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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난 어느 길 위에서 평생을 함께할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난다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인생 최고의 순간일 것이다. 사랑과 결혼에 대해 서로 다른 가치관과 철학을 보여주는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는 우연찮게 떠난 제주 여행에서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난 커플이 등장한다. 이들이 꽃피운 사랑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제주 곳곳을 누비고 다닌 이들의 여행길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지혜(남상미)와 현우(이상우)가 함께 걸었던 길을 따라, 어쩌면 내게 일어날지도 모를 낭만 여행을 꿈꿔보는 건 어떨까. 확신이 서지 않는 결혼 때문에 마음이 혼란스러운 지혜는 출장을 핑계로 홀로 제주행 비행기에 올라탄다. 꾸벅꾸벅 졸던 지혜는 옆 좌석에 앉은 현우 쪽으로 고개가 기울고, 엉겁결에 지혜에게 어깨를 내준 현우는 호기심에 그녀가 떨어뜨린 책을 보게 된다. 비행기가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지혜. 하지만 그녀가 잊고 간 책 덕분에 둘은 다음날 우연히 재회하게 되고, 엉뚱한 오해 끝에 함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셋째날 아침, 혼자 다니겠다는 지혜를 같이 가자며 이끄는 현우. 지혜는 멋쩍어하면서도 어느새 밝은 웃음을 지으며 해안 산책로를 내달린다. 어라, 근데 도대체 저긴 어디?! 한창 극에 몰입해 있었건만 그녀 뒤로 펼쳐진 환상적인 풍경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애월한담산책로. 비록 화면에는 2~3초에 불과할 정도로 잠깐 스쳐 지나갔지만, 그냥 그런 곳으로 여기기엔 너무나 아쉬운 곳이다. 제주 애월읍에 자리한 한담마을 해안선을 따라 산책로가 만들어졌는데 그 길을 따라 걷는 정취가 기가 막히다. 도로변 아래 이처럼 멋진 해안 산책로가 숨겨져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제주의 숨은 비경이라 꼽을 만한 곳이다. 요즘 이곳도 입소문과 인터넷 등을 통해 점점 많이 알려져 찾아오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 서일주도로 애월 입구 삼거리에 바로 접해 있는 애월한담공원에서 해안 쪽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산책로와 연결된다. 한담마을에서 곽지과물해변까지 약 1.2km에 걸쳐 걷기 좋은 길이 닦여 있다. 언덕진 곳에서 내려다보면 유연한 곡선을 띠고 있으며, 끝에서 끝까지 보통 걸음으로 20분 정도 걸린다. 안쪽으로 굽은 곳에는 몽돌처럼 둥글게 깎인 현무암과 새하얀 모래가 둘만의 비밀스런 해변을 떠올리게 한다. 먼 옛날 자연이 조각한 오묘한 용암 석상들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새파란 하늘과 팝콘을 튀겨놓은 듯 흰구름, 에메랄드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가 그려내는 풍경이 연신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고요하고 평화로워지는 기분이다. 그 풍경 속에 뛰어들어 마음껏 바다를 즐기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이거야말로 신선놀음이 아닐까 싶다. 산책하는 도중에라도 언제든지 마음이 동할 수 있으니 아예 바다로 뛰어들 준비를 해서 가는 게 낫겠다. 어쩌면 극중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혜와 현우도 이곳에서 스노클링이나 해수욕을 즐겼는지도 모를 일이다. 마음 맞는 이와 함께하는 여행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만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콧노래가 절로 나올 만큼 재미난 시간을 보내는 지혜와 현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차밭 사이를 걷던 도중 트럭을 피해 천진난만한 아이들처럼 신나게 달음박질치다가 도착한 곳이 용눈이오름이다. 이 상황은 극중 설정으로 실제 그들이 걸었던 도순다원에서 용눈이오름까지는 차를 타고도 1시간 반 이상 걸리는 거리다. 결코 걷거나 뛰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는 이야기. 아마 두 곳 다 매력 만점인 곳이라 그렇게 설정했으리라. 한라산 중턱 남부 지역에 펼쳐진 도순다원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오설록 서광다원과 달리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띠고 있다. 