니다. 제주도는 화산섬이기 때문에 화산재층, 응회암, 해안 절벽을 통해 화산 활동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섬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에 아주 좋은 곳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화석이나 암석은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예쁜 돌을 하나쯤 줍는 것은 그럴 수 있지만, 보호구역의 화석이나 지질 자원을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자연사 여행의 첫 번째 원칙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흔적을 읽고 오는 것”입니다. Q. 아이들과 바다를 보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저는 아이들에게 과학책을 주지 말라는 말을 가끔 합니다. 물론 과학책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책을 쓰는 사람인데 책이 나쁘겠습니까. 다만 책보다 먼저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바다는 최고의 과학 교과서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다에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이 다 들어 있습니다. 파도는 물리입니다. 왜 파도가 생기는지, 왜 바람이 불면 물결이 커지는지, 왜 해안에 부딪히며 부서지는지 볼 수 있습니다. 소금물은 화학입니다. 왜 바닷물은 짠지, 소금은 어디서 왔는지, 바닷물이 증발하면 무엇이 남는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갯벌은 생물학입니다. 작은 생물들이 어떻게 먹고 숨 쉬고 숨는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해안 절벽과 바위는 지구과학입니다. 층리, 침식, 퇴적, 지각의 역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여행을 가면 자꾸 “인증샷”을 찍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바다에 갔다면 사진 한 장보다 질문 하나가 더 오래 남습니다. “왜 물이 빠졌을까?” “조개는 어떻게 숨을 쉴까?” “게는 왜 옆으로 걸을까?” “저 바위 줄무늬는 누가 그렸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바다는 교과서가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부모가 답을 다 알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글쎄, 우리 같이 찾아볼까?” 이것이 과학의 시작입니다. Q. 아이들과 바다를 더 흥미롭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바다에 가시면 딱 세 가지만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수평선만 보지 말고 발밑을 보세요. 모래 위의 작은 구멍, 갯벌의 발자국, 조개껍데기, 바위의 줄무늬가 다 이야기입니다. 바다는 멀리 있는 풍경이기도 하지만, 사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발밑에 있습니다. 둘째, 한 가지 질문을 가져가세요. “파도는 왜 생길까?” “바닷물은 왜 짤까?” “게는 왜 옆으로 걸을까?” “갈매기는 왜 바람을 타고 날까?” 질문 하나만 있어도 여행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셋째, 바다를 무대가 아니라 주인공으로 대하세요. 우리는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런데 바다는 배경이 아닙니다. 바다는 살아 있는 생태계이고, 오래된 지구의 기억이고, 지금도 우리 삶을 지탱하는 거대한 시스템입니다. 바다 여행의 진짜 재미는 “예쁘다”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고 묻는 순간 시작됩니다. 그 질문이 생기면 바다는 매년 가도 새롭습니다. 같은 바다를 보아도 오늘은 파도를 보고, 내일은 갯벌을 보고, 다음에는 새를 보고, 또 다음에는 바위 속 시간을 보게 됩니다. 바다에 가면 쉬십시오. 맛있는 것도 드십시오. 사진도 찍으십시오. 그런데 딱 10분만 과학자의 눈으로 보십시오. 그러면 바다는 훨씬 더 넓고, 깊고, 재미있는 여행지가 될 것입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숫자나 그래프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바다는 대기보다 더 많은 열을 품고, 그 열이 쌓이면서 어종의 얼굴과 해파리의 출현, 해안선의 모양까지 함께 바꾼다. 이정모 관장은 지금 바다를 이야기할 때 남해안의 공룡 발자국만큼이나 “따뜻해진 물”과 “달라진 계절감”을 중요하게 꺼낸다. 달라진 바다를 이해하는 일은, 결국 우리가 바다를 어떻게 안전하게 즐기고 지킬 것인가를 묻는 일과 맞닿아 있다. Q.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생태계에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쉽게 체감하는 것은 “예전 바다와 달라졌다”는 느낌입니다. 첫째, 잡히는 물고기가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특정 지역에서 흔했던 어종이 줄고,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는 어종이 더 자주 보일 수 있습니다. 낚시를 즐기는 분들이나 어민들은 이런 변화를 빨리 느낍니다. 둘째, 해파리 출현이 더 신경 쓰이는 문제가 됩니다. 해파리는 원래 바다에 있는 생물이지만, 수온, 먹이, 해류, 연안 환경 변화가 맞물리면 대량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셋째, 해안 침식과 침수 위험입니다. 예전에는 백사장이 넓었던 곳이 점점 좁아졌다고 느끼는 지역이 있습니다. 물론 해안 침식은 개발, 방파제, 모래 공급 변화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과 강한 폭풍은 그 위험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넷째, 바다의 계절감이 달라집니다. 바다도 계절이 있습니다. 언제 플랑크톤이 늘고, 언제 물고기가 이동하고, 언제 해조류가 자라는지 리듬이 있습니다. 수온이 바뀌면 이 리듬이 달라집니다. 사람으로 치면 생체시계가 어긋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기후변화와 해양안전 이야기가 끝나면, 그는 질문을 우리 쪽으로 돌려놓는다. “그럼 우리는 바다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Q. 과학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늘 강조하시죠. 이번 여름 바다로 피서를 다녀온 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와서, 바다를 위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과학적인 행동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세 가지를 말하고 싶습니다. 덜 버리기, 덜 태우기, 더 오래 머물기입니다. 첫째, 덜 버리기입니다. 바다 쓰레기의 상당 부분은 바다에서만 생기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버린 쓰레기, 하천을 따라 내려온 플라스틱, 여행지에서 남긴 일회용품이 바다로 갑니다. 그러니 바다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여행지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텀블러, 다회용기, 장바구니 같은 평범한 실천이 실제로 중요합니다. 둘째, 덜 태우기입니다. 기후변화는 바다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화석연료를 많이 태우면 대기 중 온실가스가 늘고, 그 열의 상당 부분을 바다가 흡수합니다. 결국 바다가 따뜻해지고, 해수면이 오르고, 생태계가 바뀝니다. 에너지 절약, 대중교통, 가까운 여행, 불필요한 소비 줄이기는 바다를 위한 행동이기도 합니다. 셋째, 더 오래 머물기입니다. 바다 여행을 갈 때 한 장소를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방식보다, 한 지역에 조금 더 오래 머물며 지역의 생태와 문화를 이해하는 여행이 좋습니다. 지역 식당을 이용하고, 지역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보호구역의 규칙을 지키는 여행은 지역경제와 생태 보전에 함께 도움이 됩니다. 가장 과학적인 행동은 대단한 구호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행동입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쓰레기를 덜 만들겠다.” “나는 물때를 확인하고 갯벌을 존중하겠다.” “나는 바다를 배경이 아니라 생태계로 보겠다.” 이런 작은 태도가 쌓이면 바다를 대하는 문화가 바뀝니다. 에디터 : 프레인글로벌 김성욱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수산과학원 ※ 위 정보는 2026년 0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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