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속에, 공기 중에 떠돌던 봄이 드디어 땅에 내려앉았다.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출발했다. 봄 물살에 심신을 띄우고 싶던 중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목포 유달산에서 꽃축제가 열린단다. 목포 하면 떠오르는 노래를 들으며 내려가면 좋을 것 같아 <목포의 눈물>, <목포는 항구다>를 챙겼다. 단 두 곡이지만 여러 가수가 개성적으로 부른 버전이 다양하다. 그만큼 오랫동안 사람들 입에 맴돌고 있음이리라. 영산강 안개 속에 기적이 울고 / 삼학도 등대 아래 갈매기 우는 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 / 목포는 항구다 똑딱선 운다 유달산 잔디 우에 놀던 옛날도 / 동백꽃 쓸어안고 울던 옛날도 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 / 목포는 항구다 추억의 고향 - <목포는 항구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악시 아롱 젖은 옷자락 /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삼백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 / 님 자취 완연하다 애달픈 정조 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 / 님 그려 우는 마음 목포의 사랑 - <목포의 눈물> 목포를 그리운 고향이라며 항구라고, 목포의 이별과 슬픔을 눈물이라고 부르는 한 맺힌 멜로디가 몇 번이나 흘렀을까. 목포에 도착하니 봄비가 내린다. 이번 여정은 목포와 좀더 친해지기 위해 박물관, 전설이 담긴 바위, 바다를 둘러보고 꽃축제가 열리는 유달산을 즐긴 후 전남도립국악단 토요공연의 감동으로 마무리하는 순서이다. 갓바위 문화타운은 볼거리, 배울거리가 많아도 너무 많다. 먼저 관광지명이 된 갓바위는 자연이 다듬은 형상이 마치 예술 작품처럼 독특하다. 바다와 나란히 놓인 남농로 가까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목포자연사박물관, 목포생활도자박물관, 목포문화예술회관, 목포문학관, 옥공예기념관, 문예역사관, 남농기념관, 국가무형문화재전수관 등이 약 0.7km에 걸쳐 따박따박 붙어 있다. 밤에는 문화타운 서쪽 평화광장에서 춤추는 바다분수도 볼 수 있다. 볼거리가 많다고 서두르는 건 금물! 전시물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에 귀를 가까이 댈수록 목포는 많은 것을 선사할 것이다. 문화타운의 볼거리 중 갓바위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를 소개한다. 목포 갓바위는 말 그대로 바위가 갓을 쓴 듯한 모습으로 천연기념물 제500호, 목포8경으로 지정돼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바위가 침식되며 변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을 알지만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는데, 갓바위의 각 부위마다 다르게 침식된 모습을 보면서 바람과 파도 등이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갓바위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해상보행교를 설치해 바다 위를 산책하는 기분이 좋다. “물, 바다, 사람, 배, 꿈, 삶, 그 자국들이 어우러진 국내 유일의 해양박물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를 설명하는 문구다. 바다, 강, 호수, 갯벌, 습지 등에 잠긴 인류의 흔적을 수중문화재라고 하는데, 그중 바다에 잠긴 것을 해양문화재라고 칭한다. 전시관을 둘러보는 동안 바닷속 이야기가 이렇게 많이 발굴됐음에 감탄보다 먼저 감사한 마음이 든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제1전시실, 제2전시실, 어촌민속실, 선박사실, 어린이 해양문화체험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제1전시실은 우리 역사에서 바다를 가장 잘 활용한 것으로 평가받는 고려시대 이야기를 다루며 고려 난파선의 발굴, 보존, 연구 등 생생한 기록을 전시해놓았다. 수중문화재를 통해 고려시대에는 비단, 자기, 차, 인삼의 해상 거래가 많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 난파선의 조각을 재구성한 전시물을 통해 선박의 원형을 가늠할 수 있으며, 어린이를 위한 체험공간 등도 알차다. 남농로를 따라 서쪽으로 바다 풍광을 즐기며 가다 보면 삼학도에 이른다. 삼학도로 도로가 이어지면서 볼거리가 많아졌다. 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이난영공원 등이 생기고 삼학도에서 남서쪽으로 용이 누운 모습의 고하도가 있다. 밤이 되면 섬과 해수면 사이로 조명이 길게 밝혀져 볼 만하다. 삼학도에 얽힌 전설이 흥미롭다. 유달산에서 무예를 연마하던 남자와 그를 사모한 세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남자는 자신을 사모하는 여자들이 무예 연마에 방해가 된다고 여겼다. 그래서 여인들에게 자신이 무예 연마에 몰두할 수 있도록 섬으로 가달라고 한다. 남자의 말을 따라 여인들은 돛단배를 타고 섬을 향해 떠났다. 