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분다고 정원이 잠드는 건 아니다. 눈처럼 피어나는 납매, 붉게 빛나는 동백, 열매의 색, 나무 위에 내려앉은 눈꽃까지 겨울의 낭만을 찾아, 겨울에도 생명을 품은 다섯 정원으로 떠난다. ☃️추천장소 💌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 강원 평창 국립한국자생식물원, 경남 통영 동백커피식물원, 제주 베케정원, 제주 생각하는 정원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은 ‘숲과 바다가 만나는 서해안의 푸른 보석’이라 불린다. 국내 최초 사립 수목원으로 1만 6천여 종의 식물을 품고 있으며, 그중 동백나무 1,096분류군은 국내 최대 규모다. 천리포수목원은 겨울에도 푸르름을 자랑하는 상록수들과 겨울 소재로 다채로운 색상을 보여주는 식물들로 구성된 겨울 정원이 별도로 조성되어 있다. 특히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납매가 향긋하게 피어나면, 그 옆으로는 붉은 동백꽃이 뒤따른다. 11월 초부터 3월 초까지 이어지는 개화 시기에는 밀러가든 산책길 곳곳에서 동백이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눈이 얹힌 붉은 꽃잎은 마치 겨울 속 불빛처럼 반짝이고, 크리스마스 전후로 붉게 익어가는 호랑가시나무도 겨울 정원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진녹색 잎 사이로 영롱하게 빛나는 붉은 열매는 눈이 내린 날이면 더욱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수목원 내 민병갈 기념관에서는 계절에 맞는 기획 전시가 진행된다. 바다를 따라 이어진 산책로에서는 서해의 파도 소리와 함께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겨울에도 생명을 품은 정원, 그 붉은 색은 따뜻한 계절의 예고처럼 느껴진다. 천리포수목원 - 위치 :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1길 187 - 문의 : 041-672-9984 - 운영시간 : [동절기(11월~2월)] 09:00~17:00, 입장마감 16:00, [하절기(3월~10월)] 09:00~18:00, 입장마감 17:00, [봄, 여름 연장운영 진행 – 홈페이지 참조] - 홈페이지 : https://www.chollipo.org 강원 평창 대관령면에 자리한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우리나라 자생식물만을 모은 국내 유일의 자생식물 전문 식물원이다. 겨울이면 해발 700m 고지의 숲이 눈으로 덮이고, 설원 속에서도 생명을 품은 상록수들이 푸르름을 지킨다. 이곳은 겨울철에는 대부분의 야생화가 땅속으로 숨어들지만, 그 대신 나뭇가지마다 하얗게 피어나는 눈꽃과 고요하고 평화로운 겨울 숲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눈이 내린 숲길을 따라 걷고 있노라면 가지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며 눈꽃나무가 만들어진다. 화려했던 야생화 대신, 눈꽃 가득한 산책로를 걸으며 겨울 숲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꽃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지만, 눈꽃과 겨울 나무의 자태가 만들어내는 겨울의 식물원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겨울 방문객들은 방문자센터 2층 북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휴식하는 힐링 시간을 보낼 수 있고, 1층 교육실에서는 나만의 도자기 컵 만들기, 세밀화 그리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 - 위치 :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대관령면 비안길 150-3 - 문의 : 033-339-9900 - 운영시간 : [하절기(3월~10월)] 09:00~18:00 (입장 마감 17:00), [동절기(11월~2월)] 09:00~17:00 (입장 마감 16:00) * 매주 월요일 휴무 - 홈페이지 : https://nbgk.koagi.or.kr/intro 남해 바다를 품은 경남 통영 도산면의 동백커피식물원은 이름 그대로 동백이 주인공인 곳으로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게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4,000평 규모의 온실 속에서는 한겨울에도 다양한 자생 무늬 동백과 천운 동백이 붉은 꽃을 피운다. 12월이면 첫 꽃이 열리고, 1~2월 사이가 가장 화려한 시기다. 