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뚜껑을 열었을 때 하얗게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찐만두. 보기만 해도 언 몸이 녹는다. 잘 익은 김장김치로 속을 채운 김치만두는 매콤 칼칼한 맛에 뱃속까지 훈훈하다. 갓 튀겨낸 군만두는 후끈 달아올라 경계대상 1호. 호호 불며 조심스럽게 베어 물지만 '아사삭' 맛있는 소리와 함께 입천장을 홀라당 데고 만다. 그래도 입가엔 행복한 미소가 돈다.만두는 원래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 등 북쪽 사람들의 설음식이다. 이들은 설날 아침에 떡국 대신 만둣국으로 차례를 지내고 나이 한 살 더 먹는다. 계절적으로도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신김치가 넘쳐나는 겨울이 제철이다. 그런데 요즘은 언제 어느 때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게 만두다. 소도 김치뿐 아니라 오이나 표고버섯을 쓰기도 하고, 당면이나 고기를 듬뿍 넣어 만들기도 한다. 만두는 우리 고유의 음식이라기 보단 중국에서 건너온 음식이란 주장이 설득력 있다. '만두(饅頭)'라는 단어 자체가 한자인데, 글자 속에 숨겨진 이야기도 중국의 역사를 담고 있다. 얘기는 삼국지 후반부로 들어간다. 제갈공명이 남쪽 오랑캐 남만을 정벌하고 돌아가는 길에 군사들이 탄 배를 삼켜버릴 기세의 풍랑을 만난다. 현지 사정에 밝은 남만인이 사람 머리 아흔 아홉 개를 물의 신에게 바치는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승전고를 울리며 돌아가는 길에 부하의 목을 바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꾀돌이 제갈량이 머리를 쓴다. 밀가루 반죽으로 사람 머리 모양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니 풍랑이 잠잠해졌다고 한다. 하늘을 살짝 기만한 것이다. 만두란 단어가 여기에서 나왔는데, '기만(欺瞞)하다'에서 만(瞞)의 음을 딴 만(饅)과 머리 두(頭)를 합친 글자란다.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옛 이야기지만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하늘에 사기를 친' 만두의 비하인드 스토리다. 우리가 가정에서 해먹는 만두는 천편일률적인 김치만두지만 밖에서 사 먹는 만두는 크게 다양해졌다. 일본 라멘집에선 '교자', 인도 레스토랑에선 '사모사'란 만두를 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국 본토 스타일 만두전문점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식 토종만두와 '만두 지존'이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라 할 정도다. 중국 현지 만두(饅頭·만터우)는 소가 없는 밀가루 찐빵이다. 그런데 국내에선 이런 만두는 거의 취급을 안 한다. 대신 우리네 토속 만두를 닮은 '바오쯔(包子)'를 간판메뉴로 내놓는 곳이 많다. 아니면 철가방 중국집의 군만두와 비슷한 '교자(餃子)'를 앞세우기도 한다.
우리 속담에 '떡 먹자는 송편이요, 소 먹자는 만두' 라는 말이 있다. 예로부터 만두에선 소를 중요시했다는 얘기다. 만두 빚는 사람들은 소를 넣을 때 복(福)을 담는 마음으로 만두를 싼다고 한다. 그 때문일까. 만두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니, 유난히 힘든 음식 중에 하나다. 밀가루 먼지 날리며 홍두깨로 만두피를 밀어야 하고, 온 힘을 다해 만두소의 물기를 짜야 한다. 빚는 일을 기계에게 맡겨선 달인의 손맛이 나질 않는다. 하나하나 손으로 빚어야 하니 노동 강도도 만만치 않다. 맛있는 만두를 고를 때 만두피부터 보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집에 가서 '수타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처럼. 직접 민 만두피는 두께가 다소 들쭉날쭉해도 씹는 맛이 좋다. 만두피가 얇으면 소 재료 맛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지만, 터진 게 자주 나타나면 오히려 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쫄깃한 맛을 더하기 위해 만두피 반죽에 식용유를 살짝 섞거나, 계란 흰자와 찹쌀가루를 더하는 곳도 있다. 만두 한 개 젓가락으로 들어 복(福) 하나 입에 담는 마음으로 맛있게 즐겨보자. 자하손만두 맛으로나 분위기로나 대한민국 으뜸 만두집으로 꼽히는 곳이다. 청와대 뒤 자하문터널 위쪽에 있는데, 인왕산이 개방되던 1993년 문을 열었다. 이 집 만두를 서울식 만두라고 하는데 한 입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고 예쁘다. 만두소로 표고버섯과 오이가 들어가 상큼한 감칠맛이 좋다.
