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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문화단지의 정문인 정양문을 지나면 시원스런 중앙광장이 펼쳐지고, 그 뒤로 사비궁이 자리해 있다. 사비궁은 정전인 천정전을 중심으로 서궁과 동궁으로 나뉜다. 천정전이 왕의 즉위 의례나 신년 행사 등 국가의 각종 의식을 거행했던 공간이라면 서궁과 동궁은 왕의 집무 공간이다. 서궁에선 무신, 동궁에선 문신에 관련된 업무를 처리했다고 한다. 서궁과 동궁의 정전을 각각 무덕전과 문사전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천정전 중앙에는 어좌(御座)가 놓여 있다. 용좌라고도 불리는 어좌는 왕이 앉던 의자다. 천정전의 어좌는 부여와 공주 지역에서 발굴된 백제시대 유물을 토대로 재현한 것으로, 기단부의 문양은 국보 제128호인 금동관음보살입상의 대좌에서, 어좌 뒤 봉황문은 부여 규암면 외리에서 출토된 유물에서 차용한 것이다. 봉황은 태평성대에만 나타나는 전설 속의 새로 용, 거북, 기린과 함께 사령(四靈)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어좌 양옆으로는 왕과 왕비의 평상복과 대례복이 전시돼 있다. 서궁의 무덕전은 백제시대 복식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선 왕이 입던 용포에서 장군의 갑옷에 이르기까지 백제의 다양한 복식을 무료로 체험해볼 수 있다. 무덕전 중앙의 멋스러운 의자와 드라마 <계백> 에 나왔던 주인공들의 실물 크기 모형은 모두 기념촬영을 위한 소품들이다. 동궁의 문사전으로 걸음을 옮기면 백제 제26대 성왕이 웅진(공주)에서 사비(부여)로 천도를 선포하는 장면을 홀로그램으로 만나볼 수 있다. 사비궁 우측에는 능사(陵寺)가 자리해 있다. 능사는 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백제 위덕왕 14년에 창건한 사찰이다. 백제문화단지 내 능사는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 절터(능산리사지·사적 제434호)에서 발굴된 유구를 토대로 복원한 것이다. 여기서 잠깐! 능사를 사찰의 이름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능사는 사찰의 이름이 아니라 '능 옆에 지어진 절'을 가리키는 일반명사이다.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던 사찰을 원찰이라 부르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실제로 능산리 절터에서 백제왕릉원까지는 직선거리로 채 200m도 되지 않는다. 백제문화단지 내 능사에는 대웅전과 오층목탑을 포함해 향로각, 부용각, 결업각, 자효당, 숙세각 등 부속 전각까지 고스란히 복원돼 있다. 그 중 시선을 끄는 건 단연 오층목탑이다. 높이 38m에 이르는 이 거대한 탑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복원한 백제시대 목탑이다. 능산리 절터 목탑 자리에서는 능사의 창건연대가 적힌 백제창왕명석조사리감(국보 제288호)이 출토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리함과 함께 백제를 대표하는 유물 중 하나인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도 이곳 절터의 서쪽 건물지에서 출토되었다. 불전에 향을 피우기 위해 사용했던 백제금동대향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우리 유물 100선'에 선정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능사의 향로각에서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백제문화단지 내 능사에 복원해놓은 향로각에는 백제금동대향로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디오라마가 전시돼 있다. 능사 뒤로는 백제시대 고분을 이전, 복원해놓은 고분공원이 자리해 있다. 이곳에는 백제문화단지 화계조성부지에서 출토된 석실분 4기와 부여군 은산면 가중리에서 출토된 석실분 3기 등 총 7기의 고분이 자리해 있다. 백제문화단지에는 1400년 전 백제인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사비궁 서쪽 뒤편에 자리한 생활문화마을과 위례성이 그것. 생활문화마을은 백제시대 귀족과 서민들의 가옥을 재현해놓은 곳이다. 귀족 주택으로는 백제 말기 대좌평을 역임한 사택지적의 집이, 군관 주택으로는 백제를 대표하는 장수 계백의 집이 자리해 있다. 서민들이 살았던 주택도 흥미롭다. 사실 모양은 다들 엇비슷하지만 각각의 집마다 테마를 정하고 그에 맞춘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직조기술자 서소의 집에서는 직물과 천연염색 체험을, 도공 신한고귀의 집에서는 도예 체험을 진행하는 식이다. 염색과 도예 체험 외에도 목공예, 주조, 금속공예 등 체험의 종류만도 10여 가지에 이른다. 모든 체험은 유료로 진행되며 체험비용은 종류에 따라 2,000원에서 2만 원까지 다양하다. 생활문화마을에는 계급별 주택과 함께 백제시대 전통 가마와 빨래터 등의 모습도 함께 재현해놓았다. 