햇살이 유리온실을 비추면, 붉은 동백꽃 꽃잎 사이로 커피나무 열매가 겨울 햇살에 여문다. 180미터 길이의 커피나무 길을 걸으며 이국적인 정원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 커피나무의 초록 잎과 동백의 붉은 빛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따뜻한 겨울 정원 속 한 컷의 그림 같다. 온실 한가운데에는 통영 자생 무늬동백이 자라고, 주변으로 바나나·파인애플·로즈애플 등 50여 종의 열대식물이 둘러싸고 있다. 한라봉, 설국 향, 윈터프린스 등 다양한 감귤류가 열매를 맺고, 화려한 부겐베리아가 온실을 화사하게 물들인다. 식물원 관람을 하고 카페에서 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천천히 걸으면, 바깥의 찬바람을 잠시 잊고 따뜻한 온실 속 겨울을 즐길 수 있다. 통영동백커피식물원 - 위치 : 경상남도 통영시 남해안대로 2068-87 - 문의 : 055-645-9634 - 운영시간 : 11:00~18:00 * 매주 화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dongbaek_garden/ 제주 서귀포의 베케정원은 제주식 돌담 ‘베케(veke)’의 이름을 딴 자연주의 정원이다.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두터운 돌담 위로 깃털이끼가 초록빛을 발하며 신비로운 겨울 풍경을 만들어낸다. 돌담을 덮은 초록 이끼 위로 하얀 눈이 내려앉으면 말채나무의 붉은 줄기가 겨울의 빛을 더한다. 베케정원은 사계절 아름다운 주제가 있는 정원이지만 겨울에는 특히 돌담과 상록수가 만드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정원 곳곳에 배치된 양치식물과 제주 들풀, 들꽃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라고 있어 인위적이지 않은 편안함을 선사한다. 이끼와 눈, 돌담과 가지가 그려내는 풍경 속에서 계절의 결이 느리게 흐른다. 제주 바람이 스치고, 햇살에 눈꽃이 녹아내리는 순간. 그 자체로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베케정원 -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효돈로 54 (신효동) - 문의 : 064-732-3828 - 운영시간 : 09:30~17:30 * 매주 화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veke_official 제주시 한경면 녹차분재로의 생각하는 정원은 농부 성범영 원장이 50년 넘게 돌과 나무로 빚어낸 정원이다. 1만 3천 평 대지에 7개의 소정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겨울에도 한국 고유의 정원수와 상록수가 제주의 멋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이곳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철학의 정원으로, 겨울이면 나무와 분재의 형태가 가장 선명해진다. 겨울의 생각하는 정원은 한층 고요하다. 돌담 위로 얇게 눈이 내려앉고, 가지마다 맺힌 이슬이 빛을 머금는다. 감귤나무에는 노란 열매가 남아 정원의 색을 더하지만, 진짜 매력은 그 너머에 있다. 손으로 다듬어 쌓은 돌담과 정교한 조형물, 그리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분재의 실루엣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다. 눈부신 꽃은 없지만, 겨울에도 싱그러운 나무들의 모습으로 생명력이 느껴진다. 세계 최대의 돌하르방과 제주 돌담으로 쌓아 올린 7층 높이의 혼불탑이 있는 영혼의 정원은 겨울 설경과 어우러져 장엄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정원 곳곳에 전시된 분재와 괴석, 수석이 한국 전통 정원의 미학을 보여주며, 연자방아 다리에서 바라보는 폭포와 연못은 얼지 않고 흐르며 평화로운 겨울 산책의 분위기를 더해준다. 생각하는 정원 -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녹차분재로 675 (한경면) - 문의 : 064-772-3701 - 운영시간 : 09:00~18:00 - 홈페이지 : https://www.spiritedgarden.com TIP. 겨울정원만의 꽃을 만나는 법 📌 - 1월~2월 납매와 동백이 절정, 눈꽃 풍경은 눈이 내린 뒤 1~2일이 가장 선명하다. - 실내외 온도 차이가 클 수 있으므로 옷을 여러 겹 입는 레이어드 착장 추천한다. - 평창은 눈길 대비 안전화를, 태안은 해풍 대비 방풍 재킷을 챙기면 좋다. - 겨울철에는 일몰 시간이 빠르므로 오전이나 이른 오후 방문 권장 ※ 위 정보는 2025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글 : 이선경 여행작가 사진 : 한국관광공사,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태안군청, 천리포수목원, 국립한국자생식물원, 통영시청, 베케정원, 생각하는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