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산도립공원은 사계가 다 아름답다. 봄에는 신록, 여름에는 울창한 녹음, 가을에는 꽃무릇과 단풍, 그리고 겨울 설경까지 어느 하나를 빼놓고 선운산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선운사에서 도솔암으로 이어지는 오붓한 숲길은 오래도록 천천히 걷고픈 길이자 이야기가 가득한 길이다. 주차장을 지나면 선운산 야영장과 선운산 생태숲을 만난다. 선운산에서 발원해 특이하게 동쪽으로 흐르는 선운천도 나란하다. 선운천은 인천강으로 불리는 주진천과 만나 부안 땅을 바라보고 있는 곰소만으로 빠져나간다. 선운사 경내가 가까워지면 선운천 사이로 녹음이 어두울 정도로 짙어진다. 선운천의 녹음에 눈을 돌린 것도 잠시, 어느새 선운사 경내로 들어서는 천왕문 앞이다. 천왕문에 단정한 글씨체로 선운사 현판이 걸려 있다. 외관상으로는 2층이지만, 사천왕상이 모셔진 내부는 통층으로 뚫려 있다. 천왕문을 들어서면 다른 전각을 짓고 남은 목재로 지었다는 만세루를 중심으로 대웅보전, 관음전, 영산전, 팔상전, 명부전 등 10여 채의 전각이 사방에 골고루 흩어져 있다. 선운사 경내는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 부산한 가운데서도 포근한 느낌이 든다. 생각해보니 대부분의 전각이 날카로운 팔작지붕이 아닌 부드럽게 내려오는 지붕선을 가진 맞배지붕이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선운사를 으뜸으로 치는 사람이라면 서정주 시인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에 적잖이 영향을 받았을 게다. 동백꽃의 시절은 지났지만, 대웅보전 뒤편 동백 숲은 붉은 기운이 감도는 듯 자태가 곱다. 이제 도솔암으로 가보자. 선운사에서 도솔암까지는 약 3.2km로 1시간 정도면 도솔암에 이른다. 길도 흙길이고 평탄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평탄한 길처럼 마음도 넉넉해진다. 늦가을에 한 번 더 와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정도로 활엽수 숲이 이어진다. 선운사를 출발해 2km 채 안 되는 지점에 신라 진흥왕이 수도를 했다고 전해지는 진흥굴이 있다. 삼국통일 전에 신라왕이 백제의 서쪽 끝으로 와서 수도를 했다니 가능한 일은 아닌 듯싶다. 진흥굴 바로 앞에는 20m가 훌쩍 넘는 독특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천연기념물 제354호로 지정된 선운사 도솔암 장사송이다. 선운사 입구의 송악, 경내의 동백나무 숲과 함께 선운사를 대표하는 천연기념물 3종 세트다. 장사송은 수령 600년 정도로 반송 같기는 하지만 그 생김새가 너무 다른 것도 같고, 여하튼 독특한 소나무다. 이곳의 옛 지명이 장사현인 데서 장사송이란 이름이 유래했다. 진흥왕이 수도한 곳이라 하여 진흥송이라고도 한다. 도솔암과 천마봉으로 가는 표지판이 나오면 도솔암이 지척이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높은 절벽 위에는 금동지장보살좌상(보물 제280호)이 안치된 내원궁이 깃들어 있고, 바위 절벽에는 거대한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높이 17m에 이르는 이 마애불은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보물 제1200호)이다. 눈이 가늘고 눈꼬리가 치켜 올라간 데다 입도 뾰로통한 것처럼 두툼하다. 자세히 보면 마애불의 가슴에 네모난 흔적이 있다. 예부터 이곳에 신기한 비결이 숨겨져 있는데 그것을 꺼내는 날, 한양이 망하고 비결을 꺼낸 자도 벼락을 맞아 죽는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훗날 동학교도의 비결 탈취 사건이라는 영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1890년 비결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전라감사 이서구가 마애불의 가슴을 열어 비결을 꺼내려 했다. 그때 갑자기 천둥이 치는 바람에 비결을 꺼내다 말고 도로 집어넣었다. 