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전주에는 풍경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머물고 싶은 장소가 있습니다. 연꽃이 너울대는 덕진공원을 거닐다 한옥 도서관에서 책장을 넘기고, 전주천 물길을 따라 바람쐬는길을 걷는 전주 여행 코스를 소개합니다. 🌿 물과 바람이 머무는 전주 산책 🌿 - 덕진공원: 연꽃 가득한 연못과 산책로가 어우러진 도심 공원 - 연화정 도서관: 연못 한가운데서 책과 풍경을 만나는 한옥 도서관 - 바람쐬는길: 전주천 물소리와 강바람을 따라 걷는 산책길 오방색 단청을 두른 연지문을 지나면 울창한 나무 사이로 덕진연못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전주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덕진공원은 오랫동안 시민들의 산책과 휴식을 품어 온 공간입니다. 덕진공원의 풍경이 가장 화사해지는 계절은 연꽃이 피는 여름입니다. 넓고 둥근 연잎이 수면을 빼곡하게 덮고, 그 사이사이에 짙은 분홍빛 연꽃이 피어납니다. 바람이 불면 연잎이 한꺼번에 일렁이고 은은한 꽃향기가 물가로 번집니다. 덕진연못에서 연꽃을 따는 풍경을 뜻하는 ‘덕진채련’이 전주팔경 가운데 하나로 꼽혔을 만큼, 이곳의 연꽃은 오래전부터 전주를 대표하는 경관으로 사랑받았습니다. 연꽃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연못 안쪽으로 굽이치는 수변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길 추천합니다. 키 큰 수생식물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연잎의 결부터 막 피어난 꽃봉오리까지 또렷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붉은 기둥과 기와지붕을 얹은 작은 정자에서는 연꽃 군락이 한층 넓게 펼쳐집니다. 연꽃과 수생식물, 물가의 짙은 숲이 앞뒤로 겹치며 도심 공원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깊은 풍경을 만듭니다. 연못가에는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지닌 정자도 이어집니다. 흰 기둥과 팔작지붕이 단아한 영월정, 나무의 질감을 살린 육각 정자 여민정은 산책 중 잠시 쉬어 가기 좋은 곳입니다. 고목 아래 자리한 취향정은 ‘연꽃 향기에 취한다’는 이름처럼 연못 풍경과 잘 어우러집니다. 취향정은 일제강점기에 전북 지역의 대지주이자 금융·기업인이었던 박기순이 자신의 회갑을 기념해 세운 정자입니다. 그는 취향정에서 시회를 열고 자신의 시를 편액으로 걸어 놓는 등 덕진연못 일대를 사적인 풍류 공간으로 이용했습니다. 광복 이후 시민의 공간으로 돌아온 취향정 앞에는 현재 박기순의 친일 행적과 건립 배경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정자의 운치뿐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한 역사까지 함께 살펴보니 이곳이 다르게 와닿습니다. 정자 주변에는 잔디밭과 석등, 전통 담장과 수변 정원이 단정하게 놓여 있습니다. 오래된 나무의 굵은 둥치를 감싼 석축과 그 아래 놓인 벤치는 공원이 지나온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숲속 바위 사이로 벽천폭포가 쏟아지고, 자욱한 물안개가 한여름의 열기를 누그러뜨립니다. 연꽃으로 이름난 공간이지만 정자와 고목, 창포 늪과 문화 조형물을 차례로 만나다 보면 덕진공원의 풍경이 한층 입체적으로 다가옵니다. 덕진공원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권삼득로 390 - 문의: 063-281-8661 연화교를 건너면 덕진연못 한가운데에 자리한 연화정 도서관과 마주합니다. 연잎이 수면을 채우는 여름에는 한옥의 검은 기와와 분홍빛 연꽃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듭니다. 전통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굵은 기둥과 대들보, 가지런히 뻗은 서까래가 드러난 한옥의 구조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연화정 도서관은 2022년 6월 문을 연 한옥형 도서관입니다. 'ㄱ' 모양의 단층 한옥 안에 도서관 공간인 ‘연화당’과 문화 공간인 ‘연화루’가 이어져 있습니다. 한국의 아름다움과 전주의 정체성을 담은 책을 중심으로 서가를 꾸민 특화 도서관으로, 전통 건축의 단정한 멋에 현대적인 열람 환경을 조화롭게 담았습니다. 