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의 울창한 자작나무숲을 본 적 있는가. ‘라라의 테마’ 음악이 흐르는 영화 ‘닥터 지바고’를 배경으로 한 시베리아의 광활한 자작나무숲을 기억하는가. 자작나무는 그리운 북방의 다른 이름이다. 눈과 자작나무 어우러진 북쪽 세계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제법 멋진 자작나무숲이 있다. 그 숲을 걸으며 자작나무가 자작자작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자작나무는 예전 북녘땅에서 흔한 나무였다. 평안북도 정주 출생의 백석 시인은 유독 자작나무를 즐겨 시의 소재로 사용했다. 그의 시를 보면 예전 평안도나 함경도 사람들에게 자작나무가 얼마나 생활에 밀착되어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 온통 자작나무다. <백석, 자작나무> 그동안 ‘온통 자작나무다’라는 시구는 도저히 체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거닐며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눈부신 수피가 뿜어내는 은세계 앞에서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온통 자작나무’라고 할 수밖에. 자작나무 이름은 불태우면 ‘자작자작’ 소리가 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자작나무는 대개 20m 높이로 자라지만 백두산 원시림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어있다. 자작나무는 수피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수피의 겉면은 흰색의 기름기 있는 밀랍가루 같은 것으로 덮여 있고, 안쪽은 갈색이며 종이처럼 얇게 벗겨진다. 이 껍질은 불에 잘 타면서도 습기에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작나무는 한자로 ‘화’(樺, 자작나무 화)를 쓰는데, ‘빛날 화’(華)자로 쓰기도 한다. 지금도 결혼식을 화촉(華燭)을 밝힌다고 하고, 부조 봉투에는 ‘축 화혼(祝 華婚)’이라고 쓰는데, 이는 전깃불이 없던 시절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여 촛불 대용으로 사용한 데서 비롯됐다. 자작나무의 수피는 종이의 역할도 하고, 껍질을 태운 숯으로는 그림을 그리거나 가죽을 염색했다. 그래서 옛날에 그림도구나 물감, 염료 등을 파는 가게를 ‘화피전’이라 불렀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보려면 약간의 발품을 팔아야 한다. 차에 내리면 곧바로 자작나무가 펼쳐진다고 생각하면 큰 낭패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초소에서 숲까지 3.5㎞ 임도를 걸어야 한다. 따라서 운동화나 등산화를 싣고 물과 간식을 잘 챙겨야 한다. 초소에서 인적사항을 적었으면 출발이다. 임도를 따라 좀 오르면 갈림길. 왼쪽 임도는 자작나무숲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이다. 그래서 올라가는 임도를 윗임도, 내려오는 임도를 아랫임도라 부른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윗임도를 타고 올라가 1코스, 3코스를 돌고 아랫임도를 따라 내려오는 코스가 좋다. 갈림길에서 완만한 오르막을 걷다 보면, 산비탈에 자작나무가 도열한 모습이 반갑다. 아침 일찍 찾은 덕분에 살짝 안개가 꼈고, 나무 사이로 찬란한 빛이 쏟아진다. 초소를 떠나지 1시간이 좀 넘으면 비로소 자작나무숲을 만난다. 이곳 자작나무숲은 원래 인제국유림관리소가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1974~95년까지 41만 평에 69만 그루를 심어 조성한 것이다. 그중 7만 5천 평을 숲 유치원으로 꾸며 운영하고 있다. 숲 선생님과 함께 타잔 놀이, 외나무다리 걷기, 꽃 이름 알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 새겨진 나무 조각상 앞에서 드디어 자작나무숲으로 들어선다. 수피가 눈부신 미끈한 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사람들은 그리로 들어서면서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짓는다. 갑자기 자작나무숲이 시끌벅적하다. 유치원 아이들이 들어온 것이다. 아이들이 광장 자작나무 의자에 앉자 숲이 환해진다. 아이들과 자작나무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아이들은 자작나무 낙엽을 뿌리고, 그네를 타고,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신났다. 자작나무숲에는 1코스인 자작나무코스(0.9㎞), 2코스인 치유코스(1.5㎞), 3코스인 탐험코스(1.1㎞)가 있다. 문제는 지도와 안내판 등이 부실해 숲에 들어가면 미로처럼 길을 잃기 쉽다는 점. 3개 코스를 답사해 본 결과, 1코스를 천천히 둘러보고 3코스를 따르다가 아랫임도를 타고 하산하는 것이 좋다. 2코스는 야산을 넘어야 하고 자작나무가 별로 없어 추천하고 싶지 않다. 광장에서 1코스와 3코스가 갈린다. 우선 오른쪽 1코스를 따르면 울창한 자작나무숲으로 빨려 들어간다. 자작나무숲 중에서도 유독 큰 나무들이 몰려있다. 밑동이 굵고 수피에서는 번쩍번쩍 윤이 난다. 솔솔 부는 바람이 잎사귀를 흔들면 새하얀 수피에 반사되어 눈부시다. 공터를 지나면 잠깐 급경사를 지나 전망대에 올라붙는다. 넓은 조망이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건너편으로 무리지어 자란 자작나무들이 예쁘다. 전망대를 지나면 처음 만났던 자작나무숲 입구다. 여기서 왼쪽 3코스를 타고 내려간다. 300m쯤 자작나무 사이를 걸으면 길이 갈린다. 이정표가 없지만 오른쪽 길을 따라야 한다. 졸졸 시냇물 소리 정겨운 길을 한동안 따라 내려가면 아랫임도를 만난다. 이 길은 차가 다니지 않고 종종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완만한 내리막을 2㎞쯤 내려가면 다시 초소를 만난다. 원대리 자작나무숲 주소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안삽재길 374(원대리 산 75-22번지) 문의 : 인제국유림관리소 033-460-8036 기타정보 강원도 인제군 홈페이지 http://www.inje.go.kr/ 1.주변 음식점 원대막국수 : 막국수, 감자전, 수육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남로 1113 / 033-462-1515 아이올라펜션 : 산채비빔밥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회동길 660-13 / 033-463-5334 http://blog.naver.com/irises20 2.숙소 아이올라펜션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회동길 660-13 / 033-463-5334 http://blog.naver.com/irises20 방태산자연휴양림 : 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태산길 241 / 033-463-8590 하추자연휴양림 : 강원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 187번길 8 / 033-461-0056 http://www.foresttrip.go.kr/ 글, 사진 : 진우석(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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