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이란 이름이 무주와 참으로 잘 어울린다. 무주는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 펼쳐졌다. 밤의 밑바닥이 하얗게 변했다”는 <설국 雪國>의 첫머리 풍경과도 비슷하다. 멀고 가까운 산들이 하얗게 변한 세상. 조용히 쌓인 눈의 소리 없는 울림만으로도 무주의 겨울에, 설국펜션의 풍경에 가슴이 찡해진다. 무주의 계절은 단연 겨울이다. 1614m의 덕유산 향적봉을 품고 있는 무주와 진안, 장수를 아울러 여기 사람들은 ‘무진장’이라 한다. 전북의 지붕인 무진장은 춥기도 춥지만, 눈도 무진장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덕분에 매년 12월이 되면 무주는 새하얀 눈의 나라, ‘설국’이 된다. 설국에 왔으니 진짜 설국에 머물러야 하지 않겠나. 편안한 휴식과 합리적인 가격은 기본. 무주덕유산리조트, 구천동계곡 등 무주의 대표 관광지와 가깝고 금실 좋은 사장님 내외의 살가운 서비스가 있는 ‘설국펜션’이 바로 그곳이다. 펜션 벽에 붙은 객실 안내도를 살펴본다. ‘야스나리’, ‘솔제니친’, ‘앙드레 지드’…. 객실 이름이 특이하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들이다. 펜션 이름이 일본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과 같다 싶었는데, 모두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이름이다. 객실 이름만 들어도 교양이 쑥쑥 늘어나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펜션 중 가장 학구적인 객실 이름이 아닌가 싶다. 내가 묵는 방의 작가를 검색해보는 것도 설국펜션의 소소한 재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객실은 2인실부터 12인실(최대 15인)까지 크기가 다양해 개인, 가족, 단체 고객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 하얀 외관은 손님에게 밝고 산뜻한 느낌을 주고, 3층짜리 목조 건물은 아늑하고 앤티크 분위기를 연출한다. 깨끗한 침대와 욕실은 기본이고 TV와 냉장고, 무선인터넷, 헤어드라이기 등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펜션 마당에는 아담한 잔디밭과 편히 앉을 수 있는 벤치, 바비큐 그릴 등 펜션의 필수 아이템이 마련되어 있다. 바비큐 그릴 옆에는 작은 카페도 있고, 카페 주방에는 오븐과 커피머신도 있다. 따끈한 커피에 오븐에서 갓 나온 쿠키와 빵!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고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이곳은 펜션 안주인이 이웃 주민과 관계를 맺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손님에게 커피를 판매하지는 않지만, 설국펜션에서 1박의 인연을 맺었다면 이미 주인장과 커피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이웃이 된 것이다. 설국펜션은 시설만큼이나 서비스도 좋다. 주인장의 서비스는 손님에게 무엇을 더 얹어주는 덤이 아니다. 귀촌으로 인생 2모작을 시작한 중년부부의 마음가짐이다. 이는 데이터로 증명된다. 설국펜션은 한국관광공사가 품질인증업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암행조사에서 ‘친절도 98~99점’을 받았다. 그렇다고 덤으로 주는 서비스가 아예 없지는 않다. 2018~2019년 스키시즌에 설국펜션에서 ‘주중(일~금요일) 숙박 시’ 스키장비를 무료로 빌려준다. 날이 저물자 잔잔하고 분위기 있는 음악과 함께 조명에 빛이 들어온다. 새하얀 목조펜션이 더욱 근사해 보인다. 야간 무도회라도 열릴 것 같은 저택 느낌이다. 올겨울 새하얀 설국에서 즐기는 스키와 보드, 구천동계곡의 호젓한 산책이 당긴다면 설국펜션의 빈방부터 알아보자. 1층 : 옥타비오 파스, 솔제니친, 체슬라프 미우오슈, 가오싱젠 1층 객실은 잔디밭, 바비큐 그릴과 가까워 수시로 오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펜션의 너른 잔디밭을 마당 삼아 벤치에서 편안히 쉬고 싶거나, 자녀와 부모님을 동반한 가족은 1층 객실에서 묶으면 좋다. 객실은 모두 2인실인데 솔제니친·체슬라프 미우오슈·가오싱젠(33㎡)은 4인까지 가능하다. 2층 : 토마스 만, 버트런드 러셀, 오에 겐자부로, 생 종 페르스 2층 객실에는 전용 테라스가 있다. 테라스의 전경도 훌륭하다. 