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모래만 있어도, 나뭇가지 몇 개만 있어도 한참을 잘 논다. 아이가 맨땅에 주저앉거나 개미를 쫓아 기어 다니면 부모들은 질색한다. 옷 더러워지는 게 싫고, 혹시라도 병균이 옮는 건 아닌가 싶어서다. 그러다 보니 요즘 애들은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기껏해야 키즈 카페, 실내 놀이터에서 논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연을 벗하며 자라길 바란다면 인공적인 놀이 시설이 아니라 자연에서 놀게 해줘야 한다. 아이들은 단순한 자연물을 갖고도 온갖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놀이를 만든다. 흙을 밟고, 들꽃 향기를 맡고, 나무의 투박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숲 속 놀이터, 찾아보면 가까이에 있다. 서울시에 유아숲체험장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자연의 품에서 뛰어놀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동네의 크고 작은 숲을 활용해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숲 속 놀이터를 만든 것이다. 관악구 청룡산, 강서구 우장산, 용산구 매봉산 등에 지난 2012년 처음으로 유아숲체험장을 개장한 이래 현재 금천구 독산동, 강북구 오동근린공원, 동대문구 배봉산, 성북구 개운산, 노원구 수락산, 마포구 난지공원, 송파구 장지공원, 중구 남산, 종로구 삼청공원 등에 뒤이어 문을 열었다. 현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41개소를 운영 중이다. 주중에는 관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오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찾는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에 유아숲체험장 총 31곳, 산림청 산하 유아숲체험원 등 이제는 전국에서 유아들을 위한 체험 숲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소재 유아숲체험장 가운데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곳은 금천구의 베짱이 유아숲체험장이다. 다른 곳은 전문 프로그램 없이 그냥 공간만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공원이나 산 이름을 그대로 명칭으로 사용하는 데 비해 금천구는 이름도 신 나게 노는 곤충의 대명사 ‘베짱이’를 이용해 유아숲의 명칭을 만들었다. 주중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예약을 하고, 토요일 오전에는 개별 가족 단위로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물론 평일에도 개인적으로 찾을 경우 따로 예약 없이 숲체험장에서 놀 수 있다. 계절에 따라 프로그램 내용은 다르지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감로천생태공원에서 나무, 곤충, 풀 등을 관찰하고 체험장으로 돌아와 다양한 놀이로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계절의 특색에 따라 다양한 체험이 준비되어 있다. 가을에는 숲길에 떨어진 솔방울과 잣송이를 주워서 살펴보고, 빨갛게 익은 산딸나무 열매, 산사나무 열매를 맛보기도 한다. 맛있는 열매로 새와 동물의 먹이가 되거나, 나뭇잎처럼 생겨서 바람에 날아가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식물이 씨를 퍼트리는 것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다. 도토리와 밤은 다람쥐나 청설모 같은 작은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데, 어른들이 보이는 대로 다 주워버려 동물 먹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아이들이 갑자기 울 것 같은 얼굴을 한다. 그때 마침 청설모 한 마리가 나타나 나무를 탄다. 재빠르게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는 모습에 아이들이 넋을 잃고 쳐다본다. 비비면 달콤한 냄새가 나는 계수 나뭇잎도 모아 비벼보고, 배롱나무가 진짜 간지럼을 타는지 직접 간질여보면서 아이들은 천천히 숲과 친구가 되어간다. 감로천을 한 바퀴 돌아 체험장으로 돌아와서는 도토리로 팽이를 만들고, 옷에 잘 붙는 도꼬마리로 다트 놀이를 한다. 