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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사이 삐걱거리는 오래된 나무 대문을 열고 한옥으로 들어섰다 . 툇마루에는 겨울 햇살이 말갛게 내려앉았다 . 소담한 마당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공간은 지친 삶을 달래는 영험한 존재가 되는 듯하다 . 복잡하게 얽힌 마음을 풀어헤쳐 그 속을 비워내고 위안으로 채우는 아름다운 집 , 한옥에서의 하룻밤에 관한 이야기다 . ① 묵직하고 편안한 기운, 담소정 청명한 어느 날 , 대문 앞에서 100 세 할아버지 한 분이 서성인다 . 집주인은 노인을 툇마루로 모셨다 . 노인은 집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죽기 전 어린 시절 살던 집을 꼭 한 번 보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 노인이 3 살 되던 해 그의 아버지가 손수 지은 집 , 과거와 현재의 집주인은 나란히 앉아 집이 품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 이 이야기만으로도 담소정은 충분히 귀하다 . 오래된 것들이 으레 그러하듯 , 97 년 된 한옥집 곳곳에는 묵직하고 편안한 기운이 감돈다 . 말없이 함께 있어도 내 마음 다 알아주는 친구 옆에 앉은 듯하다 . 담소정은 으리으리한 구조의 한옥은 아니지만 질박하고 아름답다 . 툇마루를 중심으로 안방인 담방 , 건넌방인 소방이 연결되어 있고 담방에서 부엌이 소방에서 작은방 하나와 화장실이 뻗어 나온 ‘ ㄷ ’ 자 구조다 . 진흙으로 지은 집이라 최근 지은 신식 한옥과는 다른 경지라고 , 주인은 말한다 . 여름에는 시원해 냉방 없이 지낼 수 있고 , 겨울에는 금방 데워져 온기가 가득하단다 . 운이 좋아 소방은 객이 없다 . 한옥 독채를 혼자 쓰는 셈이다 . 대청마루 유리문을 살포시 열고 앉았다 . 골목 어귀를 돌아 나오는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 더러는 집으로 향하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도 들린다 . 고요의 틈을 뚫고 울리는 삶의 소리는 따뜻하고 더러는 쓸쓸하다 . 뚜벅뚜벅 나던 소리가 토닥토닥 마음에 닿으면 스스르 잠이 온다 . 따뜻하게 데워진 아랫목에 누우면 보와 처마 사이를 가로지르는 우미량이 보인다 . 천장으로 구불구불 휜 노송들이 갈비뼈처럼 박혀 있다 . 상상했다 . 내가 누운 자리는 갈비뼈 안쪽 심장의 자리 , 나무의 마음 안에 들어와 잠드는 것이라고 . 깊은 잠을 자고 가뿐히 깨어나 받는 아침 밥상이 웬만한 한정식집 못지않다 . 연잎밥 , 나물 , 국 , 생선 , 잡채까지 식사 전 갓 차려내는데 , 아침 먹기 위해 숙박한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다 . 선재 스님에게 3 년간 사찰음식을 사사한 안주인이 정성껏 차려내는 밥상은 기품 있고 우아하다 . ✔ 귓속말 Tip 서울시 대표 한옥으로 선정된 집이다 . 내국인 , 외국인 VIP 고객들이 많다 . 고객 리스트를 듣고 입이 떡 벌어졌었다 . ② 단골 삼고 싶은, 경복궁 24 게스트하우스 서촌 이상의 집 맞은편으로 난 골목길로 들어서면 기분이 묘하다 . 길모퉁이를 둘러싸고 도열한 한옥의 풍경을 만나게 되는데 , 흡사 조선으로 타임 슬립한 느낌이다 . 경복궁 24 게스트하우스는 서촌의 오래된 집 네 채를 매입해 한옥을 개축했고 , 호텔로 문을 열었다 . 작은 쪽문을 열고 들어서면 네 채의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이룬 모양새다 . 쪽문은 현재에서 과거로 , 소요에서 고요로 , 현실에서 이상으로 넘어가는 비밀의 문 같다 . 독채의 이름들은 제각각 의미가 깊다 . 7 가지 보물의 기운을 품고 있다는 칠보암 , 다섯 가지의 복의 기운을 갖추어 행복한 가정을 만든다는 오복헌 , 수행하는 자가 진리를 탐구하여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삼현굴 , 영원히 기쁘다는 뜻의 영희당까지 , 호텔은 행랑의 이름 그대로 손님들에게 좋은 일이 줄줄이 일어날 수 있도록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부엌에는 조리기물들을 비롯해 호리병 , 와인 잔 , 소맥잔 , 막걸릿잔까지 세심하게 구비했다 . 