테라스 벤치에 앉아 덕유산의 산세와 설경을 감상하며 오붓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토마스 만(30㎡)은 2인실이며, 버트런드 러셀(43㎡)은 4인실, 오에 겐자부로(93㎡)는 8인실이다. 설국펜션에서 가장 큰 객실인 생 종 페르스(99㎡)는 12인실이며, 단독 베란다가 딸려 있어 2층에서 바비큐 그릴을 사용할 수 있다. 3층 : 앙드레 지드, 세이머스 히니, 월레 소잉카, 싱크레어 루이스, 파울 폰 하이제, 크누트 함순 3층 객실은 모두 복층으로 되어 있어 복층 특유의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앙드레 지드(40㎡)는 2인실이며, 세이머스 히니와 월레 소잉카(50㎡)는 4인실, 싱크레어 루이스(60㎡)는 5인실, 파울 폰 하이제와 크누트 함순(83㎡)은 6인실이다. 1~3층 전 객실에 TV, 냉장고, 무선인터넷, 헤어드라이기가 설치되어 있다.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설천면 원삼공2길 9-7 문의 063-324-2220 홈페이지 www.seolguk.com 이용료 비수기 옥타비오파스, 토마스만 주중 50,000원 / 주말 70,000원 체슬라프미우오슈, 솔제니친, 가오싱젠 주중 60,000원 / 주말 80,000원 앙드레지드 주중 80,000원 / 주말 100,000원 버트런드러셀, 세이머스히니, 월레소잉카 주중 80,000원 / 주말 120,000원 싱크레어루이스 주중 100,000원 / 주말 160,000원 파울폰하이제, 크누트함순 주중 130,000원 / 주말 180,000원 오에겐자부로 주중 170,000원 / 주말 260,000원 생종페르스 주중 200,000원 / 주말 280,000원 성수기 옥타비오파스, 토마스만 주중 70,000원 / 주말 100,000원 체슬라프미우오슈, 솔제니친, 가오싱젠 주중 80,000원 / 주말 120,000원 앙드레지드 주중 100,000원 / 주말 140,000원 버트런드러셀, 세이머스히니, 월레소잉카 주중 120,000원 / 주말 160,000원 싱크레어루이스 주중 160,000원 / 주말 220,000원 파울폰하이제, 크누트함순 주중 180,000원 / 주말 260,000원 오에겐자부로 주중 260,000원 / 주말 320,000원 생종페르스 주중 280,000원 / 주말 360,000원 무주를 대표하는 두 관광지를 뽑으라면 단연 무주덕유산리조트와 구천동계곡이다. 근래 무주군에서 밀고 있는 핫한 관광지는 청정의 무주반디랜드와 태권도의 메카 태권도원이다. 설국펜션은 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첫째 날 펜션과 덕유산의 설경, 액티비티를 맘껏 즐기고 나서 이튿날 가까운 구천동계곡을 산책한 후 집에 가는 길에 태권도원과 이웃한 무주반디랜드에 들르면 좋다. ✔ 문화탐방 여행코스 무주덕유산리조트 → 구천동계곡 → 태권도원 → 무주반디랜드 무주덕유산리조트 : 덕유산 자락에 자리 잡은 661만1570㎡(200만 평) 규모의 종합휴양지다. 다양한 슬로프와 빼어난 설경으로 스키어들에게 최고의 공간으로 꼽힌다. 눈썰매장과 회전목마, 노천탕·사우나·찜질방, 관광곤돌라를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적합하다. 관광곤돌라를 타고 설천봉(해발 1520m)에 도착하면 20분 만에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 오를 수 있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자녀 또는 부모님과 함께 산행을 즐길 수 있으며, 정상에 오르면 적상산, 마이산, 가야산, 지리산, 무등산 등 남도의 산줄기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겨울 성수기에는 사람이 붐비니 사전예약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구천동계곡 : 덕유산과 함께 무주를 상징하는 자연경관지다. 덕유산의 깊은 계곡에 불심 가득한 불자가 9000명에 이르러 구천동이라 불렀다고 한다. 제1경 나제통문을 시작으로 덕유산의 맑은 계곡을 따라 선경이 펼쳐진다. 제33경인 덕유산 정상 향적봉까지 30km가 훌쩍 넘는 길이다. 제14경까지 자동차로 접근할 수 있고 그 끝에 덕유산 오토캠핑장이 있다. 제15경 월하탄부터 제32경 백련사까지는 거울처럼 맑은 계곡을 따라 호젓하고 편안한 산길이 이어져 가벼운 산책과 트레킹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태권도원 : 세계에서 유일한 태권도 전문 공간이다. 