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구마동계곡을 만들었다. 깊은 산 울창한 숲 사이로 계곡이 10여 km 이어지고, 그 위는 사람이 다니지 못하는 새들과 산짐승들만의 계곡이다. 물줄기를 옆에 두고 걷다 보면 금방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인다. 계곡은 들머리부터 심상치 않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길, 깎인 산자락의 단면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괴물의 땅처럼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길 왼쪽은 계곡으로 직하하는 낭떠러지다. 잘려나간 산의 단면에서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숙소로 잡아놓은 구마황토민박까지는 7~8km 거리. 아직까지는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산자락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사람 냄새가 난다. 계곡을 따라 들어선 집들이 마을을 이루지 못하고 한두 채씩 띄엄띄엄 앉았다. 비탈진 밭 한가운데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였다. 계곡으로 떨어지는 낭떠러지 말고는 온통 산이고 절벽이다. 첩첩산중이란 말이 이 계곡에 딱 맞아떨어진다. 상류로 갈수록 눈과 귀, 코와 숨구멍까지 계곡의 숨결에 익숙해진다. 그 길에서 만난 표지석 하나, 옛날 이곳에 초등학교가 있었다고 알려준다. 1962년 이 계곡에 문을 연 ‘고선국민학교’가 1992년 3월 1일 폐교됐다. 30년 동안 140명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산이 높고 골이 깊으니 어둠이 일찍 찾아온다. 나무가 하늘을 가린 곳은 어둑어둑하다. 풋풋한 숲의 향기와 음이온 가득한 계곡의 청량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그런 느낌을 만끽하면서 걷다 보니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계곡물에 잠깐 발을 담가본다. 햇볕이 닿지 않는 곳이라 발이 얼얼하다. 땀을 식히고 다시 걷는다. 숙소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꽤 보인다. 짐을 부리고 어둠이 내리는 계곡으로 서둘러 나간다. 여름의 끝자락이라고 해도 낮에는 덥다. 한낮 더위에 오락가락하는 빗줄기가 더해져 몸이 땀과 습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준비해간 반바지로 갈아입고 계곡물로 바로 들어갔다. 민박집 바로 앞에 계곡이 있다. 크고 작은 돌멩이가 돌밭을 이루었다. 물줄기가 여울을 만들며 흐르는데 그 소리가 청량하다. 소리만 들어도 시원하다. 물에 들어가 돌베개를 하고 드러눕는다. 등줄기를 훑으며 지나가는 물에 온몸이 찌릿찌릿하다. 귓불을 스쳐 지나가는 물소리가 맑다. 숲을 지나온 바람이 몸이 닿으니 소름이 돋는다. 더위가 가시는 정도가 아니라 한기가 든다. 땀과 습기가 열기와 어우러져 몸에 쩍쩍 달라붙는 기분이 한순간에 날아간다. 오래 있지 못하고 물 밖으로 나온다. 깊은 산중 계곡이라 어둠이 일찍 찾아온다. 민박집에 하나둘 불이 켜지고 밥 짓는 냄새가 계곡에 자욱하게 퍼진다. 맑고 청량해진 몸과 마음으로 저녁을 준비한다. 현동에서 산 닭으로 삼계탕을 끓인다. 한 시간 정도 푹 고아야 하는데 그 시간 동안 라면으로 시장기를 속인다. 어느새 계곡은 어둠으로 가득 찼다. 민박집 앞 가로등 불빛이 닿는 곳까지는 사람들의 세상이다. 빛이 닿지 않는 그 너머 계곡과 숲은 짐승들의 세상이다. 가끔 깜깜한 숲에서 짐승 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거세지면서 숲을 긁고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흉흉하다. 계곡물 소리도 낮보다 크게 들린다. 처음에는 그런 소리들이 낯설고 불안했는데 익숙해지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자연의 소리가 민박집을 품어 안는다. 밤의 계곡에서 바라본 민박집 창마다 안식의 불빛이 새어나온다. 구마동계곡의 밤이 그렇게 깊어간다. 다음날 아침을 늦게 먹고 길을 나선다. 숙소가 계곡의 중간쯤이니 어제는 계곡의 반 정도만 본 셈이다. 숙소에서 계곡을 거슬러 더 올라간다. 계곡을 건너기 위해 만들어놓은 작은 보 위로 물이 넘쳐흐른다. 보에서 떨어지는 물이 하얗게 부서진다. 엷은 옥빛으로 빛나는 물빛과 장쾌한 소리가 시원하다.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생긴 나무가 숲을 이루고, 그 숲 사이로 흐르는 계곡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이어지는 구마동계곡 산책길 중 최고의 선경이다. 그냥 지나갈 수 없어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한참 동안 앉아 있는다.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다 넓은 밭을 만난다. 구마동계곡에서 가장 넓은 땅이 아닐까 싶다. 그곳에서 만난 마을 주민이 구마동계곡의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제강점기에는 금광에서 금을 캐고 우거진 숲에서 나무를 베어갔다고 한다. 자원 수탈의 현장이었다. 한창 때는 계곡을 따라 150여 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계곡 하류와 상류에 초등학교가 각각 하나씩 있었다. 사람이 많이 사는 동네라 주막도 세 곳이나 되었다. 폐교가 된 초등학교 부근과 노루목 세류암 자리가 유명한 주막거리였다고 한다. 구마동계곡의 옛이야기를 듣고 숙소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느릿느릿하다. 올 때는 보이지 않았던 계곡과 숲의 작은 생명들이 눈에 들어온다. 풀숲에서 나비가 나풀거리고 벌이 절벽에 핀 꽃에 날아든다. 발걸음처럼 마음도 느긋해진다. 구마동계곡 -주소 :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고선리 -문의 : 054-679-6312(봉화군 문화관광과) 주변 음식점 -봉화한약우프라자 : 한약우(한우) / 경상북도 봉화군 봉성면 농업인길 47 / 054-674-3400 http://www.bhhywoo.co.kr/ -용두식당 : 송이요리 / 경상북도 봉화군 봉성면 다덕로 526-4 / 054-673-3144 -초가집식당 : 추어탕 / 경상북도 봉화군 봉성면 다덕로 843 / 054-673-9981 숙소 -구마황토민박 :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고선리 521-1 / 054-672-7367 -무진파크 :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청옥로 220 / 054-673-9988 -권진사댁(성암고택) :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낙천당길 39 / 054-672-6118, 010-9016-3201 http://blog.naver.com/kwonjinsa 글, 사진 : 장태동(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6년 8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