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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을 온몸으로 맞기에 좋은 산책 코스로는 물이 있는 여행지가 좋다. 지난여름의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기 때문이다. 경기도 시흥시를 가을날의 산책 여행지로 추천한다. 그곳에 가면 저수지, 연꽃 단지, 갯골생태공원, 포구 등 다양한 모습의 명소들이 여행객을 반겨준다. 시흥시의 수변 나들이 코스는 마지막에 낙조를 감상한다고 예상할 경우 물왕저수지→연꽃테마파크→시흥갯골생태공원→월곶포구 순서로 구성한다. 가장 먼저 찾아볼 곳은 물왕저수지. 제3경인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등이 근처를 지나고 있어 찾아가기에도 어렵지 않다. 흥부저수지가 정식 명칭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물왕저수지가 더 익숙하다. 이 저수지가 설치될 당시 시흥과 부천의 경계에 있는 이유로 각각 한 글자씩을 따서 ‘흥부저수지’라고 명명했으나 현지 주민이나 여행자들에겐 물왕동에 있다고 해서 ‘물왕저수지’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 1950년대 후반에는 고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전용 낚시터를 만들어놓고 자주 들렀다고 한다. 지금도 낮에는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 해가 진 뒤에는 카페촌의 낭만에 젖어보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저수지를 순환하는 도로가 나 있는데 북쪽으로는 길게 차도가 이어지므로 물왕사거리에서 물왕저수지를 지나 동쪽 끝, 저수지 상류까지만 왕복해도 좋겠다. 차량들은 흙먼지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최대한 저속으로 진행하도록 한다. 서쪽의 제방만 왕복으로 걸어도 좋다. 가을날의 여행에는 군것질거리보다는 배낭에 시집이나 수필집 한 권쯤 담아가는 것이 더 어울린다. 조용한 카페의 뜨락에 자리를 잡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자니 잔디밭 위로 몇 가닥의 낙엽들이 저수지에서 불어온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뒹군다. 슬며시 수필집 한 권을 꺼내든다. 소설가 이효석이 쓴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의 한 구절을 읽노라니 감성 돋는 학창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연기는 몸에 배서 어느 결엔지 옷자락과 손등에서도 냄새가 나게 된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동호인들도 물왕저수지의 풍경을 화려하게 물들인다. 그들은 이곳 저수지에서 출발, 연꽃테마파크를 거쳐 시흥갯골생태공원이 목적지라면서 손을 흔들고는 페달을 다시 힘차게 밟는다. 한낮의 시장기가 찾아왔다고 당황할 필요는 없다, 저수지 주변으로 한정식을 비롯해 양식과 고깃집까지 두루 포진해 있다. 어머니 손맛이 그리워지는 연인들이라면 팥칼국수집도 추천한다. 보리밥을 먼저 비벼 먹은 뒤 팥칼국수의 뜨거운 면발을 호호 불어가며 깊어가는 사랑을 확인해보는 것도 물왕저수지 나들이의 행복이다. 잔잔한 저수지에 담긴 가을 하늘을 내 마음에 옮겨 담고 갯골로 가기 전 잠시 연꽃테마파크를 들러본다. 지난여름 무성하게 연꽃을 피운 연잎들은 가을을 맞아 누런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는가 하면 까만 연밥을 파란 하늘 위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몇 송이의 수련만이 수면 위에 제 모습을 드러내고는 ‘아직 나는 뜨거웠던 여름을 보내주지 않았어요’라고 앙탈을 부린다.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는 연밭을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체험 학습을 나왔는지 시끌벅적하게 지나간다. ‘가을 소풍을 겸한 체험 학습이겠지’라고 생각하며 볏짚을 이어 지붕에 얹은 사각 정자 그늘에 앉아서 이번에는 대중가요 한 곡을 듣는다. 가수 최양숙 씨가 부른 ‘가을편지’를 스마트폰에 빠진 요즘 젊은 세대들도 알까? 하긴 여행자도 이 노래를 스마트폰으로 듣고 앉았으니….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수 김민기도, 소프라노 신영옥도 이 노래를 불렀다. 맛은 당연히 제각각 다르다. 