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꽃씨가 순한 능선에 내려앉아 꽃을 피웠다. 산이 꽃밭 같다. 북한산국립공원의 여러 능선 중 꽃 이름을 따서 부르는 곳은 진달래능선뿐이다. 분홍빛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등산로는 어여쁜 산책길에 가깝다. 키 작은 진달래와 눈 맞추며, 분홍빛 봄바람을 맞으며 북한산국립공원을 오른다. 북한산은 이름을 여럿 가지고 있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삼각산이다.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 높은 세 봉우리가 삼각형을 이룬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달리 삼봉산이라고도 한다. 정작 봄이 오면 와 닿는 이름은 따로 있다. ‘빛나는 산’이라는 뜻의 화산(華山). 이때 빛나는 건 봄 햇살에 반짝이는 진달래일 거라는 확신마저 인다. 4월 중하순,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는 진달래능선 때문이다. 진달래를 눈에 담으며 산을 오르고 싶다면 대동문 코스가 제격이다. 백련공원지킴터를 출발해 백련사, 진달래능선을 지나 대동문까지 오르는 편도 2.7km 산행은 꽃구경과 동시에 북한산의 주 산봉우리들을 조망할 수 있다. 백련사에서 30분쯤 흙길과 돌길을 번갈아 오르면 드디어 대동문에서 우이동으로 내리뻗은 산줄기, 진달래능선과 만난다. 진달래는 양지바른 곳에 군락으로 핀다. 그렇다 보니 꽃이 띄엄띄엄 있지 않고 불씨를 지핀 듯 ‘화르르’ 무리 지어 있다. 막연히 분홍색이라고만 여겼던 진달래의 스펙트럼은 꽤 다채롭다. 햇볕을 받아 투명한 연분홍빛을 띠는 게 있는가 하면, 1980년대 아가씨들이 입술에 즐겨 발랐을 법한 진분홍빛도 있다. 길은 대체로 순해서 등산 초보자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대동문까지 0.8km 남은 지점, 너른 바위에 올라서면 우뚝 솟은 세 봉우리,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를 마주할 수 있다. 뒤돌면 낮은 집이 올망졸망 모인 서울 도심이 펼쳐지는 것 또한 재미나다. 산행을 통틀어 제일 아름다운 구간은 8부 능선쯤이다. 소나무와 진달래가 섞인 조붓한 흙길은 앞으로 걸어 나가는 게 아쉬울 정도다. 꼿꼿한 소나무 사이사이에 들어찬 진달래가 여기서 사진 한 장 남기고 가라며 자리를 만들어준다. 진달래능선부터 대동문까지의 거리는 1.5km. 쉬지 않고 걸으면 1시간 안에 대동문에 닿을 수 있지만 소요 시간이 큰 의미는 없겠다. 자꾸 발길을 붙잡는 꽃무리에 가다 서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기에. 진달래만이 전부는 아니다. 서울 도심 속에서 북한산은 35년째 국립공원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만큼 자연환경이 잘 보전되어 있다. 북한산성 동쪽에 있는 성문, 대동문에 다다랐을 즈음, 땅 가까이 몸을 수그리면 노랑제비꽃, 현호색, 처녀치마 같은 야생화와 눈을 맞출 수 있다. 4월부터 7월까지 산지에 자생하는 노랑제비꽃은 해바라기만큼 샛노랗다. 산기슭, 습기 있는 곳에 자라는 현호색은 청보랏빛 작은 물고기가 입을 뻐끔뻐끔 벌리고 있는 듯하다. - 주소 : 서울특별시 강북구 4.19길 266-4(북한산국립공원 수유분소) - 문의 : 02-997-8366(북한산국립공원 수유분소) - 이용시간 : 3~11월(하절기) 04:00~17:00, 12~2월(동절기) 04:00~16:00 김수영 시인(1921~1968)이 6·25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끌려갔다가 돌아와 터를 잡은 곳이 서울 도봉구다. 김수영문학관은 시인을 기리기 위해 2013년 11월에 문을 열었다. 1층 제1전시실에서는 6·25전쟁과 4·19혁명 같은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온몸으로 겪으며 정립된 그의 시와 시학을 살펴볼 수 있다. 빛바랜 원고지에 또박또박 써 내려간 친필 원고에는 붉은 펜으로 교정한 흔적이 또렷하다. 단연 인상적인 코너는 시작(詩作). ‘혁명이’, ‘살아 있다’, ‘풀이’. 시인이 즐겨 쓰던 시어들을 나무막대 자석에 새겨 놓았는데, 이를 배열해 직접 시를 지어볼 수 있다. 꽃 같은 말을 생각하며 밤에 살아 있다 엉성한 시면 어떤가. 시어 막대를 이리저리 매만지는 시간만큼은 모두가 시인의 마음이 된다. 제1전시실이 시인 김수영을 소개한다면, 2층 제2전시실은 인간 김수영을 보여준다. 만년필, 시를 쓰던 식탁, 일과를 적은 노트 등 시인의 손때 묻은 유품이 가득하다. 모두 아내와 여동생에게 기증받은 것들이다. “농구화도 앞이 떨어지거던 꼬매 신어라.” 장남 준에게 보낸 편지에는 아들을 향한 아빠의 다정한 걱정이 뚝뚝 묻어난다. 창문 옆에 새겨진 시 한 구절의 힘일까. 