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폭폭 증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기관차가 정겨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폐철길을 따라 줄지어 선 레일바이크는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잠시 대기 중이다. 철길 너머엔 비밀의 화원이 숨겨져 있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수만 송이 장미꽃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반짝이는 햇빛 아래에선 음악분수가 춤을 춘다. 폐선된 작은 간이역의 아름다운 변신. 2014년 ‘한국관광의 별’ 창조관광 부문을 수상한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로 떠나보자. 글 정은주 , 사진 박성원 십수 년 전 섬진강변을 따라 열차가 신나게 달리던 때가 있었다. 차창 밖으로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 보이던 열차는 1998년 전라선 직선화로 인해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었고, 강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 철로와 침목들은 곧 철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폐자원의 관광자원화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작은 간이역이 많은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곡성 기차마을은 폐선된 철로와 간이역을 활용해 만든 이른바 ‘재활용 관광지’의 명소로 꼽힌다. 전라선 직선화 당시 폐선된 17.9km 중 13.2km 구간을 그대로 살려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곡성역 인근에는 50만 ㎡에 이르는 부지에 전시와 체험, 숙박이 가능한 기차마을 단지를 조성했다. 기차마을답게 단지 한쪽에는 오래된 열차들이 전시되어 있다. <태극기를 휘날리며>를 비롯해 많은 영화와 드라마 속 증기기관차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2014년에 개장 10년째를 맞은 섬진강 기차마을은 지난해 총관광객 수 400만 명 돌파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내며 곡성의 랜드마크로 우뚝 섰다. 또 미국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50곳’에 선정되면서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곡성 기차마을이 2014년 ‘한국관광의 별’ 창조관광 부문을 수상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곡성 기차마을이 재활용 관광지라고 가벼이 생각하면 곤란하다. 작고 아담한 역사도 운치 있는 데다, 단지 전체가 동화 속에서 금세 튀어나온 것처럼 아기자기하다. 1933년에 건립된 옛 곡성역도 등록문화재 122호로 지정돼 볼거리를 제공한다. 옛 곡성역을 지나 단지 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위엄 있게 선 증기기관차를 만나게 된다. 내부 구조는 디젤 기관차이지만 기적을 울리고 증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모습이 추억 속 증기기관차와 꼭 같다. 옛 곡성역을 출발한 증기기관차는 가정역을 왕복한다. 기차가 달리는 1시간 반 가량 향수에 젖어들 수 있다.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편도 이용도 가능하다. 철길 위를 직접 페달을 밟아 달리는 레일바이크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단지 안을 한 바퀴 순회하는 코스와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강변을 따라 달리는 코스가 있다. 최근 단지 안에 새롭게 장미공원이 문을 열면서 곡성 기차마을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4만 ㎡ 부지에 1,004종에 달하는 장미를 심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품종을 보유한 장미정원으로 꼽힌다. 천사의 온실, 사랑의 미로, 소망의 다리 등 테마에 맞춰 그와 어울리는 장미들로 조화롭게 꾸며놓았다. 장미꽃이 만개하는 5~6월경에 방문하면 수만 송이 장미꽃이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여행자들을 황홀경에 빠뜨린다. 자녀들과 함께라면 장미공원 끝자락에 있는 섬진강 천적곤충관도 한번 들러볼 만하다. 섬진강 주변의 자연 생태와 천적 관계를 테마로 한 곤충 생태계 전시관이다. 실제 곤충들이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의 현장 학습장으로 이용하면 좋다. 장미성 건물 2층에서는 치즈 체험도 진행한다. 임실치즈를 이용해 피자 만들기에 도전하거나, 임실치즈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사계절 스케이트장은 여름엔 물놀이장으로 변신한다. 현재 부지 내에 또 다른 테마 시설(요술랜드 등)을 조성 중이어서 다음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곡성 기차마을은 한나절을 투자해도 돌아서면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당일 여행이 짧다고 느껴지면 아예 철길 위에서 하룻밤 묵어가면 어떨까. 단지 안에 새마을호를 리모델링한 레일펜션을 운영 중이다. 밖에서 보기엔 열차인데 내부는 편안한 잠자리가 마련된 아담하고 깔끔한 펜션이다. 객실 안에 침대부터 냉온풍기, TV, 화장대, 정수기, 욕실까지 모두 구비되어 있다. 객실마다 야외 테라스가 갖춰져 있어 이용하기 한결 편리하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평온하기만 하다. 이곳에서 묵으면 왠지 꿈에서도 기차를 타고 여행할 것만 같다. ✔ 주소 - 전남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32 ✔ 문의 - 061-363-9900 / www.gstrain.co.kr ✔ 식당 - 궁전회관 : 한정식 / 곡성군 곡성읍 중앙로 54 / 061-363-1539 - 별천지가든 : 참게탕, 은어회 / 곡성군 오곡면 섬진강로 1266 / 061-362-8746 - 가든산장 : 참게탕, 은어회 / 곡성군 죽곡면 섬진강로 1015 / 061-362-8343 ✔ 숙소 - 화이트빌리지 : 곡성군 죽곡면 하한리 977 / 061-363-7531 / white-village.co.kr - 호수민박 : 곡성군 죽곡면 섬진강로 851 / 061-362-7786 - 모심정 : 곡성군 죽곡면 섬진강로 1005 www.mosimjung.com ✔ 여행 팁 섬진강 기차마을 레일바이크의 종류는 두 가지다. 단지 내를 순환하는 레일바이크는 5~7분 정도, 침곡역부터 가정역까지 섬진강을 따라 달리는 레일바이크는 편도 30~40분 정도 걸린다. 두 역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