그런데 남자가 몰래 그 배에 활을 쏘아 여인들이 죽고 말았다. 연유도 모른 채 죽어간 여인들은 학이 됐다. 세 마리 학은 남자를 연모하며 그에게 날아가던 중 또 화살에 맞게 된다. 무예를 연마하던 남자가 학이 날아오니 활을 쏜 것이다. 그렇게 활을 맞은 학 세 마리가 바다에 떨어졌고, 그 자리에 섬이 솟았다. 그 섬이 바로 삼학도이다. 유달산 가까이에서 일제강점기 목포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목포근대역사관은 1920년에 만들어진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건물로 근대 서양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내부에는 일제강점기 목포의 모습 등이 생생한 사진으로 전시돼 있다. 목포근대역사관과 유달산 사이에 옛 일본영사관이 있다. 1900년에 세워진 건물로 르네상스 건축 양식을 띠며 목포의 개항과 관련해 역사적․건축학적 가치가 매우 높아 사적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붉은 벽돌로 마감한 좌우 대칭 건물로 창문 왼쪽과 오른쪽에 흰 벽돌을 장식했다. 건물 뒤편에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방공호가 있다. 갓바위에서 서쪽으로 삼학도를 지나 드디어 유달산에 도착했다. 옛 일본영사관 옆 오르막길을 5분 정도 걸으면 유달산 노적봉이 바로 눈앞이다. 그만큼 접근이 편하다. 노적봉 앞에 서면 여러 봉우리와 정자가 보이는데, 가까운 순서대로 걸으면 그 길이 곧 유달산 능선이다. 비교적 좁고 길게 형성돼 있어 걷는 동안 한쪽은 시가지, 다른 쪽은 바다가 번갈아 나타난다. 노적봉 앞 광장은 축제 분위기로 시끌벅적하다. 고운 백색의 한복을 입은 여인들의 강강술래 공연에 이어 노적봉에서 조각공원까지 꽃길 걷기 행렬이 길가의 노란 개나리와 나란히 전진했다. 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주변에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흙 가까이, 나뭇가지 가까이 얼굴을 대면 봄이 아기처럼 기지개를 켜며 꿈틀거린다. 구석구석 곧 기지개를 펼 녹색 세상의 진원지다. 겉보기엔 귀여운 새싹이지만 그 속에는 무한한 생명력, 자연의 섭리가 있다. 봄의 전령사로 앞서 피었지만 거친 해풍에 떨어진 꽃도 많다. 가는 동안 굳이 쉬고픈 곳이 많다. 운치 있는 풍경이 정자 기둥 사이사이에 걸려 곳곳에서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낮은 산이지만 우뚝 솟은 봉우리에 오르니 아찔하다. 사방으로 막힘없는 풍경이 펼쳐지는 가운데 목포의 바다와 육지가 맞물리는 데로 시선을 따라가니 재미나기까지 하다. 볕 좋고, 더운 기운에 바닷바람이 스치니 시원하고, 산의 봄기운이 올라오니 싱그럽다. 모나지 않은 바위에 앉아 해바라기처럼 해에게 얼굴을 내미니 ‘목포의 봄’이 심신에 스며든다. 목포에 갈 계획이 있다면 토요일을 놓치지 마시라. 토요일 오후 5시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 공연장에서 전남도립국악단의 공연이 매주 다른 내용으로 열린다. 1986년에 창단돼 지금까지 남도의 전통 가‧무‧악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 국악단의 수준 높은 전통 공연이다. 기자가 목포를 찾은 날은 부채춤, 전통무용 ‘승무’, 춤극 ‘삼학도 연가 : 학이여, 사랑이여!’, 선비여흥 ‘한량무’와 굿거리 ‘흥춤’, 앉은반 사물놀이, 민요창무극 ‘강강술래’ 등을 선보였으며, 그중 ‘승무’ 공연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감동을 선사했다. 예기치 않게 감동을 받으면 대개 놀라게 된다. 목포에서 본 전남도립국악단의 토요 공연이 그랬다. 어린 시절 시골에 내려가면 거실 구석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가락과 닮아 옛 추억이 떠올랐고, 우리 가락이 이렇게 곱고 고혹적인가 싶어 괜히 흐뭇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겨울이 심술을 부린 탓일까. 완연한 봄을 기대하며 목포로 향했지만 몸은 지독한 감기에 걸렸고, 도착한 목포엔 거센 바람이 불고 있었다. 여정 마지막날, 하늘이 열리고 더욱 밝은 봄이 드러났다. 유달산을 오르내리며 감기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대신 충만한 봄기운을 담았다. 여기에 공연의 감동이 마음마저 채우니 봄날에 찾은 목포, 참 좋구나 싶다. 주변 음식점 -인동주마을 : 인동초꽃게장․홍어삼합 / 전라남도 목포시 복산길12번길 5 / 061-284-4068 http://www.indongju.kr/ -영란횟집 : 민어회․매운탕 / 전라남도 목포시 번화로 47 / 061-243-7311 -독천식당 : 갈낙탕․낙지연포탕 / 전라남도 영암군 학산면 독천로 162-1 / 061-472-4222 -해촌 : 바지락초무침․낙지초무침 / 전라남도 목포시 미항로 133 / 061-283-7011 숙소 -신안비치관광호텔 : 전라남도 목포시 해안로 2 / 061-243-3399 http://www.shinanbeachhotel.com/ -로얄모텔 : 전라남도 목포시 통일대로 12 / 061-282-6659 -몰디브모텔 : 전라남도 목포시 옥암로46번길 37 / 061-284-5852 글, 사진 : 안정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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