여의도 2분의 1에 해당하는 넓은 땅에 태권도박물관을 비롯해 태권도 체험과 수련, 교육, 연구 등 태권도에 관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태권도박물관에서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태권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T1경기장과 체험관 YAP!에서는 차원이 다른 시범단의 공연과 The One 태권체조, 태권줌바 댄스, 실전기술 체험 등 다채로운 태권도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태권도원과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는 물론 각종 체험과 연수 프로그램도 다양하니 사전 문의 후 방문하면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다. 무주반디랜드 : 청정의 상징인 반딧불이를 테마로 조성한 종합체험 학습공간이다. 12만㎡에 달하는 넓은 대지에 국내 최대의 곤충박물관을 비롯해 청소년 야영장과 자연휴양림, 반딧불이 자연학교, 천문과학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무주의 곤충은 물론 우리나라와 전 세계의 희귀한 곤충 표본과 전시물이 가득하다. 또한 3D 입체영상실과 누워서 관람하는 돔스크린 영상실에서 흥미롭고 신비한 곤충들의 세계를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할 수 있다. 아직도 진하게 남아 있는 경상도 사투리에 어깨까지 오는 파마머리, 180cm에 육박하는 키. 범상치 않은 비주얼의 소유자 정차균 대표는 ‘부산 싸나이’다. “교복 단추는 항상 두 개 정도 풀고 다녔죠. 모자는 당연히 삐딱~하게 쓰고, 바지는 13인치 나팔바지, 가방은 항상 가볍게!” 영화 <친구> 중에서 유오성과 장동건 사이 그 어디쯤엔가 있는 캐릭터다. 부산의 해운대 어디쯤이 어울릴 것만 같은 분이 심심산골 무주에는 무슨 사연으로 오게 되었을까? “원래 오랫동안 반도체 영업을 하다가 관련 사업체를 운영했습니다. 3년 전 사업을 접고 펜션사업에 들어섰죠.” 어떤 계기로 무주와 인연을 맺었는지 물었다. “바닷사람에게는 특징이 있습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큰일을 만나거나 앞에 두고 있으면 바다로 달려가지요. 저희 집이 경기도 용인인데 바다를 보러 삼천포로 가다가 무주로 빠졌지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던 차에 펜션 매매 광고를 본 것이 기억나서 무주로 향했다. 정차균 대표는 잔디밭에 있는 벤치를 가리키며 설국펜션을 인수할 때의 상황을 회상했다. “설국펜션에서 하루 묵고 다음 날 아침 이곳에 앉아 쉬는데 펜션이 너무 좋더라고요. ‘공기만 마셔도 1년 연봉은 받겠구나’라는 생각에 펜션을 인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자신을 운명론자라고 밝힌 그는 설국펜션과 자신의 인연을 일종의 운명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설국펜션에 꽂힌 때는 신록이 짙어가던 봄이었다. 아내 김경미 씨 역시 펜션을 마음에 들어했다. 설국의 봄에 이끌려 객실 12개의 펜션을 충동구매한 지 벌써 3년. 설국펜션은 9년 전 문을 열었고 정차균 대표는 3대 펜션지기다. “제가 인생을 워낙에 전쟁처럼 살아와서 한가로운 펜션 생활이 좀 어색했어요. 3년이 지나니까 이제 좀 익숙해지네요.” 그 여유와 안정에는 아내의 내조가 큰 역할을 했다. 부부의 금실과 호흡은 인터뷰 사진을 찍을 때 표가 났다. 아내의 어깨에 올린 펜션지기의 손이 퍽 자연스럽다. - 무주리조텔 설천면 무주덕유산리조트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3층 건물에 23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객실 모두 모던하고 깔끔하게 꾸며져 있다. 조식을 제공하고 있어 아침 산책을 하거나 스키어들에게 유용하다. - 무주덕유산 레저바이크텔 MTB 동호인과 다양한 레포츠 마니아를 위해 리모델링한 바이크텔이다. 무주군청이 운영하고 있어 숙박은 물론 자전거 셀프 정비와 무주의 최신 관광정보, 특산물 쇼핑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인당 1만 원에 머물 수 있는 게스트룸을 비롯해 15인이 투숙할 수 있는 대형 룸도 준비되어 있다. 글 : 이병유(여행작가) 사진 : 권대홍(사진작가)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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