서촌 인근에 분산된 공방들과 연계해 다도 , 도자기 , 붓글씨 , 전통한복 입어 보기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매니저들은 친구처럼 살갑고 친근하다 . 그래서인지 유난히 단골이 많다 . 10 번 이상 이곳에 짐을 푼 외국인 고객이 있을 정도 . 방명록만 봐도 알겠다 . 붓 펜으로 쓰인 외국어들 사이로 수많은 하트와 느낌표가 자리하는데 , 이를 통해 호텔 떠나는 게 못내 아쉬운 여행객들의 감정의 결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 매니저는 단골손님에게 제공되는 비밀 서비스가 화수분처럼 많다고 귀띔한다 . 궁금하면 , 단골이 되자 . 아무것도 하기 싫은 어느 날 , 문득 찾아오고 싶다 . 마당에 깔린 옥돌이 반짝반짝 빛나는 비 내리는 날이면 더 좋겠다 . ✔ 귓속말 Tip 한옥의 대청마루에 누워 하얀 벽면 가득 너울거리는 영상을 감상하고 싶다면 오복헌과 칠보암에 투숙하자 . 두 곳에만 빔 프로젝터가 있다 . ③ 맑고 고운 하룻밤, 청연재 재동초등학교 뒤편에 아름다운 한옥호텔이 있다 . 이름은 청연재 , 맑고 깨끗한 더없이 소중하고 좋은 인연이라는 뜻을 지녔다 . 머무는 사람과의 인연을 중히 여기는 대표의 따뜻한 마음이 깃들었다 . 살고 싶은 , 탐나는 한옥이다 . 모란 나무 자라는 소담한 정원 , 윤이 나는 툇마루 아래 단정하게 놓인 고무신과 털신 , 단아한 처마 위로 빛나는 파란 하늘 , 바람결에 울리는 풍경 소리까지 모든 것이 귀하고 곱다 . 다섯 개 객실의 이름도 곱다 .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살라는 의미의 도래 , 모든 복을 다 지녔다는 뜻의 우리말인 지니 , 시원하고 맑다는 의미의 시내 , 모여 서로 정답게 이야기 나눈다는 도란 , 모든 좋은 일이 다 온다는 의미의 다온 . 손님들의 안녕과 행복을 염원하며 지은 이름 덕인지 , 따뜻하고 아늑한 기운이 곳곳에 감돈다 . 별채인 다온을 제외한 객실들은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 ㄷ ’ 자로 자리했다 . 오후 2 시 , 해가 높이 솟으면 대청마루에는 빛이 한가득이다 . 바닥에 아름다운 격자무늬를 그리며 드는 빛은 따뜻하기까지 해서 난방을 하지 않아도 기온이 22 도까지 오른단다 . 아침 조식이 차려지는 공간 역시 대청마루다 . 투숙객은 입실 때 아침식사 시간을 결정하면 되는데 , 오전 8 시와 9 시 각각 40 분간 정갈한 한식을 맛볼 수 있다 . 투숙객을 위해 한복을 채비했다 . 한복을 입고 아름다운 한옥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 봄이 시작되는 4 월 예약은 이미 완료된 상태 . 청연재에서 맑고 고운 하룻밤을 지내고 싶다면 미리미리 예약할 것 . ✔ 귓속말 Tip 겨울철이 한가한 편이다 . 한가할 때는 룸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고 . 눈 오는 날이 특히 아름답단다 . 주변관광지 와룡공원과 성곽길 공원은 말바위에서 내려온 용이 누워있는 형상이라 해서 '와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원을 중심으로 왼쪽으로는 아름다운 성곽이 오른쪽으로는 남산 일대까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성곽 너머로는 성북동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굽이치는 성곽 아래로 보이는 서울은 마치 배를 뒤집고 속살을 내보이는 거대한 생명체 같다. 봄이면 꽃이 지천이다. 산수유, 개나리, 벚꽃이 흐드러지는 값지고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창의문에서 혜화문까지 이어지는 서울 한양도성 순성 구간 중 백악구간의 일부다. 북촌 박물관 탐방 전통공예를 체험, 전시하는 소규모 박물관들이 많다. 대부분 무형문화재 보유 장인들이 운영하는 공방을 겸한다. 아름다운 공예품들을 둘러보노라면, 이런 눈 호강이 없지 싶다. 심영순 매듭장인이 운영하는 동림매듭공방, 김윤선 전승공예가가 운영하는 색실문양누비공방이 지근거리에 자리잡았다. 