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는 걷는 일이 꿈 같다. 불뚝한 능 사이를 지나 고개를 갸웃거리듯 비스듬히 선 첨성대를 마주하러 가는 여정은 사뿐하다. 황남동 고분군에서 오릉까지 걷는 길은 고즈넉하다. 옛 정취 짙은 골목에 둥지 튼 황리단길은 볼거리 많아 쉬엄쉬엄하다. 각각의 길은 공기의 밀도와 무게가 달라서 무엇 하나 놓치기 아쉽다. 길 끝에는 아늑한 숙소가 여행자를 맞을 채비를 한다. 두 팔 벌려 따뜻하게 웃는 어미가 아장아장 걷는 아기를 기다리듯, 포근하고 부드러운 잠자리의 이야기다. 게스트하우스 문을 열자 막 세탁을 마쳤는지 섬유유연제 향기가 난다. 학창 시절이 생각나 잠시 웃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인사하고 집으로 들어서면 비슷한 냄새가 났다. 그 공기는 긴장을 풀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의 콘셉트가 첫인상과 비슷한 결이다. 친구 집에 놀러 온 사람을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것. 이 야무진 설정에 맞춰 게스트하우스 구석구석을 옹골차게 꾸몄다. 여행을 사랑하는 주인은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한다. 여행자의 필요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춰 뭐든 뚝딱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셈이다. 게다가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누구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갔으면 하는 예쁜 마음까지 갖췄다. 그러니 정갈하고 착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의 친구 집에 놀러 온 느낌이 드는 게 마땅하다. 게스트하우스 중앙은 조식 식당이다. 조식 시간 외에는 카페처럼 사용할 수 있다. 벽면을 따라 배치한 객실은 총 7개, 베드는 25개다. 게스트하우스의 특성상 공간의 독립성이 보장되기 어려운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열심을 다했다. 침대마다 독서 등과 작은 책상을 맞춤 제작했고 블라인드를 설치해 4인실이나 6인실에 묵어도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침대 아래에는 짐 둘 공간을 수납형으로 깔끔하게 제작했다. 객실마다 도어록을 설치해 안전 문제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 게스트하우스 직원에 대한 평가도가 언제나 높다. 처음 만났는데도 원래 알던 사람과 대화하는 듯 편안하다. 게다가 자신의 경주 여행 경험과 손님들의 여행 콘셉트를 바탕으로 동선과 효율을 고려해 최적의 여행 루트를 짜 준다. 헤어질 때 아쉬울 정도로 친근해서 꼭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귓속말 Tip 경주는 많이 걷게 되는 여행지다. 블루보트 게스트하우스는 여행지의 특성에 맞춰 세븐라이너(종아리 마사지기)를 갖춰 두었다. 주소 경북 경주시 원화로 252-1 전화 010-2188-9049 홈페이지 http://blueboat-hostel.com/Gyeongju/ 체크인 오후 3시 체크인(밤 10시 이후는 셀프 체크인) 체크아웃 오전 11시 숙박요금 6인실 2만1000원, 2인실 5만5000원, 트윈룸 5만8000원, 트리플룸 7만5000원 (주중기준) 주차 불가능 (도보 3분 거리 노상 주차장 이용 가능, 밤 8시~익일 오전 9시까지 무료, 그 외 시간은 30분당 500원) 취사 전기포트, 전자레인지 이용하는 선에서 간단한 취사 가능 참고사항 체크인 7일 전까지 취소 시 100% 환불. 그 이후로는 취소수수료 차감 후 환불.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확인 독일에서 공부한 현재의 대표가 부모가 운영하던 모텔을 완벽히 탈바꿈시켰다. 경주 최초의 비즈니스호텔을 열겠다는 야심으로 보다 세련되고 젊은 모습으로 재개장한 것. 