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는 작지만 사거리가 길고, 강도 또한 엄청나 경계해야 할 무기. 중국의 한 고서에 표현된 우리의 전통 활에 대한 글이다. 국궁의 위력은 사뭇 대단해서 한 사람이 능히 수십 명을 상대할 정도였다. 영화 <최종병기 활>을 보면 우리 민족이 활을 얼마나 잘 쏘았는지, 무기로서 활이 얼마나 무섭고 강력한 병기였는지 잘 알 수 있다. 우리 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활. 활에 관한 모든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곳이 파주의 영집궁시박물관이다. 궁시는 궁과 시, 즉 활과 화살을 가리킨다. 전통 활과 화살을 만드는 궁시장(국가무형문화재 제47호) 유영기 선생이 한국의 전통 활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의 활과 화살을 모아 전시한 최초의 활 전문 박물관이다. 활과 화살, 쇠뇌, 그리고 활쏘기에 필요한 각종 도구, 외국의 활 등 다양한 궁시 관련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영집궁시박물관으로 가는 길. 가슴이 설렌다. 활 잘 쏘기로 유명한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활은 무엇인지,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청나라 장수 쥬신타(류승룡 분)가 쏘아대던 특이한 화살이 정말로 존재하는 것인지 궁금한 게 많아서다. 헤이리 예술마을을 지나 도착한 영집궁시박물관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 전시물도 적고 시설 등 제반 여건이 다소 궁색하다. 개인 박물관이라고는 해도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놓고 본다면 실망감을 감추기 힘들다. 그러나 박물관의 진가는 그 속내를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법.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영집궁시박물관에서는 해설자가 동행하며 전통 활을 만드는 방법과 특징, 유럽이나 아시아의 활과 다른 점을 눈높이에 맞춰 세세하게 설명해준다. 전통 활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한 해설자의 상세한 설명과 진지함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설명을 들으며 전시물을 살펴보면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된다. 활은 세계 각국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각기 특징이 있다. 박물관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유럽의 장궁은 곧게 뻗은 것이 보기에만 그럴듯할 뿐 실용성이 떨어진다. 영국의 장궁은 탄력이 있는 주목나무를 쪼개 만드는데, 시위를 당길 때 힘이 많이 들어가는 데 비해 사정거리가 짧다. 활이 길어서 휴대가 불편하니 말 위에서나 숲속에서 쏘기 힘들다. 대나무로 만든 일본의 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탄력이 낮은 한 가지 소재로 만든 것을 단순궁이라 한다. 우리의 활은 길이가 짧고 탄력성이 있는 여러 소재를 결합한 복합궁인 각궁이다. 대나무나 뽕나무에 물소의 뿔을 붙이고, 스프링 역할을 하는 쇠심줄을 잘게 찢은 다음 안팎에 둘러 탄력을 더했다. 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둥글게 말린 활이 우리 활이다. 사용할 때는 굽은 활을 반대쪽으로 젖혀 시위를 건다. 그러다 보니 탄력성에서 다른 나라의 활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탄력은 활의 관통력과 사거리에 비례한다. 우리 활은 300~400m까지 화살을 날려보내는 데 비해 서양의 활은 그 절반에 미칠 뿐이다. 전시물 중에는 화약 병기인 신기전도 눈에 띈다. 한 번에 화살 100발을 발사할 수 있었던 조선의 비밀 병기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조선 초기 압록강과 두만강 이남의 여진족으로부터 우리 땅을 되찾는 전쟁에서 신기전이 큰 역할을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아쉽게도 15세기 최첨단 과학 무기였던 신기전은 대포의 일종인 총통이 발전하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화살도 종류가 다양하다. 살대는 곧고 가벼우면서 탄력이 있는 소재로 만들어지는데, 대나무나 버드나무 또는 싸리나무가 사용되었다. 대나무로 제작한 것을 죽전, 버드나무나 싸리나무로 만든 것을 목시라 한다. 화살촉은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삼각형이나 마름모꼴의 일반적인 것에서부터 도끼날처럼 생긴 것, 갈고리처럼 생긴 것까지 모양이 제각각이다. 고구려 무용총의 수렵도에 그려진 화살을 복원한 것도 생김새가 특이하다. 조선시대 비밀 병기인 아기살(편전)도 있다. 보통 화살의 절반 크기인 30cm 전후이며, 대나무를 반으로 쪼갠 통아라는 통에 넣고 쏜다. 아기살은 날아가도 통아는 그대로 남아 있어 적군이 화살을 재사용하려 해도 활에 맞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고 한다. 날아가는 속도도 빨라서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죽게 된다. 아기살은 영화 <최종병기 활>에도 등장했다. 조선의 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청나라 군사들이 남이(박해일 분)가 날리는 아기살에 당하면서 그 위력에 두려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시실에서 활과 화살에 대해 배웠다면 이제 야외로 나가 활시위를 당길 차례다. 영집궁시박물관에 마련된 활터에서는 활 쏘는 법을 배우고 목궁을 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국궁은 검지와 중지로 시위를 당기는 양궁과 달리 엄지로 화살을 받치고 감싸듯 틀어쥔다. 활을 든 손도 몸 쪽으로 약간 기울인다. 활쏘기 강의는 5분에 불과하다. 그만큼 쉽고 간편하다. 누구라도 잠깐 배워서 명사수에 도전해볼 수 있다. 영집궁시박물관을 오가는 길에 헤이리 예술마을에 들르면 도시와 건축, 자연과 삶이 어우러진 독특한 건축물을 만나게 된다. 작가, 미술가,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등 400여 명의 예술인들이 모여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음악실, 카페, 레스토랑, 서점, 소극장, 스튜디오 등을 꾸몄다. 전시물도 관람하고 예쁘게 꾸민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며 쉬어갈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영집궁시박물관 주소 :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242-5(국원말길 168) 문의 : 031-944-6800 주변음식점 장단콩두부마을 : 탄현면 성동리 / 순두부 / 031-945-2114 오백년누룽지백숙 : 탄현면 성동리 / 닭백숙 / 031-8071-6500 된장예술 : 교하동 / 된장찌개 정식 / 031-941-3628 임진대가집 : 문산읍 임진리 / 참게, 황복 / 031-953-5174 숙소 호텔위즈 : 탄현면 성동리 / 031-949-9046 부띠크호텔 M : 탄현면 성동리 / 031-949-4226 호텔미라지 : 파평면 율곡리 / 031-954-0021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6년 9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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