만둣국 1만4000원. 서울 종로구 백석동길 12. 02-379-2648 리북손만두 북쪽 지방에서 빚어 먹던 만두의 진면모를 알 수 있는 곳. 만두 한 개가 어른 손바닥 크기다. 만둣국이든 접시만두든 하나를 젓가락으로 들고 먹기엔 손목이 버거워 개인 접시에 덜어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한다. 숙주나물·으깬 두부 등으로 속을 꽉 채웠다. 아이러니하게 다른 집 평양만두에 들어 있는 김치가 없다. 대신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와 밥의 별미 메뉴가 있다. 접시만두 1만원, 만둣국 1만원, 김치말이밥 9000원. 서울 중구 무교로 17-13. 02-776-7361 깡통만두 이태원에 숨어 있던 집이 종로구 재동으로 진출했다. 이태원 시절엔 만두 전문집이라기보다 분식집에 가까웠는데 이곳에선 반주가 필요한 저녁 영업집으로 변신했다. 보쌈과 육전이란 안주메뉴를 갖췄기 때문이다. 점심 메뉴로는 칼국수와 만두를 함께 넣어 끓인 칼만두가 인기다. 만두로는 고기·김치·해물 세 종류가 들어간다. 칼만두 9500원. 서울 종로구 북촌로2길 5-6. 02-794-4243 천진포자 부담 없는 값이 매력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재미나다. 육즙이 풍부한 고기만두, 해산물이 들어간 삼선해물만두가 인기다. 그런데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중국 사람들이 만두를 빚어 파는 특이한 집이다. 다이어트 하는 아가씨 손님들은 부추야채만두의 날씬한 맛을 즐긴다. 고기만두 7000원(6개).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33. 02-391-4639 바오쯔 중국식 만두집이다. 상호에 나오는 바오쯔는 포자(包子). 우리네 만두를 닮아 속이 들어차 있다. 그런데 중국의 만두(饅頭·만터우)에는 소가 들어 있지 않은 밀가루빵 또는 떡이다. 기름에 살짝 지진 군교자도 있는데 부드러우면서 바삭한 맛이 좋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가서 고루 시켜 나눠서 맛보는 게 이 집을 제대로 즐기는 법이다. 킹바오쯔 2500원(1개), 교자 5000원(7개). 서울 중구 다산로34길 41-2. 02-2236-0111 만두집 상호에 '만두'를 꼭 박은 집이다.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 좁은 골목 한 자리에서 30년 넘게 만두를 팔아 왔다. 만두 빚는 공간이 가게 옆에따로 마련돼 있다. 만두피가 다소 두툼한 느낌은 있지만 손으로 빚어 씹는 맛이 투박하게 다가온다. 만둣국은 간이 강하지 않아 담백하고 고소하다. 맑은 국물을 휘휘 저으면 양념이 풀어져 빨갛게 변하면서 칼칼한 맛이 난다. 만둣국 1만1천원.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338. 02-544-3710. 서궁 만두뿐 아니라 오향장육, 탕수육도 맛있는 화상 중국집. 군만두가 제일 인기다. 만두피의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럽고 차진 맛이 난다. 만두소로 소고기를 쓴다. 가게가 좁고, 개·폐점 시간(평일 오전 11시, 오후 10시)과 휴식시간(오후 3시~4시 30분)을 잘 맞춰야 줄서기를 면할 수 있다. 군만두 7500원, 물만두 7500원.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86, 지하 1층(롯데캐슬아이비). 02-780-7548 하하 중국집에서 맛볼 수 있는 자장면이나 짬뽕은 아예 없다. 중국의 소박한 가정식을 기본으로 한 만두집이다. 군만두, 물만두, 통만두, 왕만두 등 골고루 갖추고 있다. 본격적인 만두를 맛보기에 앞서 감자채무침이나 피단두부 등 중국식 반찬으로 가볍게 입놀림을 하는 게 이 집을 즐기는 순서다.
왕만두 2000원, 찐만두 7000원. 서울 마포구 동교로 263. 02-337-0211 회령손만두국 거리가 멀어서 자주 가지 못해 안타까운 곳이다. 경기도 양평, 그것도 강원도 홍천에 인접한 용문면 광탄리에 위치하고 있다. 동쪽으로 향하는 휴가 길에는 빠뜨리지 않고 들린다. 집에서 만든 만둣국을 대하는 기분이다. 상투머리 모양의 별난 만두지만 소가 알차고 깊은 맛이 있다. 육개장 스타일의 국물에 만두소를 넣어 끓인 회령뚝배기는 이곳만의 별난 메뉴다. 손만둣국 8000원. 경기 양평군 용문면 용문로 827. 031-775-2955 출처 : 청사초롱 글 : 유지상(음식칼럼니스트) 사진 : 청사초롱 박은경 기자 ※ 위 정보는 2020년 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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