대실을 없애고, 지하와 2층에 비즈니스 센터, 조식 레스토랑, 북 카페, 작은 회의실, PC 라운지, 흡연이 가능한 테라스 등 공용 공간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시작 단계에서 반대도 많았지만 돈보다는 이미지를 쇄신하고 호텔 자체의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시대가 바뀌고 여행의 스타일도 바뀌면서 그의 고집과 뚝심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141미니호텔에는 시기에 따라 널뛰는 바가지요금이 없다. 극성수기가 도래하면 고객에게 채찍 바람 맞히듯 과한 비용을 전가하는 소수의 숙박업소들이 부끄럽단다. 명확한 가격 정책 덕에 고객의 재방문율이 높은 편이다. 평일에는 주로 내국인 비즈니스 고객과 외국인 여행객이, 주말에는 내국인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호텔에서 직접 만든 가이드북이 꼼꼼하고 빈틈이 없다. 호텔을 중심으로 펼쳐진 관광지 안내와 교통편이 상세하게 기재돼 있어 경주를 처음 방문하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141미니호텔은 무엇보다 청결에 중점을 둔다. 숙박 내내 상쾌할 수 있었던 이유다. 빗, 샤워 가운은 자외선 살균 후 비닐 포장해 비치한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마치 새 물건을 뜯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안심이다. 화장실, 침구, 컵 등은 두말할 것도 없다. 체크인 전 항상 방 상태를 두 번 이상 꼼꼼히 점검한 덕이다. 세스코에서 청결도를 검사했을 때 급호텔보다 한 수 위였다고. 검사하러 나온 사람들도 놀랄 정도였단다. 최소한 내 집보다는 깨끗한 게 분명하다. 객실 타입은 스탠더드, 더블, 패밀리 트윈으로 총 27개인데, 바로 앞 건물을 호텔로 개조해 올해 말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지금보다 더 채광이 좋고 넓은 공간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1층에는 사우나가 있어 피로를 풀기 좋다. 투숙객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귓속말 Tip 샤워기 수압이 엄청 센데 물살은 신기하게도 부드럽다. 주소 경북 경주시 원효로 141 전화 054-742-8502~3 홈페이지 http://www.141minihotel.com/ 체크인 오후 4시 (오후 3시부터 체크인 가능) 체크아웃 오후 12시 숙박요금 더블룸 6만원, 트윈룸 7만원, 패밀리 트윈룸 11만원, 온돌방 6만원 (비수기기준) 주차 불가능 취사 불가능 참고사항 황남동 고분군과 경주 오릉을 연결하는 탑동에 고요한 마을이 있다. 이름은 탑리. 바람 아래 새소리 하나 놓치지 않을 만큼 조용하다. 이곳에서 의좋은 자매가 나란히 한옥을 짓고 손님을 맞는다. 와담정과 경주한옥1번가다. “밥은 먹었어요” “찰보리빵 간단히 사 먹었어요.” “아이고 그거 갖고 우짜노. 과일 드릴게예.” 고맙고 따뜻한 대접에 마음이 놓인다. 집은 주인의 성정을 닮아 곱고 깨끗하다. 어머니는 금이야 옥이야 키우겠다는 다짐을 담아 자매에게 후금, 순옥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자매는 나이가 들었고, 부모로부터 금이야 옥이야 받은 귀한 사랑을 이제 서로에게 쏟는다. 함께 살고 싶어서 나란히 지은 한옥은 모양새도, 구성도, 가격도 꼭 같다. 두 한옥은 각각 너른 마당 한편에 ‘ㄷ’ 자로 둘러선 모양새다. 황토로 정성껏 지은 진짜 한옥이라 뜨끈한 방에서 자고 일어나면 산뜻하다. 담장을 따라 나무가 도열해 있고, 마당 중앙 화단에는 소나무가 자리했다. 아직 어린나무들이지만, 세월이 지나 훌쩍 자라면 아름다운 집에 운치를 더할 게다. 마당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가 정겹다. 주인은 어린 객들이 무료할까 싶어 민속놀이기구들을 채비했다. 방은 3인실, 4인실, 6인실, 독채로 구성했다. 선비의 방 같은 소박한 모양새지만 침구만큼은 공을 들였다. 순면에 비단을 덧댄 침구는 어찌나 포슬포슬하고 뽀송한지, 만화 찰리 브라운의 라이너스처럼 어디에나 가지고 다니고 싶을 정도다. 고요한 밤, 포근한 비단 이불에 누워 듣는 풀벌레 소리가 아름답다. 인생 별거 있나. 이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귓속말 Tip 수라간에서 먹는 조식이 알차다. 황리단길에서는 버스로 두 정거장이지만 황남동 고분군을 곁에 두고 걸을 만하다. 다소 외져 있어 픽업 서비스를 운영한다. 