초록빛 차밭을 천천히 걷기만 해도 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제주 동부 지역 구좌읍에 자리한 용눈이오름도 천연 힐링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유려한 곡선미가 일품인 용눈이오름은 영화 <늑대소년>과 <지슬>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리 높지 않은 데다 산책로가 완만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멀리 우도와 성산일출봉, 맞은편에 우뚝 선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극중 지혜와 현우가 소똥을 밟는 장면이 나오는데, 때때로 실제 상황이 되기도 하니 발밑을 조심하도록. 사람 다니는 길이라고 절대 소들이 변을 가려 보지 않는다. 지혜와 현우를 이어준 사랑의 매개체는 화가 이중섭에 관한 책이었다. 여행 중 둘은 이중섭미술관을 찾아간다. 서귀포 시내에 있는 이중섭미술관은 <황소>로 유명한 이중섭 화가를 기념해 지은 미술관이다. 6·25 전쟁을 피해 가족들과 서귀포로 피난 온 이중섭은 이곳에서 1년 정도 거주하며 <서귀포의 환상> 등 여러 작품을 남겼다. 이중섭미술관 바로 앞에는 이중섭 화가와 가족이 살던 거주지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드라마에도 비쳐졌지만 당시 이중섭은 네 식구가 좁은 단칸방에 부대껴 살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중섭은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가족이 모여 살았던 서귀포 시절을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추억했다. 미술관에 전시된 그의 글과 편지들을 보면 일본으로 가족을 떠나보낸 이중섭이 그 시절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곳에서 지혜는 화가 이중섭의 순수한 사랑에 공감하며, 사랑과 결혼에 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내비친다. 지혜와 현우가 왠지 서로 어색한 마음으로 길을 걷는데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급기야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는 장대비. 현우는 자신의 옷을 벗어 지혜가 젖지 않도록 씌워주고 비를 피해 둘이 급히 달려간다. 곧이어 그들 뒤로 보이는 거대한 바람개비. 제주 서남쪽 신창~용수 해안도로에 조성된 풍력단지다.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기는 곳으로 이미 수많은 CF와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풍력발전기 바로 아래 서면 거대한 날개가 휭휭 돌아가며 만들어내는 소리가 위압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이 해안도로는 연인과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은 코스다. 지혜와 현우가 올레길을 걷다 함께 바라보았던 바다. 그들은 그곳에서 다시 만나 서로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확인하기로 한다. 그들에게 마치 운명 같았던 그 해변. 올레 10코스 시작점인 화순 금모래해변과 이어지는 곳으로 올레길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된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쳐진 해변과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형제섬이 절묘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고운 모래사장은 ‘금모래’라는 별칭에 걸맞게 햇빛에 반사되면 반짝반짝 빛을 낸다.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제주국제공항 → 도령로 → 노형로 → 애조로 → 애월 입구에서 우회전 → 애월로 → 애월한담공원 → 애월한담산책로 * 대중교통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일주 노선을 타고 한담동 정류장 하차 2.주변 음식점 돈사돈 : 근고기 / 제주시 광평동로 15 / 064-746-8989 / http://www.돈사돈.kr 올래국수 : 고기국수 / 제주시 제원길 17 / 064-742-7355 제주삼다국수 : 고기국수 / 서귀포시 김정문화로 59-1 / 064-739-3167 3.숙소 예하게스트하우스 시청점 : 제주시 서광로 278 / 064-756-5506 / www.yehaguesthouse.com 숨게스트하우스 제주공항점 : 제주시 서광로5길 2-2 / 070-8810-0106 / www.sumhostel.com/jeju 제주원더리조트 : 서귀포시 월드컵로45번길 40 / 064-739-3001 / www.wonderresort.co.kr - 글, 사진 : 정은주(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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