인근 한상수 자수박물관으로 운영되던 100평 한옥은 2016년 한상수 장인이 별세하면서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한옥청'으로 모습을 바꿔다. 현재는 고가구를 전시하는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앞으로 대관과 다양한 문화 활동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북촌로 한옥에 터를 잡았던 가회민화박물관은 인근 대로변의 편의점 지하로 이전했다. 민중의 정서와 염원을 고스란히 담아낸 아름다운 민화, 부적, 전적류, 무신고, 기타 민속품 2000여 점을 소장한 옹골찬 박물관이다. 민화 그리기를 바탕으로 한 부채 만들기, 에코백 만들기, 화첩 만들기 등의 다양한 체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통인시장 서촌 통인시장은 일제시대 일본인들을 위한 공설시장으로 시작했다. 효자동과 서촌을 잇는 자리에 위치한 만큼, 서촌 관광의 중심이다. 이상, 윤동주, 박노수 등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가들이 이 일대 주민이었으니 그들도 시장을 드나들었을 게다. 오래된 시장의 풍경은 많이 바뀌었다. 지역주민들이 드나들던 시장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청년 사업자들이 문을 연 카페나 공방들이 들어섰다. 젊은 관광객을 겨냥한 숍이나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줄 알았는데, 잠시 주춤하는 추세다. 통인시장의 명물은 단연 기름떡볶이와 계란말이. 기름떡볶이는 별것 없는 레시피임에도 계속 손이 가는 중독적인 맛이 신기하다. 계란말이는 계란 한판을 다 부어 만든 것 같은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엽전이 통용된다. 엽전 10개는 5000원. 엽전을 사면 도시락을 준다. 도시락을 들고 다니면서 엽전으로 구매한 음식들을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다. 정독도서관과 서울교육박물관 1900년 화동 언덕에 개교한 경기고등학교가 1976년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도서관이 됐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으며 한국 최초로 스팀 난방시설을 갖춘 건축물이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자주 갔었는데 아름답고 너른 정원에 연못이 흐르는 정자까지 있어 도통 집중하기 쉬지 않았다. 안국동 길에서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주변이 북적이기 시작하면서 일대에는 유일하게 조용한 공간이 됐다. 소란스러움을 피하고 싶을 때 잠시 도망치듯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도서관과 나란히 자리한 서울교육박물관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알차다. 고리타분한 이름이라고 발길 돌린다면 후회할지 모르겠다. 교육 관련 유물들이 삼국시대부터 최근의 것까지 시대별로 전시되어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향수에 젖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로비를 중심으로 상설 전시관과 특별 전시관으로 나뉘어 있다. 출입구에 옛 모습을 재현한 '정독문방구'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담소정 주소 : 서울 종로구 복촌로 9길 16-2 문의 : 010-2053-9701 경복궁 24 게스트하우스 주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가길 27-1 문의 : 02-732-3000 청연재 주소 : 서울 종로구 북촌로 6길 13-2 문의 : 02-744-9200 글, 사진 : 문유선(여행작가) 출처 : 청사초롱 2018년 2월호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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