와담정 주소 경북 경주시 천원1길 18 전화 1833 - 9306 홈페이지 http://wadamjung.com/ 체크인 오후 3시 체크아웃 오전 11시 숙박요금 3인실 8만원, 4인실 9만원, 6인실 11만원, 독채 40만원 주차 가능 (비수기기준) 취사 불가능 (독채 가능, 단 바비큐 금지) 참고사항 예약 후 3시간 이내에 취소 시 100% 환불.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확인 경주한옥1번가 주소 경북 경주시 천원1길 22 전화 1833 - 9306 홈페이지 http://hanok1st.com/ 체크인 오후 2시 체크아웃 오전 11시 숙박요금 2인실 7만4천원, 3인실 8만원, 4인실 8만4천원, 6인실 10만원, 독채 39만4천원(비수기주중기준) 주차 가능 취사 불가능 (독채 가능, 단 바비큐 금지) 참고사항 예약 후 3시간 대릉원 이른 아침의 대릉원은 마치 다른 행성을 걷는 느낌이다. 한 시절을 통치하던 왕과 귀족이 잠든 자리 위로 안개구름이 내려앉았다. 구름과 고분 사이로 까마귀들이 떼 지어 난다. 바람이 구름을 가른다. 짧은 순간, 햇살이 내리쬐고 불뚝 솟은 표면 위로 구름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박혀 너울댄다. 이 모든 풍경이 신비로워 홀리듯 걷게 된다. 인적이 뜸해 더러 스산하지만, 그 때문에 또 좋다. 바로 맞은편 대릉원은 신라시대의 고분군으로 총 23기의 능이 있다. 경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분인 황남대총(동서 80m, 남북 120m, 높이 25m), 댓잎 군사의 전설을 간직한 미추왕릉, 고분 내부를 개방해 관람이 가능한 천마총이 모두 대릉원 일원에 있다. 1973년 1만여 점의 유물이 출토된 천마총은 현재 공사 중으로 4월 중 재단장해 개장한다. 황리단길 경주 황남동과 경리단길, 두 단어를 축약해 황리단길이라 부른다. 정확히는 내남네거리 남쪽 포석로 1.4km 구간이다. 왕복 2차선 도로인 포석로를 따라 둥지 튼 가게들은 작고 아름답고 제 중심이 단단하다. 커피를, 책을,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 상품을 그러모은 작은 선물을, 정갈한 식사를 주로 판매한다. 제각각 매력적이라 다 들어가 구경하게 선물 가게 ‘배리삼릉공원’은 아름다운 물건이 가득해 지갑이 쉬이 열린다. 책방 ‘어서어서’는 책을 구입하면 직접 제작한 약 봉투에 넣어준다. 책 산 이의 이름을 묻고 봉투에 정성껏 쓰는데, 그 순간을 보는 일은 마치 마음을 꺼내 진료를 받고 약을 먹은 듯 위안이 된다. 길 안쪽 골목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일도 아름답다. 세월 진하게 묻은 담장, 문, 벽, 기와 등을 조용히 보는 일이 평온하다. 첨성대 내 집 마당에 두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그렇지 못해서 더 애틋하고 귀한 유물이 첨성대다. 갸우뚱하게 선 부드럽고 동그란 태는 어찌나 귀엽고 아름다운지, 경주에 갈 때마다 360도 돌아가며 오랜 시간 둘러앉아 한참을 보게 된다. 신라 선덕여왕 때 축조된 천문대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상식.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이렇다. 신라 27대 통치자인 선덕여왕을 상징해 27단으로 쌓았고 상단석은 동서남북의 방향을, 하단석은 석단 하나하나가 24절기를 나타낸다. 내부 4.5m 높이까지는 자갈과 흙으로 채워져 있다. 돌 사이사이도 자갈과 흙으로 채워 견고하게 쌓았다. 쌓아 올린 돌의 개수는 음력으로 1년을 의미하는 362개, 최상단에는 한 사람이 앉을 만한 판석이 있단다. 1300년 전, 그곳에서 별을 헤아리는 마음은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벅차다. 월성지구와 대릉원 일원의 중심에 위치해 주변 볼거리가 풍성하다.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진다. 캄캄칠야, 너른 벌판에 우뚝 서 빛나는 첨성대는 압도적이다. 가을이면 주변으로 핑크뮬리가 지천이다. 글 : 문유선(여행작가), 박은경(청사초롱 기자) 사진 : 문유선, 박은경, 한국관광공사 DB 출처 : 청사초롱 2018년 4월호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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