내부 중앙에는 기다란 목재 서가가 놓여 있고, 양옆으로 낮은 책장과 창가 열람석이 이어집니다. 표지를 앞으로 세운 책과 한지 공예품, 도자기와 조명이 어우러져 도서관보다는 작은 전시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책을 빽빽하게 꽂기보다 책과 공예품 사이에 여백을 두어 한 권씩 천천히 살펴보게 합니다. 연화정 도서관의 매력은 창가에서 더욱 또렷해집니다. 격자창과 은은한 발이 연못 풍경을 네모난 그림처럼 담아내고, 창밖으로 연잎이 가득한 수면과 짙은 녹음이 펼쳐집니다. 낮은 평상에는 흰 방석과 작은 소반을 놓아 한옥의 좌식 문화를 편안한 독서 공간으로 풀어냈습니다. 방석에 앉아 책장을 넘기다가 고개를 들면 물결과 나뭇가지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창에 담기는 풍경이 달라져 언제 찾아도 좋은 공간입니다. 연화정 도서관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권삼득로 390-1 - 운영 시간 [하절기(6월~8월)] 평일 10:00~21:00, 주말 10:00~19:00 [동절기(9월~5월)] 10:00~19:00 ※ 매주 월요일, 공휴일 휴무 - 문의: 063-714-3527 전주한옥마을의 동쪽 끝을 지나 전주천으로 향하면 바람쐬는길과 만납니다. 한벽교 부근의 천변에서는 승암산 벼랑 위에 자리한 한벽당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자갈 사이로 흐르는 물길과 버드나무, 산비탈의 짙은 숲이 누각을 겹겹이 감쌉니다. 물가를 따라 놓인 산책로에서는 전주천의 물소리를 가까이 들으며 한벽당과 승암산이 어우러진 풍경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한벽당은 월당 최담이 조선 태종 때 세운 누각으로,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오래전부터 선비와 시인이 전주천의 경치를 바라보며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기던 곳입니다. 바위에 부딪친 물보라가 맑은 날의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풍경을 ‘한벽청연’이라 불렀으며, 전주팔경 가운데 하나로 꼽았습니다. 누각에 오르면 조금 전 걸어온 전주천과 한벽교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한벽당 아래에는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한벽굴이 뚫려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전라선 전주–남원 구간을 건설하면서 승암산 자락을 관통해 만든 인공 터널입니다. 1931년 10월 전주–남원 구간이 개통하면서 기차가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1981년 전라선 전주 도심 구간이 동쪽 외곽으로 옮겨진 뒤, 지금은 바람쐬는길을 잇는 통로로 남아 보행자와 자전거가 오갑니다. 터널 안으로 들어서면 바깥의 푸른빛은 금세 희미해집니다. 노란 조명이 아치형 벽면을 은은하게 밝히고, 서늘한 공기 속에서 발소리가 둔탁하게 메아리칩니다. 어둠에 눈이 익을 즈음이면 반대편 출구의 숲이 액자에 담긴 풍경처럼 선명해집니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촬영지로 알려진 한벽굴은 이제 전주를 대표하는 사진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주천과 나란히 이어지는 길은 갈수록 호젓해집니다. 물가에는 버드나무와 수풀이 무성하고, 산자락을 따라 난 수변 산책로에서는 잔잔한 물소리가 가까이 들립니다. 굽은 길 위로 나뭇가지가 맞닿아 짙은 녹음 터널을 이룹니다. 길은 신유박해 때 순교한 유항검 아우구스티노와 그의 가족 등 일곱 순교자의 유해를 모신 치명자산 성지로 이어집니다. 전주천은 말없이 흐르지만, 그 곁을 걷는 동안 풍류와 근대의 흔적, 순교의 기억이 차례로 마음에 머뭅니다. 길 끝에 남는 것은 어느 한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품고 흐르는 물소리와 한결 차분해진 걸음입니다. 바람쐬는길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바람쐬는길 21 - 문의: 0507-1494-1363 ※ 위 정보는 2026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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