위례성은 한성 시절 백제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공간이다. 야트막한 토성 안에 망루와 왕궁 그리고 백성들의 집이 옹기종기 자리해 있다. 기원전 18세기, 백제의 시조 온조가 하남 위례성에 터 잡을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공간이고 보니 앞서 둘러본 생활문화마을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서민 주택은 초가 대신 움막의 형태를 하고 있고, 왕궁 역시 볏짚을 엮어 지붕을 올린 초가의 모습이다. '화려하지만 사치하지 않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다'는 백제문화는 아마도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 검은 커튼이 드리워진 위례궁 안으로 들어서면 멀티스크린을 통해 백제 초기의 모습을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백제문화단지를 꼼꼼히 돌아봤다면 백제역사문화관도 놓치지 말자. 백제역사문화관은 국내 유일의 백제 역사 전문 박물관으로 백제 역사와 문화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지난 7월 3일 일반에 공개된 칠지도와 환두대도는 전통 제철 기술로 복원한 것으로 무쇠를 백 번 두들겨 만든다는 칠지도는 일본에선 국보로 지정돼 있는 칼이다. 이 외에도 백제인들의 생활상을 표현한 다양한 디오라마와 1995년 궁남지에서 발견된 백제인의 발자국 모형 등도 흥미롭다. 백제역사문화관은 백제문화단지 입장권을 구입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백제문화단지 041-830-3400, www.bhm.or.kr ) 궁남지는 선화공주에게 반한 서동이 <서동요> 를 지어 불러 선화공주와 결혼을 한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서동은 백제 30대 왕인 무왕의 아명이며, 선화공주는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로 알려져 있다. 선화공주가 진평왕의 딸이 아닌 호족의 딸이라거나 서동이 무왕이 아닌 24대 동성왕이라는 등 이견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내용이 사실이라면 진평왕에 이어 왕위를 계승한 선덕여왕과 그 뒤를 이은 진덕여왕이 모두 선화공주의 언니가 된다. 선화공주가 서동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진덕여왕에 이어 또 한 명의 여왕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조금은 엉뚱한 상상을 해볼 수 있는 이유다. 무왕 35년에 조성된 궁남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연못으로 포룡정을 중심으로 넓은 연지가 펼쳐져 있다. 7~8월이면 이곳 연지에 홍련, 백련, 수련, 가시연, 왜개연 등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궁남지를 돌아본 뒤에는 백제시대 우물과 건물지 등이 남아 있는 화지산 유적지(사적 제425호)와 백제 5천결사대 충혼탑 등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궁남지에서 화지산 유적지를 돌아 백제 5천결사대 충혼탑까지는 300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서울→부여 : 경부고속도로 → 천안JCT → 천안논산간고속도로 → 정안IC → 서공주JCT → 공주서천간 고속도로 → 부여IC → 부여 부산·대구→부여 : 경부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대전당진간고속도로 → 공주IC → 비룡JC →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 서대전IC → 논산 → 부여 광주→부여 : 호남고속도로 → 논산JC → 천안논산간고속도로 → 서논산IC → 부여 * 대중교통 [기차] 서울→부여 : 용산역에서 논산역까지 KTX 운행, 1시간 30분 소요. 논산역에서 부여까지는 20분 간격으로 버스 운행, 30분 소요 대전→공주 : 대전서부시외버스터미널(042-584-1616)에서 5분 간격으로 버스 운행, 1시간 소요 [버스] 서울→부여 : 서울남부터미널(02-521-8548)에서 1일 39회(06:30-19:20) 운행. 동서울종합터미널(1688-5979)에서 1일 8회(07:10-17:30) 운행, 2시간 40분 소요 2.주변 음식점 백제의집 : 부여읍 관북리 / 연잎밥 / 041-834-1212 하늘채 : 부여읍 쌍북리 / 한정식 / 041-834-2227 구드래돌쌈밥 : 부여읍 구아리 / 돌솥밥 / 041-836-9259 3.숙소 아리랑모텔 : 부여읍 구아리 / 041-832-5656 백제관광호텔 : 부여읍 쌍북리 / 041-835-0870 롯데부여리조트 : 규암면 합정리 / 041-939-1000 - 글, 사진 : 정철훈(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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