막대기 두 개로 솔방울 옮기는 게임은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다. 풀과 나뭇잎으로 소꿉놀이를 하고, 나무 그루터기를 폴짝폴짝 뛰어넘고, 나무 사이에 매어놓은 줄을 타거나 그네를 뛰는 등 숲 속 놀이터의 놀이는 끝이 없다. 배만 고프지 않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놀 기세다. 물장난하는 곳이 있으니 여벌 옷을 챙겨가는 게 좋다. 오래되고 깊은 숲을 간직한 삼청공원에도 유아숲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다른 곳에 비해 체험 공간이 넓고 다양한 게 특징이다. 공원 입구에 ‘동심의 숲’이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여름에 제격인 ‘물의 숲’이 나오고 그 위에 ‘숲속의 숲’이 있다. 동심의 숲은 원목 등 친환경 자재로 만든 놀이터로 그네, 미끄럼틀 등이 있다. 물의 숲은 공원 내 작은 계곡을 따라 조성됐는데 지금은 물이 거의 말랐다. 재미있는 것은 숲속의 숲이다. 모험 놀이터와 소꿉놀이장, 나무 실로폰 등 숲의 지형과 원래 있던 나무 등을 활용해 만든 다양한 시설이 숲 여기저기에 펼쳐져 있다. 나무 기둥을 옆으로 세워 만든 가방걸이, 나뭇잎 모양으로 된 평상, 큰 나무통을 그대로 잘라 만든 소꿉놀이대가 정겹다. 곳곳에 잠자리, 노린재, 장수풍뎅이 등의 곤충 모형이 나무에 자연스레 붙어 있다. 나무를 길이대로 잘라 만든 나무 실로폰, 나뭇가지나 돌을 채워 넣은 곤충 아파트, 큰 원목으로 하는 블록 쌓기 등 모두 호기심 넘치는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는 것들이다. 공원 입구의 숲속도서관도 명물이다. 창문으로 숲의 싱그러움이 그대로 느껴지고, 아이들이 편히 책을 볼 수 있도록 마루형 서가로 꾸몄다. 공원에서 나오면 예쁜 카페와 가게가 즐비한 삼청동 골목이다. 관악구 청룡산 자락에 둥지를 튼 청룡산 유아숲체험장은 서울시에서 최초로 문을 연 유아숲체험장이다. 관악구청에서 500미터 거리로,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에도 어렵지 않다. 구민회관을 지나고 청룡초등학교 담장을 왼쪽으로 끼고 걷다 보면 체험장 입구에 닿는다.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곧장 체험장이다. 천막을 쳐놓은 쉼터, 물장난을 할 수 있는 세족장, 모래놀이터, 원목과 나무 기둥이 많은 교구놀이터, 모험놀이터 등 놀이 형태에 따라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원목 도미노를 하거나 기둥을 원뿔 형태로 쌓아 인디언 집을 짓거나, 경사면에 매놓은 끈을 잡고 올라가는 등 활동적인 놀이가 많다. 나무 기둥을 타고 오르기는 무서울 수도 있는데,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긴다. 겁내던 아이도 차츰 자신이 해내는 모습에 뿌듯한 성취감을 맛보곤 한다. 숲이 깊고 나무가 우거져 공기가 상쾌하고 새소리도 들린다. 유아숲체험장은 한두 번 체험하고 마는 게 아니라 가급적 자주, 정기적으로 찾아가 놀면 더 좋겠다. 베짱이 유아숲체험장 주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독산로54길 102-82 문의 : 02-2627-1657 (금천구청 공원녹지과) 프로그램 신청 : 금천구 통합예약시스템 http://reserve.geumcheon.go.kr/ 삼청공원 유아숲체험장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134-3 문의 : 02-2148-2843 (종로구청 공원녹지과) 청룡산 유아숲체험장 주소 :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5길 91-42 문의 : 02-879-6523(관악구청 공원녹지과) 주변 음식점 춘천옥 : 보쌈 / 서울특별시 금천구 디지털로12길 19 / 02-868-9937 북촌손만두 : 만두·북촌피냉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3길 6 / 02-735-1238 http://www.mandoo.so/ 숙소 발렌타인호텔 : 서울특별시 금천구 시흥대로105길 8 / 02-895-8880 http://www.hotelvalentine.co.kr/html/kor/wc/index.html 바나나백팩커스 : 서울특별시 용산구 두텁바위로25길 7 / 02-3672-1973 http://www.bananabackpackers.com/ 54번가호텔 :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17길 19 / 02-871-0701 글, 사진 : 김숙현(여행 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