그 뒤 동학교도의 남접 접주였던 손화중이 그 비결을 꺼냈다고 한다. 동학교도였던 오지영이란 이의 《동학사》에 나오는 얘기다. 손화중은 그 뒤로 동학교도의 세를 불려 고창의 무장읍성을 점령하고 근거지로 삼았다. 도솔암까지 왔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천마봉 오르는 길에서 굽어보는 선운산과 마애불의 풍경이다. 10분 정도 오르면 화산 작용으로 형성된 암석들이 거대한 수직 암벽을 이루고 있는 선운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난다. 선운산 도솔계곡 일원이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 풍경을 보고 나면 명승으로 지정된 이유를 절로 알게 된다. 내친김에 배맨바위를 거쳐 낙조대까지 다녀오는 것도 좋다. 고창군 공음면에 위치한 학원농장은 봄가을로 유명세를 치른다. 봄에는 청보리축제, 가을에는 메밀꽃축제가 열려 많은 여행객들이 청보리와 메밀꽃의 장관을 만끽하기 위해 찾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볼거리가 추가되었다. 여름철 해바라기 꽃잔치가 그것이다. 학원농장 약 13ha 대지에 200만 송이 해바라기 꽃들이 노랗게 물결친다. 지난해 경관농업 10주년 기념으로 해바라기 꽃잔치를 열었는데, 호응이 높아 올해도 축제를 연다. 경관농업이란 단지 식량 생산이 목적이 아닌, 아름다운 경관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농업을 말한다. 봄날의 청보리, 가을날의 메밀꽃은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하면서도 농작물 수확에 따른 수익도 낸다. 하지만 해바라기는 꽃이 한창일 때 메밀 파종을 위해 베어내야 한다고 하니 조금 아쉽다. 고창 해바라기 꽃잔치는 오는 8월 10일까지 열린다. 학원농장 가는 길에 무장면 소재지를 지난다. 무장면에는 고창읍성의 명성에 가린 무장읍성이 남아 있다. 사람의 발길이 뜸해 언제 가도 고요하고 정갈하다. 무장읍성의 입구는 진무루이다. 읍성 내에 무장초등학교가 있었을 당시 진무루는 교문 역할을 했다.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초등학교 정문이라고 소문이 났을 정도였다. 진무루를 지나면 넓은 터에 무장객사가 차분하게 앉아 있다. 객사 왼편으로는 무장을 거쳐 갔던 숱한 관리들의 선정비가 거대한 느티나무 아래에 도열해 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선정을 베풀었을까? 동학혁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무장읍성이 었으니, 그 선정비는 아마도 백성들의 피눈물로 세워지지 않았을까…. 객사 건물 안쪽으로 동헌 건물이 초라하게 남아 있다. 객사 석축을 살펴보면 꽃병에 담긴 꽃이 새겨져 있으니 꼭 한번 찾아보자. 선운사 주소 : 전북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 문의 : 063-561-1418 http://www.seonunsa.org/ 학원농장 주소 :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길 158-6 문의 : 063-564-9897 http://www.borinara.co.kr/ 1.주변 음식점 조양관 : 한정식 / 고창군 고창읍 천변남로 86 / 063-564-2026 청림정금자할매집 : 장어구이 / 고창군 아산면 인천강서길 12 / 063-564-1406 신덕식당 : 장어구이 /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8 / 063-562-1533 2.숙소 힐링카운티 : 고창군 고창읍 석정2로 207-35 / 063-560-7300 선운산관광호텔 : 고창군 아산면 중촌길 21 / 063-561-3377 http://www.sushotel.com/ 히든모텔 : 고창군 고창읍 동리로 238 / 063-562-1006 글, 사진 : 문일식(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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