그럼에도 여행자는 최양숙의 센티멘털한 목소리가 이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순위를 매겼다. 오늘 나들이의 세 번째 방문지는 시흥갯골생태공원이다.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배우고 갈대를 비롯한 염생식물을 공부하는 한편, 소금기를 머금은 가을바람 등과 두루 친해지는 환경 친화 여행지이다. 특히 ‘전라남도 신안군이나 영광군도 아닌데 웬 천일염?’이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이곳에 가봐야 한다. 밀물 때면 서해에서 소래대교 아래를 거쳐 인천시와 시흥시의 내만으로 바닷물이 흘러든다. 이런 까닭에 예로부터 이들 지역에는 염전이 발달했고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았다. 시흥시에는 시흥갯골생태공원이, 인천시에는 소래습지생태공원이 조성돼 초등학생들의 체험 학습장으로, 연인들의 이색 데이트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시흥갯골생태공원 인포센터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내부에는 갯골과 염전, 염생식물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려주는 패널이 여러 장 전시되어 있어 공원 산책 전 꼭 살펴보도록 한다. 탐방 코스는 인포센터를 출발, 그 맞은편 시간의 언덕으로 되돌아오게 되며 1시간(2.2km), 2시간(4.5km), 3시간짜리(9.4km)로 나뉜다. 3개 코스 모두 중간에 흔들전망대를 경유하도록 짜여졌다. 그러나 정해진 코스에 상관하지 않고 기분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다녀도 그만이다. 미로처럼 뻗어나간 길은 대부분 평지라서 걷기에 불편하지 않다. 산책길로 들어서면 바람이 불 때마다 몸을 눕혔다가 다시 일어서는 갈대의 군무에서 가을의 전설을 듣는다. 이곳 갈대는 공원 조성 완료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아 하나같이 젊어서 빛깔이 안산갈대습지공원 같은 곳의 갈대보다 연하다. 갈대를 소재로 신경림 시인이 쓴 시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그랬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제아무리 힘들어도 쓰러지지 않고 강한 비바람이 몰아쳐도 굳건한 뿌리로 견뎌내는 숭고한 행위다. 갯골로 갈대밭 나들이를 나오지 않았더라면 실감 나지 않는, 무의미한 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밀물이 밀려들면 갯골을 따라 이 공원까지 들어온 바닷물은 천일염 소금으로 환생한다. 오후 서너 시 무렵이면 염부들이 소금을 거둬들이고 창고로 옮기는 작업을 볼 수 있다. 소금이 가득 담긴 수레를 밀고 가는 염부들의 모습이 소금물에 반영된다. 그 장면은 언제 봐도 밀레의 명화인 ‘만종’만큼이나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남동대교, 몇 척의 고깃배와 갈매기를 배경 삼아 마지막 온기를 포구의 바다에 부려놓고 사라진다. 뒤이어 월곶포구의 횟집들이 환하게 불을 밝힌다. 대하와 조개를 굽는 냄새, 칼국수와 꽃게탕을 끓이는 냄새가 뒤섞여 여행자의 허기진 배를 유혹한다. 이문재 시인의 표현대로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를 스스로 용서하기 위해 손님이 아직 없는 조용한 횟집의 문을 안으로 민다. 시흥갯골생태공원 주소: 경기 시흥시 섬말길 94 문의: 031-310-3951(시흥시 공원관리과) 1.주변 음식점 장금이 : 연근 요리 / 경기 시흥시 동서로857번길 22 / 031-484-6040 쌈스토리 : 쌈밥 / 경기 시흥시 동서로811번길 49 / 031-484-8050 대가 : 한우 / 경기 시흥시 중심상가로 327, 031-319-8888 http://www.대가.한국/ 2.숙소 월곶 W호텔 : 경기 시흥시 월곶중앙로58번길 25 / 031-318-2943 https://www.goodchoice.kr/product/detail?ano=4585&kcode=yp_da_damp_4585&msId=5&url=https%3A%2F%2Fwww.goodchoice.kr%2Fproduct%2Fdetail%3Fano%3D4585& 센트로 : 경기 시흥시 월곶중앙로70번안길 2 / 031-318-3110 리베라 : 경기 시흥시 월곶중앙로70번안길 30 / 031-425-9997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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