김수영 관련 서적을 모아놓은 독서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꽤 낭만적이다. - 주소 : 서울특별시 도봉구 해등로32길 80 - 문의 : 02-3494-1127 - 이용시간 : 09:00~17:40 - 휴무 :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 웹사이트 : http://kimsuyoung.dobong.go.kr 한옥보다는 아파트에 익숙한 우리. 한옥은 살고 싶은 집보다는 보존해야 할 대상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북촌한옥마을은 의미 있는 공간이다. 한옥에 막연한 거리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가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한옥이 가지런히 늘어선 골목길을 누비는 경험은 한옥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북촌한옥마을은 권역이 꽤 넓어 걷기 전에 어디를 중점적으로 볼지 정하는 게 편하다. 그러니 북촌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풍경 여덟 곳, 북촌8경을 고려해 동선을 짠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단연 북촌로11길. 길가 돈미약국을 출발점으로 삼으면 한옥이 가장 잘 보전된 북촌 4경부터 7경까지를 1시간 만에 둘러볼 수 있다. 북촌6경 언덕길은 한복으로 맵시를 낸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 어깨를 나란히 맞댄 기와지붕 사이로 우뚝 솟은 고층 빌딩과 남산 N서울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인파의 소란스러움을 피하고 싶다면 북촌4경을 찾을 것. 오르막길 안쪽까지 들어와야 해서 그런지 사람이 한결 적어 호젓하다. 기와지붕이 겹겹이 이어져 파도처럼 굽이치는 풍경에 마음이 탁 트인다.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5길 48(북촌마을안내소) - 문의 : 02-2148-4161(북촌마을안내소) - 이용시간 : 상시 경복궁에는 떡갈나무, 버드나무, 산딸나무, 때죽나무 등 100종이 넘는 나무들이 모여 산다. 사방팔방에서 피는 봄꽃들이 어찌나 다채로운지. 흥례문 영제교 부근의 매화가, 경회루 연못에 고개를 숙인 능수벚꽃이, 자경전의 살구꽃이 무르익은 봄을 알린다. 꼭 들러야 할 명소는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 뒤 아미산. 아미산은 왕비를 위해 만든 후원이다. 계단식 화단에는 앵두꽃, 옥매화, 진달래, 모란이 앞다투어 탐스럽게 핀다. 이렇게 아리따운 굴뚝이 어디 있을까. 보물 제811호인 경복궁 아미산 굴뚝 이야기다. 주황빛 전돌로 쌓아 올린 네 개의 굴뚝은 기와지붕 꼭대기에 난 연기 구멍만 아니면 굴뚝이라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조대비(신정왕후)가 기거하던 자경전 서쪽 담장에도 꽃이 만발하다.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문양과 더불어 매화, 모란, 국화 등 갖가지 꽃을 새겨 넣었다. 꽃구경 후에는 집옥재에 들러도 좋다. 집옥재는 1881년, 고종이 지은 중국풍 서재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작은 도서관으로 개방해 책을 읽을 수 있다. 자리에 앉으면 둥근 창 너머 푸른 신록이 한창이다.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 161 - 문의 : 02-3700-3900 - 이용시간 : 3~5월 9~10월 09:00~18:00, 6~8월 09:00~18:30, 11~2월 09:00~17:00 - 휴무 : 화요일 - 이용요금 : 성인 3000원, 청소년 무료,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무료 - 웹사이트 : http://www.royalpalace.go.kr 청와대사랑채를 방문하면 엄정하게만 느껴지던 청와대가 친숙해진다. 청와대사랑채는 청와대의 초대를 받은 손님이 된 듯 청와대를 속속들이 알 수 있는 문화홍보관이다. 1층에 있는 한국관광전시관은 청와대 속 궁금한 이야기를 비롯해 역대 대통령의 발자취를 찾아보는 전시관과 아름다운 한국의 문화와 여행지를 소개하는 전시관으로 나뉜다. 진정한 볼거리는 2층 청와대관에 있다. ‘청와대는 집무실, 세종실, 집현실 등으로 구성된다’ 식의 딱딱한 설명이 아니라 실감 나는 체험 콘텐츠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집무실 포토존은 9시 뉴스의 단골 장면, 대통령이 외국 원수와 통화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는 공간. 