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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12월이 아슬아슬한 벼랑 같다. 벼랑 앞에 서면 누구든 뒤를 돌아보게 된다. 바쁘게 혹은 부주의하게 건너온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것. 그건 한 해의 마지막 달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같은 게 아닐까. 첫눈이 폭설로 내린 날. 설악산에 다녀왔다. 산 또한 그렇지 않은가. 정상에 서면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게 되지 않던가. 가쁜 숨으로 산을 오르는 것처럼, 우리는 지난 한 해 동안 저마다 무엇을 딛고, 또 어디를 오른 것이었을까. 오래전의 설악산 얘기를 해보자. 지금이야 설악산 정상, 그러니까 대청봉을 오른 건 얘깃거리도 안 되지만, 보통사람들에게 대청봉 등반이란 언감생심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간혹 청바지에 통기타까지 들고 객기처럼 설악산으로 들어가는 젊은이들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설악산 종주등반이란 전문 등반가나 적어도 대학교 산악반쯤은 돼야 다녀올 수 있었다. 지금의 중년들이 까까머리와 단발머리 학생이었을 때니 가깝게는 20여 년 전, 멀게는 30여 년 전쯤의 얘기다. 그 무렵 설악산의 가장 대중적인 목적지는 흔들바위였다. 흔들바위는 명실상부한 ‘설악산의 아이콘’이었다. 흔들바위를 지나 가파른 철계단을 밟아서 당도하는 울산바위는 다녀온 것만으로도 짐짓 자랑이 되는 곳이었다. 그때는 ‘설악산에 다녀왔다’는 말이 곧 ‘설악산 흔들바위를 다녀왔다’는 뜻이었다. 당시 산 아래 기념품점에서는 산 이름과 모양이 새겨진 배지를 팔았는데, 그걸 훈장처럼 등산 모자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게 유행이었다. 대부분의 설악산 배지에 새겨졌던 건 흔들바위였다. 설악산 흔들바위는 이제 낡은 흑백사진처럼 쇠락하고 말았다. 울산바위 역시 ‘오르는 곳’이 아니라 ‘바라보는 곳’이 됐다. 울산바위는 이제 설악동에서 오르는 ‘등산 목적지’가 아니라, 속초의 학사평쯤에서 눈으로 감상하는 ‘산악미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흔들바위까지는 왕복 2시간 안쪽. 울산바위까지 다녀온다 해도 3시간 정도의 등산은, 요즘 등산객들에게는 시시하기 이를 데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찾아간 흔들바위 앞 계조암에서 삼성각 뒤편에 바위를 뚫고 자란 소나무 한 그루와 마주쳤다. 덩굴이 친친 휘감은 바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당차게 뿌리를 박고 자라고 있었다. 어찌 이리 척박한 바위에 뿌리를 내렸을까. 오랜 시간을 버텨온 소나무에서, 단단한 세상에 끈질기게 뿌리박고 나이 들어가는 시간을 본다. 신흥사를 지나고 산길로 접어들면 소나무와 참나무류, 당단풍나무, 서어나무들이 빼곡한 숲길이 이어진다. 나뭇잎이 다 진 겨울나무 사이를 걷는 이 길에서는 산의 속살이 다 들여다보인다. 흔들바위에 이르는 길은 해가 잘 드는 남쪽 자락이다. 의외로 흔들바위 탐방로를 오르는 학생들이 많았다. 단체로 캠프 여행을 온 모양이었다. 중년의 등산객들이 까까머리에 교복을 입고 오르던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추억을 되새기듯, 캠프 여행을 온 날렵한 트레이닝 차림에 가벼운 운동화를 신은 학생들도 훗날 어른이 돼서 이 길을 기억할 수 있을까. 오래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길지도, 그다지 가파르지도 않은 3km남짓의 산길. 길지도, 가파르지도 않다는 이유 때문에 이제는 외면당하고 있는 탐방로를 따라서 흔들바위를 거쳐 울산바위로 향하는 길은 각별했다. 길은 산을 향해 이어져 있었지만, 그 여정의 목적은 설악을 처음 만났던 젊은 시절 낡은 추억의 앨범을 뒤적이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가 해왔던, 그리고 앞으로 하게 될 여행도 다 그렇지 않은가. 이건 비단 중년의 세대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젊은이들에게도 한마디. “지금 무심결의 걸음이 훗날 값진 추억이 된다.” 그러니 모쪼록 새해에도 여행하며 살 일이다. 출처 : 청사초롱 글, 사진 : 박경일(문화일보 여행전문기자) ※ 위 정보는 2020년 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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