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철문을 밀고 들어가면 휑한 운동장 너머로 2채의 살벌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회색 담장은 베를린 장벽이라도 되는 양 높이 솟아 있다. 안과 밖을 철저히 나누는 담장의 위엄과 그 옆에 붙은 감시초소가 이곳이 교도소임을 말해준다. 죄를 지어야만 들어가는 교도소는 아니다. 죄를 짓지 않아도 교도소 구석구석을 구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영화와 드라마 촬영용으로 꾸민 익산 교도소세트장. 홀가분한 마음으로도 얼마든지 교도소를 관람할 수 있는 교도소세트장으로 이색적인 소풍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2005년 영화 <홀리데이>를 시작으로 <거룩한 계보>, <부러진 화살>, <해바라기>, <타짜> 등 각종 영화의 세트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익산의 교도소세트장은 처음부터 아예 촬영 용도로 만들어진 교도소라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최근에는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을 촬영한 곳으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7번방의 선물>은 류승룡, 오달수, 김정태를 비롯해 감초 연기로 이름난 중견급 배우들이 출연하여 크게 흥행했다. 수감자로 분한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와 극중 ‘예승이’로 출연한 아역배우의 자연스럽고 깜찍한 연기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 영화다. 극의 흐름상 몇 장면만 등장하는 기존 영화들의 교도소 장면과 달리 이 영화는 거의 모든 배경이 교도소이다. 7번방 죄수와 그의 어린 딸이 함께 겪는 교도소 에피소드를 표현하여 교도소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흥행한 이후 교도소세트장을 찾는 호기심 어린 관광객의 발길이 차츰 늘고 있다. 영화뿐 아니라 여러 드라마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최근작인 드라마 <빛과 그림자>를 비롯해 <아이리스>, <태양을 삼켜라>, <남자이야기> 등이 이곳을 세트로 다양한 장면을 보여주었다. 교도소세트장 안으로 들어서면 철창을 달고 일렬로 늘어선 방들이 위압감을 준다. 1, 2층으로 나누어진 교도소 내부를 철계단을 이용해 모두 둘러볼 수 있다. 2층 바닥은 아래를 볼 수 있도록 철창으로 설계됐다. 복도엔 ‘보행시 일렬로’라든가 ‘보행 중 잡담금지’ 등 엄중한 문구가 적힌 판넬이 중앙에 놓여 있다. 철문 밖에는 문패라도 되는 양 죄수들의 번호가 일렬로 붙어 있다. 교도소를 보여주는 단순한 문구일 뿐인데도 왠지 함부로 장난조차 치기 어려운 분위기다. 촬영이 없어 비어 있는 방이지만 왠지 그 안에서 금방이라도 죄수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거기다 일반 교도소에 있을 법한 방들의 이름도 무시무시하다. 독방, 취조실, 고문실 등 이름만 들어도 섬뜩하다. 화장실이 붙어 있는 독방에선 왠지 모를 음침한 기운이 느껴진다. 직접 감방에 들어가 구석구석 살펴보며 교도소에서의 생활이란 어떤 것일까 상상해본다. 며칠간 이런 방에 갇힌다면 어떤 기분일까. 면회실에선 말소리가 들리도록 구멍이 뚫린 플라스틱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일행과 장난삼아 면회 장면을 연출해본다.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교도소 장면이 눈에 선할 것 같다. 교도소는 일반인들이 쉽게 출입하거나 체험할 수 없는 장소다. 일생에 한번 가볼까 말까 한 곳,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영화나 드라마에서 구경만 할 수 있는 곳. 그래서 교도소세트장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흥미로운 공간이다. 연인들에게는 이색적인 데이트 코스가 되기도 한다. 무더운 여름날이라면 무서운 영화를 보며 더위를 식히듯 교도소세트장을 돌아보며 서늘한 긴장감을 느낄 수도 있을 테다. “악행은 자기 자신에게로 반드시 되돌아온다.” “선으로써 악에, 정의로써 허위에 이기도록 하라.” “진리는 짧게 답한다. 허위는 길게 변론한다.” “인생의 아침에는 일을 하고, 낮에는 충고를 하고, 밤에는 기도하라.” 교도소세트장 곳곳에 적혀 있는 문구들이다. 감방 벽에 적힌 낙서 하나도 이 안에서는 하나의 볼거리가 된다. 본관을 둘러보고 나면 배우들이 썼던 분장실과 휴게실도 둘러볼 수 있다. 배우들이 대기하며 촬영을 준비하는 별관은 폐교를 활용해 꾸몄다. 밖으로 나오면 죄수들이 운동을 하는 공간인 넓은 잔디구장이 훤하게 펼쳐진다. 주말엔 주민들이 이곳에서 축구도 할 만큼 넓다. 죄 짓지 않고 구경하는 교도소세트장은 퍽 재미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교도소 장면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가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충족시킨다. 촬영이 있는 날은 관람을 제한하니 꼭 미리 확인하고 방문할 것.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고 월요일은 쉰다. 입장은 무료. 교도소세트장 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성당면 함낭로 207 문의 : 063-859-3836 1.주변 음식점 천혜우 : 갈비탕․비빔밥 / 전북 익산시 함라면 백제로 646 / 063-858-6492 함라산황토가든 : 오리주물럭․매운탕 / 전북 익산시 함라면 백제로 638 / 063-856-3399 2.숙소 미륵산자연학교펜션 : 전북 익산시 삼기면 죽청길 46-60 / 063-858-2580 웅포드림빌리지 : 전북 익산시 웅포면 맹산리 343 / 063-862-3133 3.기타 여행정보 익산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iksan.gojb.net 글, 사진 : 이송이(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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