널따란 책상에 팔을 턱 걸치고 수화기를 든 대통령 흉내를 내는 이들이 여럿이다. VR 체험존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VR기기 속에 청와대 내부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관저 정문인 인수문에서 야외행사장으로 쓰이는 대정원으로, 대정원에서 국무회의가 열리는 세종실로, 각 건물을 구경하며 대통령을 뒤따라 걷는 듯하다. 행복누리관에서는 푸른 기와를 인 청와대를 배경으로 찍은 기념사진을 소장할 수 있다.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로13길 45 - 문의 : 02-723-0300 - 이용시간 : 09:00~18:00 - 휴무 : 월요일, 1월 1일 - 이용요금 : 무료 - 웹사이트 : http://www.cwdsarangchae.kr 통인시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80년 역사를 자랑한다. 사람 냄새 물씬한 시장 골목에는 반찬가게, 식당, 꽈배기집, 옷수선집 등 70여 개 점포가 있다. 전 부치는 냄새가 고인 거리나 가게 주인이 까만 ‘비닐 봉다리’에 덤을 챙겨주는 모습은 영락없는 전통시장이지만, 통인시장에는 좀 더 특별한 것이 있다. 통인시장 대표 먹을거리, 기름떡볶이와 엽전도시락이다. 기름떡볶이는 빨간 국물이 자박하지 않다. 새끼손가락만 한 떡에 굵은 고춧가루를 묻히고 기름을 두른 뒤, 솥뚜껑에 달달 볶아낸다. 달짝지근함보다는 칼칼함에, 말캉함보다는 쫀득쫀득함에 가까운 맛이다. 엽전도시락은 현금과 맞바꾼 엽전으로 만드는 나만의 도시락이다. 시장 중간쯤 있는 도시락카페에서 현금과 엽전을 교환할 수 있는데, 500원이 엽전 1냥이다. 대개 10냥이면 빈 식판이 푸짐해진다. 엽전을 짤랑거리며 시장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재미가 특별하다. ‘달걀말이를 살까, 닭강정을 살까?’ 별스럽지 않게 보고 넘기던 시장 먹을거리가 직접 골라 담는다 생각하니 새삼 신중해진다. 도시락카페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4시까지 도착해야 엽전을 바꿀 수 있다.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5길 18 - 문의 : 02-722-0911 - 이용시간 : 07:00~21:00(점포마다 다름) - 웹사이트 : https://tonginmarket.modoo.at ✔ 여행 팁 북한산국립공원 대동문 코스의 평균 산행시간은 3시간 반에서 4시간 남짓. 진달래능선 산행 도중 백련사, 보광사로 이어지는 오른쪽 등산로로 빠질 수 있다. 왼쪽에도 우이동 소귀천계곡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중간중간 갈림길이 있어 산행 거리와 방향을 조절하기 좋다. 대동문 도착 후에는 북한산 정릉 방면, 우이동 방면 등 여러 지역으로 하산할 수 있다. ✔ 추천 여행코스 당일 여행 : 북한산국립공원(대동문 코스) → 경복궁 → 통인시장 1박 2일 여행 : 북한산국립공원(대동문 코스) → 김수영문학관 → (숙박) → 북촌한옥마을 → 경복궁 → 청와대사랑채 → 통인시장 ✔ 자가운전 정보 강변북로 따라 4km 이동 → ‘동부간선도로, 내부순환로’ 방면 우회전 → 동부간선도로 따라 2.06km 이동 → 내부순환로 따라 6.18km 이동 → 월곡에서 ‘월곡역, 북부간선도로’ 방면 우회전 → 삼양로 따라 3.82km 이동 → 4.19로 21길 따라 이동 → 북한산국립공원(대동문 코스) ✔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4호선 수유역 1번 출구 → 마을버스 1번 승차 → 백련사 하차 → 백련공원지킴터 ✔ 숙소 리치다이아몬드호텔 : 서울특별시 강북구 삼양로 500-18 / 02-905-9131 O2모텔 : 서울특별시 강북구 4.19로 28 / 02-905-3957 담소정 :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9길 16-2 / 010-2053-9701 / 한국관광품질인증 ✔ 주변 음식점 대보명가 : 제천약초밥상 / 서울특별시 강북구 4.19로 69 / 02-907-6998 삼청동수제비 : 수제비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101-1 / 02-735-2965 글 : 이수린(여행작가), 사진 : 장명확(사진작가) ※ 위 정보는 2021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mo{display:none;} @media screen and (max-width: 1023px){ .mo{display:block;} .pc{display: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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